별과 별 빛 사이 고요와 어둠을 헤치고
달님이 웃고 있다
나무들은 서로 살겠다고 생존경쟁을 하고
호수는 말없이 저들의 경쟁을 물구나무 세우고 지켜보고만 있다
침묵과 거의 아무것도 없는 밤에 새로운
생명과 꽃을 피워내는 것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무한궤도에서
들을 수 있는 서사시
달빛 소나타가 닫힌 심장의 문을 열고 있다
보라,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호수의 일렁이는 모습
잠시 바라볼 수 있는 고요와 어둠은
우리를 얼마나 높은 깊이로 끌어올리는가
붉게 물든 단풍잎 앞뒤같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아름다움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밤 달밤의 침묵에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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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어느 멋진 날에
구절초 향기가 좋다
커피만큼 짙다
하늘은 높고
눈동자는 맑고, 깊다
익어가는 가을이
수줍어 뒤돌아 뛰어가는 소년처럼 오면,
구절초의 얇은 꽃입술 물고
사랑이라 써 놓고
가을날에 구절초 닮은 그대가
보고 싶었다고 읽었는데,
가슴에는 고고한 꽃 한송이 음각되어
피어 있습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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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무 송용탁 시인 세계의 고아 출판기념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