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주] 가루지기 548회
* 사내 여럿 작살 났게 구나
주모가 입을 벌리고 흐 웃었다.
이것이 웬 횡재냐 싶은 모양이었다.
이생원이 불여시년 한테 푹 빠져 있으니,
당분간 쌀 몇 가마 값은 충분히 뜯어내겠구나, 싶은 것이 분명했다.
“내가 불여시면 아짐씨넌 백여시겄소이.”
옹녀 년이 한 마디 내뱉았다.
따지고 보면 제 년 때문에 몇 푼의 엽전일 망정 손에 넣었으면 애썼다든지,
아니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 실컷 품 팔고 나온 사람한테 불 여시라니, 기분이 상한 것이었다.
“니 년 말이 맞다.
불 여시허고 백 여시가 만냈 응깨, 어디 한번 잘 해보자.”
“멀 잘해라?”
옹녀 년이 주모의 속내를 뻔히 짐작하면서도 불퉁스레 물었다.
“사내란 것이 입이 무건 것 같애도 사내처럼 입이 싼 짐승도 없니라.
특히나 계집 일얼 가지고넌. 두고보면 알 것이다만,
하루도 못 돼서 인월 삼거리 주막에 요상헌 계집이 왔다는 소문이 팔령재럴 넘을 것이니라.”
“요상시런 계집이라 고라?”
옹녀 년이 눈을 크게 뜨고 주모를 바라보았다.
“아, 무디어진 쟁기날얼 잘 세우는 계집이라고 말이니라.
내가 시방사 말이 다만, 이생원이 반고자가 된지가 한참이니라.
엽전 몇 푼이 탐이 나서 강아지 맨키로
연장을 핥아 가꼬 제우제우 세워놓아도 문전에만 들면 고개럴 숙여 뿌렀니라.”
“그랬소?
이 년헌테넌 안 글든디.
마른 장작개비 맨키로 빳빳 허든디요이.”
“그래서 니년이 요상시럽다는 것이니라.
니년 거시기가 다른 계집덜 허고는 틀린 개비다.”
“사내덜이 거시랭이가 수백마리 들어 앉았는 갑다고 허기넌 헙디다만.”
“천하의 색녀가 틀림없구나.
그것만 가지고도 어디 가서 밥언 안 굶겄다.”
주모가 옹녀 년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디서 이런 보물단지가 저절로 굴러들어 왔는가, 하고 감탄하는 눈빛이기도 했고,
니 년 면상을 보니, 사내 여럿 작살 냈겄구나, 하는 속내도 들어있는 눈빛이었다.
“왜라?
내 얼굴에 멋이 묻었소?”
“아니다. 니가 신통방통해서 근다. 딴 맘 묵지 말고 나허고 오래오래 있자이.
너만 있으면 이생원언 물론이고,
함양이며 인월 운봉의 잡놈들은 다 끌어 모으겄구나.”
“흐나, 너무 큰 개대는 허지 마씨요.
이년이 역마살이 있어, 언제 훌쩍 보따리럴 쌀랑가 모른깨요.”
옹녀 년의 말에 주모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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