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 ]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모두 수용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던 <자본시장통합법>, <보험업법 개정> 등 국가의 입법권마저
미국에게 넘겨버리는 오류를 범하였다. 미국은 금융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적 이익을 약탈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금융산업의
장악은 미국에게 있어 필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이미 금융부문에서 영국이나 미국이 갖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무장해제를 당했고 그 여파는
주주자본주의의 이식현상이 모든 산업으로 급격히 만연되어졌다.
이러한 경제사회적 변화는 경제의 성장과 건전한 투자의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산업자본의 금융투자화, 사회의 양극화, 국가의 성장동력 부족,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 등으로 모든 사회가 시름시름 만성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주주자본주의의 환경에서는 기업들은 자기 본연의 사업보다는
금융시장에 투자하여 돈 놓고 돈 먹는 그런 카지노식 투기판에서
좀 더 이익을 창출하고자 함으로서, 그 결과 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공공성마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하여 다국적 은행들의
전문기술인 투자자문 및 투자관련 법률서비스는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상륙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수없는 기업들은 M&A로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금융서비스보다 2배 이상의 수익을 걷어갈 것이다.
[ 자통법(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 ]
내년 2월이면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시행된다. 자통법의 핵심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내 IB(투자은행)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즉 투자은행을 육성하는 데 걸림돌인 여러 가지 규제를 법적으로 해소하여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용어해설
▶자본시장통합법 :
은행법, 보험업법, 서민금융관련법 등을 제외한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등의 법률을 하나로 통합한 법.
다시 말해 증권사, 신탁회사, 선물회사, 운용회사 등의 고유 업무에 대한
구분이 실질적으로 없어지고, 자본시장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이 가능해 진다는 뜻이다.
▶포괄주의 :
현재 법에 명시된 금융투자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는 열거주의에서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포괄주의로 변경. 예를 들면 열거주의에서는 국채, 지방채, 특수채, 주식,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25가지의 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고 열거된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을 팔 수 없다. 이에 반해 ‘투자성(원본손실 가능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모든 금융상품’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정의한 것이 포괄주의이다.
▶투자권유대행자 제도 :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하려면 직접 금융기관의
점포를 방문해야하는 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하는 제도.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보다 다양한 경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투자권유대행자(Introducing Broker)가
방문판매를 포함한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제도
▶ 투자은행
고객이 맡긴 예금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로 채권이나 주식 등의 유가증권의 발행 및 유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이다.
■ 경쟁적으로 이뤄질 증권사들의 인수합병
자통법 시행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시장의 업무간 장벽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은행업과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합칠 수 있고, 이렇게 설립된 회사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 채권발행, 기업공개, 자산운용, 펀드운용 등의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업무분야가 다양해지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은행(IB)업무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증권사들끼리 서로 몸집을
키우기 위해 출혈을 동반하는 경쟁적 인수합병(M&A)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자통법 개정의 핵심 취지이기도 한 이 부분이 바로 겸업화·대형화된 금융회사
(투자은행;IB)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점차 커지고 있는 금융시장의 위상에 걸맞는 대형투자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고, 이 대형투자은행의 등장이 금융시장을 선진화시킬
것이라는 논리가 자통법을 만든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
■ 국내 자본시장 외국 투기자본에 잠식될 위기
인수합병은 재벌그룹 소유의 증권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레 국내 거대금융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 중심으로 금융시장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은 초국적 투기자본의 문제 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국내 5대 증권사 자산규모는 미국 5대 투자은행의
1.3%에 불과”하다. 즉 규모의 경쟁력에 있어서 한국 자본시장은 외국에 비해
엄청난 열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몸집을 키우는 것만으로 세계의 유수한 투자은행과
경쟁력을 바로 갖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많다.
자본력이 부족하여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문제는 일정정도
해결되겠지만 파생금융상품의 종류와 설계능력, 위험관리 노하우 등에 있어서
외국에 비해 한참 낙후되어 있는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에 비춰볼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자통법의 시행 이후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내 자본시장의 잠식과
대대적인 인수합병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IMF 이후 한국 은행권이 모조리 외국자본에 의해 인수합병 당했듯이 말이다.
특히 한미FTA를 통해 외국 금융자본의 전면적 진출을 허용한 마당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더불어 이 과정은 금융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동반할 것이다.
동시에 자통법으로 생기게 되는 투자판매권유인력(펀드판매사)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될 우려도 크다.
■ 은행의 재벌의 사금고화 부추겨
이에 더해 자통법이 발효되면,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가 은행의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권을 가지게 된다.
증권사가 지급결제권을 가지게 되면 이미 투자상품을 다루고 있는 은행과
지급결제권을 가진 증권사(투자회사)는 예전과 달리 매우 비슷한
업무영역을 가지게 된다.
자통법 논란의 주요 쟁점인 이 부분은 바로 증권사가 은행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은행의 고유한 권한인 지급결제의 기능이 없기 때문에
증권사는 그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통법이 통과되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를
통해 고객들은 급여이체도 할 수 있고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증권사가 지급결제권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는 바로 재벌이 은행의 핵심적 기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통법이 시행되고 나면 보험사 역시 지급결제권을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재벌그룹들은 증권사나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자통법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한
이 문제는 금산분리의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권이 부여되면서 은행이용고객의 상당부분이 증권사로
이동할 것이라 점쳐지는 가운데 재벌의 사금고화 된 투자은행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후폭풍의 규모가 얼마나 클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가 사라짐
자통법의 또 다른 특징은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 규제가 대폭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전 법에서는 열거한 것만 판매(포지티브 방식)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자통법이 시행되면 법에서 금하고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판매(네거티브 방식)할 수 있는 이른바 포괄주의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펀드의 투자 대상상품의 제한이 없어지고 부동산, 파생금융상품 등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자통법이 시행되면 해외 투자은행도 국내에 법인을 세우기만 하면
무제한적으로 자신의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한미FTA 협상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에 ‘상업적 주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상품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은행과 국내기업들의 대결은
이미 정해져 있는 형국이다. 물론 국내 증권사들도 짝짓기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한껏 키우겠지만, 해외투자은행의 천문학적 자본력과
첨단 금융기법, 위험관리의 역사적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시장이 개방된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시장’은 있되 ‘수익’은
남지 않는 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크다.
■ ‘금융상품 모집인’이란 새로운 비정규직 생길판
자통법에 담겨있는 ‘투자권유대행자제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이는 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개별적인 방문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보험판매와 유사한 형태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이다.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상품권유에 대한 규제나 판매로 인한
손실의 책임,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부실한 설명 등으로 금융사고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적 위주의 판매 영업이 지속되고
부실한 내용의 투자권유, 금융상품의 손실 배상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이다.
지점 방문이 아니라 개별방문판매 방식 자체도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이 투자권유대행제도는 금융산업 내의 특수한 고용형태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권고퇴직후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되는 등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한국 금융시장 껍데기로 전락 가능성 농후
현재 우리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공공성의 회복이다.
얼마 전 국민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전면적으로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이전에도 하이닉스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등에 대해 분명한
거부의 입장을 밝힌 사례도 있다.
자통법이 도입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더욱 거센 정글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고,
수많은 금융상품은 투자가 아닌 투기 바람을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몸집이 커진 대형투자은행은 높은 수익성 창출을 위해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회사의 몰락을 동반하기도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국내자본시장 자체가 외국의 투자은행을 필두로
하는 투기자본에 의해 잠식 될 가능성이다. 이는 곧바로 금융시장의
완전한 공공성 상실을 의미한다.
■ 투자은행 육성위해 만들었는데 미국에선 줄줄이 도산
지난 9월22일 월스트리트에서는 의미심장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 1, 2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자통법이 실시되기 직전 세계의 초대형 투자은행들은 모조리 자취를 감췄다.
세계최대의 투자은행들을 줄줄이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넣고 세계경제를
마구 흔들고 있는 이번 금융위기의 핵심은 바로 파생상품이다.
지난 20~30여년간 적절한 감시기구나 정부기관의 통제를 벗어난 자본시장의
플레이어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의 금융상품을 만들어 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일어나는 사태는 CDS(credit default swap)라는
파생상품에서 비롯되고 있다.
투자자 A가 B라는 기업에게 10억을 빌려주고 연 10%의 이자를 받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는 A가 B회사의 채권을 10억에 샀다는 말이다.
물론 A의 입장에서 더욱 안전한 투자방법은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고채를
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5.8%대이다.
그래서 A는 국고채보다는 좀 더 위험이 크지만 B기업이 부도가 나서 돈을 받지
못하게 될 확률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 국고채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B기업의 채권(회사채)을 산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어 B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상태가 불안해
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A는 이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이럴 때 C라는 금융기관이 B기업이 도산할 경우 A가 투자한 금액의 전부
또는 계약하기에 따라 일부를 보상해 줄테니 매년 10억의 3%의 수수료를
달라고 제의한다. 이를 수락한 A에게 건네지는 것이 C금융기관이 B기업에
대한 보상의무를 표시한 CDS다. 이 CDS를 발행한 C는 B기업이 도산하지
않는 한 A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된다.
이때 발행된 CDS는 C와 같은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거래가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의 위험이 커지면 당연히 CDS의 가격도 올라간다.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기업의 보증을 서는 것이므로 그만큼 위험에 대한 보상을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사정이 좋을 때는 가격이 내리고
나쁠 때는 올라간다. 그래서 CDS에 적용되는 금리를 보면 해당 기업이나
그 대상에 대한 가치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CDS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시세가 변하는 CDS는 제 2, 제 3의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거래가
되는데 대부분 공인된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아닌 장외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그 유통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이해를 돕기 위해 회사채를 예로 들었지만
CDS의 기초자산은 꼭 기업의 채권만이 아니다. <노동세상> 10호에 자세히
소개되었던 CDO(부채담보부채권) 역시 CDS 발생의 기초자산이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과 위험이 조금 덜한 상품을
융합시켜 만들어 낸 CDO에 대한 CDS도 엄청난 규모로 발행되었다.
집값이 계속 오르거나 경기가 좋아 회사가 도산하지 않으면 CDS 발행사는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발행사는 자신이 보증할 수 있는 이상의
규모로 CDS를 발행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손실보상에 대한 자금도 적립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대규모로 유통된 CDS는 나중에 주인을 찾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앞서 이야기한 CDS 발행으로 손쉽게 이익을 챙기는 금융기관들이 바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들이며 이들을 따라 AIG 같은
대형보험사들도 CDS 유통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CDS의 유통시장 규모는 62조달러에
이르렀다.
결정적으로 주택가격의 버블이 꺼지고 상환불능 모기지 채권이 발생하면서
경제는 어려워졌다. 도산하거나 위기에 몰리는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발행사들은 엄청난 자금 압박을 받으며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쓰러졌고
국책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국유화 되었다
곧이어 3, 4위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리만브라더스가 몰락했으며 AIG도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이는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1, 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결국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자통법 시행은 2009년 2월부터다.
그러나 2008년 현재 우리가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은
미국 투자은행시대의 막이 내려가는 광경이다.
참조> 구름보다 높은 곳님의 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