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민족은 옛부터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있다. 제사에는 직계 4대 조상을 모시는 기제사(忌祭祀), 명절이나 절기에 드리는 차례 (茶禮), 그리고 모든 직계 조상님들의 묘소를 찾는 시제(時祭)가 있다. 이런 제사가 끝나면 참석하였던 사람들이 둘러앉아 제상에 올랐던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것을 음복이라 한다. 특히 기제사나 차례를 끝내고 먹는 음복에는, 제상에 올랐던 나물 등을 밥에 비벼, 제사밥을 먹는다. 이 제사밥을 제사가 없는 날, 제사 음식처럼 차려 먹는 것을 헛제사밥이라고 한다. 유교의 고장 안동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잘 보여주는 향토음식이다.
헛제사밥은 그 유래가 제사 음식이기 때문에, 음복상에서의 모습 그대로이다. 제사에 사용되는, 각종 나물(고사리,도라지,무,콩나물,시금치,가지,토란 등) 한 대접과 각종 전(煎,명태전,두부전 등)과 적(炙,어물과 육류를 꼬지에 끼워 익혀낸 산적)이 한 접시 나온다. 또 탕(湯-주로 쇠고기에 무와 두부가 들어간 육탕)과 깨소금 간장 종지 그리고 밥 한 그릇이 나온다. 이렇게 설명하니 무슨 비빔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혹자는 경상도식 비빔밥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편하고, 종교적·문화적 이질감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헛제사밥은 헛투로 만든 제사 음식이다. 악의 없는 거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문화적 이질감이 없이 편하게 유교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헛제사밥의 가장 중요한 설명은 먹는 법이다. 고추장을 넣지 않고, 깨소금 간장으로 간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제사밥이니까 당연히 그러해야하고 제 맛이 난다. 특히 상어와 고등어, 쇠고기 산적이 별미이며, 오래 끓인 탕은 맛이 담백하고 깊어 제사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건진국수는 안동 사람들이 여름철에 흔히 먹던 손칼국수를 말한다. 국수를 삶아 찬물에 건져낸다 하여 건진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안동 사투리로 건진국시라 하며 찰진 면발과 시원한 멸치 국물이 어우러진 별미이다. 조밥과 함께 푸성귀로 쌈을 즐기면, 무더위 아래 노고를 시원하게 풀 수 있다. 생각해보면 한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한나절 농사일을 하고 나서 마시는 농주 한잔의 맛은 농사꾼만의 것이요 땀흘려 일하는 자들의 몫일 것이다. 더하여, 아낙이 이고 온 새참에 건진국시 한 사발과 풋고추와 상추쌈이 있다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건진국시는 여름철 음식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푸성귀와 어우러져, 새참으로 내기가 편리하다.
※ 만드는 방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먼저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넣어 반죽한다. 2. 그리고 암반에다 홍두깨로 얇고 가늘게 밀어 채친 후 삶아, 찬물에 헹구어 둔다. 3. 국물은 멸치국물을 끓여 차게 식혀 소금간을 한다. 4. 국수를 찬 국물에 넣고 각종 고명을 얹어 유기에 내고, 5. 조밥과 푸성귀(주로 상추) 그리고 된장 한 종지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예전에는 낙동강에서 잡히는 은어를 달인 국물에 국수를 말았으나, 지금은 은어가 귀하여 멸치국물로 맛을 낸다. 밀가루와 콩가루로 만든 면발과 소고기, 호박, 지단, 김, 깨소금, 실고추가 재료로 들어갈 뿐인데 그처럼 시원할 수가 없다.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일식을 권하고 싶다. |
바다와 꽤 떨어져 있는 안동에서, 생선은 무척 귀한 산물이었다. 이동수단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바다인 강구, 축산, 후포 등으로부터 고등어를 가져오자면 통상 1박 2일이 걸렸다. 강구에서 새벽 5-6시쯤 출발하면 날이 어두워져서야 황장재 넘어 신촌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 밤을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에 다시 출발하여 진보나 임동면 챗거리에 가서야 고등어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틀이나 걸리는 이동시간으로 인해 고등어가 상하기 쉽게 때문에 고등어의 장기간 보존을 위해서는 소금이 필수적이었다. 소금간을 하는 것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먼저 고등어를 잡자마자 즉석에서 배를 따고 간을 하는 형태가 있고, 두 번째로는 포구에 도착하여 간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소비지역까지 운반하여 간을 하는 형태 등이다. 이 중 안동간고등어는 세 번째 방법을 택했다. 생선은 본래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인데, 영덕에서 임동면 채거리까지 하루가 넘게 걸리며 오다 보면 얼추 상하기 직전이 되며, 이 때 소금간을 하게 되면 가장 맛있는 간고등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안동간고등어의 맛의 비결은 자연 지리적 조건이 안동주민에게 안겨준 선물일 지도 모른다.
바다 생선은 15% 안팎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데 고등어의 단백질 함유량은 무려 20%로 쇠고기와 거의 같다. 항간에 “고등어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를 보면, 고등어의 기름은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는 불포화 지방산인데, 그 가운데도 DHA와 EPA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DHA는 사람의 뇌를 구성하는 물질이며, EPA는 뇌의 모세혈관에 산소를 공급하는 물질이다. 이는 혈액의 찌꺼기가 뭉치는 것을 막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도와서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줌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최고의 식품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등의 성인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야채에서는 좀처럼 섭취하기 어려운 비타민A와 B2도 들어있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