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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 법정스님 [무소유] 中
매일 무언가를 갖기 위해,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쉼없이 달려오다가 어느 날 문득 내게 주어진 단 하루의 시간, 단 한 치의 쉼 앞에서 사람들은 허무함을 느끼곤 한다. ‘성취’ 라는 이름의 소유를 얻기 위해 전력질투하던 트랙에서 잠시 쉬었단 갈 때쯤,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비단 몸 만이 아닌 내 마음 또한 고단했었음을 말이다.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하는 법. 진심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발우공양’ 의 비움의 철학을 실행해보자.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닌 영혼을 살찌우는 ‘소울 푸드(Soul Food)’ 를 찾는 여정, 그것이야말로 평생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불교의 정신이자 발우공양의 뜻이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무소유를 깨닫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 빌딩 숲속, 정중동(靜中動)의 공간 ‘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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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을 제대로 선보이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도심 속에 문을 연 ‘바루’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전문 1호점 ‘바루’. 발우공양에서 따온 이름처럼, 템플스테이와 더불어 포교의 도구로 사찰음식을 통해 대중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종단에서 선보인 그야말로 제대로 된 사찰음식점이다. 그동안 절밥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웰빙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부 식당에서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 등 자극이 강하고 향이 진한 오신채를 음식에 사용하는 등 변질된 사찰음식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또 다른 뜻을 품고 있기도 하다. 서울 도심 속에 문을 연 ‘바루’ 의 총책임자는 사찰음식연구가로 유명한 대안 스님이다. 경남 산청의 금수암 주지승으로 ‘금당 사찰음식 연구원’ 을 운영해온 솜씨를 바탕으로 바루의 식단을 짜고 숨겨진 그의 레시피를 공개했다. 단순하고 비슷비슷하던 사찰음식에서 벗어나 시금치나 나물을 갈아 색을 낸 삼색 수제비, 배추와 상추, 감자 등을 넣어 만든 그라탕 등 다양한 퓨전음식을 선보이며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대안 스님은 일반인들에게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때문에 대안 스님이 개발한 400여 가지의 사찰음식 중 대중의 입맛을 고려해 만든 코스요리는 누구나 쉽게 사찰음식에 다가서게 만든다.
# 청정 자연을 정성스레 담아낸 ‘무념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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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는 도심 속 사찰음식. 자연을 담아낸 음식들로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기분이 든다
실로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욕망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식사의 행위 또한 수행의 과정으로 여기고, 제대로 먹는 행위를 통해 도의 깨달음에 이른다고 말한다. 때문에 사찰음식을 가리켜 영혼의 음식이란 뜻의 ‘소울 푸드(Soul Food)’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가장 걸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또한 불교의 발우공양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누어 먹는다는 평등의식과 욕심을 버리는 ‘비움의 철학’ 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불교의 철학을 담아 대안스님은 음식을 먹을 수 있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몸에 약이 되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며, 식사 땐 아무런 말없이 명상에 몰두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의하며, 음식을 먹고 불도를 이루겠다는 기원으로 식탐을 줄이며 말없이 먹는 것을 올바른 공양법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바루에 가면, 분명 코스 요리를 먹었음에도 배부르지 않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올바른 공양인 까닭에 다소 모자라게 담아주기 때문이다. 허나 걱정말자. 음식이 혹여 모자라기라도 한다면 또한 아낌없이 더해주니 말이다.
# ‘바라밀상’, ‘법륜지상’ 등 코스요리 선보여
서울 조계종 맞은 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5층에 위치한 ‘바루’. 고속으로 5층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 대신 108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바로 발우공양의 에피타이저다. 바루를 설계한 건축가 송효상씨는 속세의 번뇌를 떨치고 산사(山寺)로의 여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템플 스테이 건물 5층에 위치한 ‘바루’ 로 가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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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샐러드, 삼색전, 계정혜삼합 등 신선한 재료는 물론 조합의 묘미까지 살린 12합 법륜지상의 요리들이다
바루에서는 음식 가지 수에 따라 10합, 12합, 15합의 코스요리가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단품 메뉴도 맛볼 수 있다. 12합 법륜지상의 시작은 옥수수죽에서부터다. 인간문화재 김을상 선생이 원주옻을 일곱 차례나 덧칠해 만든 옻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은 소박하다. 때문에 음식이 갖는 고유의 향과 맛에 오히려 심취할 수 있다. 이어 유자와 잣을 갈아 소스를 만든 더덕 샐러드, 버섯, 호박, 녹두, 연근, 장떡 등을 부쳐낸 삼색전, 절집만두, 두부숙회, 버섯초밥에 고추 간장소스를 곁들인 계정혜삼합은 흔히 맛볼 수 있는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맛보는 향과 맛을 선보인다. 아마도 식재료가 신선할뿐더러 조합의 묘미를 살렸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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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감내한 후라야 깊은 깨달음을 얻는 사람의 인생과도 닮은 연잎밥. 그윽한 향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지리산에서 자란 4년근 삼에 유자청을 결들이고 구워낸 마와 벌꿀 등을 함께 먹는 산삼과 마 구이, 밀전병에 싼 곤드레에 구기자 간장 소스를 곁들인 곤드레밀전병, 살짝 튀긴 생 표고를 고추장소스에 버무려 매콤하게 즐기는 버섯강정 등의 메인 요리는 분명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더욱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후 찹쌀을 연잎에 싸서 두 번 쪄낸 연잎밥과 국, 고랭지 김치와 장아찌, 계절 나물 등을 맛보고 나면 간단한 후식이 나오며 코스 요리가 끝난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는 순간, 산사에서의 청량한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반가부좌를 채 풀기도 전에 이미 뱃속 가득 채운 고요함으로 몸과 마음이 채워졌음을 깨닫게 된다.
# 템플스테이의 모든 것,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세속의 번뇌로부터 참된 자아를 찾아 떠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 템플스테이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사찰음식점 ‘바루’ 가 위치한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는 서울 도심 한복판인 인사동 조계사 일주문 앞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높은 담장을 세운 듯 한 외관에서부터 도심의 번잡함과 분리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서면 빛과 소리를 철저히 차단했을 뿐 아니라 마치 우리네 전통 가옥처럼 마당과 지붕의 형상을 띄고 있어 도심형 절집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는 말 그대로 템플스테이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먼저 지하2층은 불교서점, 1층에는 외국인을 위한 관광종합안내센터가 마련되어 있어 템플스테이와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연꽃이라는 이름의 카페 로투스에서는 저렴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전통차를 맛볼 수도 있다. 3층 교육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를 위한 안내자 양성, 불교문화 관련 교양강좌가 운영된다. 세속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참된 자아를 찾아 떠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 템플스테이의 모든 것을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가 알려준다.
≪또 다른 사찰음식 맛보기≫
△ 눈 내린 신륵사의 겨울, 그리고 소박한 절집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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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 신륵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 후 들리면 좋을 사찰음식전문점 걸구쟁이네의 절집밥상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절,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 겨울날 신륵사를 찾는다면, 새하얀 눈에 뒤덮인 강변의 절경과 천년고찰의 아름다운 조화에 감동받게 된다. 특히나 나옹선사의 당호를 딴 암반 위에 세워진 정자각인 강월헌에서 굽어보는 남한강의 경치는 남한강 여행 제1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권이다. 사찰을 돌아본 후에는 목아불교박물관 내에 있는 ‘걸구쟁이네’ 라는 사찰전문음식점을 찾아보자. 이곳에서는 사찰정식을 비롯해 곤드레돌솥밥, 도토리수제비 등 담백하고 소박한 상차림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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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되 재료들이 한데 어울려 맛을 내는 걸구쟁이네의 음식들
대표메뉴인 사찰정식은 단돈 1만원. 연근무침, 도토리전병, 장떡, 부각, 산초두부구이가 나오며 이어 계절 나물과 장아찌를 비롯한 20여 가지 밑반찬과 잘 지은 돌솥밥이 차려진다. 무엇 하나 자극적인 맛이 없다. 과한 맛을 내지 않기 위해 절제한 밥상이기에 오히려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의 맛을 이끌어낸다. 이것이야말로 1700여 년간 우리네 땅에 불교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되,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이 땅의 진정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채우는 대신 비우는 무소유의 가르침일테니 말이다.
△ “음식에 깨달음이 있다” … 수도사 사찰음식체험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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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맑게 만드는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수도사 템플스테이. 웰빙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도량인 경기도 평택 수도사에서는 불교문화의 한 맥을 이어온 한국전통 사찰음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즉 ‘사찰음식배우기’ 와 같은 수도사만의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이다. 겨울 사찰음식 프로그램으로 직접 가마솥에 콩을 삶으며 메주를 만들어 보고, 숯불에 고구마 구워 먹기, 조미료ㆍ파ㆍ마늘 등을 넣지 않고 단감으로 김치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수도사에서 몸도 마음도 맑게 만들 수 있는 사찰음식도 배워보고, 조용한 소나무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보며 일상에서의 번잡함에서도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매월 둘째 넷째 토, 일(1박2일)에 진행하며 요금은 성인 6만원, 학생(청소년) 4만원, 4인 가족 20만원이다.
TIP
◎ 사찰음식점 ‘바루’ 가는 방법
1) 지하철 이용 :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출구로 나와 400m, 도보로 5분직진. 조계사 맞은 편/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 안국동 사거리 방향 150m 도보로 2분 직진. 하나은행(동덕빌딩)끼고 좌회전 140m 도보로 2분 직진, 조계사 맞은 편
2) 자가 이용 : 경복궁 방향 사직로- 안국동 사거리 우측도로- 조계사 지나 u턴 150m 직진/ 종로 방향 : 종로 직진 - 종로 1가 우정국로 안국동사거리 방면 2시 방향 우회전
◎ 사찰음식점 걸구쟁이네 가는 방법
영동고속도로 → 여주 톨게이트 → 여주읍 → 원주방면 42번 국도에서 7㎞ 또는 원주, 문막 방면 자동차 전용도로(북내방면으로 진입후 좌회전) → 박물관(서울에서 출발시 경부 및 중부고속도로 진입후 70분 소요) →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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