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금호제일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외국 여행도 함께 했던 네 가족 부부모임 식사를 20여 년 만에 용인의 한 식당에서 했다.
식사 후에 그쪽에 살고 있는 권사님 집에 차를 마시러 갔는데 넓은 거실에 하얀 고양이 두 마리가 보인다.
고양이가 외로울까 봐 두 마리를 키우냐고 물으니 전부 세 마리란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한 마리는 보이지 않아 고양이 한 마리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권사님이 “방울아~” 하고 부르면서 나를 끝에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방안 침대 위에서 검은 고양이가 조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는 길냥이라 겁이 많아서 사람들이 오면 나오질 않아요.”
“그럼 길에 사는 고양이를 데려와 키운 거예요?”
“예, 낳아서 눈도 안 뜬 새끼 고양이를 엄마가 버리고 갔는데 아내가 우유 먹여 키웠어요.”
“저 고양이는 몇 살인데요?”
현재 9살이라며 검은 고양이 방울이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지금부터 9년 전 일이네요."
"우리 떡집 책상 밑 박스 안에 길냥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우리는 전혀 몰랐었죠."
"이 엄마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놓고 낮에는 사람이 있으니까 들어오지 못하고 우리가 퇴근하고 나면 들어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곤 했나 봐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책상 밑에 있는 박스를 치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확 튀어나온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아내는 뒤로 벌렁 넘어져 엄청 다치고 난리가 났었죠."
"박스 안을 보니까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고양이 새끼 세 마리가 있더라고요."
"아직 털도 나지 않고 눈도 안 뜬 것들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냥 그대로 놔뒀어요."
"그리고 다음 날 보니까 두 마리는 없어지고 그중에서 가장 작은 놈 한 마리만 남았어요."
"CCTV를 돌려보니 밤 사이에 엄마 고양이가 새끼들을 한 마리씩 입으로 물고 어디론가 옮기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가장 작고 못난 이 새끼는 데려가지 않은 거예요. 어미한테 버림을 받은 거죠."
"엄마 고양이가 세 마리를 다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가장 약한 놈을 버린 거예요."
"그렇게 이 방울이는 엄마한테 버림을 받았어요."
옆에 듣고 있던 아내 권사님이 말을 받는다.
"맞아요. 동물의 왕국에서도 보면 독수리도 가장 약한 새끼를 둥지에서 떨어뜨려 죽이더라고요."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죽을 놈, 살 놈을 아는가 봐요."
"그래서 살지 못할 놈은 포기하고 살아남을 강한 새끼들만 키우는 것 같아요."
내가 말을 받았다.
"아~그래서 그때 어미한테 버림받은 것 때문에 겁이 많은가 보네요."
"아마, 그것도 본능에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을지 몰라요."
권사님의 길냥이 방울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렇게 엄마 고양이한테 눈도 못 뜬 상태에서 버림받은 방울이를 아내가 우유 먹여 키웠어요."
"작은 주사기를 사서 분유를 적당한 온도 물에 타 한 시간마다 먹였어요."
"눈도 못 뜨고 아직 털도 나지 않은 고양이, 아기 키우는 것하고 똑같이 키웠어요."
"우리 떡집은 새벽 5시면 나와서 일해야 하는데 이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나와 일하면서 하루 종일 한 시간마다 분유를 타서 먹였어요."
"오후에 함께 데리고 퇴근해서 집에서 또 그렇게 먹이고."
"이렇게 한 달 정도 되니까 털도 나고 혼자 기어 다닐 정도가 되더라고요."
"우리 떡집이 100평이 조금 넘거든요. 이렇게 넓다 보니까 방울이가 기어 다니다 어디 처박히면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새끼 고양이한테 방울을 달아주었어요."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나니까 어디 있는지 금방 찾을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목에 방울을 단 새끼 고양이가 하루 종일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어요."
"아마 자기를 키워준 아내를 엄마로 알았나 봐요."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내며 아내만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녀 그때 이름을 방울이라 지어주었어요."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방울이는 아내 옆에서 잠을 자요."
어떻게 고양이를 세 마리씩이나 키우게 되었는지 물었다.
"보통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 보면 한 마리를 키우던데 왜 세 마리씩이나 키워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게 된 것도 저 방울이 때문이예요."
"방울이 때문에 하얀 고양이들을 키우게 되었다니 무슨 말이에요?"
"눈도 뜨지 못한 방울이를 우유를 먹여 키우다 보니 자식하고 똑같았어요."
"아마 방울이를 키운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 일 거예요."
"그때 우리가 행당동 응봉산 밑 단독주택에 살았잖아요."
"어느 날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지 방울이가 밖으로 나갔어요."
"온 식구가 아무리 주변을 찾아도 찾을 수 없었어요."
"우리가 잠자는 동안 방울이가 집에 왔는데 들어오지 못할까 봐 밤에도 문을 조금 열어놓고 잤어요."
"집에 왔는데 먹을 것이 없을까 봐 집 앞에 밥을 놨더니 온 동네 고양이들이 와서 먹더라고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개들은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데 고양이는 그렇 수 없나 보더라고요."
"아무리 백방으로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금호동, 응봉동 모든 전봇대에 고양이 찾는다는 포스터를 붙였어요."
"그런데 한 달이 가까워 오는데도 전화가 안 와요."
"결국에는 고양이를 찾아주는 사람에게 70만 원을 사례하겠다는 포스터를 만들어 금호동, 옥수동 전역에 다 붙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 뒤에 있는 응봉산에서 고양이를 봤다고 전화가 왔어요."
"응봉산에 올라가 봤더니 방울이가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통통했던 방울이 모습은 간데없고 뼈만 앙상해서 죽기 직전 상태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부르면 도망가는데 아내가 부르니까 달려와 안기더라고요."
"우리 가족 모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응봉산에도 길 고양이들이 많이 있는데 영역이 있어, 힘이 약한 방울이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어먹을 수 없는 그런 곳에서 살았던 거예요."
"신고해 준 학생이 중학생이었는데 약속한 현상금 70만 원을 주었더니, 그 부모님이 절대 이러면 안 된다고 극구 받지 않는 거예요."
"고마운 마음을 보답할 길 없어 우리 백의민족 떡 30만 원어치를 보내 드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눈물이 나요."
남편 권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내 권사님의 눈가도 촉촉해지는데 하얀 고양이 두 마리를 더 데려다 키우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때 한 달 동안 방울이가 집 나가 찾고 있을 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허전한 마음에 이 하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왔어요."
"그때 이것들도 아직 털도 덜 난 새끼 고양이들이었어요."
"방울이처럼 아내가 분유를 먹여 키웠어요."
"그런데 이 하얀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온 다음 날 방울이를 찾게 된 거예요."
"이런 사연으로 우리 집에 고양이가 세 마리가 되었어요."
"고양이 세 마리 키우니까 너무 좋았어요."
"근데 한 5년 전에 이 하얀 고양이 때문에 완전히 정신이 나간 적이 있었어요."
"응봉동에서 이쪽 용인으로 이사 왔는데 이 흰 고양이가 서지도 못하고 쓰러지고 쓰러지고 먹지도 못하고 그러는 거예요."
"병원에 데리고 가서 몇 번을 진찰을 해봐도 특별히 병명도 나오지 않고."
"링거 맞고 날마다 사무실 데리고 나와 돌봐주었어요."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한 달 동안 돌봤더니 일어서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 이후 지금 저렇게 튼튼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 부부는 함께 일하니까 집에 와도 별 대화거리가 없는데 이 고양이들 때문에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집에 활기도 생겨요."
"하루 종일 힘들다가도 집에만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손님이 오면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검은 고양이 방울이가 거실로 나와 꼬리를 잔뜩 세우고 지나간다.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으면 저렇게 꼬리를 세워요."
두 마리 하얀 고양이 꼬리는 털이 북실북실한데 검은 고양이 방울이 꼬리는 호랑이 꼬리처럼 날렵하게 생겨 또한 다른 멋이 있다.
"저 방울이는 지금도 아내를 엄마로 생각하나 봐요."
"항상 잠잘 때는 아내 옆에서 배를 천정으로 향하고 대자로 누워서 자요. 코까지 골아가면서요."
"아마 방울이가 겁이 많은 것은 그때 한 달 동안 집 나가 혼났던 트라우마 때문인가 봐요."
"지금은 얼마나 안락하고 포근하면 대자로 누워서 자겠어요."
권사님 부부 평소에 심성이 고운 분들인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오늘 또 이 고양이 사연을 들으니 다시 한번 보아진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카타르 월드컵 우리 대한민국과 브라질 16강을 보려면.
이 권사님 백의민족 떡집은 은마아파트 단지에 있는데 찾는 손님들이 엄청나다.
그래서 주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면서 고양이 사연을 알고 있는 분들이 이렇게 이야기들을 한단다.
"고양이를 잘 거둬서 복을 받은 거라고."
첫댓글 강원도 쑥 인절미 배달 되나요? 먹고 싶어요
고양이가 원래 재복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가슴 뭉클한 스토리 잘 읽었읍니다.
얼마나 반가웠을까 !!!!!상상이가요.
감동적인 이야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