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날씨를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 도요샛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
우주에도 날씨가 있을까? 지상에 바람, 비, 구름 등의 날씨 요소가 존재하듯이 우주에도 태양풍(Solar wind), 극우(Polar rain), 자기 구름(Magnetic cloud)이라고 불리는 자연현상이 존재한다. 지상에서의 날씨가 인간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주날씨도 통신 장애, 전력망 손상, 위성 오작동, 방사선 피폭 등 인간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학자들이 전기적으로 중성인 대기의 운동을 기술하는 동력학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것과 유사한 방정식을 우주날씨 연구자들도 풀어야 한다. 다만, 우주에서 물질은 전기적으로 양성인 이온과 음성인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에 있기 때문에 좀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지상에서는 날씨를 관측하기 위한 관측장비가 비교적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우주날씨는 아직 충분한 관측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날씨가 연구자들에게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태풍과 같은 큰 규모의 기상 현상도, 토네이도처럼 짧은 시간 동안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강풍 현상도 있다. 이처럼 우주날씨도 다양한 규모의 플라스마 현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우주에는 구름이 없어 우주날씨를 원격으로 관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여러 지점에 관측 장비를 놓고 우주날씨 요소를 측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위성만으로 우주날씨를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적인 이유 때문에 여러 위성을 이용한 동시 관측 자료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큐브 위성(CubeSat)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주날씨를 연구하기 위한 4기의 큐브 위성으로 구성된 도요샛(Scale MagNetospheric and Ionospheric Plasma Experiment, SNIPE)을 소개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서막
줄임말 ‘SNIPE’의 단어 뜻(‘도요새’)에 위성(SAT)의 음을 붙인 도요샛에서 채택한 큐브 위성 플랫폼은 스탠퍼드대학교의 밥 트윅스 교수와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의 조르디 푸이그 수아리 교수가 1999년 대학원생 교육을 목적으로 고안한 공동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초창기 큐브 위성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위성에서 쓰이는 전자부품이 저전력·소형화되면서 큐브 위성은 빠른 성장을 거듭했고, 2021년까지 약 1,600여 기가 발사되었다. 반도체의 발달로 위성 부품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향상되었다. 고가의 대형 위성에서는 이미 검증된 부품만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최신 기술 도입이 느린 반면, 저비용으로 개발되는 큐브 위성에서는 혁신적인 위성 부품이 속속 개발 및 적용되고 있다.
큐브 위성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또 다른 요인은 표준화와 개방성에 있다. 큐브 위성은 1U(10 × 10 × 10 cm의 크기 단위)로 규격화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호환성이 뛰어나다. 또한, 많은 소프트웨어가 공개되어 있어 시장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이 덕분에 기업들이 보다 쉽게 우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많은 우주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 큐브 위성은 우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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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자기권과 상호작용하는 태양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Mary Pat Hrybyk-Keith /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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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다재다능한 도요샛
도요샛은 크기가 10 × 20 × 30 cm(6U)이고, 무게는 10 kg 정도 되는 그야말로 작은 나노급 위성이다. 그렇지만 위성으로서 갖추어야 할 다양한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낮 구간에서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태양을 지향하고, 극지역에서는 과학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자검출기를 지구 자기장 방향과 나란히 일치시키는 자세 제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3축 자세 제어 알고리즘이 탑재되었으며, 자세 제어 정밀도는 1도 이내로 설계되었다.
도요샛은 전개형 태양 전지판을 통해서 44 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40 Wh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다. 지상과의 통신 링크(link)는 3개가 마련되었다. 먼저 명령 전송 및 텔리메트리 수신을 위한 극초단파(UHF) 통신이 있고, 데이터 수신과 UHF 통신이 안 될 때 대체할 수 있는 S-밴드 송수신 모듈이 장착되었다. 지상국과의 접속 기간이 아니어도 위성의 간단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이리디움(IRIDIUM) 통신 모듈도 탑재되었다. 편대 비행을 위한 추력기는 냉 가스 추력기(cold gas thruster)를 사용하며, 20 mN의 추력을 발생하여 궤도를 변경할 수 있다. 비행 소프트웨어는 NASA에서 개발한 CFS(Core Flight Software) 아키텍처를 이용하여 개발했다. 도요샛 위성 본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협력으로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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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도요샛의 외부 형상 (우) 도요샛의 과학 탑재체 형상. 1U(10 × 10 × 10 cm) 크기 안에 정밀 관측기가 탑재되었다 (천문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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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날씨 과학임무 탑재체
도요샛의 과학임무인 근지구 우주날씨를 관측하기 위해 세 종류의 주요 탑재체와 두 종의 시험 탑재체가 개발되어 4기의 위성에 동일하게 탑재되었다. 주요 탑재체는 지구 자기장을 따라 침투하는 고에너지 전자를 관측하기 위한 고에너지 입자 검출기(Solid State Telescope, SST), 위성 운영 고도의 전리권 전자 밀도와 전자 온도를 관측하기 위한 랭뮤어 탐침(Langmuir Probe, LP)과 우주 플라스마에 의해 생성되는 전류를 관측하는 자력계(Mag)로 구성된다. 시험 탑재체로 개발된 감마선 모니터(GRM)는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리디움 통신 모듈은 이리디움 통신위성을 이용하여 위성과 지상국 간의 상시 통신 링크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위성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자기 폭풍 발생 시에는 탑재체 운용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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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대 편대 비행을 이용한 지구 관측. 동일 지역의 시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천문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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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대 비행하는 도요샛
도요샛 4기 위성은 2023년 상반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로 발사될 예정이다. 도요샛의 가장 큰 특징은 나노급 위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편대 비행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위성이 처음 발사체에서 분리되었을 때, 4기의 도요샛은 별도의 궤도 제어 없이 초기 속도 차이에 의해 간격이 벌어질 것이다. 초기 운용 기간을 1개월로 가정하면 대략 수백에서 수천 km까지 위성 간의 간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기 운용 기간이 끝나면 다음 3개월 동안은 추력기를 이용하여 위성 4기를 10 km 이내의 거리로 모으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때 각 위성은 같은 궤도평면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종대 편대 비행(Along track formation flying)이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각 위성은 1초에서 200초의 시간 간격을 가지고 동일한 플라스마 구조를 통과하게 되며, 다양한 규모의 시간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종대 편대 비행이 완료된 후 4기 도요샛 위성은 횡대 편대 비행(Cross track formation flying)을 시작한다. 횡대 편대 비행은 경도상에서 서로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단일 플라스마 구조를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횡대 편대 비행 기간에는 위성의 거리가 종대로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궤도 제어에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횡대 편대 비행 임무가 종료되면 위성의 연료가 모두 소진되고, 더 이상 편대 비행을 할 수 없다. 그때부터 위성들은 각자 자유롭게 위치를 바꾸며 비행하며, 여전히 우주날씨의 미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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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력기를 이용하여 궤도를 제어하는 도요샛 위성 상상도(천문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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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위성 도요샛 개발의 의미
도요샛의 과학임무는 1,000 km 고도 이하의 전리권에서 우주날씨를 만드는 우주 플라스마의 미세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다. 도요샛이 추구하는 연구 주제는 고에너지 전자의 국소 영역 침투, 중위도 플라스마 밀도 골, 전리층 플라스마 밀도 이상과 거품 현상, 극 지역 플라스마 밀도 급상승, 오로라 지역의 자기장 평행 전류, 전자기 이온 공명(EMIC) 파동 등이 있다. 이들은 우주 공간에서 국지적인 변화를 보이며 시간적으로 빨리 변하기 때문에 단일 위성을 이용하면 시간적·공간적 변화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도요샛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편대 비행 기술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종대 편대 비행을 이용하면 시간적 변화를, 횡대 편대 비행을 이용하면 공간적인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편대 비행 기술은 우주날씨를 연구하는 데만 이용되지 않는다. 만일 우주날씨 관측 탑재체 대신 광학 카메라를 탑재하여 지구를 본다면 종대 편대 비행을 이용하여 동일 지역의 시간적 변화를 알 수 있고, 횡대 편대 비행을 이용하면 넓은 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비용 큐브 위성을 다수 발사한다면 재난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해상에서 선박이 사고를 당하거나 기름이 유출되었을 경우 혹은 산불이 발생했을 때, 넓은 지역의 상황 변화를 쉽게 파악하여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또한 상업적·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우주 부품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큐브 위성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