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야 안녕! 이번주도 편지 쓰러 와찌롱
여보야 없는 사회생활이 너무너무 느리게 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정신없이 후루룩 지나가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해. 여보야 보는 날이 빨리 다가오는 거니까! 아 나이 먹는 건 모르겠고 오빠만 보면 된다구 ㅋㅋ 오빠가 가고 난 뒤의 3월이 굼벵이 마냥 흘러가는가 싶더니 벌써 4월이 왔어요. 작년의 3월이랑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거 같아. 2023년의 3월은 뭘 해야할지 감이 안 와서 대충 하다 흘려보내서 그 뒤의 한해가 참 힘들었는데, 올해의 3월은 내 이것들을 어떻게든 뚜드려 고친다는 마음으로 남은 한해를 위해 조지느라 시간이 갔어 ㅋㅋㅋㅋ 만족스러운 3월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제대로 잡아야지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잡힌 거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차가 쌓일 수록 이렇게 3월 한 달이 점점 내 교육관으로 채워져 가겠지? 아무 기대 없이 들어선 교직이지만 나름대로의 재미는 생기는 거 같네.
작년과 또 다른 점! 특수 학생이 없다! 라고는 말하지만 조용한 ADHD가 하나 있는 거 같긴 해. 늦게 자서 학교에 와서 자는 건 기본이고, 글도 제대로 잘 못 쓰고, 자리 청소가 제일 심해. 아침에 가득 채워서 필통을 가지고 오면 학교 끝나고 나서는 필통 안에 아무 것도 없다? 그 안에 있던 게 걔 책상 바닥에 전부 굴러다녀. 아오 진짜 대환장 ㅋㅋㅋㅋ 그걸 그대로 두고 싶어도 옆자리, 앞자리까지 침범하니까 주변 애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오늘은 유성 사인펜 안에 들어있는 심을 빼서 가지고 놀다가 손이 새파래지고 잉크가 터져서 교실 바닥이 엉망이 됐어. 알코올로 지워지지도 않더라고 ㅋㅋ 하.. 유튜브에 마룻바닥 유성매직 지우는 법을 찾아보게 될 줄이야. 이 학생은 다음주쯤 어머니께 상담을 요청해야 할까봐요. 애 집중력이나 행동을 보면 확실히 다른 학생들에 비해 많이 심하고 다른 게 느껴져서 진지하게 연락드려야 할 것 같아. 작년에도 심했어서 작년 담임 선생님께서도 전화가 오셔서 말씀하실 정도니 말 다 했지 뭐. 나 스스로에게 아자아자 파이팅을 오늘도 외친댜.
오빠 가고 나서 오빠가 나오는 꿈을 여러 번 꿨다고 했잖아요. 어제(4월 1일)은 좀 심하게 꿨어. 이거 진짜 오빠랑 결혼하기 전까지는 이런 꿈 계속 꿀까 걱정이다 ㅋㅋㅋㅋ 오빠 보고 싶은 마음이 꿈속에 늘 안 좋게 드러난다고 했었잖아. 꿈은 반대라더니 어제 또 오빠랑 헤어지는 꿈 꿨잖아 어휴 ㅋㅋ 상사병이야 상사병.. 너무 좋아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꿈속의 나쁜 오빠로 나타나는 거 같애. 내용이 막장인 건 말할 것도 없고 꿈에서 너무 심하게 싸우고 소리지르고 울고 그러니까 그런 꿈을 꾸고 나면 피곤해. 그래도 와중에 웃긴 게 뭔지 알아? 오빠랑 싸우는 꿈속의 내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거야 ㅋㅋㅋㅋ 정신적으로 심하게 약했던 시절에 꾼 꿈은 꾸고 나서 그 감정 때문에 울기도 하고, 꿈속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꽉 막힌 것 마냥 가만히 있어야 했는데 이제는 나도 미친듯이 싸우고 있어. 물건 다 집어던지고 쌍욕하고 말 두다다 내뱉고 거의 깡패야. 이게 약간.. 학교에서의 성향이 변하면서 꿈에서도 반영되나봐. 웃겨 정말.. 됐으니까 그냥 오빠랑 데이트 하는 꿈이나 많이 꿨으면 좋겠다.
오빠랑 만난 게 이제 1600일을 넘어서서 4년 반이 되었는데 오래 흐른 시간만큼 나도, 오빠도 꽤나 변한 게 느껴질 때가 있어. 오빠는 약간.. 초반엔 겉으로만 다정한 느낌이 조금 있었거든? 다정한 로봇이라고 해야 하나..ㅋㅋ 그런 느낌. 물론 나랑 표현 방식이 달라서 내가 그렇게 느낀 거긴 해. 근데 요즘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다정함이 있어. 방식이 많이 바뀐 건 아닌데 그냥 나랑 같이 있을 때 바라봐주는 게 오히려 초반에 비해서 설레고 사랑이 느껴진다? 되게 신기해. 그.. 진짜 나를 키우는 병아리로 보는 느낌도 있고. ㅋㅋㅋㅋ 이거 뭐야, 진짜로 나를 새 키우듯이 생각하는 거 아니겠지 ㅡ.ㅡ 몰라 오빠가 나 사랑하면 됐다. 그리고 나도 좀 건강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거 같아. 전에는 퍼주고 무조건 사랑하고 연락 많이 하고 맨날 봐야 하고 그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오빠 일도 존중해주고 연락 안 되면 알아서 오겠지 싶은 생각이 들고 (아마 이건 오빠가 나한테 신뢰를 주려고 노력한 게 꾸준히 느껴져서 변한 거 같아.) 무조건적으로 오빠가 1순위였는데 이젠 내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근데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야. 신기하단 말이지.. 20대 극초반에 미성숙할 때 만나서 대학을 끝내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환경이 바뀌고.. 항상 시간이 후루룩 지나가버리는 느낌이 드는데 그 안에 오빠가 늘 옆에 함께 있었다는 게 난 참 좋아. 이제 나중에 전역하고 직장 생활에 다시 안정감을 찾기 시작하면 우리가 어떻게 변화할까 싶은 기대도 든다. 내 생각에 우린 늘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나쁘게 변하더라도 돌리면 되는 일이고, 오빠 같은 사람 옆에 있을 수 있다면 나도 늘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어.
너무 길게 쓰면 읽는 데 한참 걸릴까 싶어 여기까지만 쓸래 ㅋㅋ 인편도 읽어야 하고 손편지도 읽어야 하는데 바쁘겠군. 손편지는 훈련소에 있을 때 다 읽을 필요는 없으니까 천천히 읽어. 말 많은 여친 둬서 여러 의미로 고생인 우리 여보야 많이많이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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