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발거름 소리
김민술
산 넘어서 다리 아프게 서둘러 무디게 날게 접고 걸어서 또박또박 힘들게 넘어온다. 올해 계묘년 토끼해다. 걸쭉한 귀 세우고 길목에 밀착해서 다시 들어봐도 표현은 달라도 마찬가지 봄이 어구적 거리며 느긋이 뒤 돌아보며 한발씩 당기어 온다.
속담 두어 개 푸념해볼까,,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마실갔는데 얼어 죽었다고 한다. 얼마나 강탈이었으면 그랬을까? 그래도 대한 추위는 꾸어다라도 한다는데 요즘 날씨가 많이 풀어졌다. 북극 따스한 공기 밀려 내려와 20일 대한이 한물간 것 같다. 봄이 오는 길목에 훈풍이 불어주면 봄 오는 길이 살갑지 않을까, 새벽에 몸 풀러 신성 공원 가는데 나무계단에 빗방울이 그리고 싸라기눈도 히긋히긋 내렸다. 싸락눈은 빗방울이 갑자기 찬바람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을 말한다. 역시 새봄은 어설프다. 아침 찬바람이 을씨년스럽고 옷매무세 매만지는데 얕고 두텁고 스타일 꾸미는데 고민이다. 게다가 찬바람이 가슴팍 파고들면 닭살 돕고 어정쩡 갈피를 못 잡는다.
오후에 삼천 천에 오랜만에 들렸다. 방독에 이지메가 쑥바구니에 달래랑 쑥은 아직 이고 냉이랑 생명이 파릇파릇 튕기고 있었다. 천변 가장자리 두텁게 얼음장 밑으로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봄이 오는 발걸음 소리에 합창하고 춤을 추니 버들강아지도 한몫하려고 솜털이 슬그머니 부풀린다. 깜작 놀란 봄이 거뜨럭 거리며 뽐내는 게 의기양양하다 못해 호기롭다.
봄도 사람같이 발이 있어 천천히 고부랑 할머니처럼 산을 넘어온다네, 새봄도 버들강아지도 서로도와 봄을 재촉하고 특별히 편익을 주므로 피차간 은혜를 호혜롭게 알콩달콩 봄을 즐기며 산다. 옷은 아직도 겨울옷이고 그래도 발걸음은 앞뒤로 흔들거리며 아장거린다. 착시인지 내 눈에 벚꽃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었다 가물거리며 사라진다. 봄은 예행연습도 간드러지게 멋지다. 운동 마치고 꽃밭정이 5단지 자락 길섶에 파릇파릇 풀잎이 꽃보라처럼 날개를 접어두고 은은히, 내 마음에 닿아왔다.
(20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