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하자 구글
공동 창업자 브린, 바이오 기업 세워 노화 연구 오라클
공동 창업자 엘리슨, 3억달러 들여 의학재단 세워
-수명연장
얼마나 가능할까 10년
내 2년 이상 늘릴 듯 "머지않아 120세 시대 올 것"
'팰로
앨토 장수賞' 창시자인 윤준규 박사(왼쪽),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연장될 수 있을까.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인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등 세계적인 연구진 14개 팀이 다음 달부터
2018년까지 장수(長壽)와 회춘(回春) 연구의 진검 승부를 겨룬다. 바로 '팰로 앨토 장수상(Palo Alto Longevity Prize)'
경쟁자들이다. 재미교포 펀드 매니저 윤준규 박사는 생쥐의 수명과 생체 활력을 50%까지 증가시키는 데 1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최근 잇따라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을 찾아 나서고 있다. 구글과 오라클, 페이팔 등 세계적인 IT기업을 세운
창업자들이 바이오 기업을 세우거나 의학연구재단에 거금을 지원해 노화 연구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진시황(秦始皇)인 셈이다. 팰로 앨토
장수상을 만든 윤준규 박사도 의사에서 실리콘 밸리 벤처 투자자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뒀다.
실리콘
밸리 장수 연구의 대표 주자는 바이오 기업 '칼리코(Calico)'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2013년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와 노화 연구에
15억달러(1조6100억원)를 공동 투자하는 계약을 맺었다.
애브비는
2013년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세계 10위 제약사이다. 창업 당시 억만장자의 치기로 간주하던 회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손을 잡을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칼리코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역시 실리콘 밸리에서 나왔다. 작년 3월 생명과학자 출신의 기업가인 크레이그 벤터는 직설적으로 '인간 장수(Human
Longevity)'란 이름을 붙인 바이오 기업을 세웠다.
벤터는
독자적인 게놈 해독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인간의 게놈을 완전히 해독했다. 그의 수명 연장 무기 역시 게놈 해독이다. 벤터는 2020년까지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들을 포함해 100만명의 게놈을 완전히 해독해 수명 연장을 가능하게 해줄 유전 정보를 찾아낼
계획이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의학재단을 세워 지금까지 3억3500만달러를 노화 연구에 지원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은 노화 연구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 박사가 이끄는 '센스 연구재단'의 인간 수명 연장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억만장자들이
장수 연구에 투자하는 것은 혼자 불로장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장수 연구를 통해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00년 47세였던 미국의 평균 수명은 현재 80세에 이른다. 장수와 회춘 연구로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한다면, 즉 '건강
수명'이 늘어난다면 노년층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능성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일본 NHK방송은 60세 나이를 20세로 되돌릴 수 있는 기적의 약물을 소개했다. 미국 워싱턴 의대의 이마이
신이치로 교수는 '니코틴아마이드 모노 뉴클레오타이드(NMN)'란 생체물질을 사람으로 치면 60세에 해당하는 생후 22개월 생쥐에 1주일간
투여했다. 그러자 생쥐의 세포가 생후 6개월, 즉 사람으로 치면 20세 나이 상태로 변화했다고 한다. 일본의 제약사들은 이미 이 물질이 사람에도
효능이 있을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과 장기이식 때 쓰는 면역 거부 억제제인 '라파마이신'도 선충이나 생쥐 등에서 수명 연장 효과를 보였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라파마이신 유사 물질을 호주와 뉴질랜드 노인 200여명에게 주사해 독감 백신에 대한 반응이 20%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백신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즉 최소한 면역력에서는 20% 회춘 효과를 본 것이다.
와인도
연구 대상이다.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2003년 포도 껍질과 와인에 있는 약효 성분인 '레스베라트롤'이 효모균의 건강 수명을 늘린
것을 확인했다. 영국 제약사 GSK는 2008년 싱클레어 박사가 세운 회사를 7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GSK는 올해 사람에도 레스베라트롤이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버드대 연구진은 젊은 생쥐의 혈장을 늙은 생쥐에 주입해 회춘
효과를 보였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올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방법이 사람에게도 통할지 알아볼
계획이다.
그렇다면
수명 연장은 언제쯤 얼마나 가능할까. 노화 연구자들은 10년 내 적어도 2년 이상의 건강 수명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유럽연합(EU)의 목표도 2020년까지 건강 수명 2년 연장이다.
하지만
장수 연구 지원에 나선 억만장자들의 꿈은 훨씬 더 크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포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수명의
한계는 없다"고 밝혔다. 팰로 앨토 장수상을 만든 윤준규 박사도 "머지않아 건강 수명이 120세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