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임병식 rbs1144@daum.net
사람과 침판지는 염기서열이 99퍼센트 일치한다고 한다. 단지 1퍼센트가 다른데 그것은 생태 환경적 요인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과학적인 잣대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해석을 해본다. 그것은 동물적인 행위에서 나아가 사색의 영역을 넓혀간 때문이 아닐까.
사람은 성행위를 아무 때나 하되, 자식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침팬지는 새끼가 성행위에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물어 죽인다고 한다. 미워서가 아니라 오직 자기 성행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암컷은 다르다고 한다. 어떻게든 새끼를 지키고 보호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암컷은 비상한 수단을 강구하게 되었단다. 뭐냐 하면 여러 수컷과 무작위로 교미를 함으로써 아비 수컷으로 하여금 ‘ 새끼가 자기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기발한 방책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암컷이 다소 난잡하게 문란한 성행위를 한다고 해서 대놓고 나무랄 일은 아니지 않는가 한다.
자연 상태에서 사는 침팬지 영상물을 보면 녀석들은 제법 사람처럼 사색을 하는 자세를 취하는 걸 볼 수 있다. 대개 그리 하는 때는 먹이를 먹고 난 후나 성교 후에 그런 행동을 한다. 그렇지만 특별히 무슨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깟 것이 생각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그저 눈앞에 닥친 생존문제를 고민한다면 몰라도.
그렇지만 해외토픽을 보면 깜짝 놀랄 일도 벌어진다. 어떤 침팬지는 눈앞에다 엔젤을 놓고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다. 그런 일련의 행위를 보며 어찌 눈을 사려감고 있다고 하여 사색을 한다고 할 것이며, 아무렇게나 그어대는 것을 보고 그림이라 할 것인가.
그런 신비성으로 말하면 여우의 예도 있다. 사자성어 중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 있는데, 이것은 여우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어느 날 죽은 여우가 머리를 구릉 쪽으로 둔 모양이다. 그것을 본이들이 신기 해 하여 전한 것인데, 어쩌다 한번 그리했겠지, 항용 그러할 것인가.
그런데 사람이 유인원과 갈라진 것은 바뀐 생활이외도 또 다른 사색의 영역이 있지 않는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그리움과 나눔의 인정.' 이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오직 느끼고 가슴으로 감흥 하는 대상의 것이다. 나는 이것을 최근에 실제로 실감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수필선집을 상재하면서 고향에서 고향지킴이로 사는 두 후배에게 책을 보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답례품이 온 것이다.
두 사람 중 한 후배는 자기가 키우는 벌통에서 화분과 꿀을 생산하여 보내오고, 다른 후배는 손수 가꾼 농원에서 다래와 하늘마를 수확하여 보내왔다. 거기다가 상사 속에 작은 호박 두 덩이까지 넣어 보내어서 진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꿀을 보낸 후배는 젊었을 적 내가 사는 시청에서 과장을 지낸 사람인데 퇴직 후 순천에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고향집에다 벌통을 놓아둔 모양이었다. 그곳은 밀원이 풍부한 곳이다. 주변에 과수가 많고 산이 깊어서 야생화가 많이 핀다. 다른 후배는 고향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번갈이 선물을 주니 고맙기 짝이 없다.
나는 그것들을 받고서 새삼스럽게 그리움과 인정을 생각했다.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늘 목말라하는 것이 그 부분인데 나는 얼마나 큰 대접을 받은 것인가. 그런 점을 생각하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런 것이 다 글속에 녹아들어 그것을 읽은 후배들이 그 공유한 고향정서에 공감한 나머지 성의를 표한 것이 아닌가 한다.
늘그막에 그리움의 근원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인정을 느낀 것이 나로서는 참으로 큰 선물이고 가슴에 새기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2023)
첫댓글 어떤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보려면 그와 친한 지인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늘마와 꿀을 보내온 분들의 훈훈한 인정이 곧 선생님의 인정이지요
그리움과 인정은 기나긴 인생사의 믿음직한 벗이자 동반자가 아닐는지요
두 사람의 후배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낸 수필선집을 보내주었더니 답례를 했네요.
고마운 마음으로 받기는 했지만 과분한 것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