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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옹성산 자락 둘러친 7㎞ 기암절벽 ㆍ산자락 휘감아 도는 창랑천 풍광도 백미 ㆍ태고의 비경 숨어있는 호남8경중 하나 ㆍ굽이굽이 김삿갓의 노래 들리는 듯 적벽(赤壁). 옹성산(해발 572.8m) 자락을 둘러친 절벽이다. 전라남도 화순땅에 있다. 붉은 때깔의 절벽은 그 길이가 무려 7㎞에 이른다. 선경에 빠진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비경은 가히 소동파의 적벽부와 견줄 만하다.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창랑천은 또 어떤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른빛은 눈이 시릴 정도. 마치 백두산 천지를 보는 듯하다. 이렇듯 세월의 풍화가 빚어낸 기묘한 풍광은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아름답다. 하지만 봄꽃과 신록, 단풍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 이즈음엔 태초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어 감회가 더욱 새롭다. 화순(和順)은 시골처녀의 순박한 이름처럼 남주명향(南州名鄕)이자 순후지향(淳厚之鄕)의 고장이다. 게다가 물과 돌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화순군 이서면 장학리와 보산리, 창랑리 일대를 아우르는 적벽이다. 적벽은 동복천 상류 창랑천을 따라 7㎞에 걸쳐 있다. 노루목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 4개의 적벽이 한 몸인 셈. 백아산에서 발원한 동복천은 항아리 모양의 옹성산을 휘감아 돈 뒤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보성강으로 내달린다.
‘적벽’이란 명칭은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 선생이 소동파가 노래한 양자강 황주 적벽에 버금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석천 임억령은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했고 하서 김인후가 1500년대 적벽시를 지은 뒤 더욱 유명해졌다. 이후 수많은 풍류 시인묵객들이 이곳에 들러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방랑벽을 멈추게 한 곳도 바로 화순이다. 그는 화순에 머문 13년 동안 적벽에 들러 수많은 시를 남겼고 동복면 구암에서 생을 마쳤다. 4개의 적벽 중에서도 노루목적벽의 비경이 으뜸. 100m 높이의 노루목적벽은 유명세에 걸맞게 이서·화순·망미·장항 등 불리는 이름도 여럿이다. 1985년 동복댐이 만들어지면서 50여m의 깎아지른 절벽이 물 속에 잠겼지만 그 위용은 여전하다. 노루목과 보산적벽은 동복호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까닭에 일반인의 접근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화순군청에 사전 방문을 신청하면 출입할 수 있다. 출발점은 광주 상수도사업본부 초소. 이곳에서 노루목적벽과 마주한 망향정까지는 4㎞ 거리다. 비포장 임도인 이 길은 주변 대숲이 사철 푸르다. 절반쯤 갔을까. 좌측으로 시야가 툭 터진 곳에 이르자 노루목적벽의 숨 막힐 듯한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적벽 아래 동복호는 또 어떤가. 하늘빛을 머금은 물빛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마치 백두산 천지 같다. 적벽은 이름 그대로 붉은 때깔의 절벽. 하늘로 치솟듯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수직으로 솟아오른 절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동복호에 제 몸을 비춘 모습도 감동스럽다. 과거 식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노루목적벽에서는 매년 4월 초파일이면 부처의 탄생을 기리고 공덕을 찬양하는 ‘낙화놀이’가 열렸다. 낙화놀이는 10여명의 장정이 적벽에 올라 용모양의 달집에 불을 붙여 하늘로 던지는 것. 적벽 강에 살고 있는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의 한을 달래고 각자의 염원을 비는 행사다. 노루목적벽 서쪽 600m 거리에 자리한 보산적벽은 규모는 작지만 세월의 풍파에 깎이고 파인 모양새가 신비롭다. 벼랑 끝에 정자를 세웠다. 보산적벽이 머리에 이고 있는 망향정은 댐 건설 후 물에 잠긴 15개 마을의 실향민을 위해 세운 정자다. 그 옆으로 마을 유래비를 세워 해마다 구정과 추석 때 망향제를 지낸다. 망향정을 둘러친 돌담 위에 올랐다. 가파른 산자락을 이리저리 굽이치는 창랑천은 이곳저곳에 모래톱을 만들었다. 어떤 것은 꼭 자라 모양새다. 태초부터 하나였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니 예부터 호남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적벽 하류 동복호 관리사무소 아래에는 만경대가 있다.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만경창파(萬頃蒼波)’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현재 군부대 유격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복호 상류 창랑적벽과 물염적벽은 노루목적벽의 규모만 못하다. 하지만 태곳적 비경을 코앞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게 장점. 창랑천 물줄기와 어우러진 적벽의 수려한 풍광은 화순의 정자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물 좋은 곳’에는 으레 정자가 들어서기 마련. 보산적벽에는 송석정과 망미정, 망향정(작은 사진) 등 3개의 정자가 있다. 강가의 기암괴석과 소나무에 둘러싸인 송석정은 최근에 지어졌지만 풍광이 기막히다. 판소리 ‘적벽가’를 내건 정자는 손을 뻗으면 동복호의 청정수가 닿을 정도. 망향정 아래에 터를 잡은 망미정은 인조14년 의병을 일으켰던 유학자 정지준이 1646년에 정자를 짓고 은거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복8경 중 제2경에 속하는 망미정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판을 썼다. 노루목적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정자다. 물염적벽 건너편에도 여지없이 정자를 세웠다. 노루목적벽 상류 3㎞ 지점에 자리 잡은 물염정은 물염 송정순이 동복현감을 지낸 부친 송구를 위해 16세기 중엽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삿갓이 수시로 올라 시문을 즐겼다는 정자다.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과 노송, 계곡과 단애의 운치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산태극 수태극 밀고 당기며/유리궁 수정궁 눈이 부신데/오색이 떠오르는 적벽 강물에/옷 빠는 저 새아씨 선녀 아닌가’. 노산 이은상 선생은 자신의 시를 통해 적벽을 ‘선계(仙界)’에 비유했다. 댐이 없던 그 옛날 창랑천에 배를 띄워 적벽의 비경을 둘러보던 뱃놀이가 눈앞에 아련하다. <화순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화순 체험마을 3選] ▲토원 - 100% 국산원료 전통식품마을 - 폐교된 옛 가수분교를 개조한 전통식품문화마을이다. 다양한 농촌체험은 물론 100% 국내산 원료만을 엄선해 옛 방식대로 만든 먹을거리를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운동장에는 사철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100여종의 토종씨앗을 뿌린 텃밭도 일궈놨다. 전통차와 음식은 물론 각종 무공해 장류를 판매하며 천연염색, 도예, 야생차 만들기, 짚풀공예, 농사 및 민속놀이, 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061)373-6678
[스포츠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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