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밴드 서태지 - 음악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90년대 신세대 혁명의 신화 그리고 뮤지션

[정신나간 뇬]

현재의 대한민국 음악계에 있어 '서태지'만큼 그 평가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져 치열하게 진행되는 소재는 흔하지 않다. 서태지에

대한 평가는 90년대 한국 문화의 혁신을 주도한 혁명가에서 미국 음악의 이식과 음악의 상업화를 선도한 인물까지, 찬양과 비판

양면으로 복잡다단한 관념체를 이루고 있다. 찬양에는 서태지의 절대화라는 팬덤적 요소가 객관적 논의를 흐리는 반면에, 반대로 그에

대한 비판에는 그 나름의 이상론과 논리적 일리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대안의 부재와 몰가치한 인격적 폄하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의 양극이 일으키는 혼선과 감정은 서태지라는 인물에 대한 논리적 접근을 오랫동안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16년 동안의 업적과 명성,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태지는 여전히 복잡하고 불투명한 텍스트로 존재하고 있다. 서태지에 대해

접근하기 위해 파악할 필요가 있는 그의 행보는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해석과 전망의 문제에서는 더더욱 명쾌한 이해를

이끌어 내기가 곤란해보인다. 서태지는 장장 16년 동안 국내에서 비주류에 해당되는 다양한 장르의 도입과 창조적 접목으로 대중적

성공과 음악성을 한꺼번에 거머쥔 뛰어난 재능의 싱어송라이터이지만, 한편으로 미국 음악의 모방과 도입 등 주변부적 인식과 한계성을 

드러내는 뮤지션임을 부정할 수 없다. 4년마다 한번 꼴로 음악 활동을 하고 회비를 걷는 공식팬클럽조차 없으며 프로모션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민족주의적 성격의 기념비를 러시아의 허허벌판에 세웠던 뮤지션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가의 CF 출연료 등 자기 자신의

대형 브랜드화에 성공하며 상당한 자본력을 보유한 인물이기도 하다. 서태지는 언론과 대중에 의한 온갖 내용의 의혹과 비난에

휩싸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대통령"이라는 별명과 함께 90년대 혁명의 신화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언론 플레이를 영리하게 

펼쳐온 연예인이다. 90년대에 그가 제시하고 선도한 혁명은 어떤 면에서는 한국 음악에 있어 기존의 원류를 단절시킨 파괴의 면모를

가졌다고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문화적 개방과 소위 "신세대"라는 새로운 소비 지향의 대중 형성에 상응한, 시대적 흐름에 가장

적합했을 뿐더러 나아가 그 흐름의 전조에 있어 일종의 계기와 전망을 제시한 선도적 창조자로서의 면모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면모를 하나의 논리적 일관성으로 해석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반은 서태지의 행보에 대한 관찰이다. 서태지라는

개인에 대한 일련의 사건들을 관찰하는 일은 단순히 개인사의 외형을 살피는 게 아니라 90년대의 한국 음악계와 대중의 전모를 전제하고

서태지라는 인물이 그러한 사회적 상황과 어떤 관계를 지니고 움직였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여기서 중요한 건

서태지가 성취한 업적의 외형적 거대함이 아니라, 그가 어떠한 음악적 행보를 걸어오며 거기에는 어떤 계기와 변화, 논쟁이 

수반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면모들이 당대의 사회적 상황과 어떠한 인과성으로 유기적인 관련을 지니는가, 바로 그 전체적인 

형상의 구조적 논리성이다. 서태지는 결코 평범하거나 단순한 인물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행보가 한국사회를 배경이자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인만큼 그의 성격과 개인사가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혹은 구조적인 면모와 합리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일정한 논리성은 서태지라는 인물에 대한 텍스트적 관점을 넘어 인간적인 이해에 있어서도 나름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서태지의 음악 인생은 기본적으로 락에 시초를 두고 있다. 18세의 나이로 밴드 시나위에 베이시스트로

입단하여 << Farewell To Love >>(1990) 음반 작업에 참여했던 서태지는 말그대로 80년대 헤비메탈 붐의 끝자락에 막 뛰어든

메탈키드였다. 시나위의 신대철은 서태지의 베이스 연주를 가리켜 칼박똥필이라고 농을 섞어 표현했지만, 그가 직접 서태지를

발탁하고 음반 작업에까지 참여시킨 사실은 프로로서의 연주 실력을 인정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나위에서 서태지가 적극적으로

음악적 발현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메탈 키드로서의 취향 그리고 프로 밴드에서의 경험은 음악적 재능의 축적과 영감

형성에 중요한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첫 작품인 << 난 알아요 >>의 일면에서 나타난다. << Farewell To

Love >>의 발매와 일련의 활동 이후로 시나위는 사실상 동면기에 접어 들었고 서태지는 자신의 첫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자신이 만든 마스터 테이프를 들고 여러 음반사들과 접한 끝에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 >> (1992)

베이스를 연주하던 메탈키드가 댄스 그룹으로 전환하여 내놓은 첫 작품은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난 알아요>의 충격성은 단순히

기록 수치로 설명될 수 없다. 랩과 댄스, 각각의 요소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었다. 이미 이 두 가지 요소는 소방차, 박남정, 김완선,

현진영, 신해철 등의 선두주자들에 의해 가요계에서 어느 정도 보편적인 성분으로 받아들여져 있었다. 그러나 <난 알아요>의

전체적인 인상은 분명히 이전의 음악과의 분절의 계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전 가요계의 나레이션적인 면모와는 분명히 다른 

빠르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랩,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비트, 이러한 요소들 간에 교묘하게 절충된 랩과 멜로딕함의 조화, 메탈 반주를 

통한 장르 혼성 등 이러한 면모들이 이루는 복합적 인상은 이전의 한국 가요와 분명히 차별화되는 것이었다. <환상 속의 그대>

역시 규칙적인 비트와 랩의 조화점에서 멜로딕함의 장점을 잃지 않는 독창적인 사운드였을 뿐더러, 자기 도취적인 환상으로부터

깨어나라는 경고 메세지를 담은 가사는 가히 문학적이라고 할만큼 묘한 매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난 알아요>, <내 모든 것> 등에서

선보인 락 사운드는 가요계에서 메탈의 음색이 (비록 극히 부분적인 요소로서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 중

하나였다. 이 현상은 N.EX.T 등에 의한 락 사운드의 대중화 과정과 더불어 이해할 수 있는 90년대 변화의 한 면모라고 볼 수 있다.

이 음반에서 나타난 서태지의 싱어송라이터적 측면도 흥미롭다. 리메이크 곡인 <Rock 'N Roll Dance>를 제외한 모든 곡의 작곡,

작사(<Blind Love>는 William B가 맡았다), 편곡을 도맡아 했으며 기타 연주는 세션을 쓰면서도 <난 알아요>와 <환상 속의 그대>의

기타를 자신이 직접 쳤다, 신디사이저 연주와 컴퓨터프로그래밍, 엔지니어링까지 아우르면서 서태지는 사실상 이 음반 작업을 주도한

 독자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명분상의 프로듀서가 유대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부분의 프로듀싱이 서태지의 몫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와 오버-언더그라운드 양 공간에서

활성화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활동과 더불어, 한국음악사에 있어 한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당시 신해철, 015B 등의

젊은 뮤지션들이 서태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의 섭렵, 음악적 방법론의 도입 및 실험적 혼성 경향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음악계의

세대 교체가 지니는 구체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빠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댄스 그룹이었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여러 명이 

함께 맞추어진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의 멤버가 각각 별개의 춤을 추면서 선보이는 전체적인 조화의 화려함과 독특함은

뛰어난 댄서였던 양현석과 이주노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이 두 명은 무대 위 배경을 꾸미는 광대가 아닌, 무대를 주도하는 주인공이자

창발적인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댄서 1세대를 여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새로운 색깔과 속도감의 사운드 그리고 직설적 언어성과 화려한 퍼포먼스는 90년대의 젊은 세대에게 크게 어필, 대유행을 

타면서 이전 세대와의 경계를 이루는 중요한 문화적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른바 신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신세대는 90년대 이전까지

이루어진 자본 축적에 기반한 소비적 경향, 빠르고 감각적인 것에 대한 추구와 동시에 짧고 단절적인 시간 감각, 민주주의 체제의

안정화 속에서 문화 및 사회적 자유로움과 다양성의 추구, 이념성에 대한 무관심과 거부, 변화에의 강한 의욕과 동시에 그 변화 방향의

사회철학적 고민 부족(물론 구세대라고 해서 딱히 공통된 대안적 고민이 있던 건 아니다) 등의 특성을 보인다. 그리고 서태지의 음악적

행보와 그 성격은 바로 신세대의 특성에 상응하며 한국 음악계의 변화를 추동해나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화려한 대성공이었던 1집 활동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자신들의 활동 여건을 의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이다. 데뷔 3개월 만에 매니저와 결별선언을 한 뒤 그들은 직접 요요기획을 설립하고 뮤지션이 사장과 매니저를

내정,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요요기획은 오직 서태지와 아이들만을 위한 기획사였고 또한 사실상 서태지와 아이들이 운영하는

사업이었다. 종래 PD, 매니저, 기획사 혹은 심지어 음반 레이블에 의해 뮤지션의 활동과 경제성이 좌지우지되던 시스템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이탈하여 뮤지션 중심의 독자적, 자생적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사실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지닌 뮤지션으로서의 주체성과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뮤지션이 자신의 저작권과 초상권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은

문화산업의 선각자적인 면모임에 틀림없다. 92년 9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 판권 소송은 국내 비디오 산업의 첫 저작권 분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前)매니저가 서태지의 동의 없이 비디오 업자와 뮤직비디오 판권 계약을 하고 온갖 비디오 업체들이 불법으로

뮤직비디오를 유통하는 관례적 상황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사수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중문화 발전의 근본적인 기반

중 하나인 저작권 체계 확립의 선도적 역할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러한 서태지의 저작권 확립 노력에 대해 주류 언론에서는 불필요한 소송 남발, 과도한 상업적

욕망 등으로 비하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대중문화에 있어 저작권이라는 기본 개념을 괄시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시대적 변화의

추세와 전망을 염두하지 않고 선정주의적 관점에 몰입된 국내 주류 언론의 한계는 한국의 기성사회가 문화적 변화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일정한 전망 아래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자체적인 역량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그리고 기성사회의 이러한 얕은

문화의식과 인문적 역량은 양적으로 팽창하는 대중음악계와 시장을 질적으로 제고할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즉 대중음악정책의 부재로

이어지며 또한 향후 대중음악이 자본에 종속되는 판도 형성의 근간이기도 하다.

그 외에 1집 활동 이후에 음반 작업을 위해 철저한 은둔을 한 것 역시 서태지가 뮤지션으로서 보여준 신선한 면모였다. 기존의 방송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다음 음반 준비 이전까지 TV의 각종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며 대중의 기억으로부터 잊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관례를 깨트린 것이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러한 면모는 이후 뮤지션들 그리고 기획사 소속의 아이돌들에

의해 모방, 반복되면서 일종의 관계를 형성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 하여가 >> (1993)

2집은 새로운 세대의 감성과 욕구를 충동질했던 이전의 음악적 방법론과 색깔을 좀더 다듬어서 나온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여가>는

<난 알아요>의 성공적인 랩댄스 프레임을 갖추면서도 편곡은 완전한 락 사운드였다. 특히 이태섭과 서태지의 기타 연주가 이전의

<난 알아요>와 차별화된, 스레쉬 색깔이 짙은 완성된 형태의 락 사운드를 구성해내면서 <하여가>는 힙합, 댄스, 메탈이 통일된 조화와

개성적인 인상을 이루는 독특한 음악으로 창출되었다. <하여가>에서 나타나는 태평소와 사물놀이 연주가 과연 색다른 음악적 조화를

이루는가 여부는 다소 의문이지만 가요계에서 그러한 음악적 조합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는 뮤지션으로서의 실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태섭의 기타 애드립이 Testament의 <First Strike Is Deadly>을 표절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이태섭은 이전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 의혹 부분이 원래 스칸디나비아 민요의 한 부분이며 Testament의 곡 역시 그것을 아르페지오화한 것으로 알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진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하여가>는 당시 시점에서 서태지의 창발적 욕구와 재능 그리고 대중적 감각이 창의성으로

승화하며 십분 발휘된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 밖에 서태지의 미성이 발하는 발라드 곡 <너에게>, 팬들에 대한 감사와 다짐의 메세지를 실은 랩댄스 곡인 <우리들만의 추억>,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을 지닌 <죽음의 늪> 등은 각각 음악적 색깔과 분위기를 달리 하면서 이 음반을 전체적으로 다채로운 감각으로

짜여진 훌륭한 음악 상품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또한 테크노 음악인 <수시아>에서는 서태지의 메세지가 흥미롭다. 자아의 유일성을 강조하면서 외부로부터 주어진 자기 관념에 대한

거부, 실패의 긍정을 의미하는 문장들이 논리적 필연성이 없이 차례대로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메세지는 이전 세대의 음악에서 보이던

인간 관계의 통합성을 전제하는 언어성과는 차별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가 아닌 '나'의 유일한 독자성의 강조와 나 

자신만의 관점은 서태지 뿐만 아니라 신해철 등 당대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점이다. 이것은 구세대와의 문화,

의식적 분절과 개인적인 소비 지향 및 공간 확보의 성향을 지닌 신세대의 의식과 일련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시아>의

짧은 메세지는 자아의 입장을 강조할 뿐 그것을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로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과 대안은 없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대안 그리고 자아에 대립되는 사회성의 결여는 <죽음의 늪>에서 제시하는 자아 폐쇄적인 파멸처럼, 세계에 대한 비극적 관조의

태도와 연결된다. "다가오는 것은 지저분한 것들" "누가 나의 손을 좀 잡아줘" 타인에 대한 거부 그리고 소통에 대한 절망적인 호소의

이중성은 신세대의 모순된 내면의식을 은유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자신이 처한 위기, 예컨대 마약 중독으로 비유될 수 있는 폐쇄적인

자아 몰입의 상황에 대한 분열된 인식과 불소통을 극복하지 못한 채 파멸하는 형상을 그리고 있는 <죽음의 늪>은 신세대가 지닌

내적 모순과 위기의식의 반영이었다. 신세대가 구세대를 부정하고 여건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 변화상에 대해 어떤 

화합성과 방향을 가질 것인지의 고민 결여는 신세대라는 정체성의 체질적 모순이자 문화사회적 한계였다. 신세대는 과거와 구세대를 

부정하지만 그렇다고 그 과거를 새로이 현재와 통합할 대안과 전망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87년 체제의 양면인 권위주의 체제의 잔재

그리고 민주화 운동권 양쪽 모두를 구세대로 인식하며 접근을 꺼렸던 것이 신세대의 중요한 일면이다. 신세대는 권위주의적 제도에 

대해서는 정서적,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렇다고 종래의 민주화 운동권에 접근한 것도 아니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정치사회적 구도에서 자신만의 독자적 입지를 갖고 있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문화적 향락과 소비의

몰두 끝에 허무주의와 보수주의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의 전조였다.

그리고 2집 활동에서부터 유독 두드러진 것은 제도권에 의한 문화적 규제와의 충돌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레게머리와 힙합 패션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KBS로부터 방송 출연 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당시 상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문화적 규제에 대해서 주류 언론들이 이를 일방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패션은 "불량" "위험 수위"라는 표현으로

이단시되었는데, 바로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문화적 갈등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난 경우였다. 과거에 장발 규제와 미니스커트

단속에 저항하던 세대가 보수화되면서 다음 세대의 문화를 이전의 제도적 장치로 억압하는 형상은 한국 사회의 문화의식이 어떠한

본질적인 한계와 단절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태지와 아이들 << 발해를 꿈꾸며 >> (1994)

3번째 작품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보다 락의 색깔이 짙어진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3집의 음악에 대해서는 당시 세계적 조류였던 

소위 얼터너티브 락을 도입한 것으로 대변되지만, 그러한 장르적 개념 자체보다는 서태지가 락적인 요소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다듬어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발해를 꿈꾸며>가 락밴드의 연주를 중심으로 하면서 다양한 음원들을

목가적인 감성의 인상으로 조화시켰다는 점에서 서태지의 감각이 빛나지만, 이 음반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은 역시 

<교실 이데아>일 것이다. 이전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휘해온 장기이자 매력인 랩을 공격적인 메탈 사운드와 결합시킨 결과는

국내 메인-서브스트림 양쪽 모두에서 찾을 수 없는 랩메탈 곡을 만들어냈으며, 그 전체적인 형상은 뉴메탈이라는 (당시 국내로서는) 

다소 이색적인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 연주의 색깔은 스레쉬 메탈이면서 하드코어적인 스타일을 갖추며 자체 완성도를 이룬 이 곡은

다양한 음악적 장르와 리소스를 섭렵, 조합시켜 자신만의 차별화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서태지의 미적 감각과 재능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내 맘이야>의 가사에서는 서태지의 또다른 일면이 나타난다. 일상에 대한 분절된 묘사들과 논리적 체계가 결여된 단어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극단적인 언어적 해체를 음악적 감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뮤지션으로서의 전위적인 실험성을 보여주거니와, 

이러한 언어적 해체성은 당시 신세대 특유의 해체주의적 정서와 더불어 단절된 시간 감각에 상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의미없는 헛소리"에 불과한 이 가사가 매력을 발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사가 구체적인 일상적 감각에

밀착하여 논리적 언어성과 정서적 일관성을 이루는 것으로부터 의미를 창출하는 기존의 미학으로부터 벗어나, <내 맘이야>는 언어적

해체 자체의 자극적인 쾌감과 강렬한 사운드의 순간적인 조화로부터 새로운 관점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극단적인

언어적 해체는 신세대의 자아 중심성이 과잉으로 치달으며 인간 관계와 소통의 의미를 상실하고 내적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형상과 닮아

있다. 신세대는 자아의 유일성을 강조하면서 극단적으로 자아 도취의 입지로 진전되며 또한 이러한 입장은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본질적인 모순을 경험하게 한다. 자아의 형상은 현실적으로 사회적 관계로부터 확인되며 이러한 경험의 축적이 자아 확인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신세대가 자신의 유일성을 추구할수록 내적 모순은 심화되고, 이것은 자아의 혼란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러한 내적 혼란의

 비극에 대한 징조는 2집의 <죽음의 늪>에 이어 <제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반영된다. <죽음의 늪>에서 나타나는 거부와 호소가 병행된

모순적인 서술에 비해 <제킬 박사와 하이드>의 서술 방식은 좀더 일상적인 감각에 접근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자아가 자아를

죽인다는 비현실적인 서술과 도발적인 사운드 효과를 통해 내적 혼란의 위기 감각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3집이 이전의 작품에 비해 크게 두드러진 점 중의 하나는, 서태지가 보다 구체화되고 감각적인 사회적 메세지를 주제화했다는 점이다.

<발해를 꿈꾸며>에서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라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순화된 형식으로 표현한 것에 비해

<교실 이데아>는 기성 교육에 대한 인상을 "됐어"라는 도발적인 거부의 언어감각으로 함축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히 탁월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표현력이 신세대 대중의 체험 및 의식과 결부되어 통일된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일종의 정치사회적 면모를 함의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태지의 이러한 메세지가 대중에게 유효했던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신세대의 자아 과잉과 소통 부족, 사회성의 결여라는 내적 위기의식과 혼란의 상황에서 서태지의 사회적 메세지가 일종의 분명한

행동 방향을 제시하고 신세대적 감성을 사회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자 계기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을 계기로 이렇게 통일된 인식과 에너지가 보다 보편화된 문제의식과 적극성으로 진전되지 못했다는 점은 대중문화가 사회의식에

끼치는 영향력의 질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기성세대와 제도권이 제시하는 틀을 통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신세대가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문화적으로 형상화한 성공적인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3집의 사회적 메세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외의 <아이들의 눈으로>, <영원>, <널 지우려해>에서 서태지의 부드러운 대중적 감각이 다시 한번 드러나지만, 결과적으로 3집은

(이전에 비해) 대중적 인기 면에서 하락세를 맞은 작품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선도한 댄스 음악은 TV 매체를 중심으로 한

오버그라운드의 절대적인 대세였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덤조차 그러한 형식화된 댄스 감각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3집의 음악은

상당히 낯설고 난해하며 거친 인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락밴드 사운드라는 형태를 기존의 형식화된 TV 매체가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었기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TV로부터 어느 정도 소외될 수 밖에 없었으며, 대신에 콘서트 등 현장 활동의 비중이 커졌다.

또한 이른바 사탄찬양설은 특정 대중종교의 성향과 밀착되어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미지와 팬덤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부정적인 변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집은 상업적으로 충분히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으며 또한 서태지로서는 대중적 차원에서 다소

무리수일 수도 있었던 본격적인 락 사운드로의 전환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스타팅했다는 점 역시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성공적인

전환의 계기는 사회적 기억으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3집에서 나타난 락 사운드와 사회적 메세지의 전위성은 오늘날 서태지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특히나 신세대와 그들의 음악이 결코 단순히 향락 몰입적인 구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차원의 의미와 전망을 가질 수도 있음을 대변해주는 중요한 기억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머지 않아 상업적 트렌드의

한 형태로 수용되고 이용된다.

서태지와 아이들 << 슬픈 아픔 >> (1995)

3집에 이은 음악적 변신은 갱스터힙합 그리고 Beastie Boys 등을 연상시키는 또다른 형태의 장르 혼성이었다. 이것은 역시 음악의

세계적 조류, 특히 미국의 대중음악으로부터 색깔과 방법론을 도입하는 형상이었는데,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미국 음악으로부터의 

이식성 혹은 혼성 모방은 서태지의 음악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면모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면모는 음악에 대한

세계관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세계의 음악 조류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이 곧 (자신의 고유의 것을 부정하고) 조류의

흐름을 추구(따라)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것은 음악에 대한 주변부적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음악에 있어 미국, 서구의

음악이 유일한 원천이자 전위인 중심부인 반면에 그 외의 주변부는 중심부로부터의 침투, 이식, 학습을 통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은

단순히 뮤지션 서태지의 관점일 뿐만 아니라 90년대 한국 음악계 전반 그리고 근대 이후로 신세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인식의 굴레라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서태지의 이번 작품 역시 여러 장르의 리소스와 방법론을 섭렵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그것은 나름대로의 대중적 성과를

거두었다. 과연 국내 갱스터힙합의 시초인가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시초의 개념과 그것을 판단하는 현실적 기준부터 문제이다)

갱스터힙합의 음악적 형태가 지닌 대중화의 가능성을 뚜렷한 사례로써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최초임에 틀림없다.

<필승>은 Beastie Boys의 영향력이 짙은 곡이지만, Beastie Boys의 스타일 요소들을 서태지의 멜로디 감각과 편곡으로 혼성시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Beastie Boys의 색깔 여하와 별개로 충동적인 기괴함과 섬세한 감성 사이를 빠르게 왕복하며 긴장감을

구축한 뒤 종국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는 이 곡은 그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국내 대중가요계의 기준에서 굉장히

독특하고 파격적인 인상의 곡이었다. <교실 이데아>에서 안흥찬이 선보인 압도적인 그로울링에 이어 <필승>의 가성 스크리밍이 

대중적 동감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락 사운드의 다양한 전위적 요소들이 국내 가요계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음반에서도 역시 서태지의 창의적인 언어 감각이 엿보인다. <슬픈 아픔>은 자기 성찰이라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은유적 가사로써 적절한 엄숙함과 가녀리고 섬세한 느낌의 입체적 감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탁월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서태지의 이러한 언어적 창발성은 <시대유감>에서 좀더 극단적으로 발휘된 것 같다. <시대유감>의 (당시에는 가요사전심의제에

의해 삭제된) 가사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닌, 세계 자체에 대한 거부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면서도 독창적이다.

비판적 관점은 사회에 대한 문제 지적과 동시에 사회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전망을 담고 있지만, <시대유감>의 가사는 전망이 아닌

파국을 암시하는 내용으로서 이 메세지는 시사적이기보다는 일종의 제의성에 가깝다. <시대유감>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 판국에 모든 게 비정상이 되라고 저주하는, 요컨대 세계의 전복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의 위력을 

부정하고 정상과 비정상, 시비를 구분하지 않으며 세계에 대한 진보적 인식을 거부하는 태도인데, 이러한 관점이 자아 과잉과

사회성 간에 혼란을 빚고 대안 부재의 인식 속에서 치닫게 되는 허무주의와 상응한다는 점에서 <시대유감>은 신세대들의 또다른

극단적 일면을 대변하는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식의 혼란상에서 대안 없는 대안에 매달리기보다 차라리 혼란의 근원 자체, 즉 세계를

거부하고픈 욕구를 은유적 언어와 공격적 감성으로 표현한 <시대유감>은 근대적 이성과 진보 관념을 거부하는 메세지와 더불어 그 

표현상의 비논리적, 반이성적 성격의 측면으로 보아 서태지의 해체주의적 성향이 한껏 발산된 작품으로 이해된다.

<시대유감>과 관련해 4집 활동을 살펴보면서 간과할 수 없는 유명한 사건은, 바로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요사전심의제도 폐지이다.

사전심의에서 <시대유감>의 가사가 문제시되어 서태지는 가사를 전부 삭제한 연주곡으로 출시했으며, 또한 이후에는 <필승>, <Come

Back Home>,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등의 가사가 심의 당시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제도권에 의한 대중문화 통제에 대해 선각자인 정태춘의 길고도 외로웠던 투쟁은 <시대유감>의 가사 문제 시점에서에야 비로소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곧이어 이 사안은 사법 차원으로까지 빠르게 진전되어 결국 96년에 가요사전심의제도는 위헌 판단에 따라

폐지되었다. 가요사전심의제도 폐지는 90년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적 분위기와 문화시장의 성장, 확대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대적 필연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대중의 압도적인 호감과 지지가 제도권에 의한

문화 통제라는 시대착오적 현상을 보다 감각화된 사회적 화두로 진전시키고 대중적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뮤지션과 대중이 제도권과 상충하며 그것의 개선을 요구하고 달성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대중음악이 단순히 신세대의

자본주의적 소비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와 유기적으로 밀착되어 변화와 진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동적인 요소임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가요사전심의제도의 폐지가 이후 한국 음악계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한층 높인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은퇴와 잠적 그리고 포스트서태지

4집 활동의 막바지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이 은퇴 선언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 그리고 팬덤의 히스테리적

반응은 여기서 굳이 구체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주목할만한 점은 서태지가 돌연 은퇴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에 있다. 이 의문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명문화된 답안은 다름아닌 결심자인 서태지 본인의 발언으로부터 찾아야할 것이다. 

은퇴 당시 서태지는 공식 인터뷰에서 인기 연예인으로서의 부담감과 창작의 고통으로 요약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은퇴 사유가 서태지와 아이들 본인들의 경험에 기반한 합의에 의한 것임을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98년에 서태지가 솔로 음반을 발매하고 뒤이어 2000년에는 국내 무대로 복귀함에 따라, 이 은퇴 사건에 대한 해석은 다른

논리적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특히 서태지가 락밴드 사운드로 일관된 솔로 음반을 제시한 사실은 음악적 변신을 위한 계기로 은퇴를

염두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3집 이후로 서태지는 확실히 락밴드 사운드로의 지향을 보였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댄스

그룹 형태로는 그러한 서태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은퇴 번복의 도덕적 시비 논쟁의 차원을 떠나서

(이 논쟁은 인격 폄하의 단순 반복 그 이상이 될 수 있는가?) 은퇴 당시 서태지가 과연 이후의 솔로 컴백을 계산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대중적 인지도의 틀이었던 댄스 그룹의 형태로부터 벗어나 락밴드로 변신하는 근본적인 전환의

과정이 큰 마찰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은퇴와 그에 따른 침잠기는 서태지로서 음악적

자숙과 전망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으며, 또한 이러한 시간적 공백은 팬덤에게 있어서는 그 인원이 질적으로 걸러지는 여과의

기능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정적인 팬덤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양면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갖추기도

하지만 어쨌든 뮤지션의 음악 활동에 있어 현실적인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염두해볼 점은, 바로 이 당시에 90년대 신세대 음악 트렌드를 주도하던 첫 번째 주자격인

뮤지션들 중 상당수가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95년에서 97년 사이에 서태지와 아이들, N.EX.T, 듀스, 015B 등이 음악 활동을

마감하면서 대중음악 시장은 오버-언더그라운드 양 공간에 걸쳐 거대한 공동이 형성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오버그라운드에서는

여전히 댄스 그룹이 대세였고 또한 힙합이나 혼성 그룹 등의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그 상황을 주도할 중심이나 변화의 

계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패닉 등의 괄목할만한 실험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뮤지션들이 소수 나타났음에 비해 시장의 형상은

전체적으로 댄스 그룹과 발라드의 범람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하여 90년대 초중반 시장에서 입증된 대중적 성공의 방법론이

90년대 후반에도 그대로 답습되었던 오버그라운드에 비해,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다양한 락밴드들과 인디 레이블이 대두하면서 보다

고도화된 자생적 시스템과 색깔을 갖추려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의 자생적 노력은 오버그라운드의

호응과 협조를 받지 못하면서 극히 한정된 수준에 머물렀고, 이로 인해 오버-언더그라운드 양쪽 간의 양적, 질적인(음악 수준의 상하가

아닌 시스템의 차원에서) 격차가 극대화되었다. 이러한 양극화는 한국의 오버그라운드 자본 및 매체 그리고 정부가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와 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제 오버그라운드 시장은 90년대 초중반 폭발의 관성으로 불어난 케잌을 소모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특히 SM의 HOT를 필두로 한

아이돌 그룹의 대세는 음악시장에 있어 큰 변화의 계기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음악계의 위기의식을 확산시켰다. 당시에

대대적으로 시장에 투입된 아이돌 그룹들은 그 외형상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여러 모로 닮은 꼴이었다. 락사운드를 도입한 랩댄스,

갱스터랩, 자극적인 패션을 비롯한 이미지 연출, 화려한 퍼포먼스, 사회적 메세지 등의 요소들은 다름 아닌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

사례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이며 근본적인 차이점은 서태지와 아이들과는 달리 이들 아이돌 그룹들은

원천적으로 연예기획사에 의해 발탁, 육성되고 (이미 시장의 주류가 된) 10대 청소년층의 구매력을 노린 상업적 기획에 의한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90년대 후반에 댄스 음악의 판도에서 나름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형성된 것은 음악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로부터 안정기로 

접어듦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연예기획사들의 아이돌 사업에는 비단 이전의 성공 사례를 추종할 뿐만 아니라 시장적 전망을

계산하며 지속적인 상품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의 문화발전적인 면모가 있음은 틀림없으나, 결정적으로 음악활동의 주체인 

뮤지션과 가수가 자생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자본에 종속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문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아이돌 

프로모션은 종래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신세대 대중의 문화적 파격성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억압하려 했던 기성세대가

오히려 그 문화의 상품적 가치를 주목하고 이를 수용, 자본의 힘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신세대 문화를 경제적으로 종속시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이돌 음악은 분명 거대한 경제적 성과와 문화적 영향력을 성취했지만 그

영역에는 기성세대와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긴장감의 면모가 결여되어 있었으며 오히려 기성세대의 자본과 매체에 순응하는 면모를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었다. 신세대 대중은 더 이상 적극적인 변화 의식과 에너지를 표출하지 못했으며 특히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성인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은 기성세대의 생활적 관례에 유사하게 음악 소비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었다. 이는 애초에 구세대와의

단절을 강조하고 새로운 자아 의식과 변화에의 욕망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현실적인 대안과 전망의 결여라는 내적 모순을 담지한

신세대가 자기 갱신의 계기와 변화의 신선성을 더 이상 찾지 못한 채 기성세대의 입장에 융화해가는, 일종의 필연적인 도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음악계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앞서 언급한대로 일정한 시기에 여러 인기 뮤지션들이 일제히 침잠함에 따른 거대한 공백이

연예기획사의 시장 주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면모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 음악 시장의 상품화와

아이돌시장화의 단초를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형성되는 논리에 따라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자신이 주도한 변화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특정 뮤지션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계기로 인해

음악계 및 시장이 변화 왜곡되었다는 논리는 음악계와 시장의 질적 수준 및 인프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가의 문화정책이 취약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이렇게 취약한 기반으로 인한 시장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다른 거시적 원인은 제쳐두고 한 명의 뮤지션에게 그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음악계 및 시장 전반의 발전과 배분의 책임을 한 명의 뮤지션에게 돌리는 주장은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또한 그 자체가 얼마나 무책임한 관점인가? 이러한 논리는 소위 "문화대통령"이라는 별칭을 가질만큼 막대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영향력을 염두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변화와 에너지의 근원을 특출한 인물에게서 찾으려는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빈약한 의식구조와 무기력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90년대 후반 한국 음악 시장은 연예기획사들의 아이돌 음악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질과 양 양면으로 성장의 한계를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또한 98년 IMF 사태로 국민 소비 전반이 크게 위축되면서 오버그라운드는 TV 매체로의 의존이 더더욱 심화되었으며

이제 막 구색을 갖추기 시작한 언더그라운드 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국민 경제의 총체적 위기 의식과 무기력감이 만연된 상황에서 

음악을 오직 철없는 청소년 시기의 소모적 취향으로 여기는 기성세대의 반문화적 편견이 관성화되었고 이런 의식으로 말미암아 

성인층이 음악 소비를 외면하는 태도가 보편화되어 가는 형국이었다.

서태지 << Seo Tai Ji >> (1998)

98년에 서태지는 선보인 작품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불투명한 이미지로 나타났다. 음반의 명확한 타이틀이 없고 보라색 CD 케이스로

인해 음반의 첫 얼굴인 커버의 형상조차 불분명하며 심지어 뮤지션의 사진과 가사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은 이 음반은 여러 면모에서 

상업적 프로모션의 성격과 거리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라는 브랜드의 위력 덕택에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장르적으로는 얼터너티브 락을 표방한 이 음반은 미국에서 홀로 생활하던 서태지의 작가주의가 발현된 독특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작곡, 작사, 편곡, 연주, 보컬, 레코딩을 아우르는 음악 작업의 모든 것을 순전히 혼자서 해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이 작품의 음악적 

성격으로부터 서태지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을 테스트하고 음악적 실험의 결과와 대중적 가능성을 가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곡에는 뚜렷한 의미가 없이 오직 <Take One>, <Take Two>라는 식의 단순 구분을 위한 제목이 부여되어 있으며, 음반 속지에는

가사가 없을 뿐더러 곡에서 서태지의 보컬은 이펙터와 여타 연주음으로 인해 그 가사를 알아듣기가 힘들다. 가사를 쉽사리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리스너로 하여금 가사의 메세지보다 보컬 자체를 하나의 연주로 받아들이고 전체적인 사운드의 조화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였음은 서태지가 당시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대로다.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다양한 톤의 기타 사운드를 활용하면서 또한 각 곡들이 여러 부분적인 연주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즉 동일한

연주 부분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서로 전혀 다른 인상의 음악들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러한

다소 유희적인 방법론을 품고 있는 곡들은 서로 상반될 정도로 색다른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그 각각이 자체적으로 충분히 독립적인 

완성도와 완결된 정서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모든 곡들을 관통하는 방법론적 일관성으로 인해 음반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곡인

것과 같은 미묘한 조화의 인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Take Two>와 <Take Four>의 가사가 일상적 논리에 맞닿지 않는

해체적 성향을 지닌다는 점이 주목할만한데, 이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가사의 메세지 이해보다 보컬을 하나의 연주로 들리게 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논리적인 기준에서 무의미하게 해체된 가사가 연주와 어울리며 그 나름의 독특한 느낌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는 이전의 <내 맘이야>에서 실험한 가사의 언어적 해체가 단순히 해체라는 전위적인 자극성에 머무르지 않고 좀더

구체적인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작가주의적 인상은, 그 이전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대중성 및 상업성 그리고 국내 무대 복귀 이후로 뚜렷해진 미국 장르의 이식성에 대비되어 서태지의 전작품들 중에서 이

음반을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게 만든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음반이 국내에 소개된 당시에는 대중과 주류 언론들이 작품의 음악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할지 혼란스러워했다는 사실이다. 팬덤 내에서조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상당히 낯설게

받아들였으며, 주류 언론들은 오직 서태지가 제시한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장르적 개념에 기준하여 "새롭지 않다"는 피상적인 결론을

내리거나 혹은 음악적 작품성과는 별개인 짧은 러닝 타임, 외환 위기 정국에 어울리지 않게 높은 계약금 등을 문제시하며 음반의 가치를

폄하했다. 음악 작품에 대해 집중된 대중과 사회의 관심을 성숙한 예술 담론으로 이끌지 못한 채 오직 선정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주류 언론의 인문적 소양 수준과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이 음반에서 <Take One>, <Take Two>, <Take Five>가 독특한 형상의 뮤직비디오로 공개되었으나, 대중의 인식에서 영상 이미지가 

서태지라는 인물의 공백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음반의 난해함과 인물의 공백은 대중적 인지도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는 요인이었고

또한 주류 언론으로부터 신비주의, 상업주의 등의 혐오감이 담긴 오명을 그대로 쓰게 만드는 불리한 여건을 형성했다.

서태지 << 울트라맨이야 >> (2000)

2000년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 서태지는 다시 한번 국내에서 최고의 화두로 올라섰다. 브랜드 네임과 파격적인 패션, (어디까지나 

국내 오버그라운드의 기준에서) 다소 생소한 사운드와 장르 개념은 서태지의 음악적 변화를 의미함과 동시에 상업적 프로모션의

표징이 되었다. 충성도 높은 팬덤은 다시 한번 집결했고 서태지와 그 팬덤의 행보는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통해 서태지라는 존재의

위력을 대중에게 과시하게 되었다.

새로운 작품은 장르상으로는 미국의 뉴메탈, 넓게는 얼터너티브 락 개념으로 포괄될 수 있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하드코어라는 

장르명으로 오인되면서 용어로서의 하드코어가 대중과 언론에 넓게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을 대변하는 용어로 

핌프락이라는 속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건 당시 그가 미국의 뉴메탈 씬에 경도되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

뉴메탈 씬에의 경도는 그의 작품에서 강도높게 드러나 있다. Coal Chamber의 명곡 <Big Truck>의 프레임과 분위기를 흉내낸 듯한

<탱크>, Korn의 <Blind>를 연상시키는 <대경성>의 기타 리프는 뉴메탈 씬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려는 서태지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물론 그러한 흡수와 재구성의 과정은 분명 서태지의 음악적 재능과 감각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것이며

원곡과 별개로 각각의 곡들은 나름의 완결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음도 분명하다. 다만 단순히 곡이 비슷하다 혹은 흉내냈다는 피상적인 

명제 이상으로 진전될 수 있는 문제점은 여기서 나타나는 서태지의 음악적 세계관, 특히 그가 추구하는 것이 과연 '서구 음악의 흉내'

혹은 '도입'에 있는 것인가, 바로 이 의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음악에 대한 주변부적 인식과 궤를 같이 하며, 또한 단순히

서태지 개인의 인격이나 재능 여하 차원으로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 당시에 서태지의 음악과 더불어 제시된 패션 및

퍼포먼스는 서태지가 전달하려는 것이 단순히 음악적 코드가 아니라 입체적인 문화적 구성물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미국

락씬에서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 풍토를 임의적으로 도식화하여 국내에 도입하려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 다름 아닌 표절 논란이다. 서태지는 이미 <난 알아요>에서부터 <하여가>, <Come Back

Home> 등 다양한 곡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러한 표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0년 국내 복귀 직후 나타난 

안티서태지 운동이 큰 계기가 되었다. 서태지 표절 논란은 표절 의혹 부분만을 들려주며 비교하는 음악 파일이나 텍스트 형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넓게 퍼졌고 또한 객관적 검증 여부와 별개로 표절 문제를 감정적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 그러나

엄연히 공식적인 차원에서 서태지는 표절 판정은 커녕 표절 소송에 걸린 적조차 없다. 비공식적으로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들은 분명

표절대상으로 제기된 원곡과 비슷하다고 표현될만한 것들이지만, 비슷하다는 주관적인 인상은 범죄적 의미의 표절과는 엄연히 

구분되어야할 사항이다. 서태지 표절 논란이 지니고 있는 실질적인 한계는, 그것이 비공식적인 의혹 이상의 것으로 진전된

경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는 표절이 친고죄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표절의혹의 제기자들이 현실적 성과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요인도 작용한다.

그리고 비단 서태지의 사안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범람한 국내 가요들의 다양한 표절 논란이 결과적으로 표절 문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멜로디, 연주, 리듬 뿐만 아니라 창법이 듣기에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온라인에서 표절 의혹이 무책임하게 형성되고(온라인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무책임성이다) 무분별로 재생산, 확산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표절이란 개념이 본래 지니고 있어야할 진지한 의미와 무게를 상실케 했다. 표절 의혹은 끊임없이 생산되고 확산되지만

정작 그것을 접하고 유포하는 네티즌들의 입장은 표절 논란을 객관화하고 진전시키려는 진지한 태도와는 애초에 거리가 있다. 실상

온라인에서 범람하는 표절 의혹들은 네티즌들이 가볍게 감정을 배출하기 위한 혹은 조회수로 표징되는 자기 과시를 위한 선정적인 

연예 가십거리 중 하나이며, 한편으로는 가요계의 신곡 홍보에 있어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서태지가 국내 무대로 복귀한 직후에 안티서태지 운동이 형성된 것도 독특한 현상이었다. 국내 음악계에서 누군가에 대해 안티를

자처하며 공개적으로 활동한 경우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노브레인 등이 포함된 문화사기단을 중심으로 언더그라운드 내에서 형성된

안티서태지 운동은 안티서태지 콘서트, 온라인 안티 사이트 등을 통해 활성화되었으며, 신문과 TV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의 활동

명분을 '서태지로 대표되는 현 가요계의 거대한 기업형 브랜드에 대한 비판'이라고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명분에 대해 딱히

합일점이 없었던 소속 밴드들이 머지않아 이탈하고 침잠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안티서태지 운동은 흐지부지되었다. 애초에 누군가를

반대하기 위한 운동만큼이나 선정적이면서도 허무한 본질을 지닌 일도 드물겠지만서도, 실질적으로 이 운동이 그 어떤 긍정적인 성과도

없이 일개 황당한 이벤트로 전락해버린 것은 소속 밴드들이 자신들의 성공 가도에서 상업적 시스템에 적응할 수 밖에 없었던 자가당착

때문이기도 하다. 운동에 참여했던 인물들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유명해지려고

그랬다" "팬덤이 싫어서 그랬다"는 식의 표현을 통해 사실상 과거에 대한 의미 부여를 부정,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안티서태지

운동은 국내 일부 뮤지션들이 서태지에 대한 거부감을 극단적이며 선정적인 형태로 드러내며 대중의 관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태지에 대한 그 어떤 문제적 담론도 생산적으로 진전시키지 못한 채 내부로부터 스스로 소멸된 소모적인 사건이었으며, 단지 

대중의 시각에서 서태지에게 투영된 일부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짙어지는 계기가 되었을 따름이다.

서태지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요인들은 비단 비공식적인 사안에 걸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속좁은 문화대통령"이라는 부당한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01년에 있었던 이재수의 <컴배콤> 패러디 사건은 이재수 배후의 연예기획사와

언론의 상업적 선정성 그리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불투명한 저작권 관리 등이 얽힌 저작권 침해 사례였다. 결과적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서태지는 자신의 저작권을 지켜냈지만 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부실한 운영 실태를 깨닫고 불신, 탈퇴하는 계기가 되었다.

뮤지션의 저작권이 부당하게 침해받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과하고 이에 대한 언론의 선정주의적 보도는 "속좁은 문화대통령"으로 축약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대중의 기억에 각인시켰다.

음악계와 대중 양쪽으로부터 큰 관심과 열렬한 호응 그리고 강도높은 비난이 얽히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서태지는 자체적인 인디

레이블인 괴수인디진을 설립하고 락 페스티벌인 ETP('EErie Taiji People Festival'의 약자)를 개최하는 등, 락의 대중화 진전에

기여할만한 사업을 진행했다. 2001년 ETP는 국내외 락뮤지션들을 초청한 락 페스티벌로 성공적으로 치뤄졌다.

서태지 << 7th Issue >> (2004)

4년 만에 내놓은 7번째 작품에서 서태지는 다시 한번 장르 개념을 화두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서태지가 제시한 소위 '감성코어'는

당시 국내 가요계에서는 분명 친숙한 용어가 아니었지만, 이미 국내에서 문화적 개방이 상당히 진척된 데다가 인터넷을 통한 음악

범람의 시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적 충격 효과가 이전처럼 클 리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저조한 화제성에는 서태지가 제시한

이모 스타일의 음악이 그 인상에 있어 이전에 가요계에 제시된 얼터너티브 락에 비해 아주 낯선 것만도 아니라는 점 역시 작용했다.

<< 7th Issue >>는 감성코어라는 개념의 화두와는 상관없이 충분히 음악적인 완성도와 매력을 갖춘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서태지는

감성적인 멜로디에 감각적이면서도 정밀한 편곡을 입히며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과 재능을 증명해보였다. 전체적으로 그 어떤 막힘도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계속적인 변화의 부여로 긴장과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조화로운 연주에서 이 음반이 지니고 있는 가장

강력한 매력이 발산된다. 이러한 각 곡들의 질적 수준 뿐만 아니라 음반 전체적으로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이 하나의 총체적인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도 서태지가 지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이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딱히 흠잡을 데가 없이 보편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이 작품은 충분히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수작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획기적인 음악성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또한 이전의 뉴메탈 사운드에 비해 멜로딕함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그 음악적 포인트가 << 울트라맨이야 >>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멜로딕함은 미국 이모 씬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 울트라맨이야 >>에서 나타났던 비대중적인

면모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의 일환일 수도 있다. 또한 << 울트라맨이야 >>에서 미국 뉴메탈의 음악적 요소와 형식 차용이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것에 비하면 이 작품은 감성적인 멜로딕함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연주로써 그러한 문제점을 나름 극복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서태지의 음악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ETP가 진행되었다. ETP가 인프라와 이벤트가 극히 부족한 한국 락문화의 현재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평소 락문화의 빈곤에 시달리는 락팬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해외와의 음악적

접촉과 교류는 국내 음악 문화의 창발과 활성화에 있어 자극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ETP 자체가 그 나름의 현실적인 한계를

담지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ETP에 대해 그 성공의 열쇠를 지고 있는 서태지 개인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큰 관건인데,

서태지의 인원 동원력이라는 요소가 없이도 ETP가 과연 대중적 락페스티벌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앞으로 해결되어야할

과제로 생각된다.

    

<< MOAI >> (2008)           << Bermuda [Triangle] >> (2009)

역시 4년 만에 돌아온 음반은 이전 작품들과 음악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지금까지 2개의 싱글로 발매된 8개 곡들에 대해 서태지는

소위 "네이처 파운드"라는 장르 개념으로 통합하여 설명하였지만, 사실 서태지가 제시한 개념이나 혹은 그 음악에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독립적 장르 개념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러한 서태지의 장르적 개념 제시는 '감성코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음악이

지니고 있는 '새로움'에 도식화된 관념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로 이해된다. 이러한 언행은 자신의 음악을 관념적인 음악성으로

포장하는 홍보성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태지의 표현대로 이번 작품에서는 리듬이 잘게 쪼개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나 빠르고도 자잘한 드러밍과 그러한 분열적이며

복잡한 리듬에 맞춰진 독특한 멜로디가 흥미롭다. 리듬을 제외한 형식과 질감은 발라드, 댄스, 그런지 등을 연상시키지만 각각의

곡들이 지닌 차별적인 매력이 단순히 장르 개념만으로 이해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감각적인 매력을 갖춘 곡들을

선보였으며 또한 그 작품성에는 드릴 앤 베이스 개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에 융합시키려는 실험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이 작품이 최종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지는 모든 곡들이 공개된 이후에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음악 외적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태지가 이번 작품을 싱글 음반 형태로 그리고 상당히 고가의 음반으로 발매했다는 사실이다.

서태지는 팬덤과의 교감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차원에서 싱글 발매를 결심했고 또한 자신의 작품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싶은 욕구로

일부러 고가 책정을 했다고 공언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싱글 음반의 수용성을 실험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미스테리 서클 조성, UFO 구조물,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 등도 서태지 개인의 취향과 더불어 실험성이 부가된

프로모션이라고 볼 수 있다. 홍보에 있어 관례적인 TV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 독특한 이미지 연출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 프로모션은 자신의 취향을 상업성에 과감히 연결시키는 창발성과 자신감에 뒷받침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연출 소재의

컬트적인 성격으로 인해 대중적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기에는 내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9월 말에 서태지는 Tolga Kashif 지휘 하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동 심포니 콘서트를 열었다. Tolga의  편곡과 세계적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초대형 규모의 무대로 유명했던 심포니 콘서트는 야외 무대라는 부적절한 공간성으로 인한 음향

전달의 문제 등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이러한 한계와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차원에서 12월 초에 성남시립교양악단과 심포니 앵콜 콘서트를 실행했다.

또한 활동 중에 서태지의 방송 편집권이 온라인 논쟁의 도마 위에 화두로 오르기도 했다. SBS 음악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에의

출연 교섭에서 서태지의 무리한 방송 편집권 요구로 인해 그 출연이 무산되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화제화되면서 이에 대한 인터넷 언론의

기사 복제 및 논평이 활성화되고 온라인 논쟁으로까지 확대됐던 것이다. 'PD 고유의 편집권 사수'와 '뮤지션으로서 좀더 뛰어난 질의

음악을 제공하려는 노력'이라는 두 명제가 상충하며  치열하게 진행된 논쟁은, 그러나 곧 '편집권 침해로 인힌 출연 무산'이라는 갈등

사항 자체가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이렇다할 결론과 성과를 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애초에 방송사와 연예인 간의 출연

교섭이 진행되는 중에 (원칙적으로 대중의 시야로부터 보호되어야할) 협상 상황에 대한 거짓 기사에 근거하며 객관성 여하가 불투명한 

무리한 추측, 감정적인 편견들이 얽히며 빚어낸 논쟁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신에 언론의 선정성은

대중의 인식에 있어 서태지를 (방송사 고유의 영역을 침해할 정도로) '권위적이며 독단적인 인물'로 각인시켰다. 이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서태지라는 인물이 내재하고 있는 화두성, 화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실 왜곡조차 마다하지 않는 언론의 선정주의,

양심적 주체가 결여된 채 내적 감정의 분출로를 좇아다니는 대중성이 어떠한 형상으로 표출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한편으로는 서태지가 선도하고 또한 그의 성공에 있어 지렛대 역할을 했던 90년대 신세대 혁명의 성과가 어떤 한계를 지녔는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서태지가 선도한 신세대 혁명의 허와 실

90년대 신세대 혁명은 종종 현대사상의 68운동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전 세대에 의한 자본 축적을 기반으로 한 소비 지향성, 자극적이며

감각적인 것에의 추구, 비연속적이며 짧은 주기의 시간 감각, 기성세대가 형성한 틀과 한계에 대한 반발과 도전, 현실의 모순에 대한

적응보다 타파를 주장하는 태도는 신세대와 68세대 간의 유사점으로 볼 수 있으며, 어떤 점에서는 68년의 세계적 조류를 한국은 90년대에

이르러서야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68운동과 달리 90년대의 신세대 혁명은 그 자체적인 이념적, 정치적 성향이 배제되어 있었고 대중문화 특히 음악시장을 

변화의 구심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징과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오히려 68세대가 지닌 정치 운동의 적극적 측면은 한국의 기성세대

중에서 민주화 운동권 혹은 386세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신세대의 비정치성과 서구 문화에의 도취, 자아 과잉, 소비 지향성은

현실적으로 제도권은 물론이거니와 민주화 운동권과도 융화를 이룰 수 없었으며, 그러한 점에서 신세대는 정치적으로 기성세대와 극심한

단절의 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단절적인 인식과 자기 중심성의 강조로 인한 자아 과잉은 현실이 요구하는 사회성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정체성의 혼란과 고민을 가져왔고, 이러한 내적 혼란의 와중에서 정치적, 사회철학적 고민과 사상의 결여 상태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하며 궁극적으로 허무주의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한 성격의 신세대에게 집중된 화두는 정치가 아니라 대중문화였다. 87년 체제가 안정기에 이르면서 형성된 민주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이전세대에 의해 축적된 자본을 기반으로 활성화된 문화소비, TV매체의 발전과 보급, 서구 문화의 본격적인 도입과 향유 등의

요소들이 융화된 전체적인 문화적 변화는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경계이자 갈등의 전선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기폭제이자

선도자가 다름아닌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빠른 속도감을 지닌 장르 혼성적인 음악, 감각적 패션, 화려한 퍼포먼스가 결합된 서태지와

아이들은 신세대들의 문화적 욕구를 감각적으로 실현한 총체성이었으며 이러한 신세대 소비자들의 욕구를 기반으로 거대한 상업적

성취를 이룩한 획기적인 성공 모델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계속적으로 선보인 음악과 이미지의 변신은 서태지 개인의 명민한 

문화흡수와 표출 욕망의 반영이면서 또한 신세대라는 거대한 소비층에게 잠재되어 있는 문화적 수용성을 실험, 형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90년대 초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하여 여러 뮤지션들의 선도에 의해 대중적으로 표출된 다양한 문화와 소비 양상은

이후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고정적인 면모이자 프로모션의 도식으로 오늘날까지 잔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감각적인 상품의 등장과 소비의 활성화, 시장의 양적 폭발이라는 외형적인 성공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문화적, 사회의식적 갈등이 병행되었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행보는 그러한 갈등의 표면

위로 진행되면서 그 양상에서 선각자적인 면모와 함께 시장과 대중에 대해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뮤지션으로서 저작권 확립의 노력은 90년대 풍부한 잠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중음악시장에 있어 남다른 경각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었으며, 또한 <시대유감>을 계기로 한 사전심의제도의 폐지는 선도적인 뮤지션과 대중 간의 교감이 단순히 감정적,

시장적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인식을 공감하며 나아가 그 문제를 생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와 <교실 이데아>는 음악이 전위적인 사회의식을 표출함과 동시에

신세대 대중의 공감을 얻은 경우로서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경향에 있어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이다.

이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의 행보는 대중음악시장의 선도적인 성공사례임은 물론이거니와 신세대의 복잡다단한 사고방식과 욕망을

수용하여 이를 다양한 형상으로 표출한 사회적 현상이면서, 거대한 변화를 맞는 사회에 대해 문화적 방향과 에너지를 제시하며

혁명을 추동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이 혁명은 90년대에 걸쳐 한국사회의 형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직설적인

어법, 문화소비적 경향, 느슨해진 금기의식은 한국 사회 전반에 유연성과 개방성을 부여하였으며, 빠른 패턴으로 변하는 사회상과 

대중문화의 경험은 시간의 주기를 더욱 짧게 좁혔다. 문화 소비가 더 이상 비생산적인 향락이 아닌 보편적인 일상으로 인식되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크게 진전되었으며 이러한 개방적 여건 아래 다양한 문화적 리소스의 범람과 시장 확대는 새로운 산업

동력의 잠재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다양한 문화의 섭렵 속에서 외래 문화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진 것은 거시적으로 

한국사회가 도정하는 세계화 현상의 일면이었다. 도시에서 출생하여 성장한 신세대는 더 이상 농촌에의 목가적인 향수나 순정에 대한

이상을 지니지 않았고 대신에 도시 생활의 다양하고도 복잡한 일상, 모순, 개인주의, 비인간성이 고민의 주제이면서 또한 표현 방식의

성격으로 자리잡았다. 도시적 사회관은 공동체로서의 '우리'의 격이 낮아지고 대신에 보다 개별적이면서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자아가

강조되는 세태를 형성했고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와 문화시장의 구성원으로서 주체의식의 근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잉된 자아와

사회성 간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청소년이 대중문화의 향유와 소비주체로 부각되면서 그 이전까지 오직 보호와 지도의

대상이었던 청소년이 자기 주장과 행동의 주체로서 그 입지가 향상되었다. 이렇게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하면서 신세대라는 화두 아래 

진행된 90년대 한국 사회의 모든 공간과 분야,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에 걸친 급격하고도 탄력 있는 변화상은 총체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근본적으로 신세대 대중의 정치의식적 주체가 결여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점에서 이

혁명은 대중문화와 의식에 국한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결국 사회적 모순과 세대 갈등의 궁극적 근원인 현실의 체제로까지 문제의식이

도달하지 못하는 미숙한 정치의식 상태에서 대중음악을 구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던 혁명은 새로움의 자극을 상실하거나

시장 활성화의 여건을 상실할 때 정체하고 쇠퇴할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정체의 우려는 90년대 후반 대중음악시장이

연예기획사와 매체에 의해 장악, 주도되는 상황으로 실체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주요 신세대 

싱어송라이터들의 침잠은 음악시장에 있어 새로운 변화의 자극원과 주체의 공백을 초래했으며, IMF 사태는 신세대 혁명의 공간이자

징표인 대중문화시장의 잠재성에 커다란 한계를 부여했다.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대중음악과 변화의 주체성은 뮤지션에서 연예기획사로

이동하였으며, 뮤지션과 음악 그리고 팬덤의 소비성조차 자본에 종속되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물론 이러한 대중음악시장의 정체와

변질은 90년대 양적으로 팽창하던 대중음악시장에 대해 보다 정책적인 전망과 질적 제고의 필요성을 외면한 기성세대와 제도권에게

큰 원인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음악시장을 구심점으로 하면서 제도권의 외곽을 넘지 못한 신세대 혁명의 외연적 한계가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혁명의 한계는 선도자로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지닌 한계와 연결되어 있다. 서태지는 신세대 혁명의 선도적 역할을

하였으며 여전히 거대한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뮤지션의 입지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제도권과의 충돌과 극복

역시 뮤지션으로서 표현의 영역에 한한 것이었다. 서태지의 새로운 시도와 메세지는 그것이 일으킨 거대한 사회적 파장과 별개로 

그 내용 자체는 뮤지션으로서의 표현 영역이었으며 상품성을 지닌 것이기도 했다. 물론 신세대 혁명이 정체된 책임을 서태지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신세대 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움직임과 그것의 잠재성에 관련된 모든 전망과 담론을 한 명의

뮤지션에게 투영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이론은 사회논리적으로 궁색할 뿐더러 엘리트주의적 관점에 국한하여 대중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책임론을 회피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다만 혁명의 책임 문제와 별개로, 서태지의 음악성에 대한 담론에 있어 신세대 혁명의 한계와 관련시켜 그 음악성을 이해하는 것 역시

사회와 개인의 유기적 관계라는 관점에서 나름 흥미롭게 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서태지가 제시하여 신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변화를 추동한 새로운 음악은 근본적으로 외래 음악, 특히 미국 음악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의

대중음악과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난 알아요>를 필두로 한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과 이후의 음악은 커다란

간극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이는 음악적 진보에 대한 고민을 미국 음악으로부터의 리소스와 방법론 도입을 통해 해소한 결과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계기로 음악시장은 일종의 음악조류적 단절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것은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정서적, 사회의식적

단절과 병행되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 모델은, 향후 한국 음악시장의 구도에 있어 일정한 음악적 조류와

장르 시장 형성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능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해외 음악으로부터 리소스 도입, 화려한 이미지 연출을 통한

성공 모델은 음악적 한계에 대한 뮤지션으로서의 창발적인 고민 대신에 상업적 이익의 극대화를 성취하는 도식을 제공했다. 물론 이

논의에 있어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서태지의 성공 모델에 대해서 이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음악계 전반의 한계 역시 염두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근대 음악 시장의 역사로부터 기인한 미국 음악과 국내 음악

간의 양적, 질적인 간극, 새로운 신세대의 문화의식과 욕망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지 못한 한국 기성 음악의 한계 그리고 역시 음악시장에

대한 국가적 전망과 정책 부재 등의 다양한 면모들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태지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서태지의 행보와 혁명성은 한국 사회라는 일정한 특수성과 관련시켜

이해될 필요가 있다.(논지의 성격을 오해하면 안 된다. 대체 세상의 어떤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서태지와 아이들이 일으킨 음악조류의 단절은 세대 간의 단절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며, 서태지의 음악적 특성 중 일면인 미국

음악으로부터 이식성은 거시적으로 한국 음악계,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의 뿌리깊은 주변부적 성격과 면밀한 관계에 있다. 그러한

점에서 서태지의 음악성 담론이 내포하는 사회적 면모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서태지의 음악성과 주변부적 뮤지션

서태지는 지금까지 16년에 걸쳐 뛰어난 음악적 역량과 감각을 선보여왔던 뮤지션이다. 개인이 지니고 있는 음악적 재능과 그 잠재성을

계량화하거나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서태지가 해낸 음악적 성과가 그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하게

만드는 실체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서구 음악의 조류로부터 방법론을 도입하는 명민함과 그러한 외래의 이질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여 자신의 음악을 창출해내는 창의적 감각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창작 과정 전반을 관장하는 데 요구되는 세세한 음악

실력, 이 모든 면모들이 총체화되어 서태지의 음악적 역량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이 단편적인 천재성이나 영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5, 6집에서 선보인 바와 같이 작곡에서부터 연주, 레코딩까지 음악 창작 과정 일체를 혼자서 해낼만한 노력과

끈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서태지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담론은 근본적으로 서구 음악, 특히 미국 음악으로부터 이식성 혹은 모방이라는 비판적인

관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매번 나타날 때마다 거대한 대중적 파장을 일으켰던 서태지의 작품들은 분명히 미국 음악의 구체적인

장르로부터 색깔과 양식을 도입, 모방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면모로 인해 그의 음악성에 대한 담론은 소위 오리지날리티 혹은

정체성에 대한 논란과 비판의 여지에 열려 있다. 물론 모방과 응용이라는 면모를 필수로 하는 창작 과정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염두하지 않은 채 '완전한 창조'를 잣대로 비판하는 관점은 그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모순이다. 외연적인 맥락이 없는 '완전한

창조'란 현실과 괴리된 추상적인 개념일 따름이다. 모방이라는 면모에 집착하는 태도는 서태지의 음악성을 이해함에 있어 스스로의

관점을 일면에 국한시키는 근시안일 뿐더러 음악적 관점을 몰이해로 빠트리는 자가당착이다. 그러나 여기서 살펴보려는 것은 단순한

모방성과 정체성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서태지의  이식성이 한국 음악계 그리고 한국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일면의 성격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서태지의 이식성에 대한 비판의 관점조차 동일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계기로 한 국내 가요계의 혁신은 앞서 언급했듯이 음악계의 역사에 있어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과 이후로 

시대 구분을 할만큼 깊은 단절과 간격을 형성했다. 그러한 단절은 미국 음악으로부터 도입된 랩댄스 장르가 이전의 주류 장르들을

밀어내며 음악시장의 지배적인 중심으로 부각되고 종래 장르 개념과 방법론 및 정서들을 낙후된 것으로 단정하는 대중적 인식의

고착으로 형상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식성과 단절의 형상은 비단 서태지와 아이들에 의한 신세대 혁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일종의 패턴으로서 도식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개화기와 일제시대를 통해 근대적인 대중음악계가 형성된 이후로

오늘날까지 진행, 혼성되어 온 장르적 양식과 방법론은 근본적으로 모두 외국 특히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도입, 이식된 것이다.

해방 이후로 한국인의 세계관에서 미국은 선진성의 결정체였고 미국으로부터 도입된 문물은 단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선진적인

것으로서 선망과 추종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미국으로부터의 음악 이식은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변화와 발전의 중요한 자극원이었고, 

또한 이식된 새로운 음악에 밀려 기존의 음악이 정체, 침잠, 도태되는 현상이 대중음악의 발전상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사회 구조의

폐쇄성과 음악시장의 영세성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음악 이식 과정에서 대중에 의한 폭넓은 향유 이전에 상위 계급 혹은 소수

선도자들의 영역 내에서 영유되다가 점차적으로 대중화되는 성향을 나타냈다. 50, 60년대의 재즈, 블루스, 맘보, 차차차 등의 음악

도입과 융화는 미8군과 AFKN의 영향력이 컸고 70년대의 포크 열풍은 명문대의 고학력자들이 형성한 미국적 분위기의 청년문화로부터

기인하였으며, 비슷한 시기의 락은 역시 미8군 문화로부터 선도적인 연주자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된 것이었다. 종종 90년대 대중가요의

대안으로 회고되는 80년대 헤비메탈 붐은 미국의 주류 음악인 헤비메탈로부터 음악적 대안을 찾던 일부 청년층들에 의해 영유되다가

90년대에 들어서기 이전에 다양한 현실적인 이유로 정체, 소멸되었다. 물론 이러한 이식성의 과정은 분명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다양성이 확보되는 과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음악계 전반에 있어 자체적인 창발성과 축적이 빈약할 뿐더러 소위 장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식성과 단절성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일정한 역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

주도의 압축적인 경제 성장 과정에서 산업의 외형적 성장에 비해 시민사회의 더딘 진전과 더불어 대중음악 체계의 발전이 늦었으며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조성된, 문화생활을 비생산적인 낭비로 취급하는 제도적 풍토가 서민음악의 기초적인 창발성을 차단했던 시대적

상황은 대중음악계에 대해 서구 및 미국 음악을 선진적인 것으로 선망하고 추종하는 인식을 추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문화적

발전과 변화의 문제를 풍토상 빈약한 자체적 창발성보다 미국으로부터의 도입으로 해소하게끔 여건을 형성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대중음악계의 인식이나 질적인 한계로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서구 및 미국과 한국 간의

영향 관계가 중심부와 주변부 간 일방적인 작용 관계임을 보여주며 또한 이러한 면모는 대중음악을 포함한 문화예술, 학문, 사회의식,

정치구조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전반의 뿌리깊은 주변부적 성격이라는 타성에 상응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 음악의 장르와

방법론을 국내에 이식했던 서태지 역시 주변부적 뮤지션으로서의 성격과 한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주변부적 성격의 대중음악은 내적인 축적의 빈약이라는 만성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었으며, 이러한 면모가 90년대에

비약적 상승의 잠재성을 지녔던 신세대의 문화적 욕구와 음악시장의 확대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역량의 결여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식을 서태지의 음악적 행보에 구체적으로 적용시켜 본다면, 프로 밴드 시나위의 베이시스트이자 메탈 키드로서 음악을 시작한

서태지가 랩댄스로 전향한 것은 단지 시대적 추세를 계산하거나 무조건 외국 음악을 선망했다기보다는, 신세대로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그러한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내 기성 음악 대신에 대안으로서 랩댄스 스타일을 선택했다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세대 서태지가 제시한 음악이 역시 신세대 소비자의 성향에 맞아떨어지며 폭발적인 대중적 반응을 에너지로 하여 기성 음악을

주류로부터 밀어내고 대중음악계의 형상을 짧은 시기 안에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 현상이 그저 종래의 질서로부터 일탈된

왜곡과 파괴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특수한 성격으로 인해 이전부터 반복되어 왔던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식성이라는 관성이 신세대의

대두라는 사회 전반적 변화에 조응하여 다시 한번 일정한 형상으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또한 오랫동안 다양한 면모에 걸친 서태지에 대한 평가와 비판 역시 주변부적 인식의 틀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장르 개념을 기준으로 한 담론이 중심이며, 이러한 담론의 기준은 외국 특히 미국의 음악 장르를

추상화한 관념에 있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이 나올 때마다 언론과 평단의 (그나마 음악적인) 평가는 장르적 규정에 한정된

것이었으며 그 결론은 혹평으로 몰입되기 일쑤였다.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평가가 호평이든 혹평이든 간에 대체로 미국 음악을 기준으로

하여 좀처럼 색다른 관점이나 의미 혹은 전망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현실은 주변부적 인식이 중심부를 추종할 뿐만 아니라 주변부

자신에 대한 내적 고민과 의미 창출의 잠재성을 스스로 억압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변부적 관점은

비단 서태지에 대한 담론에서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를 접촉하고 소비하는 대중이나 소위 장르 팬들의 다양한 인식에서 두루 나타난다.

한 예로 락리스너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장르 시장에 대한 선망이나 추상적인 장르 계통도 등을 중시하는 주지주의, 락 장르를

대중음악과 배타적으로 구별하여 고급의 순수예술로 이해하는 태도 등은 주변부적 관점이 상당히 소박한 형태로 파생된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대통령'이 아닌 뮤지션으로서의 서태지

물론 서태지의 음악적 행보에 대해서 대중음악의 역사를 관통하는 이식성의 관성 혹은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거시적 이해

아래 단지 수동적인 단면으로 해석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한 해석의 틀만으로는 <난 알아요>의 충격 이후로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고 

얼터너티브 락 등의 다양한 장르와 질감의 음악을 대중음악계에 선보이며 역시 대중적 성공을 거머쥔 서태지의 행보를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 서태지의 경력과 음악적 행보는 단지 주변부적인 성격이나 시기적 대안론만으로는 해석될 수 없는 복잡함을 지니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집 활동 직후에 이전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뮤지션이자 사업가로서의 독립적인 주체성을 개척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음악적 행보는 랩댄스라는 초기 성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서태지가 메탈 키드로서의 경력이 없었다면 

<하여가>나 <교실 이데아>라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나아가 향후 대중음악계에 있어 랩댄스라는 주류의 지배적 경향이 

락 사운드의 성격이 첨가되지 못한 좀더 무미건조한 성향으로 흘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이식성이나

대안론이 아닌, 서태지 개인의 경력이자 역량이라는 개별적인 요소를 통해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순한 주변부적 관점이나 거시적 대안론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은퇴 이후로 솔로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뮤지션으로서의 창작과 실험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90년대 후반에 신세대 혁명은 종료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은 국내외 음악이 범람하고 있을 뿐더러 자본과 매체의 결속에 의해 지배되는 대중음악시장의 현실에서 한 명의 뮤지션인 서태지는

더 이상 음악으로 대중을 일깨우고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는 '문화대통령'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만일 앞으로 새로운 혁명이 있다면 그것은

뮤지션 서태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시스템에 의해 이끌어질 것이며 또 그래야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대통령'이 아닌 

뮤지션으로서의 서태지는 사회적 관성이나 원리적인 현상으로 규정되는 요소가 아닌, 자기 자신의 역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개별적인

주체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문화대통령'이 아니라 할지라도 뮤지션으로서의 서태지가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그가 여전히 흥미로운 텍스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참고문헌

『서태지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이동연, 문화과학사, 1999

『한국 대중가요사』, 이영미, 시공사, 1998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박준흠, 교보문고, 1999

==================================

제 생각을 좀 길게 써봤는데

그렇다고 이 내용이 절대불변 완전무결이라고 확신하는 신념은 아니구요.

혹시 구체적인 사실 내용이 틀리거나

혹은 다른 의견이나 기타 첨가될만한 내용이 있다면

기탄없이 의견 주세요. 고려해서 반영해 보겠습니다.

오탈자 지적을 해주셔도 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여기서의 제재는 서태지라는 사실은 잊지 마세요 =_=

[서태지닷컴]

내일 학교 갔다와서 읽어 주게쎀

[기생충타루]

너.무. 길.다.ㅠㅠㅠㅠ

[미친공]

개인적으론 서태지와 아이들 시기엔 매우 좋아했지만 이후의 서태지의 음악은 그리 좋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뉴메틀과 이모를 표방해서 낸 앨범이 뉴메틀, 이모 적인 관점에서의 퀄리티로 평가되지 않고 그저 서태지의 네임밸류 만으로 이슈가 되고 평가가 되는 것이 이모와 펑크를 듣는 저로써는 매우 씁슬하네요..

[락시]

난 알아요는 말그대로 습작이었는데.. 아이러니 ㅋㅋ

[bigfafa]

다 읽었음....

[난나옹이다옹]

어쩌다 대장 검색하다가 악숭에 이게 얼마만에 들어온건지 기억초자 안나지만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약간의 딴지를 걸어보자면 서태지가 하는 음악은 서양음악이죠.
서양에서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서양에서 만든 장르의 음악. 바로 ' 락 '
그런데 서까들 악플 지금까지 따라다니는게 외국음악 배꼈다, 유행하는 음악 가져왔다 라고 ..
그러면 우라나라 전통음악 창이나 타령을 해야지..
지금 대중가요 자체에 우리나라 원작이 있다고 알고 있는건지..
발라드 댄스 락 힙합 테크노 등등 그건 다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고 있는건지..
왜 서태지에게만 서양음악을 가져왔다는 비난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표절은 글쓴이님이 말씀하신대로 단한번도 원작자에게 표절시비나 판정이 난적도 없을 뿐더러 원작자에게 확인도
칭찬도 받았지만 여전히 서까들은 표절드립을 하고 있는..
얼마전에 유투브에서 표절이라고 댓글로 의견 주고 받는데 표절인 이유가 자기 주위에서 다 표절이라고 해서 표절이라고..
정말 황당 무게한..
요즘은 어떻게든 서태지를 깍아내릴려고 아른헨도님이랑 비교해서 격하시키더라는..

[난나옹이다옹]

서태지가 외국음악을 하는걸 머라고 하는건 올림픽 사격선수한테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활을 쐈으니
너는 양궁을 해야지 사격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거나 다름없는거라고 생각되는..
그정도로 무지한 지적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태지 스스로 말하길 외국에서 유행하는 (유행이라는건 새로운 대중의 흐름이죠.) 음악을 내팬들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한..
글쓴이님이 언급한것처럼 그걸 본인 스타일로 창조해서 만드는 역량을 떠나 애초에 앨범에 음악에 관한 모든걸
해결하는 능력이 대단한건데 그것보다 늘 회자되는건 저런거나 논란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모처럼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