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애라 시인이 사이펀현대시인선 13번으로
'46억년의 바다를 지나 그가 온다'를 펴냈습니다.
◉출판사 서평
손애라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인 『46억년의 바다를 지나 그가 온다』는 시인 자신의 내밀성과 언어의 치밀성을 드높인 시집이다. 그녀의 시가 던지는 화두가 사회적 큰 주제를 지닌 것은 아닐지라도 시인이 추구하는 섬세한 감각의 더듬이는 일반 독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녀가 더듬어가는 물활론적인 세계와 인문학적 감성의 층위를 보노라면 작은 한 부분도 헛되이 흘러보내지 않는 잠재된 무의식의 우주론적인 세계와 만난다. 그만큼 손애라 시인의 문학의 바다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깊고 푸르게 출렁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후회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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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손애라의 시는 사물의 외곽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날아가는 창처럼 세계의 깊은 속을 겨눈다. 그것은 무의식의 깊은 바다, 태초부터 반복되고 있는 원형原型, 마르지 않는 세계의 젖줄을 향해 있다. 그녀에겐 세상의 먼지 하나도 무의미한 떠돌이가 아니다. 그녀의 시에서 사소해 보이는 모든 것은 그 자체 거대한 의미의 씨앗들이며, 관계의 방대한 그물로 연결되어 있다. 블레이크W. Blake식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모래알 하나에서 우주를 본다. 그녀에게 사물들은 개체이면서 동시에 우주를 관통하는 보편적 방정식의 일부이다. 그녀는 사물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 그 안에서 가동되는 보편-문법을 들여다본다. 그녀에게 그 궤도 밖을 떠도는 사물은 없다. 그녀에게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다. 모든 사물은 필연적 인과 관계 속의 점들이며, 그것들이 모여 세계를 가동하는 선과 면을 이룬다. 그녀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사물 속에 각인된 지층들을 파헤친다.
- 오민석(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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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손애라 시인은 2002년 《실상문학》, 2014년 《문장21》에 수필로 등단했다. 실상문학상, 고운최치운문학상, 부산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계간 시전문지 《사이펀》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그림엽서』, 『종점부근』, 내 안의 만다라 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꽃비 내릴 때까지』가 있다. 현재 전남 나주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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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46억년의 바다를 지나 그가 온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거미줄
숨은 그림 찾기
매듭, 맺기와 풀기
나비의 은유
나비는 자신이 애벌레였음을 기억한다
생명나무
평화로운 리듬으로
과녁과 연꽃
밤에 피는 꽃
놓아주기와 간직하기
인디고 블루
하양과 검정의 만다라
제2부
마트료시카
밤의 과수원
첫
우물을 찾아서
내전
보고 있다
네버 엔딩 스토리
나무보다 나이가 많은 열매
컨택트
얼굴 없는 사람
지구를 둘러싼 ∞의 물
제3부
클라라
꿈속의 꿈에서 꽃이 말했다
내면 풍경
혼자 걷는 사람
하늘 향해 열리는 색
옴파로스
티벳 생각
벽을 넘는 사람
그대를 꽃이라 부른다
알을 깨다
씨앗 하나
갇힌 사람
그림자 사람
부서진 사람
숨어있기 좋은 방
시인
하이드 씨를 위한 변명
46억년의 바다를 지나 그가 온다
확산하는 씨앗
물에 잠긴 산
나의 꽃밭
제4부
초원의 혼魂
미로 읽기
기억은 나선형의 회오리
다만 혼자서
길을 만드는 사람
바라보는 곳이 목표가 된다
외로워마라, 독도야
둥지를 떠나는 새
놀라움은 새로운 앎의 시작
오래된 우물
적은 많을수록 좋다
*해설: 저 깊은 속의 궁구/오민석(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