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카 글귀 유감(有感)
이화진
“행복하게 잘 살게요”. 얼마 전 지인의 딸이 결혼을 하던 날, 웨딩카의 뒷부분에 부착된 글귀였다. 예식을 마치고 식장을 빠져나가는 웨딩카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언뜻 보아선 좋은 글귀임에는 틀림없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잘 살겠다는데 싫어할 부모나 친지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구절과는 너무 다르게 결혼식을 치룬 후 혼인신고도 하기 전에나 그보다 더 오래가면 수개월 내지 이삼년, 아니 신혼여행을 다녀오기가 무섭게 갈라서는 부부들이 있다. 잠시 만났다 돌아서는 부부들을 생각하노라면 어찌 그런 구절을 쉽게 차에 매단 채 거리를 활보하며 다니는지 의아하다.
요즘 결혼을 하는 이 삼 십대의 연령층의 남녀들은 대개 자신의 배우자를 스스로 구한다. 만나서 일정기간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는 추세다. 50대 이상의 남녀 세대들이 중매결혼을 많이 하였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 삼 십대 세대는 중매로 결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스스로 짝을 찾아 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부모의 근심을 덜어주는 효자라고 한다. 효자들이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헤어지는 이들도 많으니 불효자 또한 많은 셈이다.
몇 년 전 조카딸의 결혼식에 A주례사가 한 주례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결혼전 배우자를 고를 때는 두 눈을 크게 뜬 상태에서 골라야 하며, 결혼후에는 배우자를 볼 때는 눈을 반 쯤 감은 상태에서 봐야한다”라고 했다.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해도 이혼율이 높은 것을 보면 두 눈을 크게 뜬 상태에서 잘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결혼 한지 얼마 안돼 이혼하는 부부들은 A주례사의 주례 구절을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이들이다. 들었다 해도 주례 구절과는 빗나간 행동을 하였기 때문이리라.
연애를 하는 동안 두 눈을 크게 뜨고 많은 것을 알려고 할지 모르나 흠이나 단점을 숨기려 하기에 잘 알기 어렵다. 잘 알지 못하고 결혼하여 막상 치명적인 흠이 드러나 이혼하는 부부도 간혹 있지만 성격차이로 결별한다는 부부들이 많다. 습쓰레한 생각이든다. 환경이 다른 집에서 성장한 남녀가 어찌 성격이 비슷하거나 일치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성격이 차이가 나는게 당연한 현상이다.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면서 서로 보완해 가는 것이 부부가 아니겠는가.
기성세대들은 이혼사유에 해당되는 일을 당하여도 특히 여성(아내)쪽에서는 태어난 자식 때문에 마지 못해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이삼십대 세대는 기성새대가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쉽게 합쳤다 쉽게 흩어지는 부부들이 많다. 결혼이나 이혼이 어디 아이들이 하는 장난처럼 쉽게 해서 될 일인가?
쉽게 갈라서는 부부들을 생각하노라면 웨딩카 뒷부분에 부착된 ‘행복하게 잘살게요’ 라는 글귀는 부모와 친지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기쁘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자신들만이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뜻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작금에 결혼하는 이 삼 십대의 세대들은 부모님 슬하에서 혼자 자랐거나 두 형제가 자란 가정이 많은 편이다. 셋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도 있지만 드문 편이다. 한 두 자녀를 둔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라다보니 버릇이 없어졌으며 오직 자신만이 최고인 줄 알고 있다. 늘 오냐 오냐 하는 아빠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만 듣고 자랐으니 그야말로 많은 아들딸들이 저마다 왕자요, 공주인 셈이다.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르고 자라서인지 남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야 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은 현실이다. 이는 기성세대들이 자식들을 잘 못 훈육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자식을 그리 키우지 않았는지 되뇌이곤 한다.
부모나 심지어는 조부모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다 시피하여 자란 이 삼 십대인 만큼 결혼을 해서 부부간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꾸리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염려스러운 건 오직 자신들만의 행복을 추구할까 봐서이다. 자신들만의 행복에 빠져 부모형제나 일가친척, 나아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모른다면 이 어찌 온전한 행복이리요. 웨딩카에 부착된 글귀가 유감스럽다. 여러모로 운이 좋아 제때 결혼을 하였더라도 직업이 없거나 형편이 여의치 못하여 결혼을 못하는 사 십대 전후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야한다. 또 그들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야 하리라.
지금 50대 이상의 세대 중에서는 더러 한방에서 최소한 서 너명에서 많게는 팔 구형제가 북적거리며 자라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불 한 조각을 덮고 자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맨 양쪽에 누운 형제가 서로 당기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한데 뒤엉켜 자라다보니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체득할 수 있었다. 적은 음식이라도 나눠먹을 줄 알았다. 형이 동생에게 양보 할 줄도 알았다. 정말 형제간의 정이 무엇인지를 느끼면서 자랐다.
작금에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룬 젊은이들! 자신들의 가정만 행복하기를 바라서 되겠는가? 행복은 가진 것을 나눔으로 배가 된다. 꼭 금전이나 물질을 나눠가지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다. 지식이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여서도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상대가 모르는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거나 감동을 주는 말 한마디나 위안과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 한마디도 어려움에 처한 상대를 흐뭇하게 할 수 있다. 어떤 방법에 의하든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데 까지 많은 이들에게 나눠 주므로 그들이 행복을 느끼고 자신도 행복을 느낀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복이랴!
형형색색으로 장식된 리본을 매단 채 도심을 질주하는 웨딩카의 젊은 신혼부부들!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묻고 싶다.
2014. 12. 22
![[웨딩카 꾸미기]웨딩카장식 리본♥](http://i4.search.daumcdn.net/simg/image/G01/thumb/0x200_85_hr/3tCOCGpkNR7)
첫댓글 그래도 어찌합니까? 그리 되기를 기원할 밖에요.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행복하게 잘 살께요. 하고 실천하려는 부부들이 더 많지 않을 까요? 문제는 그렇지 않은 부부들인데 안타깝네요. 잘 읽었습니다
"잘 살께요"는 "잘 살게요"로 표현함이 맞을 듯!
잘 읽고 갑니다.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