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열 교수
맥추절, 초실절, 부활절, 오순절,
어제 맥추절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혼란을 총정리해드립니다.
(주요 쟁점)
1) 맥추절은 보리인가, 밀 추수인가?
2)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은 보리 초실절이 아니다?
3) 예수님은 죽으신 날은 목요일? 금요일? 헷갈린다?
- 최후만찬일이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이 달라보임.
자, 공부 좀 해봅시다.
글을 따라오면 그냥 다 이해됩니다.
1. 어제 주일은 맥추 감사절이었습니다.
2. 해마다 "맥추절"이 성경에서 혼동을 주는 문제라 반드시 몇 개의 글이 올라왔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조용하군요.
3. 먼저 "맥추절"은 한글 성경의 약간의 오역, 즉 정확하지 못한 번역으로 인해 생긴 혼란입니다.
"맥추절을 지키라"(출 23:15)
"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을 지키라"(출 34:22)
4. 이 맥추절은 "밀의 추수절"을 가리킵니다. 즉, 이 날은 칠칠절(오순절)로 밀의 첫 수확물을 성전에 바치는 날입니다. 그런데 밀(소맥)이 보통 보리를 뜻하는 "맥"으로 번역이 되어 보리 초실절과 혼동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칠칠절(오순절)=맥추절(밀 추수절)
5. 이 번역이 단순하게 이렇게 수정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밀 추수절을 지키라"
"칠칠절, 곧 밀의 초실절을 지키라"
6. 한국 교회의 "맥추절"은 원래는 보리 추수의 기념일이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보리와 밀, 둘의 구분이 없는 토종화된 변형된 절기로 보시면 됩니다.
7. 그러나 구약의 절기법에서는 "보리의 초실절"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레위기 23장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레 23:10-15) (이후 가능하면 성경구절은 생략하니 각자 찾아보세요.)
8. 그날은 무교절 첫날인 절기 안식일이었던 "안식일 이튿날"입니다.
9. 이렇게 됩니다. 유월절은 유대 음력 1월 14일이고, 다음날부터 1주간 무교절(15-21일)인데, 15일이 무교절 첫날입니다. 즉 무교절 첫날은 유대 음력 1월 15일입니다.
10. 이 날 15일과 마지막날 21일은 절기 안식일로 노동을 쉽니다. 정규 안식일과 별도로 쉬는 날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안식하는 날"로 간주합니다.
11. 그 절기 "안식일"인 1월 15일 다음날, "안식일 이튿날"인 1월 16일이 "보리의 첫 열매, 첫 한단"을 바치는 날입니다. 그 보리를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 제단에 태워 바칩니다. (레 23:10-15)
12. 보리는 곡식의 성질상 첫 수확물은 약간 말랑해서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 먹어야 합니다. 우리의 미수가루를 연상하면됩니다. 그래서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 제단에 바쳤습니다.
13. 참고로, 보리는 히브리어 "비쿠림," 즉 첫 열매가 아니라 밀에만 해당된다는 주장을 하는 분도 계시는데, 성경을 정확히 찾아보지 않고 내놓은 주장입니다.
14. 보리 첫 수확물을 레위기 23장에서는 "첫 단"이라 말하지만, 동시에 레위기 2:14에서는 "비쿠림"(첫 열매)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사실 "비쿠림"이라고 했든 말든 "첫 단"이라는 자체가 첫 수확물이라는 뜻이에요.
15. 그런데 보리의 경우만 첫 한단을 볶아서 제단에 바치고, 밀의 첫 수확물은 제단에 바치지 않습니다. 이 첫 밀은 보리와 성질이 달라 볶지 않는데, 누룩을 넣어 유교병을 만들어 제단에 태우지는 않고 성전[성막]에 봉헌합니다.
16. 참고로, 유교병은 제단에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으나, 봉헌물로는 가능합니다. 제단에는 무조건 무교병만 태워야 합니다.
17. 밀은 안 태우고 보리 첫 열매만을 제단에 태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보리와 밀이 곡식 추수기로 연결되어 있는데, 보리 추수의 시작과 더불어 밀에 이르는곡식 추수가 마무리 되기 때문입니다. 보리-밀의 첫 수확물인 보리만 제단에 바치면 되는 겁니다.
18. 그리고 밀그롬도 말하지만, 이 첫 곡식 수확물 제물은 백성을 대표해서 선발된 농민 한명이 밀/보리 한 단만 가져와 바치면 됩니다. 다른 농부들은 안 바쳐도 됩니다. 미드라시에 따르면, 각 농부들은 별도로 추수 감사의 봉헌물을 능력과 헌신의 정도에 따라 1/30에서 1/60까지 다양하게 바치면 되었습니다. 십일조와 별도입니다.
19. 구약에서는 보리 초실절과 밀의 초실절 둘 다를 지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중간기를 거쳐 굳어진 전통 속에서 현대의 유대인들은 보리 초실절은 안지키고 밀 초실절, 즉 오순절만 가장 큰 명절의 하나로 지킵니다.
20. 그도 그럴 것이 그날은 오순절이면서 가장 중요한 식량인 밀 수확이 시작되는 날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에게는 보리 초실절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날 예수님이 부활의 첫 열매로 살아나셨기 때문입니다.
21. 정리하자면, 무교절 첫날 다음날, 곧 1월 16일, 바로 이 날에 첫 곡식인 보리의 첫 수확물을 바칩니다. 따라서 이 날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보리의 초실절"인 것입니다.
<참고, 그러나 유대 분파 중에 소수파나 이디오피아 유대교, 일부 학자들은 "안식일 이튿날"을 달리 해석하면서, 날짜를 1월 16일로 보지 않고 다른 날짜를 말합니다. 하지만, 정통 유대교는 1월 16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22. 바울은 예수님이 우리의 부활의 첫 열매가 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예수님이 보리의 초실절에 부활하시어 첫 열매가 되었다고 해석됩니다.
23. 하지만, 일부에서 그것이 아니라고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보리의 초실절"에 부활했다는 근거가 없고, "밀의 초실절"과 연관성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24. 하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주장은 성경 본문 자체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이해부터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25. 복음서들에서 명백하게, 예수님이 "유월절 당일에 돌아가셨고" 이어서 다음날은 안식일로 무덤에 계신 다음, 안식후 첫날 부활하셨다고 너무나 명백하게 진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6. 그러면 너무나 단순하게 계산이 나옵니다.
사망(유월절)-무덤(안식일=무교절 첫날)-부활(안식일 다음날)
사망(1. 14일)-무덤(1.15일=무교절 첫날)-부활(1. 16=보리 초실절)
27. 결국 무덤에 계신 날은 14, 15, 16일 이렇게 총 3일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의 실제 기간은 만 3일에 한참 못미치고 정확히는 하루 반 밖에 안된다면서 "삼일낮, 삼일밤"을 무덤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과 안 맞다고 말합니다.
28. 아닙니다. 유대 날짜 계산법은 포괄 셈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날을 하루로 잡는 겁니다. 그래서 3일이 맞습니다. 그리고 "삼일낮, 삼일밤"도 단순히 3일에 대한 상투적 표현일 뿐입니다.
29. 특별히 예수님이 죽으신 해에는 무교절 첫날 절기 안식일과 정규 안식일이 겹쳤습니다. 그리고 보통 유월절-무교절 기간에 등장하는 정규 안식일은 "큰 안식일"이라 칭합니다.
30. 레위기 23:10-14의 보리 초실절에 이어 레위기 23:15-17에 밀 초실절(칠칠절=오순절=맥추절)이 규정됩니다. 보리 초실절인 1월 16일부터 49일을 헤아려 그 날을 칠칠절(7주간이 일곱번 지난 날)이라 칭하고, 신약에서는 이 날을 "오순절"로 칭합니다.
31. 도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 오순절도 "주일"(안식일 이튿날)이었음이 확실합니다. 저는 그래서 기독교가 부활과 오순절 성령 강림의 날을 주님의 날, 즉 주일로 지키는 것은 매우 타당한 전통이라 봅니다.
32. 또한 도표를 보시면, 예수님은 부활 후 "40일 동안" 지상에 계시다가 승천합니다. 그런데 계산해보면, 예수님의 승천일은 "안식일"이었음이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에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시어 안식일을 완성하신 거죠. 이 역시 부활의 날을 새로운 출발의 날, 그리스도와 더불어 영원한 안식이 시작되는 첫날로 삼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33. 이것은 사도행전 1:12에서 승천 당일 예수께서 승천한 감람원 산에서 예루살렘이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거리"라는 표현에서도 증거됩니다. 혹자는 이건 거리에 대한 표현이지 안식일이라는 뜻이 아니라고 말하나, 굳이 거리를 "안식일 여행길"로 적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거리 표시를 하지 않습니다.
34. 유일한 문제가 하나 남았습니다.
35. 바로 요한복음과의 충돌 문제입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체포되어 빌라도에게 재판 받은 날짜와 시간을 "유월절 준비일, 제6시"라고 말합니다. (요 18:28에서 관원들이 "새벽에" 빌라도에게 끌고갔기 때문에 이 6시는 로마식 시간 아침 6시가 분명함)
36. 이 경우 최후 만찬일도 유월절 전날이 됩니다. 즉 유월절 식사를 유월절이 아닌 유월절 전날에 하게 된 셈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관복음서들의 한결같은 증거와 완전히 어긋납니다.
37. 이 문제에 대해 결론만 정리해서 말씀드립니다.
1) 많은 사람이 요한복음의 "유월절 준비일"이라는 표현을 "유월절 전날"로 이해하는데, 이것은 오류입니다. 이것은 NIV의 번역대로 "유월절 기간의 (안식일) 준비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2) 흔하게 안식일 준비일을 단순히 "준비일"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모든 용례에서 항상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유월절의 준비일"은 "유월절의 안식일 준비일"이란 뜻이 명백합니다.
3) 무엇보다 "준비일"은 언제나 전문적으로 안식일 "준비일"을 의미하지, 그 어떤 경우도 유월절 준비일이나 다른 절기의 준비일을 뜻한 적이 없습니다.
4) 결국 이 날은 유월절 당일로서 안식일 준비일(전날)이 맞습니다.
5) 그러나 요한복음도 분명하게 죽으신 날만큼은 정확하게 "안식일 준비일"(토요일인 안식일 전날), 즉 금요일로서 유월절 당일이었다고 말합니다(요 19:31, 42).
즉, 십자가에 죽으신 날 만큼은 공관복음과 일치하게 명백히 금요일, 즉 유월절 당일인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기본적 사실 조차 모르고, 자꾸 목요일에 돌아가셨다고 주장을 하는 겁니다.
6)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한 차이는 유월절 만찬날과 빌라도 재판일입니다. 그게 "유월절 준비일"이라는 표현 때문에 유월절 전날인 1월 13일(목)이라는 주장인데, 그건 "유월절 안식일 준비일"로 보아야 한다는 거죠.
7) 만찬부터 죽음-부활, 승천과 성령강림까지 시간표에요.
1. 14. 유월절 저녁 최후의 만찬
1. 14. 유월절 밤에 체포되심
1. 14. 유월절인 다음날 아침 6시(로마시, 요한복음)-재판, 사형선고
1. 14. 유월절 아침 9시(유대시 3시) - 십자가에 못박히심
1. 14. 유월절 오전 12시(유대시 6시) 낮이 어두워지기 시작
1. 14. 유월절 오후 3시(유대시 9시) 예수님 사망
1. 15. 유월절 다음날(안식일) - 무덤에 계심
1. 16. 안식일 다음날(보리 초실절) 새벽 - 부활하심
2. 28. 40일 후 41일째인 안식일에 승천
3. 06. 49일 후 오순절에 성령강림
8.) 제가 요한복음에 대한 해석은 별도의 글로 정리해서 올리려 합니다. 이걸로도 어느 정도 충분하지만요. 특히 요한복음은 로마 시간법을 따랐던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 글을 읽고 혹시 질문 있으면 제가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 더 자세한 것은 절판되었지만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에 도표와 더불어 매우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혼자 공유하기를 하지 마시고, 더 많은 분들이 읽도록 공개 공유를 해주시면 고맙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