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영화 '슈렉2'에서 살인청부업자 '장화신은 고양이'는 그야말로 포털사이트,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연에 머물렀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영화가 개봉되자 주인공 슈렉보다 더 인기있는 캐릭터로 우뚝 섰다.
굳이 그 비결을 말하라면 반지의 제왕에서 '마이 프레서스'를 외쳤던 골룸에 못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의 얼굴 표정이 꼽힌다. 살인청부 임무를 수행할 때는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고 조그마한 몸으로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여 상대방을 공격하지만 정작 자신이 위급할 때는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듯 가엾은 표정을 지으면서 동정심을 유발한다.
써클렌즈를 낀 듯한 장화신은 고양이의 표정은 후속작이 전편을 능가하기 힘들다는 속설을 비웃듯 '슈렉2'가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흥행작이 되는데 충분한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장화신은 고양이의 털 한올한올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고양이의 털을 시각적으로 충분히 구현해냈다.
3D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2D 애니메이션에 비해 질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슈렉2'가 거둔 쾌거는 3D 애니메이션을 2D만큼이나 섬세히 묘사했다는데 있다.
이런 시각적인 부분은 IT기술을 통해 가능했다. '슈렉2'에는 어떤 IT기술들이 녹아 있는 걸까?
◆ 애니메이션 '슈렉2' 데이터, 미국 국회도서관과 맞먹어
애니메이션 '슈렉2'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20테라바이트라는 천문학적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1 테라바이트(TB)는 2의 10승(1,024) 기가바이트(GB)로 2의 40승 바이트(1TB=2^10GB, 1GB=2^10MB, 1MB=2^10KB, 1KB=2^10B)에 해당한다. 슈렉에 사용된 데이터는 미국 최대 도서관인 국회도서관에 내장된 책의 내용물에 맞먹을 정도로 대용량이다.
좀더 피부에 다가오는 사례를 들자면 집 근처 비디오 대여점에 있는 비디오들의 전체 용량이 대략 8테라바이트쯤 된다. 슈렉의 데이터는 비디오 대여점의 전체 데이터의 2.5배에 해당되는 분량이다.
애니메이션을 좀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각종 프로그램의 명령어만 400만 줄이 넘는다고 하니, 이제 손맛을 중요시했던 애니메이션에 컴퓨터 양념은 이젠 필수품이 됐다.
물론, 이 데이터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슈렉2'의 데이터가 아니라, '슈렉2'를 제작할 때 사용된 용량이다.
◆ 애니메이션 '슈렉2', 이전과는 달라졌다
3D 애니메이션의 해결과제로 손꼽혔던 것은 질감과 거리감이다.
3년전보다 향상된 IT기술과 결합한 '슈렉2'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갈증을 덜어주는 각종 효과들을 도입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사실에 못지않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슈렉1'과 '슈렉2'의 슈렉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슈렉1의 인간이였던 '파과드 영주'와 슈렉2의 피오나 공주와 결혼하려는 음모를 세웠던 '차밍왕자'를 비교해보면 피부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은 3D 애니메이션이 갖고있는 차가운 느낌을 2D 애니메이션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처리해주는 렌더링(Rendering)이다.
'슈렉2' 제작진은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반투명하고 연하게 보여줌으로써 탄력있는 피부를 표현하는 서브서피스 스캐터링(sub-surface scattering) 기술을 구현했다. 슈렉의 등장인물이 1편보다 2편에서 더 인간다워진 것이다.
인물의 경우, 피부 뿐만 아니라, 옷차림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실제 옷감이 인체의 움직임에 반응토록 했는데 여기에도 렌더링 기술을 적용했다. 렉-피오나 커플이 겁나먼 왕국 시내에 들어올 때의 청중과 결혼식을 앞두고 많은 청중들이 모여드는 장면에 사용됐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별개의 존재로 표현되고 각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움직임을 가질 수 있도록 컴퓨터로 명령한 것. 이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엄청난 규모의 오크족들이 쳐들어 올 때 컴퓨터로 탄생된 오크족들이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움직였던 것과 흡사하다.
슈렉의 친한 친구인 '수다쟁이' 동키의 목소리에도 IT기술이 숨겨져 있다.
말재간꾼인 영화배우 에디 머피일지라도 동키의 지칠 줄 모르는 수다와 기괴한 목소리를 쫓아가기는 버거운 일이다. 여기에 기괴한 목소리도 IT기술과 접목시킴으로써 가능했다.
슈렉2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파트너인 HP측은 "세계 곳곳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하는 프로듀서, 감독,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가상 스튜디오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스토리 보드, 컨텐츠, 창의적 아이디어 및 기타 중요한 제작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었다"면서 IT가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한 몫 을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