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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 글은 아라님한테서 허락도없이 퍼온 글입니다.
제가보기에는 정맥을 제일 잘 느끼신것같아서 마지막으로 아라님의 여태까지의 글을 올려봅니다.
저작권 침해라고 고소해도 난 몰라. ㅎㅎㅎ
우리 국토의 맥을 따라 걷는다는 정맥팀을 따라 나섰다. 말로만 듣던 대단한 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데, 지난 주에 완주한 지리산 무박산행이 용기를 더 해 주었다. 별무리없이 다녀왔으니, 이번에도 체력적으로 큰무리없이 따라 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2년 3개월여에 걸친 장장한 코스로 현재 진행중이라고 하고, 한북에 이어 한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정맥코스는 2008년 1월을 기점으로 금북정맥으로 그 맥을 이어간다고 한다. 산을 탄다는 진정한 산꾼들이 움직인다는, 이 땅의 맥을 두 발로 짚으며 온몸으로 조국의 산하를 느끼며 알아간다는 멋진 팀에 감히 첫발을 내딛는 감회가 벅차게 다가왔다.
국토순례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숨쉬고 있는 이 산하에 대한 애정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옴을 느꼈다.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라는 칠장산 칠장사에 이르러 단체사진을 찍고 서둘러 오르기 시작한 얼마쯤, 한남정맥 종주 기념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12월에 완주를 끝내고 기념으로 걸어둔 모양이다. 한남정맥을 함께 했던 분들은 그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신다.
조릿대가 무성한 사잇길로 이어진 산길은 처음부터 눈과 얼음으로 빙판을 이루어 미끄럽기 짝이 없다. 아침에 서두르다 스틱을 두고 왔고, 아이젠도 끼우기 귀찮아 참을 만큼 참아보자고 그냥 올랐더니, 에너지 소비가 몇 배 더하는 것 같다. 아이젠 없느냐고 있으면 끼우라고 보는 사람마다 걱정을 하길래 한 시간여을 오르다, 잠시 숨돌리는 짬에 아이젠을 끼우고 걸으니 훨씬 수월하고 길이 편안하다. 가파르고 험준하진 않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 오르고 나면 내리고, 가파르게 미끄러지듯 내리고 나면 숨이 턱에 닿도록 가파른 고개를 넘어서야 한다.
크든 작든 높든 낮든 어떤 봉우리도 목표가 될 수 없는 길이다. 산방의 고참님께서, 이 길은 해가 지면 지는 해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해가 있는 한은 계속 걸어야 하는 길이라고, 어떤 때는 무박으로도 걸었고, 10시간을 넘게 걸어야 했던 길이라고도 하신다. 넘고 넘어서 걷고 걸어서 가는 거야 쭈욱 ~ 고참님의 말씀을 농담처럼 주고 받으며 걷는 길이 참으로 잠시의 휴식도 없다. 산정에 올라 숨을 몰아쉬기도 전에 길은 계속된다. 3시간을 넘어서서야 기인 능선에다 간이 자리를 펴고 추위로 곱아진 손으로 젓가락질을 겨우 하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어쩌면 여기까지 한번도 쉬지 않을 수 있느냐고 누군가 고운 불평을 한다. 오늘은 일정이 빡빡해서 결코 쉴 틈이 없단다. 18km에 예정된 시간은 6시간 30분이지만, 미끄러운 눈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더 걸릴거라고 하더니, 무려 8시간이 소요되었다. 산행예정 시간은 늘 한 두시간이 더 넘어서는데, 상황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산행대장님의 보폭이 제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초보수준이 아닌 상급자 수준으로 시간이 예정되기 쉽기 때문에 그런다고...
가파른 고갯길엔 특히 맥을 못추는 편인데, 누군가 뒤에서 배낭을 밀어준다. 훨씨 수월하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힘을 내어서 걷는다. 정맥이라더니, 참 힘들긴 힘들다. 그래도 이 산이 좋아, 산길과 함께 봄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나면 훌쩍 한 해가 넘어가고 그러면 다시 산길을 따라 봄을 맞고 가을을 맞고, 그러기를 햇수로 6년을 넘는다고 고맙게 보조를 맞추어주신 산방 최고참님께서 말씀하신다. 우리의 산하를 자신의 두 발로 걷는다는 의미가 해를 더할수록 크게 느껴지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며, 언제까지 걸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이 길을 걷고 싶다는 말씀이 찡하니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마음에 와 닿는다. 총 18구간으로 이어져 이번 연말에야 막을 내리는 대장정에 첫발을 내딛고 보니, 나도 완주에의 욕심이 생긴다. 산과 함께 마음이 커지고, 산과 함께 내 땅과 하늘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커지게 되면, 언젠가는 백두대간도 욕심껏 오르고 싶다.
마지막 한 시간여를 남겨두고는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기 짝이 없는데, 후미로 처지면 더 힘들 것 같고, 선두를 저만큼 앞서 보내고, 고개모롱이로 후미가 보일 무렵, 잠시 쉬던 걸음을 시작하였다. 눈은 녹아 지난 가을 낙엽이 수북한 길을 얼마쯤 혼자서 걸었다. 골짜기 아래에서 작은 산새 소리가 들리고, 서산으로 기우는 흐릿한 겨울해가 고개 마루에 걸리었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고요한 정적으로 다가 오는데, 길 잃으면 어쩌려고 혼자서 가느냐고, 몇 번 얼굴을 익힌 산우님이 후미에서 달려와 함께 한다.
함께 또는 얼마쯤은 혼자서 걸어본 장장한 길. 내려오니,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버스엔 이미 많은 산우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완주의 뿌듯한 기쁨이 밀려와 버스에 오르며 두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와~ 박수 좀 쳐주세요~!!!
경기도 안성과 충북 진천의 경계표지가 세워져 있고, 2구간은 바로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생각할수록 멋진 일이다.
사람이 참 아름다울 때가 있다. 자기 일에 열중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사람마저 그 모습에 빠져들게 한다.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 또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죽이게 하는 감동이 있다.
금북정맥 제2구간을 다녀왔다. 지난번의 끝지점인 충북진천과 경기도 안성의 경계 고갯길인 배티고개에서 충북과 충남의 경계선인 우물목고개까지 14km를 약6시간에 걸쳐 완주하였다. 지난번에 비해 거리가 4km가 짧아 조금은 한갓진 산행을 하였다. 한 시간여 오른 서운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제법 한참을 노닥거렸고, 틈틈이 잠시 쉬었다 가는 일도 두세번이나 있었다.
서운산 정상에서 내려와 정맥을 찾는 길이 헷갈려 지도를 꺼내놓고 방향을 짚어보고 근처 주민으로 보이는 등산객들에게 몇 번을 되물은 끝에야 다시 정맥능선을 찾아 들 수 있었다. 지난번보다는 많이 완만한 편이라 어떨때는 동네 뒷산같이 정겹기도 하고, 바람도 잦아 들어 햇살이 드는 능선에서는 봄볕같은 따사로움을 느끼기도 하였으나, 역시 정맥은 정맥이라 결코 만만치 않은 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1구간 이후 아침산행을 제법 빼 먹으며 게으름을 피웠고, 겨울 들면서 몸이 무겁고- 무려 3kg이나 붙어버렸다 ㅠ.ㅠ - 종아리가 계속 뻐근한 감이 있더니, 아래 위 속내의까지 끼어입다보니 몸이 둔하고 부대끼어 사실은 첫걸음부터 무거웠다. 새로이 동참한 부부팀의 여자분께서 힘들어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잠시 쉬지도 않고 천천히 먼저 가고 있겠다며 남편을 뒤에 두고 앞서 나선다. 걸어가보자 이 길이 다 할 때까지 거창한 인생의 구호같이 마음을 다지며 묵묵히 길을 걸었다.
햇살이 잘 드는 산소 위에서 늦지 않은 점심을 먹었다. 영면에 드신 분에게 소주잔을 기울여 먼저 인사를 드리고 봉분을 비잉 둘러 즐겁고 맛나는 점심을 들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적적하면 어쩌느냐며 당신이 누울 자리를 보며 걱정하시던 생전의 어머님 생각이 나서, 지금 저 봉분에 누우신 영령께서도 시끌벅적 들이닥친 우리들이 결코 싫지는 않으리라 적적한 시간에 오히려 즐거운 한때를 함께 하시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지난번에 내린 눈으로 발목이 빠질 정도가 되어 나중에 보니 양말이 제법 젖어 있었다. 충북과 충남을 이어주는 57번 지방도로를 지나고 저 멀리 산자락 너머 천안과 그 앞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다음에 고속도로를 지나게 되면 이 산자락을 눈여겨 보며 어디쯤인지 가늠하며 내 아이나 같이한 동행에게 아는 체를 하며 설명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성거산을 바로 앞에 두고, 이번 산행은 일찌감치 끝났다. 그러나, 대절 버스 기사님이랑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 기사님은 우리를 찾아 헤메이고- 핸드폰불통지역- 우리는 기사님과의 연결을 시도하며 추위 속에 떨며 3~40분을 지체하였다. 좁은 산길로 들어선 버스는 상당한 거리를 후진 하였고, 조금 넓은 길이 나와 버스를 돌리기 위해 기사님이 무척 애를 먹고, 우리도 한참을 추위 속에 떨어야 했다. 서로서로 수고한 하루, 일명 알바 산행이라고 누군가 우스개를 한다. * 알바: 코스를 벗어나 갔던길을 되돌아나오는 상황을 알바 뛴다고 하였다~^^
뒤풀이로 들른 천안 입구 '울엄마 손만두집'은 음식이 깔끔하고, 순두부 찌개와 두부김치가 구수하고 맛깔스러웠다. 남다른 경영방침이 엿보이는데, 걸걸한 할머니 사장님이 총지휘를 하신다. 좋은 음식을 푸짐하게 잘 먹고, 참 대단하십니다. 누군가 인사말을 건네니 할머니는 몹시 반가워하며 그런 인사말은 생전 처음 듣는다며 손님이 맛나게만 먹어주고 가면 그것이 보람이고 기쁨이었다며 좋아하신다. 좋은 일은 좋은말로써 드러내어 칭찬하는 일이 모두를 기쁘게 하고 마음깊이 보내는 격려의 박수임을 알겠다. 깔끔하고 맛나는 집, 시중의 콩보다 10배는 비싼 콩을 쓴다는 이 집을 널리 소개하고 싶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들러보고 싶다.
아 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단조로운 산행메모만 남기게 되었다. 산길을 걷는 저 뒷모습의 주인공이 특히 아름답게 느껴져 속으로 천천히 반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어떤 빛으로 어떤 여운으로 남을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 물처럼 산처럼 자연스러운 멋을 지녀 맑고도 깊은 품격이 느껴지는 고운 사람, 그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사람의 향기를 귀히 여기며~!!!
봄나비 날다
봄은 마음으로 먼저 오는가.
마음이 이미 봄인 사람은 보았을 것이다. 겨울숲에서 날아오르는 하얀 봄나비들을...
살방살방 봄이 오는 길이었다.
걸음이야 보길도까지 내달릴 기세로 빠르게 이어졌지만, 금잔디 소복한 무덤가로 내려앉는 햇살은 한 입 가득 봄기운을 물고 퍼지고 있었다.
금강산 산행 이후 기침감기로 고생한 뒤끝이 남아 숨소리는 가파르고, 아픈 핑계로 2주 동안이나 아침산행을 빼먹은 탓에 늘어난 뱃살만큼이나 팍팍하였지만, 야트막한 오솔길로 이어진 능선은 아랫마을 축사에서 올라오는 내음을 여과없이 실어주고, 갈잎에 파묻힌 흙길은 부드럽기 그지없어 푹신한 융단을 밟고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골짜기 아래 공장형 대형 축사는 돼지라도 키우는 듯, 촌마을 출신인 나야 고향내음이라도 되는 듯, 싫지만은 않은 반가움이기도 하였지만, 30여분의 이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걸음은 그야말로 날쌘돌이 그것이었다.
"오늘 산행은 가파르지도 않고, 거리도 길지 않고, 뭐 살방살방 걸으면 될 거 같아요"
산에서 하는 말은 믿을 게 못된다더니, 적어도 정맥에서 살방이란 말은 해당사항이 없는 듯 하다. 평지에서도 그렇게 빨리 걸어본 역사가 없는데, 내게는 거의 뛰는 수준이다. 2시간을 숨차게 내달린 끝에 고려산 정상에 오르니 펑퍼짐한 평지가 나오고, 작은 정자가 있다. 넉넉하게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었다. 음식 이벤트로 유명한 소맨님이 이번엔 물냉면을 준비하여 여느 냉면집보다 맛있는 냉면을 선사하였다. 대단하시다. 지난번엔 뚝배기까지 준비하여 순대국을 끓여주기도 하였는데, 큼직한 배낭을 열어보기 전에는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고 한다.
9번 국도를 지나 고등고개를 지나니, 산 아래 터널로 고속철도가 지난다. 그러고 보니 이 구역은 교통의 요지인가 보다. 천안 삼거리라고 하더니, 시작점에서 경부고속도로, 산 가운데로 고속철도가 지나고, 그리고 아래로는 다시 경부선 철도가 남으로 뻗어 있다. 산행 중에 눈 깜짝한 사이로 고속철도가 지나가고, 그리고 새마을호가 두어번인가 그림처럼 지나간다.
비룡산에 닿으니, 전의산 수련원이란 건물이 산정에 우뚝 솟아 길을 막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진정한 알바산행의 묘미를 맛보게 되었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비룡산 산정 오른편으로 수련원측에서 나뭇가지로 길을 막아 놓았고, 이를 피해 아래로 돈다는 게 그만 정맥코스를 놓치고 말았다.
수련원으로 오르는 길은 차도로 잘 닦아 놓았는데, 양옆으로 푸르른 소나무들이 일렬로 도열해 그 풍경이 참으로 멋져서,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 노닐며 한참을 와서야 정맥 능선을 타기엔 너무 내려와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는 수 없이 서정리 마을 입구까지 내려와 마을 앞 들녘을 돌고 돌아, 길도 아닌 길을 따라 두 개의 능선을 타고 넘어서야 정맥 코스를 다시 찾아들수 있었다. 두서너 사람이 움직였으면, 간첩신고라도 들어갈 것 같았다. 힘든 몸은 들길을 따라 그냥 갔으면 싶었으나, 막상 정맥 코스로 찾아 들어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보니, 대장님이 왜 고집스럽게 맥을 찾아 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갔으면 시들해졌을 마음이 스스로 뿌듯해짐을 느꼈다.
총 18구간의 기인 구간을 걷고 나면(물론 금강산구경간다고 3구간은 빼먹었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내가 지나온 거리를 가늠해보며, 스스로를 대견해할 것 같다.
누군가 준비해둔 잘 가꾼 묫자리 금잔디 위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4구간을 마무리하고, 버스가 오는 동안의 막간을 이용하여 냉이도 캐고...
시원한 올갱이국에 맥주 한 잔이 노곤하여, 한숨 자고 나니 서울땅이다.
내일부터는 새벽산행을 빠지지 않고 체력을 쌓아, 덜 힘들고, 더 즐거운 산행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봄비 속에 꽃이 피다 - 17인의 우중 산행
산행은 내게 호사다
저꽃들이 없더라도
산행은 내게 과분하다
뭔가 이유가 있을까
산과 바람과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이 길에...
가느린 봄비 속에 툭툭 터져오는 꽃망울들
비안개에 감싸인 숲길을 걷는
이 행복을
나는 감사한다
어디에 숨었다 나타나느뇨
화안히 고개 내민
말간 숨결
고운 소리
여전한 봄빛으로 피어나는 꽃망울들
한 주의 일상을 고스란히 접어두고
다시금 짚어보는 이 길은
그렇다
내겐 큰 호사이다
금북정맥, 삼분의 일 꼭지점을 돌다
삼겹살 파티의 뒤끝은 알싸름했다
정맥의 묘미 중 하나는 지난번의 끝지점에서 그대로 이어 출발한다는 것일 것이다. 두어시간을 달려 도착한 차령터널 폐휴게소(차령터널이 생기면서 옛길에 있던 휴게소는 폐쇄되고...) 를 보니 반가움과 함께 지난 구간의 추억이 일순에 스쳐지나간다.
'흠흠 저기서 삼겹살 파티를 ㅎㅎ'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대숲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곧바로 계단을 올라 산행을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200m는 족히 되고도 남을 듯한 가파른 오르막을 차고 오른다. 지난번 꽃망울진 진달래는 연분홍 꽃빛으로 점점이 우리를 반겨주고, 애기손마냥 고사리 나물도 꼼지락거리며 돋아나고 있었다. 살짝 데쳐서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완전 별미겠는데, 그럴 여유가 없는지 모두들 그냥 지나쳐간다.하나 둘 셋 넷 ... 아구 아까워~
이어지는 골들이 얼마나 깊은지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가파른 봉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처음으로 넘어야 할 420.9미터의 봉은 언제나 나오는지, 그만그만한 봉들이 솟구치고 내리치고 참 끝이 없다. 처음으로 아침마다 오르는 동네산이 시시하게 여겨진다. 그쯤이면 열개도 더 넘었겠다 쩝... 얼마나 내달렸을까 그제서야 지난번 오구간 때 잘라먹은 개티고개까지 왔다고 한다. 아, 6구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음을 모두 모두 비우기로 했다. 그냥 가는거야 왜? 묻지마 그냥 그냥~그냥이야!!!
청출어람
폭탄예고편이 되어 기신기신 따라 가고 있는데, 앞선 산우님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 중 청출어람이란 말이뚜렷한데, 아마도 이번에 새로 참석하신 +1님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 같았다. 정말이지 새로 오신 분들이 정말 산을 잘 타신다. 모두들 대동한 기존 산우님들을 저만치 따돌리고 선두대장 봄나리님을 따라 처음부터 선두그룹을 이루어 쭉쭉 나아가신다.
다음에도 함께 하기를~
흙빛이 흑빛이었다
떡갈잎으로 수북히 쌓인 가파른 산길은 눈길 못지 않게 미끄러워, 스틱을 두고 간 걸 내내 후회하게 만들었다. 스틱은 눈길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ㅠ.ㅠ 미끄러질까봐 안간힘을 쓰며 오르다보니, 힘이 곱으로 들어간다. 떡갈잎 사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저 사랑스런 봄꽃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이쁜 모습이 반가워서 선명도가 떨어지는 핸드폰이지만 담아봤다. 전체가 활엽수 숲길인데, 띄엄띄엄 애기솔들이 자라고 있다. 소나무는 양지식물이라 햇빛을 받아야 자랄 수 있다는데, 이제 곧 활엽수 잎들이 울창해지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되는데, 햇살만 잘 받으면 소나무가 자라기엔 그만이겠다 싶을 정도로 흙은 양분이 풍부해보였다. 흙빛이 그대로 黑빛이었다. 산 전체가 천연 부엽토 그 자체라 하신다.
허공; 옛사랑의 추억에 젖어ㅎㅎ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사랑의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 길을 걷다보면 이래저래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 그 길이 아름다울수록 스치는 기억들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하리라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사랑을 노래한 노래한 노래 중에 이만한 노래는 없다고... 허공을 따라 이어지는 옛사랑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 속으로 내 사랑의 기억도 살풋살풋 흔들리며 지나갔다.
'어~ 한번쯤은 만나도지고픈 보고 싶은 그 사람ㅎㅎ'
도상거리 16.5km란 거리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620.9m의 최고봉에 오르기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은 거의 백두대간 수준이라고 하신다. 물론 나같은 초짜를 위로하기 위한 고참님들의 배려 어린 말씀이시겠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여기저기 피로한 기색이 역력해보인다. 쉬어 가도 힘이 들고, 그냥 가도 힘이 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만하면 한걸음 한걸음 옮겨 놓는게 상책이다 싶어 묵묵히 걸음을 옮겨놓았다. 최고봉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 진달래꽃빛은 연연하기 짝이 없고...
정맥구간에서 약1분간 벗어났다는 태화산 천자봉을 오르고 가쟀더니, 드림님께서 동행을 해주셨다. 갑자기 전문 찍사를 찾으시는데, 얼결에 핸폰으로 한 장 찍어 드리고 나도 찍을랬더니, 저장갯수 초과란다. 이전 사진들을 너무 많이 쌓아두고 있었나보다. 그냥 내려갈랬더니, 다운다운 외치시기 시작한다. 저 아래서 헐레벌떡 숨소리도 요란하게 우암님과 다운님께서 뛰어올라오시는데, 다운이 아니라 다음이라고 하는 줄 알았다며, 그 모습이 무슨 다음 비상 호출에 걸리신 것처럼 다급해 보이셨다ㅎㅎ. 헐레벌떡 다운님 덕분에 649m 고지에서 소박한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웠다.
마지막 구간은 오늘의 보너스 구간이라고, 너무나 평탄하고 완만한 길이라 하루의 피로를 씻으며 산책삼아 느긋하니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사뿐이 내려서니, 25인승 이쁘장한 버스가 이미 대기 중이고, 시간은 5시 30분에 이르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려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 다 어디로 갔지 어리둥절 했더니, 이럴 수가 이런 수도... 제일 일착이란다. 세상에나 원 폭탄이 뒷심은 있었나벼~ 뒷풀이를 어디서 하나 의견을 맞춘 끝에 차가 밀리기 전에 서울로 바로 올라와, 교대앞 순대국집에서 마무리 시간을 가졌다.
초록으로 물든 오월의 산행이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지난 구간을 빠진 아쉬움을 보충하기에 충분했을까.
장장 18km의 적지 않은 코스였지만, 산길은 부드럽고도 완만하여, 우리는 내내 산책을 하는 듯 가볍고도 경쾌한 걸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날도 좋고, 산도 좋고, 사람도 좋고, 먹거리도 풍성하고... 좀 싱겁다 싶으면 오르막이 나타나고, 좀 힘들다 싶으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밝게 비쳐드는 잎새 그늘 사이로 빠르고도 느긋한 걸음들이 다들 행복하였다.
산은 비옥한 육산으로 여기저기 산나물과 이쁜 풀꽃들이 한창이다. 둥글레꽃과 은방울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었는데, 처음엔 그저
은방울 꽃으로만 알았다가, 어느 산우님의 말을 듣고야 둥글레와 은방울꽃을 구별할 수 있었다. 같은 지역에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고 잎새나 꽃빛깔이나 모양이 엇비슷한 걸로 보아, 두 종이 아마 같은 科식물이 아닌가 싶었다.
고사리는 잎이 피어 벌써 세어 버렸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살진 순들이 남아 있어, 고사리가 많은 지역이 나타나면 와~ 고사리 농원이
다 좋아라 하며 즐거웠고, 취나물은 한 산우님이 열심히 뜯어, 뒤풀이 삼겹살 파티 때, 상추랑 함께 귀한 쌈으로 내 놓으셨다.
어쩌면 걷기에만 바빠 다정한 인사나 정담 한 마디 없는 팍팍한 산행으로 보일 지 모르나, 기인 산길을 함께 땀 흘리며 걷고 나면,
그 어떤 말보다 진한 우정이 생겨남을 느끼게 된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나 차게 얼린 막걸리 한 잔으로 건네지는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어찌 모른다 할 수 있을까.
산처럼 묵묵한 믿음이 있고, 산처럼 듬직한 동행이 되어 우리 산하의 맥을 짚어가는 이 길에 끝까지 함게 하는 행복이 내게 주어지기를 기원한다.
토요일 일이 늦어지고 그만큼 피곤하여 배낭도 챙기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걱정이 되어 모닝콜에 알람까지 나의 새벽잠을 깨우는 장치를 서너겹 겹으로 쳐놓았더니, 깨어보니 세번째 알람에 걸렸나보다. 새벽 4시 30분, 사기만 하고 봉지째 던져놓은 야채들을 씻고 밥을 해서 도시락에 담고, 이것저것 간단히 정리한다는게 시간이 늦어 버렸다. 6시30분에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집을 나서니 6시 50분, 할 수 없이 강변역까지 택시를 탔다. 제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니 광화문에서 출발한 차는 이미 도착하여 대기중이다.
뒤풀이 야채와 쌈장을 담당하기로 한 태양님이 조금 늦어져 차는 예정보다 10여분 늦게 출발하였다. 한 보따리를 싸들고, 인천에서부터 첫새벽에 달려온 태양님의 모습이 약간 힘에 겨워 보여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순간 안쓰럽기도하였다.
입장 휴게소에서 아침겸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천안역에서 알미님을 태우고 도착한 이번 구간의 출발지, 8구간의 마지막 뒤풀이 휴게소가 지나고, 야트막한 밭자락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기인 산행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10시 30분. 새로이 동참한 분들도 성큼성큼 기분 좋은 걸음을 내딛는다.
이번 구간은 약간 특이하였는데, 산자락은 낮게 구릉을 이루어 마을 뒤산을 내내 돌아 들었다. 산길을 걷기보다는 산으로 난 황토 흙길을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걸은 듯하다. 힘들지도 않는데 힘이 들어, 두시간도 채 가지 않아 지루하고 지친 기분이 들었다. 산이 주는 서늘한 공기, 잎새의 명랑한 푸르름, 나무 사이를 기인 나래를 치듯 돌아드는 바람의 속삭임, 숲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을 누리지 못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선두대장님도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출발 2시간이 지날 무렵 널찍한 황토흙길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약간은 이른 듯한 점심시간을 가졌다.
이번 구간은 좀 그래, 얼마만큼 왔냐 절반은 왔냐 절반도 못왔다. 아이구 아직 그것밖에 안되냐... 잠시의 휴식으로 얼굴을 대하게 되면 뭐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 낮게 낮게 인가로 내려 앉은 지루한 능선길에 다들 몸보다는 마음들이 먼저 지쳤나 보다. 약간 이른 점심 덕에 배는 부르고, 소화는 안되고, 남은 구간은 길고 길고, 인간사처럼 휑하니 삭막한 길에 햇살은 부담스럽고... 이러기를 얼마였을까, 고구마 밭고랑도 지나고, 감자꽃 핀 둔덕도 지나고 쓰레기가 어지러운 어느 마을 뒷산도 지나고, 초록의 숲 속으로 들어서서도 숲은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해 숲의 찬가가 절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완주구간을 채 3분의 일도 남겨 놓지 못한 지점에서야 우리는 제대로 된 숲을 만나게 되었다. 그제서야 싱그런 숲내음에 젖어 들어 행복한 안도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팍팍해진 오르막을 올라서면 쏴하니 맞아주는 시원한 바람과 밝게 빛나는 잎새들, 서늘한 나무그늘, 꽃과 풀과 잡목들과 늘푸른 소나무와 키 큰 떡갈나무들이 어우러져 울려대는 완벽한 숲의 하모니. 마음은 더없이 푸르러져, 이거야 음 그래 이맛이야 행복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굉음을 내며 맘껏 내달리는 여우재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두 세개의 봉을 넘어 도착한 전망좋은 소나무 너럭바위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 듯 얼마쯤 늘어지게 휴식을 또 취하고, 마지막 도착지점까지 울창한 숲길을 헤집고 걸었다. 앞사람과의 안전거리 2m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반동으로 튕겨져 나오는 나뭇가지에 얼굴을 얻어맞기 싶상이다. 서로 조심을 한다 해도 이어지는 밀림 속 같은 우거진 숲길을 걷다보면 아차할 때가 많다. 내가 잘못했을땐, 참 민망하고도 미안하다. 군데 군데 가시 나무도 많아, 반팔을 입었을 땐 무척 조심해야 한다. 여름이 되어 갈수록 더해질 것 같다.
하루해가 기웃하니 넘어갈 무렵, 6시 40분쯤에 완주를 끝내고 내려서니 반가운 버스가 대기 중이다. 먼저 내려온 님들이 흔적도 없는데, 뒤풀이 장소로 내려가셨다 한다. 휘적휘적 포장도로를 따라 15분가까이를 내려오니, 마을 회관 앞에 벌써 자리를 깔고 계신다. 마지막 후미그룹을 태우고 버스가 도착하고, 간단히 얼굴과 손 발을 씻고, 어떤 분은 시원하게 등목까지 하고, 태양님이 정성껏 준비한 쌈장과 야채쌈으로 삼겹살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하루종일 땀 흘리며 걷고 난 후 느끼는 이 개운함을 누가 알까, 알 수 있을까^^ 행복한 피로감으로 돌아오는 길, 깜박 졸은 졸음이 가쁜하다.
천안에서 다시 대전으로 대전에서 다시 택시로 가신다는 알미님, 푸근한 인상에 시원한 수박까지 선사해주시고 감솨감솨, 멀리서 꼭두새벽을 깨워 참석하시고 막차를 놓칠까봐 마음 졸이시며 함께 하시는 태양님, 리버피닉스님, 갖가지 과일과 술과 음료를 준비해서 피로와 허기를 달래주시는 님들의 배려, 돌아보면 늘 감사함이 가득하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네잎 크로버를 꺼내 아끼는 책장 갈피에 끼워 넣었다.
사랑과 행복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유난히 풍성하고 즐거웠던 산행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준비해오신 청뫼님을 시작으로 일명 우리의 보신 산행은 시작되었다.
신록의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산딸기가 익어가고, 생전 처음 보고 맛보는 빨간 보리수 열매에
주렁주렁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를 어린애들같이 헤헤거리며 입가에 시꺼먼 오디칠을 해가며
신나게 따먹고, 어린날 고향집의 빨~간 앵두에 원기삼 山'삼'까지~!
(덕분에 우리 모두 "人'심' 봤어"요. 넉넉한 알미님~!!!)
16명의 단촐함이 주는 오붓함과 친밀함, 끊이지 않는 웃음.
숲도 넉넉하고 인심도 넉넉하고 웃음도 넉넉하고 체력도 느끈히 넉넉하고...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매력만점 행복만땅인 산행.
태양님이 나누어주신 네잎 크로버 그 행운까지~!
안성에서 시작해서 대천해수욕장의 표지판이 보이는 보령까지
우리의 길은 서해안을 향해 뻗어 내리고 있었다.
내내 타던 경부고속도로를 버리고 이번 구간부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탄다고 했다. 몇개의 도로를 지나며 우리의 산맥은 이어지고, 산하에 뿌리내린
풀과 꽃과 나무들을 몸으로 느끼고 발로 디디며, 또한 그 언저리에 얹혀 사는 우리의
녹록치 않은 살림살이까지 뜨거운 숨결처럼 내 발걸음에 묻어남을 느낀다.
이유를 물으면 딱히 무슨 이유가 있으랴
숲을 알기 위해 숲을 들어서고
산을 느끼기 위해 산으로 오르고
우리의 체취를 체감하기 위해 우리의 산하, 그 맥을 짚는다.
네시가 넘어서 오르기 시작한 오서산 800고지, 전국적으로내린다는 예보는
맞아 떨어질려는지, 얼마를 지나지 않아 고압선을 흐르는 굉음같이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게 숲 너머에서 울려오고, 짙게 깔리는 운무 속으로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자마자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 온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시원하다...!!!!
몹시도 좋아하는 토야님. 바람 소리를 따라 숲이 따라 울고, 낮게 포복하는 나무들처럼
우리도 낮은 자세로 산을 올랐다.
내내 땡삐알로 이어진 깔딱고갯길, 오서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
하산하였다. 자연에 대한 예우~! 산이 울면 조용히 물러갈 줄도 알아야 하는 것~
내원사를 뒤로 하고, 가파르게 내려서니 아담한 산장에 대장님과 청강님이 뒤풀이 준비를
하고 계신다. 이번 산행의 미스터리를 남기신 영영 대장님은 그 폭우 속에서도 행색이 너무나
말끔하시다 갸우뚱~^^
잘 정비된 화장실이 어찌 반갑던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니, 판이 무르익었다.
늘 준비해오시는 봄나리 대장님의 매실주 한 잔에 오늘의 삼겹살은 유난히 맛이 있다.
다음 구간을 기약하고 돌아오는 길, 청양에서 내리신 알미님은 막차를 타고
잘 돌아가셨는지.. 낯이 선 서해안 행담도? 휴게소에서
고문님께서 선사하신 호두과자에 깔끔한 커피 한 잔~
늘 뒤끝이 좋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개운함이 허접한 일상을 털어내고
꿈과 용기를 가진 새로운 일상을 선사하는 것 같다
비옷과 배낭과 등산화를 정리하고
젖은 옷을 돌리고 나니
시간은 훌쩍 자정을 넘어섰다
또다른 시작을 위한 마침표를 찍고...
열정으로 가는 길이다.
집을 나서니 폭우가 쏟아붓고 있다. 흐린 날인줄만 알았는데, 급히 다시 올라가 우산 하나를 집어들고 쏟아지는 비를 가리고
나섰다. 창 밖이 허옇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산을 가요?' 바라보는 눈길이 뜨아하다. 총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산에
가는 것 맞지? 비가 너무 많이 와~ ... 어~ 여기는 한방울씩 떨어지는데요... 그래 서해안 쪽부터 개기 시작한다 했으니, 서해
안으로 내려서는 우리의 길에는 비가 말갛게 개여 있을거야...
얼마전에 모내기가 끝난 것 같은데, 모는 벌써 실한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여름을 향해 키를 더하고 있고, 아닌게 아니라 달릴
수록 비는 그쳐오고 산자락으로 구름이 하늘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고, 저 좋은 것들을 두고 어찌 잠을 자느냐는 핀잔을 들어가
며 깜박깜박 졸음 속으로 유월의 신록을 달렸다. 저것 좀 봐봐봐 좋은 풍광을 놓치는 미련곰탱이가 안타까워 끊임없이 주의를
주는 봄나리 대장님의 말을 듣고 눈을 뜨니, 와~ 바다다... 서해바다... 이쪽 저쪽 기인 해안선을 사이에 두고 희뿌연 바다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행담도 휴게소... 지난 번엔 깜깜한 밤이라 전혀 알지 못했는데, 아~ 이런~!
갈수록 길어지는 노선 때문에 간단히 볼일만 보고, 차는 다시 휑하니 출발하여 알미님이 기다리고 섰는 화성면사무소 키큰 느
티나무까지 달려 오랫동안 기다리고 섰던 알미님을 태웠다. 알미님보다 다들 알미님이 들고 선 무쟈게 큰 수박통이 더 반가운
눈치다. 참으로 정성이 감동이다....
뇌성번개로 코 앞에서 놓친 오서산을 오르기 위해, 지난번에 마침표를 찍은 산장에서 다시 오르기시작하였다.
맥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봉 중에 하나라고 놓치고 가기엔 아깝다고 한다. 길목의
내원사는 생각보다 자그마한 절인데, 암반에서 나오는 천연약수맛이 그만이다. 물통의 물을 아낌없이 쏟아버리고
귀한 약수로 다시 꽉꽉 채워 담았다. 절을 개축중이라 일하는 인부님들의 점심 밥상에 오른 된장국내가 기가 막히다.
여름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열무김치에 된장국으로 쓱쓱 비벼먹던 기억이 새롭다.
선두는 간발의 차로 계곡 외다리를 건너 먼저 오르고, 선두를 따라 나서려는 우리를 보고, 여스님이 충고를 주신다. 저짝길은
겨울에는 모를까 여름에 오르기는 위험하다. 뱀도 나올 수 있고... 저짝보다 이짝길로 가라...흐미 뱀이래 뭐 어쨌든 정상에서
만나면 되니까 살짝 돌아가 볼까나... 이래서 내원사에서부터 팀은 세갈래로 갈라졌다. 한갈래는 총대장님의 예상보다 길어진
볼일 때문이었는데, 정상부근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그제서야 총대장님이 행방불명된 걸 알게 되었다. 이쪽은 저쪽으로 저쪽은
이쪽으로 ... 서로 그러려니 찾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뱀이 나온다는 길로 들어섰던 봄나리님 이하 9명의 대원은 말그대로 혼이
났는데, 구르는 돌에 맞아 콜리님이 종아리 칼뼈에 제법 큰 상처를 입었다. 칼뼈에 맞으면 무쟈게 아픈데, 얼마나 아팠을까 싶다.
아마 주저앉아 울고 싶은 것을 체면땜에 억지로 참았을 것이다. 빨간 약까지 발라 응급처치를 하고서야
1004님이 실종상태라는 걸 알아챘다. 분명 내원사까지는 같이 있었는데, 오데로 갔을꼬 혹시 혹시...? 전화는 불통이고, 방정맞
은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정맥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툭 트인 시야가 얼마나 멋진 풍광을 연출하던지... 우리 이제 저 바다를 쭈욱 보면서 가는거지?
시원한 능선을 따라 갖가지 들꽃들이 피어나고, 다도해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잔잔한 바다와 빨갛고 파란 지붕을 한 마을들이
짙은 녹음 속에 평화롭기 그지없다. 1004님과 극적으로 통신이 연결되고, 일단 무사하고, 정상을 돌아 현재 위치 금동재 고갯길이
란다. 시원한 마음을 가득 안고 흩어진 식구들이 만나듯 반갑게 다시 만나, 오서산을 신나게 내려와서야 늦어진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출출해진 뱃속으로 밥맛이 꿀맛이다. 아침을 거른 사람들이 많아, 눈에 뵈는 게 없고, 두어잔 한 사람처럼
다리가 후들후들 꼬이고, 이쯤에서 체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태업 아니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위협적인 압력을 뿌리치고 끝까지
내달리는 대장님의 카리스마가 정말이지 돋보이는 날이었다.
3시가 가까워져서야 잠시 놓아둔 맥을 잡고 들어섰다.
지금까지 제법 높은 봉과 능선을 이루어 흐르던 산맥은 완전히 마을 속으로 숨어들었다. 사람사는 마을에서 맡을 수 있는
갖가지 냄새는 다 맡고, 사람사는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짐승들은 다 본 것 같고, 사람사는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맛은 다
본 것 같다고들 한다. 올해에 마지막이 될 오디는 심심하면 나타나 구미를 당기고, 조랑조랑 달린 빨간 살구는 탄성을 자아내고
애기 사과는 하얗고 노란 봉지 속에서 무공해로 잘 자라고 있다. 푸르른 목초밭도 지나고, 개망초 하얗게 피어나는 묵정밭도 지
나고, 길은 자꾸자꾸 끊어져 사라지는데, 우리들은 풀섶을 헤치며 끊임없이 길을 만들어 나아갔다.
유난히 가축 농장이 많은데, 돼지 축사를 지날땐 그 향기가 참 기가 막히다. 잠시 침묵의 시간, 우리는 서로의 침묵을 적극 이해
하고 존중해주며, 저도 몰래 발걸음이 빨라진다. 돼지농장에 비해 한우 농장은 겨을 깔아놓아서인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데
소들도 방금 목욕한 녀석들처럼 깨끗하다. 무엇보다 순한 눈빛으로 건너다보는 녀석들이 하나같이 잘도 생겼다. 참 그넘들 인물
이 보통이 아니네...여름저녁에 마당에서 송아지랑 같이 놀던 생각이 문득, 가까이 가서 잘 생긴 이마라도 쓰다듬어주고 싶다.
잡풀 하나 없이 잘 가꾸어진 고추밭과 고구마밭, 그 밭가에서 정겹고도 수줍은 얼굴들을 하신 어르신들도 만나고, 감자는 알이
차고, 도라지도 뿌리가 실해지고, 꽃사슴 마을의 꽃사슴은 신선 놀음이고,,,,, 우리가 걷는 길은 마을 포장도로를 따라 햇살이
따갑고...
오후 6시, 중원마을 골목 그늘에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그만 종지부를 찍기로 하였다.
더 진행하기엔 아무래도 시간상 무리라는 여론이 많았다.( 체력은 전혀 별무리 없다고들 하셨다.ㅎㅎ)
담 구간이 코스가 짧은 구간이라 이번의 잔여구간을 이어달려도 별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단다.
우리가 다녀온 오서산이 푸르스름한 저녁빛을 받아 위용을 더하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뿌듯하고 우쭐해져서, 기사님이 점찍어 둔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더운물까지 끼얹어가며 먼지를 털어내고, 태양님과 여자님이 잠을 설쳐가며(태양님은 잠을 한시간 정도
밖에 못잤다고 하신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득히~~~~) 특별히 준비한 해물부침개에 통큰 수박에 막걸리에 삼겹살에
걸걸한 뒤풀이 한판이 벌어졌다. 사람의 정이 있어 더욱 좋다는 콜리님, 그렇다 정이 있어 더욱 좋은 금북 정맥이다. 해물부침
개가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딸딸 긁어 마지막까지 부쳐 먹고, 영영 대장님은 부침개 땜에 삼겹살이 완죤히 밀렸다고 약간은
서운한 투정을 하신다. 입은 귀 밑까지 걸려가지고,,, 참으로 고맙다. 언제나 감사하다. 모두가 모두에게!!!
처음으로 함께 하신 원모아님, 후미대장 네팔님, 사람좋은 청강님과 묵묵한 듯 재미를 더해주는 청뫼님, 함께 하신 이쁜나님,
즐거운 입담으로 지루함을 덜어주는 리버피닉스님, 토야님, 멋진 사진을 담아주시는 다운님... 함께 해서 정말 고맙고 만날 때
마다 즐겁고 기쁜 얼굴들...DAUM을 기약하며~^*^
사람이 만들어 가는 길이 있고
사람을 이끌어 가는 원초적 자연의 길이 있는가 보다.
금북정맥 12구간,
사람이 만든 길은 자꾸만 끊어지고 흩어지고 사라져서
우리는 자연이 낸 원초의 길을 찾아 내어
우리들의 발자취를 덧입혀 사람의 길을 새로이 닦아 놓은 듯 하다.
덤풀로 가득한 풀섶에 일시 대기 상태로 서서
봄나리 대장님의 오케이 수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려 다시 내딛기를
몇 차례...
그러고도 진정한 알바시대의 도래를 맛본 참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신나는 산행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웠을까
무엇하나 가릴 것 없는 한더위 땡볕에 땀은 뚝뚝 줄줄이 흘러내리고
발길을 가로막는 가시덤불은 얼굴과 팔뚝과 종아리를 따갑게 할퀴고
물, 물, 차가운 생수를 찾는 비명 소리는 그칠 사이 없이 터져 나오는데
무엇이 좋아서 그토록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을까
갔던 길을 돌아서면서도 웃고
왔던 길을 다시 가면서도 웃고
가다가 멈추어 서서 잠시 헤매일 때도 웃고,
단거리 코스를 마다하고 빙빙 우회길을 돌았을 때도 웃고
길을 잃었을 때도 웃고 다시 찾아 들었을 때도 웃고
숨이 턱턱 막히는 경사지 철계단을 오를 때도 웃고
힘들어 죽겠다 하면서도 웃고
길이 뭐 이렇냐고 투덜거릴 때도 웃고
땡볕 속에서도 웃고
거친 풀섶에서도 웃고
....
그 이유사 내사 모르겠지만
우리의 산행은 그렇게 즐거웠다.
잘 가꾸어진 밭두렁에
고구마순이 기세좋게 뻗어나가고
옥수수는 기인 수염을 바람에 휘날리고
송알송알 포도가 영글어가고
고추는 주렁주렁
......
가만히 있어도 더워 죽을 판에 거시기 뭐하는 짓들이유?
참 별짓을 다하는 사람들
하긴 참 별일이지
철조망을 뚫고 아파트 뒷구멍을 드나들고
허락도 없이 조용한 시골마을 느티나무 그늘을 침입하고
차가 쌩쌩거리는 차도를 뛰어넘고
가파른 경사지를 내질러 오르고
나무등걸을 걷어치우고
가시덤불을 걷어내며
무엇이 길을 막을 수 있을까
무한질주로 내달리는 그 걸음 앞에...
백월산(일월산)을 올라 확실히 얼굴 도장을 찍으신
봄나리대장님, 우암님, 인산님, 버들피리님, 둘리님만이
12구간을 완주하였다고 어찌 말할 수 있으랴
5분이야 그렇다고 강력히 주장들을 하시겠지만
백월산 아래서부터 새기 시작하신 영영대장님 이하 8명의 대원들
백월산 표지석 아래서 사진 찍자고 올라 오라는 걸
싸그리 무시하고
백월산 아래 시가 천만원이 넘는다는 다복솔 아래서 질펀히 퍼져 버린
몇몇 대원들도
당당한 완주자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가 밟았던 길은
누군가의 길이 되어 열릴 것이다.
우리의 산과 강과 인정을 사랑하는 또다른 사람들의 길이 되어~!
가입후 첫산행을 함께 하신 야생화 사랑 풀잎바람님,
오랫만에 함께 하신 버들피리님, 정맥에는 첫참이신 리버님, 둘리님,
구수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산애님,
야무지고 이쁘신 장독대님, 덩달아 오신 덩다리님, 남자님 그리고 그의 여자님
태양님과 그녀의 이쁜 친구님과 듬직한 알미 친구님,
근래의 무리한? 산행으로 허리선이 제 라인을 드러내기 시작하시는,
올만이라 더욱 반가웠던 무너미님,
공식 폭탄이라 당당히 공언하시는 믿을만한 후미대장 네팔님,
배낭속이 온통 물통뿐인 비상식수 담당 토야님,
선두대장 봄나리님의 오른팔 인산님,
신중하고 진지하신 동방의 빛님, 소리없이 챙기시는 청뫼님,
정맥의 젊은 활력다운님, 우리의 우암님, 그리고
영원한 영영대장님과 봄나리님
함께 함을 무진장 기쁘게 생가하며
담 구간에서 다시 또 뵈옵기를~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참 할말이 많다.
25인승 버스가 꽉 찼다.
지하철역에서 동방~ 님을 만나 뛰어 올라가니, 버스는 이미 만원~
대장님은 문간에 서고, 나는 봄나리 대장님 고정석을 빼앗아 앉고, 봄나리님은
자리도 없이 엉거주춤 뒤돌아 앉아 열심히 길안내를 하다, 비상으로 붙인 쪽의자
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차는 시원하게 서해대교를 달린다.
당진항이 눈 아래로 지나가고, 막힘없이 열리는 길을 따라 우리가 지나야 할
산맥들이 지나간다.
해미로 오기는 이미 늦었고, 현위치 홍성이라는 알미님께 차라리 출발점
까치고개 (쓰레기 매립장)로 바로 오라는 통신을 날린다.
- 알미님, 깨지는 게 돈이겠다...ㅉ -
까치고개, 지난번 앉아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였던 바로 그 고갯길에 알미님이
예의 수줍은 듯 겸연쩍은 미소를 띠고 기다리고 있다. 반갑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출발한다. 9시 50분. 새로 동참하신 나리님, 번개님.
지난번 무릎이 많이 아파 고생했던 풀잎바람님, 무리없는 완주를 기원해본다.
철망을 따라 걷는 산길은 완만하여 이쯤이면 지난 번에 더 걸었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때는 알바하느라 모두가 너무 지쳤었지..,
지지난 구간부터 완전히 마을길로 내려앉았던 맥은 조금씩 조금씩 오름을 타며
산길로 접어든다. 산불이 났는지 불탄 소나무들이 고사목처럼 즐비한 잡목 지대를
지나니 오늘의 제 1봉 홍동산이다. 지난번에 찍지 못한 단체사진에 노이로
제 증세를 보이며 홍동산 작은 팻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근데 이 사진
도 날라갔단다... 둘리님 어딨어요?)
제대로 접어든 산길은 걷기도 좋고, 바람도 좋고, 무엇보다 전망이 좋아,
모두들 기분이 좋다, 좋아보인다.
오랫만에 만나는 비탈진 내림길을 아슬하게 내려서니, 육괴정 쉼터이다.
수덕사 아래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들이 즐비하고, 수령 300년이 넘는다는
느티나무는 그늘이 짙고, 그 옆에는 신식 화장실까지 겸비되어 있다.
이번 코스는 말그대로 신식이다. 너나없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거울을 보고 손을 씻고,,,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았는가,
화장실이고 자시고 일 볼 새도 없이 내달리는 길이었는데~
잠시의 휴식을 뒤로 하고, 찻길을 건너 말로만 듣던 수덕사가 있는 수덕산을
오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덕숭산이라고도 한다. 점심은 수덕산 정상에서~!
먹고 살려는 자는 일단은 수덕산 정상은 찍어야 한단다. 슬슬 힘이 들기 시작
하는데, 먹기위해 오르는지 오르기 위해 먹기를 바라는지, 일단은 점심 밥을
일념으로 쌕쌕거리며 걷는다. 약간의 민둥머리 정상에 밥상을 펴고 보니,
출발한 지 3시간을 지나고 있다. 후미팀이 조금 늦게 도착하는데, 나리님이
약간 지쳐보인다.
이것 저것 조촐하니 펼쳐놓고 후다닥 점심을 때우는데,
마지막 밥술을 넣기 바쁘게 대장님 왈
"출발 시간 5분전입니다"
얄밉다. 너무 했어 정말~ 잘 넘어가던 밥알이 목구멍에 딱 걸려든다~^^
산이 높아지는지, 치고 내리는 맛이 있다. 말이사 맛이지 숨이 넘어간다.
폐활량이 문제가 있는지 나는 완전 쌕쌕이가 된다. 그래도 다리힘은
좀 붙었는지 무거워지는 느낌은 덜하다.
두번째 바닥을 찍는다.
우리는 정상만 찍는게 아니라고 우암님이 우스개처럼 말씀하신다.
정상만 찍으라면 그래도 좋으련만, 바닥까지 찍어야 하니
정맥이 힘들 수밖에...
수덕산에서 내려서는 길이 약간 빗나가, 뒷산 구간을 조금 벗어나
한티고개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이 고개는 예전 순교자들이 압송되어
처형되던 곳이라고 한다.
뒷산으로 다시 돌기도 그렇고 바로 한티고개로 넘자는 여론에 강력한
한표를 던진다. 시간이야 별차이 없다는데, 썩 개운치는 않다.
후미를 기다려 다같이 한티고개로 올랐다.
점심 전에 만났으면 했던 고추밭이 뒤늦게사 주렁주렁 고추들을 실하게도
매달고 나타난다. 언제나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마을길, 천리향도 피어나고,
강아지들은 심심하던 차에 온동네가 떠나도록 짖어대는데, 정작 사람은
귀하다. 한적하다. 한여름 땡볕이라 그런가?
잘 닦여진 마을 뒷길을 따라 오르는 한티고개가 힘에 겹다.
순교자들이 믿음으로 생을 다한 성지에 이르니, 몇 개의 추모 조각상과
넓직한 정자가 있는데, 지친 눈에는 정자그늘만 번쩍 들어온다.
모두가 얼마쯤 지쳐보인다. 벌렁벌렁 드러눕는다.
2주간 냉동실에서 실하게 얼어붙은 토야님의 냉각얼음병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시원한 얼음물로 바꾸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참말 물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이제부터 본격 산행, 시간은 3시가 되어오는데...
예산땅 가야산을 향해 탈출로도 없고 비상구도 없는 길을 올라서야 한다.
오서산 외도 이후 꼬랑지를 물고 늘어지는 잔재를 오늘 그냥 말끔히 청산해야지
오늘 그냥 끝까지 밀어부쳐버리죠 뭐~
탈출할 사람은 여기서 탈출하라는데 아무도 내려서는 사람이 없다.
아, 길고 기인 가야산 능선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잡목숲, 소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다.
불이 난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산 전체가 초록빛 초원 같다.
확 트인 시야 속으로 구비구비 능선이 싱그럽게 다가오는데, 키 높이의 떡갈나
무와 싸릿대와 가시나무는 연신 얼굴을, 팔을 할퀴며 지난다. 주인은 없고
객들만 왁자한 듯한 잡목숲이 어찌나 울창한지 아차하는 사이 앞선 사람들의
모습이 흔적없이 사라지고 만다. 바로 뒤따르는 사람도 이렇게 막막한데
뒤에서 길을 뚫고 오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그 고초가 몇 배가 더 할 것 같다.
낡은 등산화를 신고 갔더니, 길은 또 어찌나 가파르고 미끄러운지 몇 번을 엉덩
방아를 찧었는지, 꼴이 갈수록 사나워진다. 그러나, 험한 구간마다 지켜서서
안전하게 손을 잡아 끌어주는 인산님, 토야님.
이제사 내 눈에도 조금씩 팀웍이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 가는 길만 바빠 보고도 몰랐는데, 참으로 힘든 구간을 함께 하다보니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행동이 눈에 들고 마음으로 알아가진다.
무릎에 약간의 이상 신호를 느끼면서도 손수 길을 알아보려 나서는
우리의 든든한 우암님, 끝까지 무거운 간식을 짊어지고 다니다 마지막 순간에
내어놓는 마음깊은 알미님, 후미를 묵묵히 감당하는 동방~님과 네팔님, 추억의
시간을 위해 앞으로 뒤로 좋은 풍광을 찾아, 추억의 순간을 잡아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다운님, 둘리님, 힘들면서도 묵묵히 끝까지 완주하는 나리님, 익살을
더해 오히려 웃음으로 바꾸어준 번개님, 앞서가다 아차 싶으면 되돌아서 덤불을
걷어내는 청뫼님, 허리가 아프다는 이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면서도
챙길 것 다 챙겨주는 태양님, 방긋방긋 웃음이 귀여운 여자님 웃음보따리 남자님
참으로 나는 내 길도 제대로 가지 못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초보 중 왕초보였음을 알겠다.
한 봉을 오르고, 건너온 한 봉을 향해 서로 손을 흔들어 격려하고, 줌으로 끌어당겨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뒤쳐진 몇몇 님들을 말로나마 염려하며
길고 기인 능선을 오르고 올랐다.
저만치 보이는 가야산 정상은 운무에 쌓여 신비롭고도 멀게만 느껴져
마음은 아득하기만 한데, 두 발은 말없이 묵묵히 길을 짚어 나간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이런 것을 의미함인지...
어디 엉덩이 붙일 자리도 없고 쉴만한 나무그늘 하나 없는 참말 야박한 산길,
7부 능선에 우뚝 솟은 한 그루 소나무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다.
가야산 아래 490m 봉을 올랐을 때는 온 산을 다 정복한 것처럼 기쁜 마음이었다.
산 아래서 하얀 운무가 피어오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온갖 피로를 다 걷어내듯 눈 앞에 펼쳐진 전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마지막 남은 몇 방울의 물을 나눠 마시고, 초콜릿 간식을 나눠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서로의 힘듦을 격려하고, 얼만큼의 휴식을 취하였다.
군인들이 철수하고 을씨년스런 철조망과 구조물만 남은 가야산을 드뎌 정복하였다.
해는 뉘엿이 서산으로 기울고, 약간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석문봉으로 향하였다.
몸은 한계 상황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고, 그래도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은
아름다워 그때그때 산이 주는 기쁨을 누리는데, 저 멀리 희뿌연 구름 자락 속에
석문봉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석문봉을 마주 앉아 잠시 쉬어가자는데, 기러기님과 순돌이님이
석문봉을 배경으로 멋진 영화 한 편을 찍고 계신다.
참 이런 구경은 또 처음이다. 행복한 모습 그만 그만~^^**
기러기님이 준비하신 정상주 한 잔씩을 나눠 마시니
온 몸으로 싸하니 술기운이 퍼져간다. 준비하신 정성이 감사하다.
옆에는 백두대간 완주 기념 돌탑, 하나 하나 쌓아올린 정성처럼
우리의 발걸음도 한걸음 한걸음 저런 돌탑 하나쯤 쌓아올렸음 좋겠다.
참으로 기인 여정, 해는 붉게 물들며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완주의 기쁨이 그 성취감이 힘듦만큼 배가된다.
뒤로 걸어 내리는 혜인님 처음 참가가 너무 빡세서 혹시 질리지 않았을까
계곡물의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타고갈 버스가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식당에서 대충 씻고, 비빕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입맛도 없었는데,
숟갈을 들자, 식욕이 확 댕긴다. 나리님은 도통 입맛이 없다는데, 남은
밥까지 내가 다 해치웠다.
이틀이 지났는데, 몸이 아직도 얼얼하다.
무릎에는 멍 자욱까지 시퍼렇다.
함께 하신 회원님들은 어찌 회복이 되셨는지 모르겠다.
비학님, 이쁜나님, 콜리님, 언제든 천사가 되어 달려와 줄 것 같은 1004님
우리의 영영 대장님, 봄나리님,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모든 님들
장장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함이 진정 감사하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가을 기운을 느끼며
가을산행이 무척 그리웠다.
어릴 적 철없이 꿈꾸었던 꿈의 한 조각 초록빛 목장 지대를 지나고,
살방살방 전에 없이 많은 님들과 함께 할 이번 산행이 설레임 가득
기다림으로 부풀어올랐다.
문제는 새벽을 깨울 자신이 없다는 것,
함께 하고 싶은 염원만큼 긴장과 불안감이 고조된다.
최고 강적 쿠바를 꺾고 극적인 승리를 안겨준 시원한 한국 야구단에
손바닥 얼얼하도록 박수를 보내고, 대충 베낭을 정리하고 나니, 새벽2시~!
풀잎 바람 언니에게 쪽지로 모닝콜을 부탁해놓고도, 그 소리도 못 들을까봐
핸폰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고, 알람을 '분' 간격으로 한도수량까지 열어놓고,
뒤척뒤척 오지도 않는 새우잠을 청했다.
정확히 새벽 5시에 울리는 벨, 풀잎바람언니~!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애호박 나물을 볶아서 반찬으로 덧보태고, 아슬아슬 3분 지각으로 도착.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앉을 자리도 없다. 40인승과 9인승 버스도 꽉 차고
그래도 자리가 부족하다. 이거이 정맥 맞어????
역시 모든일의 성사는 치열한 홍보전에 달렸나보다.
이 많은 산우님들을 꼬드겨 들이기위해 쉴새없이 물밑 작업을 벌였을
대장님들의 노고가 어렴풋하다 ㅎㅎ
25인승 버스로 부드럽게 내려왔던 산초입길을 대형 버스는 아슬하게
간당거리며 올라간다. 오도가도 못하면 어쩌나... 결국 제 1주차장에서 내려 제2
주차장까지는 걸어올라가 많은 님들이, 구면의 반가움으로 초면의 새뜻한 기쁨으로
인사를 나누고, 일락고개까지의 시멘트 도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한번쯤 마음 주고도 싶은 선남 선녀 멋진 님들이, 뒤에서 보니 구름떼 같다.
구간에도 들지 않는 이음길, 따가운 햇살은 줄줄이 땀은 흐르고, 이 길이 지난번
신나게 내려섰던 그 길인가 싶다. 벌러덩 드러누워 저녁 하늘을 바라며 풀벌레소리를
들었던 작은 주차장, ( 지난번엔 여기까지 버스가 올라왔었다.) 그 계곡에서
몇몇분은 저녁 어스름을 믿고 ~탕을 즐기기도 했었지...호호 추억은 함께 할수록,
정비례하나 보다.
30여분 일락고개에 올라 지난 구간을 이어, 옆 능선으로 오른다.
여기가 진정한 14간의 출발점. 하늘은 높고 푸르고, 구름은 두둥실 가을맞이
우리네 마음 같다. 무르티고개까지 자르든지, 아니면 나분들? 고개까지 끝까지
가든지 상황봐서 하겠다던 대장님 말씀은, 아무래도 무르티고개에서 종지부를 찍
어야 될 것 같다.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하늘이 구름이 저리도 높푸른데,
앞만 보고 내달린다는 것은, 그건 정말 무례(?)하다. 하늘과 맞닿은 서해
바다가 아스라하고, 바람은 땀흘린 여름 산행에 대한 값진 보상인 양 솔바람으로
아낌없이 불어온다. 툭 툭 트여 오는 시원한 전망을 배경으로 전에 없이 사진을 찍고
노닥거리다 보니, 아불싸 후미대장 네팔님이 다복솔 아래로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어~? 다 가고 없단다.
일락산을 기점으로 능선은 낮고도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이런 길은 또 처음이다.
여자 다운 동방 네팔 백두대간 이브 ~~님, 나, 밉지 않은 햇살 아래 살방살방 걷는
후미맛이 그만이다. 12시도 되기 전에 점심 먹고 가야 한다는 무선이 오는 듯,
나 없으면 밥, 반찬이 염려되는 분이 두분이나 계신데, 목장 길 따라 이름 모를 꽃들이
발길을 붙들고,구름은 자꾸 두둥실 마음을 띄워 놓는다. 에~ 나도 몰라...
뒤늦게 도착한 점심 자리는 거의 잔치 수준... 먹거리가 어찌나 풍성한 지,
내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두 분은 점심을 잘도 해결하셨다 한다. 풀잎바람님의
양념 불고기가 백두대간님의 베낭에서~ ㅎㅎ
덕분에 우리도 고기반찬에 늘어지는 숲 속 오찬을 즐겼다. 나중에 들으니 선두팀은
비빔밥에 팥빙수까지 즐겼다는 데 그 맛을 놓친 것은 못내 아쉽다... 쩝~!!
오후 2시 출발, 20분 먼저 선두를 보내고, 영영 대장님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누군지, 후미가 선두 되는 것이 정맥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정맥 이후 처음으로 알바 없
는, 말그대로 살방살방 산행이라며, 가을맞이 멋진 산행을 흡족해 한다.
그러나 웬걸, 작은 능선길을 버리고, 잘 난 임도로 돌아든 선두팀이 허겁지겁 되돌아 나온다.
아~ 그럼 그렇지 알바가 빠지면 팥없는 팥빙수지.... 배부른 걸음으로 숨이 찬 알바 선두
님들을 나래비를 쭈욱 서서 뜨거운 박수로 앞서 보내드렸다.
심심치 않게 300m 봉을 두어 개 넘고, 삼화 목장길 철책을 넘고, 당진 서산으로 이어지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지나 다시 작은 봉을 하나 넘어서니, 무르티고개다.
길이 어찌나 좋은지, 회장님도 오시고, 귀하고 반가운 벗님들이 많이 와서, 길이 알아서
몸을 낮춘 것은 아니었는지 ㅎㅎㅎ 끄트머리에서야 살작 보여준 가시 덤풀길은 외려 반갑
기도 했었다.
성구미 포구는 문을 닫았다고- 전체가 휴업일인가- 한진(?)포구로 이동,
오랫만에 바다고기 맛을 보았다.
함께 땀흘린 기분이 이런 것인가. 늘 개운하니 가볍고도 격의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잔 술에 왁자하니 정담을 나누고, 저녁 바다로 나서니, 말없이 잔잔한 바닷가에
우리들만 애들처럼 신이 났다. 풍덩풍덩 물귀신 작전으로 우암님과 우암님의 핸펀과
다운님을 물먹이신 봄나리 대장님, 얼마나 웃었는지,,,, 나도 아차 잡혀갈 뻔 했었지만,
덩치가 톡톡히 제몫을 해 주었다 ㅋㅋㅋ
9인승 버스로 이동한 님들과는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애써주신 님들, 일일이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애쓰는 님들을 생각하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늘 떠오른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렇다.
보이는 것도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느낌으로 조금은 볼 줄도 알게 된 것 같다는 것.
엉덩이가 무거워 한번 자리를 잡으면 꼼짝을 안하는 스타일이라
이리저리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하고, 통성명도 못하고, 다시 만나도 늘 처음처럼
서먹거리는 내 못난 성격을 서운치 않게 널리 이해하고 받아주었으면~ ^^*
첨 만난 생긋~님, 쑥 사랑님, 트임님, 소나무님, 여산님(식당에서 살짝), 채송화님, 초은로사님, 청사님,
그리고 그리고... 함께 한 님들께 다하지 못한 인사를 마음으로 대신 전하며
15구간에서 다시 뵈옵기를 ~!!!
매월 2, 4주에 잡힌 일정이 9월엔 추석연휴 관계로 1, 4주로 조정되었다.
막바지를 향해 달리는 정맥길, 지난 몇 달 동안 참 기인 능선을 넘고 또 넘
었다. 겨울 눈밭을 멋모르고 따라 나선 길, 한 고개를 넘어 산수유가 피어
나고, 두어 고개를 넘어 은방울꽃들이 지천을 이루고, 살진 고사리를 꺾어
든 그 산길엔 이제는 가을꽃들이 햇살 가득 피어났다.
전망이 썩 좋은 것도 아니고, 별달리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를 다
녀왔다고 딱히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이 길에 왜 그리 큰 매력을 느꼈는지.
진분홍 며느리밥풀꽃들이 부드러운 길섶을 따라 무리지어 피어나고, 습한
골짜기로는 물봉선화와 여뀌도 제멋에 겨워 한창이다.
산죽 나무처럼 생긴 생강나무도 알게 되고, 봄과 여름, 가을을 거쳐 피고지
는 꽃과 풀과 그 색색의 향기가 이제는 빨간 사과 열매로 따가운 햇살 아래
보기좋게 여물어간다.
좋다. 바람 한 점 없는 한여름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듯 온 몸에 땀
으로 흘러내리고, 숲길은 졸음에 겨운 눈꺼풀처럼 바람 한 점없이 무겁게
내려 앉았지만, 짠한 땀내음으로 젖어오는 우리땅의 정취와 흙내음 그 속
을 걷는 이 길이 좋다.
흥얼흥얼 노래라도 흥얼거려 볼까.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없어, 일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째 그리
진전이 없냐는 1004님의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가며 내내 헉헉거렸지만, 언
제나 이런 길을 걸어 볼 수 있을려나 마음은 길 위에서 그렇게 행복하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가시덤풀은 정맥길다운 듯 차라리 반가운데, 첨 참가하
신 님들의 반팔 차림 생채기는 따가와 안쓰럽다. 장갑과 긴팔과 모자는 정맥
의 필수무장품들. 휴대용 낫까지 들고 와 둘리님이 선두에서 열심히 덤풀을
쳐 내지만, 작고도 날카로운 가시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 아차하는 사이에
손끝으로 얼굴 위로 팔뚝으로 작은 가시가 박히고 쓱쓱 할퀴고 지나간다. 바
지랑 팔손매랑 여기저기 긁혀 엉망이 되는데, 비싼 옷인데 다 망쳤다고 첨 참
가하신 널사랑님이 울상을 짓는다.
추석이 낼 모레, 잘 다듬은 묘역에서 밥을 먹었다. 내 기억으로는 두번째, 죽어
서도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좋겠다던 생전의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 산소에서
먹는 점심밥이 은근히 반갑다. 어느 영혼인지 무료한 시간을 반갑지 않을까 싶
은 생각에서다. 열심히 준비한 밥과 반찬, 양념구이와 얼큰한 찌개와 라면국물
과,,, 한 옆에서 열심히 준비만 하시고 제대로 먹지도 않으시는 듯한 리어님 얼
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먹는 데서 정이 든다더니, 밥 먹는 시간만큼 친근한
시간도 없다.
그리 힘들지 않은 구간, 뒤풀이때 청뫼님이 이번은 정맥의 스탠다드라고 말씀
하신다. 시간이나 코스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참 정맥다운 길이었다고...
그러나, 4~5시간이라는 공지를 보고 참가하신 새로운 님들은 여느 등산로와는
다른 거친 길과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는 정맥 길이 지치고 힘이 드셨나보다.
모기울 고개를 지나 7분의 횐님들이 탈출로를 따라 내려가셨다. 토요일 전날
무리한 산행 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가했다는 황산님과 청풍님 그리고 가을
기분을 따라 시내를 돌아다닌 뒤끝으로 무릎이 상한 풀잎바람님, 인사도 나누
지 못한 겨우살이님, 2%님 과 그 친구님, 올만에 참석하신 리어님. 이분들, 아
쉬움을 달래기 위함인지, 7인만의 정맥 보너스를 즐겼다고 한 말씀 남기신다.
대열을 정비하여 성왕산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
다. 이렇게 힘들면 안되는데,,, 쉬다가 가려니 그렇다고 ~니마님이 의젓하니 격
려를 해준다. 오늘의 최고봉 성왕산을 올라 두 갈래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들어
서야 할 지 한참을 설왕설래, 몸으로 직접 내려서 확인도 하고, 나침반을 보고
위치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결국은 서로 만나는 길~! 가파른 내림길, 여기서는
정말이지 알바는 사절이라고, 얼마나 몸들을 사리시던지... 그러고 보니, 이
번 구간의 알바는 참 애교스럽게 잘 지나갔다. 간대산을 지나며 잠깐 그리고
두어 번 잠깐...그러나, 1km 이하는 알바로 쳐주지도 않는 무임금알바라고~
점심을 먹고 걸은 길이 4시간은 되는 것 같다. 힘은 점점 딸려오고, 앞을 가로
막는 봉우리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것만 넘으면 끝이라는 말이 어찌 그리 솔깃
한지... 그러나 생각한다. 해를 따라 걷다 지는 해를 따라 내려서는 길이 정맥길
이라고 했던 우암님의 말씀, 힘들게만 느껴졌던 기분이 좀은 가벼워진다. 비우
고 걷는 길은 그만큼 가벼운가 보다.
참 무더웠던 날. 햇살은 마지막 남은 빛살을 다 쏟아부으려는 듯, 차롬히 고개
를 숙인 가을 들녘 위로 따끔거린다. 투실한 밤송이들이 떨어지고, 속이 여문 알
밤도 두어 개, 밭둑으로 난 봉숭아꽃 속으로 메뚜기 한 마리 풀썩거린다. 이 들
녘에 가을빛이 다 내릴 쯤이면, 이 길도 그 기인 자락을 거두고 몇몇 이야기 속
으로 내려앉겠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겠지.
성취감으로 들뜬 개선용사들처럼 신나고 즐거운 뒤풀이를 끝내고 올라오는
길, 금북 정맥의 마무리 완주와 연이은 백두대간 공지가 올라온다. 맥주에 빗댄
멋진 말씀, 처음엔 쓰고 떨떠름할 수도 있지만, 그 맛에 한번 빠지면 이보다 더
한 매력이 없다는 말씀, 그리고 그동안 수고하신 대장님과 애쓰신 님들의 인사
말씀, 귀한 걸음 참석하여 애쓰시고, 종횡무진 사진까지 찍어주신 은하분식 대
장님의 격려와 응원의 말씀, 참 말씀도 잘 하시지... 박수와 환호 속에 마음 한
편으로 싸아함이 밀려온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별은 늘 아쉽지만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설레임이 있음으로 서운치만은 않은 것이리라.
누구나 풀어 놓으면 소설책 한 두 권은 너끈히 되고도 남음 직한 삶의 이야기~
이번 금북 정맥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삶들을 엿본 듯 하여, 내게는 참 잊지
못할 여정이 될 것 같다.
이름을 다 거론하지 못하여도 내 추억의 한 갈피에 자리할, 함께 하신 산우님
들께 감사드리며~
그리고 참, 일정 변경으로 함께 하지 못한 다운님과 알미님께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담 구간을 기약해본다.
14, 15구간의 열기가 얼마쯤 가라앉았는지, 40인승 대형버스를 버리고 오붓한 25인승 작은 버스로도 몇 자리가 남는다.
밀집대형으로 꽉 끼어 앉아 마지막 탑승자 '나' 를 태우고 우리는 출발한다. 힐끗 뒤돌아 인사를 한다고 하였지만 사실
상 눈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누구가 누군지 분간이 되지 않는데, 부~~~우~~~웅 전화기의 진동음이 들려온다. 풀
잎바람언니다. 뒷자리에 앉은 언니가 소리 지르기가 뭣해서 우아하게 전화로 말을 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 나 방금
일어났어 어떡해 아 참 참 참~~~ 이럴수가~! 엊저녁에 열심히 호박죽 쑨다고 하더니, 한순간 긴장을 잃고, 늦잠을자버
렸나보다. 바람언니도 언니지만, 날아간 호박죽이 영~ 아쉽다....어떡해,,, 호박죽 믿고 나 점심도 안 싸왔단 말이야..놀
렸더니, 안절부절 못한다. 정맥길을 놓친 호박죽은 어디로 갔을까. 삼각산 어느 능선에서 다른 산우님들의 맛난 가을 별
미가 되었겠지 쩝~!
추석을 지나고 3주만에 만난 얼굴들이 새삼스러이 반갑다. 엊그제까지 한여름을 방불케하던 늦더위는달아나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높푸르다. 오늘은 구간이 15km란 말도 들리고, 25km란 말도 들리는데, 3주간 아침산행도 거르고, 전혀 준비
되지 않은 무방비의 몸상태가 내심 불안하다. 늘상 얼마쯤의 설레임으로 마주 서는 길, 익숙하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낯선 출발선에 서면, 언제나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지난구간의 종점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도로를 건너 옆능선을 치고 오르기 시작한다. 대장님들 발꿈치만 쫓아다니
는 처지라, 떨구어 놓으면 어디가 어딘지 얼떨떨한데, 여기가 거기란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가물 기억 속으로 되살아난다.
봄나리 대장님은 이번 구간이 약 26km라 하더니(영영대장님과 약간의 차이...ㅎ) 출발부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럴 땐 등산화 끈 묶는 법을 배운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고개 한 번 돌릴 틈도 없는데, 풀어진 신발끈
을 다시 묶을 엄두가 나지 않거니와 그랬다간 완전 꼴찌 신세에다 종적을 감춘 산우님들을 찾다 오도가도 못하고 깊은산
속 미아 신세가 되기 싶상이다. 완전 치고 달리기다. 느긋한 늑장 걸음새로 유명한 내가, 산길에서 이렇게 빠르게 쫒아다
닐 줄을 누가 알았으랴. 걸음이 무겁지는 않은데, 예습을 안한 탓인지 탄력이 붙지 않는다. 그만 그만한 봉들이연이어이
어진다. 비룡산을 오르고, 물래산을 오르고, 그러고도 점심은 금강산(? 동명이산 ㅎ)을 올라 그 아래로 내려서서먹는다고
한다. 정말 막 달리는 길이다. 아무래도 힘에 부쳐, 금강산을 앞두고는 후미대장 네팔님과 오붓한 동행이되어 느릿한행보
를 천천이 이어갔다. 출발한 지 3시간이 되어 가는데, 금강산에 올라서니, 해수님이 기념 사진을 찍어 주신다고 기다리고
있다. 그냥 갈 수도 있었을텐데,고맙고 민망하다. 앞선 님들은 저만치 한참을 앞섰다고 한다. 하긴 그렇게 타박타박힘겹
게 왔으니, 다른 님들은 얼마나 멀리 달아나 버렸을까 짐작이 간다. 다 버리고 간다는 후미대장 꼬랑지를 붙들고 늘어졌
으니 ~
이번 점심의 주메뉴는 청국장 된장국, 태양님이 준비한 청국장과 버섯과 갖은 야채와 고소한두부와 천연양념으로 맛을낸
된장국은 순식간에 동이 나 버린다. 라면 국물까지 인기를 회복하여,이제는 따뜻한 국물이 그리운 계절이 되었음을실감케
한다.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 음, 민망해서 건너뛰고 ~
점심 후, 가벼워진 베낭은 이솝우화를 떠오르게 한다. 참 기막힌 지혜를 담은 이야기다. 까마득한 시간에서부터 이름모
를 산 속 이 길에까지 이어지는 위력, 지혜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가 보다.
한결 느긋해진 걸음으로 한 시간 여를 더 달려 내려선 평화로운 태안의 어느 마을,위용을 자랑하는 팔봉산의 품에 고즈늑
히 안겨든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을, 골프장이 마을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고, 사과는 가지가 부러질듯 탐스럽고, 잘 익
은 배며,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린, 시골치고도 참 부촌인 듯한 살기 좋은 마을에서, 정작 우리들은 돌아도 돌아도 다시 원
위치로 돌아서는 묘한 마술에 걸려 버렸다. 우리가 넘어야 할 백화산이 빤히 눈 앞인데, 길은 뱅글뱅글 제자리를돈다. 맘좋
은 사과 농장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사과를 맘껏 내어놓고,( 산길만 아니면 한 자루 사 들고 가고 싶건만,,, 그냥돌아 서기가
여간 불편치가 않다.) 사과밭에서 예쁘게 사진도 찍고, 잘 가꾸어진 골프장을 따라 운치있는 길도 걸어보고,,, 그래도 길은
끝이 없어 대장님은 길을 알아보려 바쁘고... 참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저리 헤매이다, 백화산 초입으로 들어설 때는
어찌나 반갑던지, 낮귀신에게 홀렸다 풀려난 기분이 이런걸까 싶었다. 공으로 먹은 사과값을 치르느라고 그런것 같다고 누
군가 농담을 한다.
약 2시간을 마을에서 소요한 것 같다. 30분이면 족히 통과했을 거리인데, 4시가 다 되어서야 숲을 찾아 들었으니,,,,
오석산을 올라서니, 해가 뉘엿해진다. 그리고 첨으로 무릎에 적신호가 온다. 오른쪽 무릎 근육이 이상 신호를 보내온다.
내려설 때 몹시 불편하다. 탈이라도 날 것 같다. 게으름의 대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몸은 정직하다고 했던가. 평소 운
동도 않다가 갑자기 무리하게 움직이니, 탈이 날 수 밖에,,, 오르고 내려서서 다시 오르면 백화산이라는데,자신이 없다. 천
천히 보조를 맞춰주시는 영영 대장님께 백화산을 기어이 오를 거냐고 했더니, 대답이 없다. '설마?'가 '설마!'이군요. 농담
으로 웃었지만, 걱정...이번엔 진짜 알바값을 쳐주셔야 되거든요. 한번 더 억지를 부려보는데, 오석산을 내려서니, 다행히
도 이번 구간은 거기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한다. 내심 안도했으나, 담구간을 참가하지 못하는 내게 백화산은 언제 만나볼
지 모르는 산이 되어 버렸다.
버스가 올 때까지 좁은 산고개에서 기다리는데, 많고많은 골짜기 길을 헤매며 우리를 찾느라 버스 또한 한 시간여 알바
를 했다고 한다.고개를 한참을 걸어 내려와, 드뎌 버스를 만나 올라서는데, 발가락이 아파 앞서 탈출한 ~여자님과 1004님
의 알바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야 그것 참 샘샘이다" 며 모두들 즐거운 웃음을 웃었다.
식당을 예약한 1004님 왈, 우리가 지나온 길을 지도로 보여줬더니, 주인 사장님이 깜짝 놀라더라며, 그러니까, 이 사람들
잘 먹어야 하니까 어쨌든 맛있게 푸짐하게 잘 해주셔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다고, 그래선지, 선짓국과 소머리국밥이 맛
도 있고 양도 푸짐하다. 덤으로 한 양푼씩 더 얹어 주어 다들 배부르게 넉넉하게 잘 먹었다. 씻느라고 좀 늦었더니, 국을 다
시 뎁혀주는 마음씀씀이도 예사롭지 않고, 다들 같은 마음인지, 담구간에도 거기서 밥을 먹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
인사라도 더 잘하고 나올걸. 담구간엔 태양님이 닭도리탕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다시 가서 인사할 일은없을
것 같아, 미진한 마음이 조금 걸린다.
이제 남은 구간 17, 18구간. 10월 1, 2 주를 연이어 강행하여 종지부를 찍는다고 한다. 17구간은 일이 있어 참석이 불가하고,
내게는 한 구간을 남겨두고 있다. 서운함 탓인지 많이 웃어도 맘은 자꾸 가라앉는다. 이대로, 그대로, 백두에서 만났음 좋으
련만, 일요일에 하던 정맥인데, 백두대간은 토요일로 옮겼으니,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참석이 불가한 산우님들이 꽤되는 것 같
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눈 덮힌 길에서 첫발을 디뎌, 결실의 가을날에 완주의 기쁨을 누린다 생각하니,
뭔가를 이룬 듯한 뿌듯함을 숨길 수 없다. 예전에 ~ 남자님이 그랬던가. 지도를 펼쳐놓고, 이제, 내가 지나온 길이 얼마쯤인
가 되짚어도 봐야겠다.
여기까지가 아라님의 18구간 한구간 남겨놓고 쓰신 글을 정리 해 보았습니다.
아라님의 마지막 한구간 18구간의 후기를 기대하며......
모든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원 덕분으로 아무런 탈 없이 18구간을 완주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생애 최고의 분들을 만난 10개월이였습니다.
눈내린 칠장산을 시작으로 비온다는 핑계로 스타트 금북 삼겹살 파티.....
그로인하여 다음 구간이 조금 힘들었죠???
금북가며서 호서제일의 산인 오서산을 안가면 안된다고 시도했던11구간..(비 흠벅 맞으셨죠)
물론 12구간때에 다시올랐지만....
삼화목장을 들리는구간에 여러분들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동하고 .....
그렇구나 이구간을 빼면 안되지.
여러분을 전부 땡칠이를 만든 가야산구간...
물론 이구간도 전번구간 한정식 파티 덕분에 길어졌지만....
하나 하나 전부 다 기록하려하니 내 타지실력이 딸리고....
여기서 이제 여러분들과 진짜 금북정맥을 마쳐야겠네요.
고마웠어요.
봄나리님, 여자님,청뫼님, 태양님,인산님,아라님,토야님,우암님,네팔님,남자님 등 등
한구간이라도 참석해주신 모든 산우 여러분.
모든 분들덕분에 행복했던 10개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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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이쯤해서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을 접어야겠네요,,, 모두들 행복하세요,,,
앞으로도 쭈욱 산행에서 뵙지요.영영 이별 같아서 기분이 묘하구먼요.분위기 쇄신.ㅋㅋ
그라게...ㅎㅎㅎ
어머나 어쩐다고 저리 길고 지루한 글들을 다 옮겨놓으셨대요??? 첫구간을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기는 하네요... 닉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우암님 능선님 드림님의 모습이 담겨져 있네요... 어쨌든 정말 즐겁고 뜻깊고 감사한 길이었어요, 긴긴시간동안을 이끌어주신 그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담에도 쭈욱 오랜기간을 산에서 나누는 기쁨이 함께 하기를 바래봅니다~!
백두대간 후기도 부탁함다~
영영님...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시겠지요? 다시 백두를 시작할때까진 10개월을 같이한 산과 산우님들을 어떻게 잊을수 있겠어요...그래서 더 아쉬울꺼에요..어쩌면 친구보다도 더 많이 보고, 웃고 밥 먹고 지낸 사이잖아요...후기쓰신 아라님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오래도록 진한 감동이 일어날 수 있는 산행 기대해 봅니다..수고 많으셨어요..^^
수고하고 애쓰셨습니다...그래도 마지막 구간 뒷풀이 장소로 가면서 내 손잡고 와줘서 고맙다고 할때..내가 미안 하더라..그때 후배님의 마음 이해하고 고맙고...기영님~`수고하셨습니다...조만간 한잔 해야쥐~~`ㅎ
못읽었던 앞구간의 후기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저작권침해 요즘 처벌이 무섭던데요,ㅎㅎㅎ.항상 감동을 먹고 삽니다.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