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를
하다(제1일)
그동안 지리산
종주에 대한 생각은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실행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초순 옛 동료들과 지리산 종주 계획을 짜놓고
“장터목대피소”를 비롯하여 몇몇 대피소에 숙박신청을 하였더니 자리가 나지 않아 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이번
길벗산악회의 산행계획을 보고 용기를 내어 신청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내 나이도 있고 해서 신청을 하면서도 산악회 회원들에게 심려를 끼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청을 하고 나서부터 거의 매일 계양산을 올랐었습니다. 그게 이번 지리산 종주에 큰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지리산 종주 코스를 무사히 완주하게 되어 정말로 기뻤습니다. 길벗산악회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9월 12일
11시경 인천을 출발한 버스가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13일 새벽 4시 30분경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성삼재도 1100m가 넘는 고산지대라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버스에서 내린 일행들이 산행을 위한 차비에 부산하였다. 4시 40분경
인솔자의 출발 신호에 따라 일행들이 장비를 갖추고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였다. 나도 일행의 뒤를 부지런히 따랐다. 보름이 지나 이지러진 달빛이
주변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 앉혔다. 게다가 저마다 밝혀든 손전등 불빛이 새벽 그림자를 어지러이 휘졌고 갔다. 사방이 그림자에 갇혀 있어 방향감도
없이 손전등이 밝혀주는 길을 따라, 일행들의 뒤를 부지런히 좇아가야 했다.
화엄사
갈림길에서 포장도로가 끝나고 석경(石逕)의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5시 20분에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였다. 어둠 때문에 노고단 일대를 둘러보지 못하였다.
산속의 맑은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산길을 걷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내가 1400m가 넘는 고지의 새벽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노고단 고개를
출발하고 20여분 후에 숲에 가렸던 하늘이 트이자 여명(黎明)의 동녘 하늘이 검붉게 타오르는 환상적인 광경이 나타났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환성을 질렀다. “아, 붉게 타오르는 여명의 동녘하늘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405639541ED87D05)
노고단고개에서 20여분 지나자 이렇게 여명이 동녘 하늘을 밝혔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3D23A541ED8B006)
돼지령
![](https://t1.daumcdn.net/cfile/blog/2637D439541ED8891A)
돼지령
]
운해(雲海)
순식간에
사위(四圍)의 어둠이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오른 쪽의 숲이 시야를 터준 저 멀리 망망대해(忙忙大海)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처럼 운해(雲海)
위로 산봉우리들이 솟아있었다. 이런 멋진 광경을 사진이나 그림으로는 보았지만 내 눈으로 이런 광경을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올라 가는 길을 멈춰서 보고 또 보았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2E1339541ED88E33)
6시
25분경에 임걸령에 도착하였다. 임걸령에서 천왕봉 방향의 우측은 피아골로 좌측은 대소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임걸령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았다. 여기에서도 조금 전에 보았던 운해와 운해 위로 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어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운해와 운해 위로 솟은 산봉우리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주능선에서 벋어나간 가지능선들과 그 사이를 넉넉하게
흘러내린 골짜기들의 웅장한 광경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그 기쁨을 주체할 길 없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34D839541ED89422)
임걸령
7시 05분에
노루목에 도착하였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왕복하면 1시간이 소요되는데, 여기서 반야봉을 올라갔다가 올 사람들과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삼도봉으로 가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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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우측으로 계속 진행하면 삼도봉이
나온다.
7시45분에
우리는 반야봉을 올랐다. 가파른 돌길이었다. 힘들게 오르는 우리를 위로라도 하려는 듯 길섶의 예쁜 가을꽃들이 방긋방긋 웃어주었다. 힘들었지만
참으로 잘 올랐다. 해발 1732m의 반야봉! 지금까지 능선을 타면서 언뜻언뜻 보고 느꼈던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환하게 열린 천지의
중앙에 선 기분이었고, 모든 광경이 손에 잡힐 듯 더욱 선명하고, 한 눈으로 굽어보는 모든 것들이 내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반야봉
정상에서바라보이는 운해와 산봉우리들의 어울림은 천하일품이었다. 사방으로 끝없이 벋어나간 산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온갖 사연들이 그
갈피갈피에서 역사를 엮어냈고 또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환상적인 경관을 놓고 하산하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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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에 오르는 길섶의
쑥부정이 꽃 반야봉 표지석
![](https://t1.daumcdn.net/cfile/blog/2653BB37541EDC2502)
반야봉에서 바라본 운해
![](https://t1.daumcdn.net/cfile/blog/223E9E37541EDC2B21)
반야봉
![](https://t1.daumcdn.net/cfile/blog/2555743C541EDCC601)
반야봉
8시40분경에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이곳이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지점이라 한다.
삼도봉의
청동푯말이 등산객들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삼도봉 부근은
반달곰 출현지역이라고 한다. 이렇게 단체로 이동할 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혼자 지리산을 종주한다면 각별히 유의하여야 할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794938541F6DB81E)
삼도봉
표지
![](https://t1.daumcdn.net/cfile/blog/23303239541F6EF008)
삼도봉을
출발하여 조금 가다가 화계재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났다. 꽤 긴 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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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로 내려가기 직전은 긴 나무
계단
9시
10분경에 화계재를 지났다. 화개재에서 “반선”이란 푯말 방향은 지리산 3대 계곡의 하나인 뱀사골로 이어지는 산행코스이다. 뱀사골은 맑은 물과
아름다운 소(沼)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왼쪽 뱀사골로 내려가는 길을 보면서 연하천대피소를 향하여 토끼봉을 올랐다. 연하천대피소까지의 거리는
4.2km이다. 점심식사를 연하천대피소에서 하기로 하였었다. 토끼봉까지 50여분 남짓 산길을 숨차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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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
10:00시경에
토끼봉을 넘었다. 산봉우리를 비껴 산허리를 돌기도 하고 몇 개의 봉우리들을 지루하게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내리막길의 계단이 놓여 있는 곳에 이르니
연하천 대피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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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
11시
25분경에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연하천대피소의 물이 엄청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우리가 제일 늦게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연하천대피소에서 출발하는 것도 가장 후미가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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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260D4D3B541F72592B)
연하천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다
12시에
연하천대피소에서 출발하였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세석대피소까지 9.3km가 남았는데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였다. 출발지점에서는 길이
평탄하더니 이내 험로로 바뀌었다.
12시
33분경에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천왕봉과 능선 위에 벽소령대피소가 보였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24A14C541F75BB1E)
천왕봉이 구름 속에
잠겼다 멀리 산허리에
벽소령대피소가 보인다.
13시
5분경에 형재바위를 만났다. 큰 바위와 바위어께에 얹어놓은 소나무가 길을 멈추게 하였다. 파란 하늘에 조각배처럼 떠있는 흰 구름, 바위의 어깨에
올라앉은 한그루의 소나무가 그 구름을 잡으려고 손을 벌리고 있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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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바위
벽소령대피소에
13시 45분에 도착하였다. 벽소령대피소에서 2시 이후에는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을 봉쇄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벽소령에서 10여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출발하였다. 벽소령을 출발하자 돌밭길이 시작되었다. 걷기가 불편하였다. 그러나 선비샘까지는 대체로 평탄한 길이 계속되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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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에
도착하여 벽소령대피소 직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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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
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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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의 안내문 벽소령대피소 남쪽의 깊은
계곡
14시
55분에 선비샘에 도착하여 목을 축이고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였다. 한바가지 가득 마셨더니 속이 시원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걷는데 지쳐
선비샘의 사연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지나쳤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2BFF3D541F8AC31A)
선비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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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샘 유래
15시
40분에 망바위에 도착하여 또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이곳에서 천왕봉을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곳이라 하여 망바위인가? 천왕봉도
뚜렷이 바라보인다. 천왕봉 방향 우측에 대성골이라 추측되는 깊고 큰 계곡이 흘러내리고 있다. 지리산이 얼마나 장대한 산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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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바위에서 천왕봉을 안내하는 간판
대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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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16시
05분에 칠선봉에 도착하였다. 칠선봉에서 영신봉까지는 오르고 오르는 난코스로 기억된다. 높은 계단이 끝없이 이어지고 계단이 끝나고도 숨차게
오르고 또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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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봉
16시55분에
영신봉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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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봉
17시08분에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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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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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
. 오늘 목적지에
도착한 것에 대한 안도 때문인가, 세석대피소에 도착하니 피로가 극도에 이르러 꼼짝하기도 싫었다. 일행이 저녁밥 짓는 것을 도와주지도 못하였고,
해놓은 밥 먹는 것조차 귀찮았다. 수십 년 만에 가장 먼 거리를, 그리고 가장 오랜 시간을 걸었다. 종주를 하면서 조금씩 쉬어가기도 하였지만
13시간 가까이 험한 산길을 힘겹게 오르고 내리면서 걸었으니 몸이 녹초가 되었었다. 내일 나머지 산행이 걱정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대피소
주위를 조금씩 걸어보았다.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오늘 가장 힘든 장거리 산행을 하였으니, 오늘 나머지 시간은 내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산행을 위한 준비와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체조로 몸을 부드럽게 하려고 하였다. 온 몸이 굳어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굽히고 펴고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근육을 풀었더니 한결 몸이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고 잠을 청하였다.
첫댓글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좋은 산행기 올려주셔서 감사하구요 함께 해서 저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