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까페'에 오래 전부터 들어오신 분들은 이미 아실지도 모릅니다.
어딘가 자꾸만 이 세상의 '땅끝'으로 가려는 제 '성향'을요...
물론 이 세상엔 수도 없는 '땅끝'이 있겠지만(바다와 닿은 곳은 다 땅끝이겠지요.), 그래도 사람들이 '땅끝'이라고 이름을 붙인 곳도 많고, 또 '곶'이란 곳 역시 대표적인 튀어나온 '땅끝'이겠는데요,
제가 유독 그 '땅끝'이란 개념의 장소에 가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건,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여정에서만 봐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인트 레예스(Point Reyes)' 등대에 갔다가 이 까페에 글을 남겼고, ('화가 남궁문'과 함께... | '땅끝' 주변에서 듣고 싶었던 두 노래 - Daum 카페)
또 쿠바에 가서도 '까보 끄루스(Cabo Cruz)'라는 '땅끝(곶) 마을'에서 머물었으며,
이번 칠레에 와서도 수도인 '산티아고'는 그저 들렀을 뿐, 정작 머물기 위해 찾아온 곳이 바로 여기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로 여기도 '땅끝'이란 개념의 장소이기도 하거든요.
남 아메리카 대륙의 최 남단.
물론 이 아래에 '불의 땅'이란 섬(Tierra de Fuego)아래에 '우수아이아(Ushuaia)'란 또 '땅끝'이 있지만, 거긴 섬이거든요.
(물론 저는 여까지 온 김에, 거기 우수우아이에도 들를 계획입니다.)
제가 멕시코에 살면서(1996-7) 여기 남미 여행을 꿈꾸었을 때 역시, 제일 가고 싶은 나라가 바로 '칠레'였고,
칠레에서도 '파타고냐(Patagon~a)' 지방의 '뿐따 아레나스'를 점찍어놓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여행에도,
이번 기회 아니면 못 간다! 는 위기감과 절박감에 죽자사자 이곳을 향해 왔던 건데요,
이상은 제가 왜 '뿐따 아레나스'로 왔는지에 대한 제 의지였구요,
아래 또 한 얘기는,
우연인지 인연인지, 저를 이곳에 오게끔 자연스럽게 자극을 주었던 한 사람(김 사장)이 있어서,
그 분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인데요, 어찌 보면 재미도 있고, 어찌 보면 희한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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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좀 길어집니다.
그래서 2017년 여름, 스페인의 '갈리시아(Galicia)'로 넘어갑니다.
그 때도 제가 '글 작업'을 한답시고 스페인의 갈리시아에 가서 친구 '마놀로'의 처 '까르멘'의 친정집(비어있는)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그 대표적이랄 수 있는 아래(마놀로 부부와 마놀로 여동생 '아델라' 부부와 함께) 사진을 첨부합니다.)
제가 거기서 그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옛날(1990년대) 제가 바르셀로나에 살 때 서로 알게 되어 친구가 된 한국인 부부가 여름 휴가를 떠나려다, 제가 갈리시아에 있다는 걸 알고는 거기로 찾아오는데요,
비록 스페인 친구 집이긴 하지만, 제가 독채를 사용하다 보니 그 부부도 와서 며칠 그 집에서 지내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그 부부와 저 셋이서 차를 빌려, 그 주변(갈리시아) 여행을 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사진은 제 지난 까페에서조차 구할 수가 없어서, 사진 없이 글만 올리겠습니다.)
그러다 '비고(Vigo)'라는 도시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하고 저녁을 먹으러 한 식당에 가서 앉아 있었는데,
그 식당에 있던 어떤 한국사람 같은 한 분이 자꾸만 우리를 쳐다보다가, 급기야 우리 쪽으로 와서 말을 걸던데,
본인은 사업차 스페인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말이 잘 안 통해(본인은 영어만 해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 부인이 나서서 그들 식탁으로 가서 통역을 해주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
그 사람(김 사장)도 우리와 함께 며칠 동행(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김 사장과 저는 우연히 만난 사이임에도 여행을 같이 했고 또 같은 방에서도 자고 먹고... 친구처럼 며칠을 지낸 인연을 맺은 거지요.
그렇게 우리가 함께 여행한 곳이, 갈리시아 제일 남쪽의 '과르다(A Guarda)'란 곳이었고, 거기 산 정상에 올라보면 이런 풍경이 보이는데요(아래),
그런데 그 김 사장이 또 한 '역마살'이더군요.
그 사람 얘기를 들으니, 기가 막히드라구요.(제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런 역마살 낀(특히 지독한) 사람을 만나면 아련해지면서 남 일 같지가 않아, 상당한 연민의 정 같은 걸 느끼곤 한답니다.)
옛날에 '참치'와 관계된 원양어선을 타다가 이제는 개인 사업으로 돌렸는데, 세계 안 다니는 곳이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기도 했답니다. 특히 배가 다니는 길목 위주로요... (듣기론,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스페인... 남미 등등)
그러니, 저하고도 '역마살'로는 서로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또 통해서, (제가 평생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두 사람의 타고난 역마살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김 사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그 뒤로도 이따금 안부를 묻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최근일 수 있는, 바로 작년 연말이었습니다.
제가 스페인에 가려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해 항공권까지 취소한 뒤 의기소침한 상태로 지내던 중,
연말이기도 해서 그 김 사장에게,
지금 한국에 계시면, 한 번 만나 막걸리라도 한 잔 합시다! 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웬걸?
저는 지금 칠레의 '뿐따 아레나스'에 있습니다. 하는 답이 오잖았겠습니까?
이럴 수가!
저는 깜짝 놀랐지요. 놀라도 보통 놀란 게 아니고, 또 반가웠지요. 그래서,
아니, 제가 옛날부터 가려던 곳인데 미리 가서 선점하고 계십니까? 하게 되었고,
제가 있는 동안엔 언제라도 오십시오. 하는 등의 대화를 이어갔지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칠레까지 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그저 꿈이려니 하고 있었다가,
제가 어느 한 순간,
옛날부터(멕시코 시절) 가고 싶다던 남미 여행을, 이제는 영영 못하고 죽겠구나! 하기도 하다간,
지금이라도 갈까? 하게 되었고,(멕시코의 K씨와도 연관되었기에 용기를 내)
그래, 가서 죽드라도('코로나'도 있고, 돈도 없는 처지라) 가자! 하고 떠나왔던 겁니다.
그런데 돈이 궁했기 때문에, 그나마 여행 경비를 좀 마련하겠답시고 미국에 들렀던 일이,
뭐 하나 제대로 돼 준 게 없어서(미국행은 실패일 수 있음. 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급히 서둘러 '쿠바'로 갔던 것이구요,
쿠바에서 두 달을 보낸 뒤,
멕시코의 K씨와는 또 다른 약속(거기는 들러야만 했기 때문에)이 있었기에, 일단 멕시코에 가서 상황을 보자며 가게 되었는데,
멕시코의 '몬떼레이'에서 지내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억울했고, 그래서 무리를 하면서도 칠레 행을 감행하게 됐던 건데요,
쿠바에 있을 때만 해도 여기 뿐따 아레나스에 있는 '김 사장'과 카톡을 주고 받다가,
제가 멕시코에서 이래저래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다 보니,
칠레로 간다는 말도 섣불리 할 수가 없었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싫어 망설이다가,
어렵게 칠레 행을 결행하면서,
칠레로 떠나는 즈음에야 김 사장에게 알렸는데,
웬걸?
이것도 운명인지,
김 사장은 여태까진 뿐따 아레나스에 머물다가 사업상 '산티아고' 조금 위 쪽으로 장소를 옮기려는 상황이어서,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벼르다 벼르다 제가 현지에 가려니, 그 사람은 떠나는 상황과 맞닥뜨린 겁니다.
그렇다고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운명인가 보다!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런데 김 사장 입장에서는, 왜 진작 알리지 않았냐고 불평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제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상황이 그렇게 돼서 그런 걸 어쩝니까?
그리고 어차피 김 사장과 관계 없이라도, 저는 칠레에 가면 당연히 '뿐따 아레나스'에 가야만 할 사람이었기에,
그 분의 향방과는 결부시킬 수 없이, 그리고 제 일정대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긴 하지만,
제가 여기 뿐따 아레나스에 도착한 뒤에도, 그 분을 알고 있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는데요,
우선 숙소 문제만 해도,
어차피 그 분의 후광(여기서 지냈던 흔적)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이 여태까지 머물었던 숙소가 비어 있어서(김 사장이 다시 여기에 올 경우도 대비해서), 자연스럽게 그 비어있던 숙소로(칠레 사람 집) 제가 들어온 거고,
여기서도 둘이는 카톡으로 계속 통화를 하고는 있답니다.
그러니까, 처음 온 저에게 이런저런 여기 생활의 필요한 정보를 김 사장이 주고 있는 거지요.
그렇게 그 역마살(그 분은 사업 차)과 제 역마살(저는 떠돌이로)이,
결국은 여기 칠레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아마 잘은 몰라도, 제 칠레에서의 일정 중에 그 분과의 조우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요......)
그저 외국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났던 (또 한 사람의 역마살)분과, 이 세상의 또 한 끝에서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것입니다.
첫댓글 진짜 대단한 역마살입니다.
좋은 거죠.
손녀의 코로나 확진으로 한 달만에 서울에 왔습니다.
가을이 오면 저도 어디론가 떠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