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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소금산 산행후기
일시: 2023. 1. 15
참석: 120명 (25회 8명)
산행: 5.3Km (3시간)
총동산악회의 400회 소금산 산행은 환상적인 눈꽃산행이었다!
수많은 산을 다녀보았지만 10여년전 한라산 영실 눈꽃산행이후 최고로 멋진 산행이었다.
올해의 첫 산행이 원주 소금산이라 천천히 따라 갈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한 것은 행운, 코로나 팬데믹과 허리수술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는 총동산행은 딱 3년만이었다.
원주시가 관광활성화를 위해 소금산에 2018년 1월에 국내 최장, 최고의 출렁다리를 세워 개통하자 25회 일요산행팀이 2월산행으로 경강선 KTX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5년만에 다시 찾은 간현관광지는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재탄생 되어 있었다. 코스가 다양해지고,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이 생겨 원주의 대표적 관광지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출렁다리만 있었던 소금산에 산벼랑을 따라 잔도가 설치되고, 랜드마크로 스카이타워가 세워지고, 건너편 간현봉쪽 산과 연결하는 404M 울렁다리가 놓이고, 나오라쇼 공연도 생겼다. 올해는 케이블카, 하늘정원, 에스컬레이터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소금산으로 들어가며 나오며 본 환상적 설경과 출렁다리, 소금잔도, 스카이타워, 울렁다리를 걸으며 아찔한 가운데 바라보았던 멋진 소나무들, 그리고 삼산천과 소금산 일대의 환상적인 설경들에 감탄을 하며, 원주시의 처절한 노력에 의한 간현관광지의 부활과 진화를 실감하였다.
앞으로도 소금산의 여러 시설들과 함께 국민 편의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계속 명성을 유지하길 바라고, 우리의 총동산악회도 1000회 넘어 계속 발전하길 기원한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가는길
아침 일찍 아파트를 나서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마을버스 기다린 시간에 충분히 우산을 챙길 수 있었는데 내리는 양이 작고 귀찮아 그냥 나섰다가, 결국에는 눈을 맞아 파카가 젖은 후에 더 젖기 전 매표소 앞에서 비옷을 사서 입어야 했다.
지하철 연계도 어긋나 간신히 출발시각에 도착했지만, 날씨 탓에 늦는 사람들이 많아 20분 늦게 강변역을 출발하였다.
출발하고 바로 간식용 견과류 떡과 물을 나누어 주고, 곧이어 400회 산행을 기념하여 앙증맞은 크로스 슬링백을 나누어 주었다.
곤지암 IC를 지나자 비는 눈으로 바뀌었고, 양평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서원주IC로 빠져 나와 눈이 쌓여 미끄러운 고개를 힘들게 넘어 9시 30분경에 간현관광지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간현관광지는 섬강, 백사장, 기암괴석과 울창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바위절벽이 병풍으로 세워진 절경에 송강 정철도 관동별곡에서 예찬한 곳이다. 내게는 옛날 교회수련회 따라 청량리역에서 완행열차 타고 간현역에 내려 걸어와 이곳 모래밭에 천막을 치고, 밤새 기타 치며 노래 부르고 놀던 낭만과 추억이 어린 곳이다.
눈이 날리는 가운데 간현관광지 표지석을 배경으로 400회 총동산행 기념 단체사진을 찍고, 구호를 외치고 바로 출발하였다.
줄지어 눈을 맞으며 호객하는 상가, 무인 매표소, 수변물놀이공원을 지나서 간현대교를 건넜다
눈이 내리니 하늘도 잿빛, 안경마저 김이 서려 산이건 다리건 선명히 보이질 않았다. 원색의 등산복, 비옷들만 눈에 띌 뿐 희한하게도 온 세상이 수묵화처럼 흑백으로만 구별되어 보였다. 바로 앞 간현봉 줄기는 선명한 흑백, 좌측 저 멀리 희미한 지정대교까지는 푸르슴한 살얼음 벌판, 우측에는 옛모습 그대로의 철교, 그 뒤 오형제 바위와 소금산은 흐릿한 흑백이다.
삼산천이 섬강으로 흘러 드는 물길은 얼지 않았다. 그 물길 위쪽 철교와 오형제 첫째 바위 아래 살얼음판이 ‘汶淵沼(문연소), 그 위의 바위가 ‘汶淵洞天(문연동천)’ 이다. 지난번에는 바위에 ‘汶淵洞天’이란 가짜 하얀 페인트 글씨가 있었는데 눈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진짜 '汶淵洞天'이란 큰 글씨는 토사가 퇴적되며 침수되어 물속에 있다.
원주의 벼슬아치들이 기생들을 데리고 와서 놀던 바위인데 어느 누군가 감히 신선들이 내려와 노는 ‘洞天’을 붙여 놓았다. 글씨도 보이지 않는데 지금이라도 백성들이 걸맞게 불렀던 이름, ‘女妓岩(여기암)’으로 바꿔 불러야 맞을 것 같다.
간현대교를 건너면 바로 잠수교 갈림길, 좌측 길로 걸어 간현봉 오르는 계단을 지나면 삼산천교이다.
전에 없었던 매표소가 보이고, 삼산천교 위에 수많은 ‘п’모양 기둥들이 세워져 있다. 삼산천교 위에서 소금산 정상의 철탑이 보였는데 보이지 않고 눈앞에 삼산천의 그림 같은 설경만 보였다. 옛 철교와 간현대교도 나무지게 벌어진 모양으로 보였다. 다리 아래 잠수교 밑으로는 겨울이라도 적지 않은 수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섬강으로 쏟아져 내려간다.
다리를 건너서 좌로 돌아 걸어가는 길 오른쪽으로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그 끝에 원래의 매표소와 건강데크 계단길 입구가 있다.
날씨 때문에 식당들은 텅 비었다! 5년전 인산인해 속에 불친절하여 싸울 뻔한 식당이 기억났다. 가운데 집 식당이던가?
소금산 출렁다리 개통직후,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그 출렁다리 위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장면이 TV에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한동안 인산인해를 이루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배짱장사를 하였다.
매표소 건너편에 새로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원주를 담기에는 작을 것 같은 커다란 머그잔과 3개의 조그만 마카롱이다.
출렁다리로 오르기 전, 눈이 금방 그칠 것 같지 않기에 파카가 더 젖기전에 매표소 앞 가게에서 분홍빛 비옷을 사서 입었다.
일승이도 뒤따라와 영숙이 비옷을 챙겨주었다.
그냥 와보고 싶은 소금산 출렁다리
지난번에는 사람들이 많아 거꾸로 돌았다. 나오라쇼 공연장이 있는 개미둥지마을 지나 6구간에 걸쳐 세워논 공포의 404철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소금산 정상을 넘어서 가파른 소나무 숲길을 내려와 출렁다리를 건너 매표소 옆 데크계단 입구로 내려왔었다.
지금은 소금산 정상 길은 공포의 철계단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위험해서 폐쇄되고, 일방통행이 되었다. 데크계단을 올라 출렁다리, 소금잔도, 스카이워크를 지나고, 울렁다리를 건너 나오라쇼 공연장으로 내려와 데크계단 입구 앞으로 원점회귀해야만 한다.
출렁다리로 오르는 데크계단은 총578계단으로 올라가면서 몇 번째 계단을 올라왔는지 계속 알려준다. 현재는 이 그랜드밸리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어서 허리 때문에 은근히 걱정했는데 멋진 설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올랐더니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드디어, 눈앞에 출렁다리 게이트가 보이며 오른쪽으로 케이블카 공사현장도 보였다. 541번 계단을 올라 손목에 매단 티켓의 QR코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를 나오면서 오른쪽에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멋진 포토존이 있고, 17회 이근수 선배와 33회 이윤형 후배가 동문들의 단체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우리도 사진을 찍고, 578번째 마지막 데크계단을 올라 소금산 출렁다리로 들어섰다.
출렁다리는 솔개미둥지터와 바위오름터 두 절벽 사이에 200 M 길이로 100 M 높이에 설치되어 있다.
바닥은 붉은색 격자형 그레이팅으로 아래가 다 내려다 보이고, 양 옆은 푸른색 쇠줄과 철망난간으로 되어있다. 눈이 쌓여 미끄러웠고, 가운데로 갈수록 많이 출렁거렸다. 전에는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서 교행하느라 구경도 잘 못하고 엄청 복잡하였는데, 일방통행으로 바꾸니 너무나 편했다.
나도 TVN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의 김수현x서예지 한장면처럼 외치고 싶어졌다!
“그냥∼ 높고 탁 트인데 한 번쯤 와보고 싶었어∼”
높고 탁 트여 고개들면 소금잔도, 스카이 타워, 울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오늘은 눈이 내려서 하나도 보이질 않고, 사방이 수묵화 같은 멋진 설경 뿐이다. 발아래로 눈 덮인 나오라쇼 광장 관람석과 그 앞쪽 삼산천 중앙의 음악분수대가 보인다.
이 소금산 출렁다리를 기점으로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많은 출렁다리들이 세워졌다.
출렁다리 건너서 게이트를 내려가면 소금잔도, 스카이타워, 울렁다리로 올라가는 길과 출렁다리 데크계단 입구로 내려가는 하늘바람길의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서 계속 오르막 데크길이 이어진다. 오른편으로 공사가 거의 완료된 하늘정원이 나오고, 굳이 알려 줄 필요도 없는 '너랑 걷고 싶은 길' 글자들이 매달린 데크를 지나 오르면 화장실이 있는 제법 넓은 쉼터이다.
지난번에 경사진 소나무 숲의 들어난 뿌리를 밟으며 힘들게 내려와 쉬었던 울창한 숲속의 벼랑전망대 일대가 쉼터로 변했다.
21회 선배, 30회 후배들과 다양한 술과 안주, 간식을 나누며 시끌벅적 거리면서 잠시 쉬었다.
소금산 숲속의 데크산책로
시끌벅적 술판이 길어질 것 같아 갑숙, 인자와 먼저 출발하였다.
산책로 데크를 따라 눈 덮인 겨울왕국 숲속으로 한참을 내려가서는 앞으로 쭉쭉 걸어가다가 드문드문 계단을 오르고, 길게 P자형으로 돌아 오르기도 하고, 눈날리는 다리를 건너기도 하였다. 눈 덮여 더 포근하게 느껴지고, 정말 힐링되는 산책로였다.
이 데크산책로는 길이 700 M, 폭은 1.5 M이다. 절벽 가까운 숲속에 설치되어 있지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게 잘 만들어졌다.
드문드문 있어도 계단이 많아 무릎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이 걷기에는 조금 힘들겠다. 다행이도 경사가 급한 오르막 계단은 없다.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어 출렁다리, 삼산천 일대를 멋들어지게 내려다볼 수 있고, 특히 데크산책로가 끝나는 데크광장에서는 소금산 출렁다리, 하늘 바람길, 소금잔도, 스카이타워, 울렁다리까지 다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눈이 내리니 보이는 건 그저 가까운 흑백의 설경 뿐이다. 그런데, 그게 더 환상적이니, 내리는 눈에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우와! 죽이네! 정말 환상적이다!”
앞서 가는 등산객들은 내리는 눈에 미끄러운 데크산책로를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눈앞에 펼쳐진 멋진 설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었다. 우리도 동감하며 뒤따라 걸어갔다.
데크광장에 들어서니 먼저 온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넓은 데크에 자리를 깔고 컵라면을 꺼내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 중이었다.
무릎 약한 인자는 그들 앞에 있는 커다란 데크의자에 기대어 서서 갑숙이의 도움받아 아이젠을 신었다.
산벼랑 소금잔도
소금잔도는 소금산 정상부 아래 절벽을 따라 산벼랑을 끼고도는 잔도로 고도 225 M 높이로 폭 1.5 M, 길이 353 M의 아슬아슬 암벽길이다. 소금산 출렁다리가 100 M 높이로 걸렸는데, 그보다 높은 225 M이니 얼마나 더 짜릿하고 스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데크산책로에서 소금잔도로 바로 이어지는데, 두 길의 바닥과 난간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 데크산책로는 바닥은 나무데크, 난간은 용접된 철판조각인데 비해, 소금잔도는 출렁다리와 비슷한 구조로 철 그레이팅 바닥에 쇠파이프와 철망 난간구조이다.
내리는 눈이 계속 쌓이니, 소금잔도는 데크산책로보다 더 미끄러워 졌다. 인자는 소금잔도에서 아이젠이 자꾸 철 그레이팅에 걸려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을 직각으로 들어올리며 걷느라 조금 고생을 하였다.
눈 내리는 가운데 잔도 위를 걸으니, 바닥이 보이지 않아 아찔한 느낌은 없고, 마치 하얀 구름 위를 걷는 듯하였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간간이 보이는 절벽 위에 쓰러질 듯 서있는 눈 덮인 소나무들은 눈의 나라 길목을 지키는 문지기인양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잔도가 아니라 대로야! 중국보다도 훨씬 넓어!”
스카이타워와 노란색 울렁다리가 보일 즈음, 갑숙이 중국의 공포스럽고 심장도 쫄깃해지는 아슬아슬한 잔도를 경험하였기에 넓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소금잔도를 지나며 한마디 하였다.
소금산 랜드마크가 된 스카이타워
소금잔도에서 조금 내려오면 바로 스카이타워 꼭대기로 이어진다. 스카이타워는 총 5층으로 높이가 38.5 M가 된다. 꼭대기는 별다른 시설은 없고, 둥그런 광장으로 되어 있다. 고도 220 M로 360도 시야가 탁 트여 시원스러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어디에서든 잘 보이니, 스카이타워는 소금산의 랜드마크가 된 듯하다. 높은 곳이라 바람소리가 들릴 만한데 눈이 내리니 조용하기만 하였다. 아래로 소금산을 S자로 감아 도는 삼산천 일대의 아름다운 절경과 울렁다리, 경강선 KTX 철로를 바라볼 수 있고, 눈높이로 소금잔도, 출렁다리, 저 멀리 섬강 일부까지 볼 수 있다.
삼산천 일대의 풍경을 보고, 다시 한번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함을 실감하였다. 간현봉 산줄기 하나가 소금산 가운데로 들이대는 바람에 삼산천 흐름이 반원이 되어 소금산을 파고들며 S자를 이루고, 소금산은 말발굽 모양이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고 삼산천과 출렁다리 사진을 찍으러 난간 가까이로 가다가 쌓인 눈에 미끄러질 뻔하여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돌아 나오면서 고개를 드니, 소금 잔도와 그 위로 소금산 정상 가는 길 마지막 공포의 제6철계단도 보였다. 전에 왔을 때, 교대로 오르내리는 바람에 1시간 넘게 기다리며 추위에 떨고,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오르며 공포에 떨기도 하였던 기억이 새로웠다.
아래 층으로 내려가니, 약간씩 방향이 틀어져서 1~2인이 들어가 주위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5개의 난간이 있다. 두 군데 둘러보았는데, 내려와서 올려다 보니 다섯 손가락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진 손가락 전망대이다.
층층이 내려오면서 보는 'V'자 노란색 기둥이 이룬 현수교 울렁다리의 모습은 정말 웅장하였다.
국내 최장 소금산 울렁다리
소금산 울렁 다리는 삼산천을 가로질러 소금산과 간현봉을 이어주는 길이 404m 폭 2m의 보행 현수교이다. 순창 체계산 산악 출렁다리가 270 M이고, 예당호 수상 출렁다리가 402 M이므로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되는 셈이다.
나는 울렁다리의 길이가 예전의 소금산 명물 공포의 404 철계단에서 유래된 줄 알았는데, 국내 최장을 목적으로 예당호 출렁다리 보다 2M 길게 설치된 것이란다. 소금산에 있으니 분명 공포의 404 철계단하고 연관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울렁다리에 들어섰다.
출렁다리도 길다고 생각했는데 그 두배 길이라 건너가기가 까마득하였다. 출렁다리 안내판에는 마치 벼랑 위에서 공중을 걷는 아찔함과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 수 있어, 일명 소금산 출렁다리 2탄으로 불린단다.
현수교라 출렁다리처럼 출렁거림은 없지만,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다. 출렁다리, 소금잔도, 스카이타워를 거치면서 아찔함을 많이 느껴서 그런지 울렁다리를 건너면서는 아찔함을 생각보다 덜 느낀 것 같다. 그런데 왜 울렁다리라 이름지어졌을까?
“가운데 유리 밟지 마시고, 양 옆으로 가세요!”
갑자기 우산 들고 서있던 아저씨의 말소리가 들렸다. 물어보니 소금산 안전 관리요원이란다. 울렁다리에는 몇군데의 강화유리 바닥이 있어 수직으로 삼산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눈이 내리니 무심코 그 유리 위를 걷다가 미끄럼 사고가 날까 봐, 이렇게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아! 강화유리를 통해 바로 위에서 바닥을 보면 아찔함에 속이 울렁거릴까?
그 자리에서 뒤돌아보니, 수묵화 같은 소금산과 노란색 울렁다리 교각이 어우러진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스카이타워가 마치 겨울왕국의 거대한 성탑처럼 그 웅장함을 뽑내고 있는 듯 두 눈에 들어왔다.
건너와서 보니 스카이타워도 희미하게 보이고, 정말 까마득히 긴 다리이긴 하다. 다리는 튼튼하여 울렁이지 않았는데, 두루두루 풍경을 바라보다 마음이 울렁거리니, 그래서 울렁다리라고 이름 붙인 것인가?
하산길, 나오라쇼 광장
울렁다리 끝단의 계단을 올라서니 눈이 내려 걱정이 되었는지 안전 관리요원들이 나와 서있었다.
안내표지따라 내려가니, 간현봉 등산로 입구에서 31회 김기운 후배가 동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로 내려가는 지그재그 산길에 깔린 야자매트 위에 눈이 쌓여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갔다. 시간에 쫓긴 듯 몇몇 다른 등산객들은 서둘러 앞질러 나갔다.
올해 말에는 울렁다리 간현봉쪽에 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다고 하니, 그 때는 노약자들도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겠다. 산밑에 거의 다왔을 무렵 길은 진흙탕이 되어 있어 신발이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피톤치드 캠핑장으로 오르는 포장도로 가까운 계단은 얼음길이라 끝까지 긴장하며 내려가야 했다.
그 후유증일까? 허리와 다리가 뻐근하여 갑숙, 인자 화장실 들른 사이 간현암 다리 옆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도서반 24회 박명숙 선배가 지나다가 보고 다가와, 25회 여동에게 허리 아프다는 소식도 듣고 산행후기도 잘 보았다며 잠시 이야기하곤 먼저 떠났다.
나도 곧 뒤따라 나섰다. 나오라쇼 광장 뒤로는 많은 관람석이 있다. 여기서는 한때 암벽등반의 메카로 이름을 날렸던 간현암, 그 옆 바위까지 동절기를 제외한 야간에 별도의 요금을 내고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가 있다. 삼산천 중앙에 음악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어 그 공연도 볼 수 있지만 역시 겨울동안 공연은 중단된다.
개미둥지 마을길을 돌아 매표소로 걸어 가면서 소금산을 휘감아 도는 삼산천의 기암괴석을 구경하랴, 걸어가는 방향 따라 변하는 허공의 출렁다리를 구경하랴, 그림 같은 삼산천변 설경을 구경하랴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시 매표소 앞을 지나고, 삼산천교 아래 잠수교, 간현대교를 건너 주차장옆 전주식당에 도착하였다.
400회 산행 기념행사
식당에서는 먼저 온 많은 동문들이 술을 곁들이며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25회가 산행은 제일 늦은 편인데 나만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아 놓고 식사준비를 하였다. 식당은 생각보다 넓고 서비스도 좋았다.
동기들이 모두 와서 술 한잔하고 있는 도중에 옆 큰방에서 총동 400회 산행 기념식을 한다고 모두 그곳으로 모였다. 임공빈 초대회장, 이진형 총동회장의 간단한 기념사 뒤에 16회 김윤종 고문, 35회 차승환 총동산악회장과 48회 막내와 함께 기념 케이크 커팅을 하였다.
우리의 총동산악회도 1000회 넘어 계속 발전하길 기원한다.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1호차 선배들은 먼저 출발하였고, 2,3호차 선후배들은 식사와 술 한잔 더하며 우정을 나누다 3시경에 출발하여 강변역에는 5시 경에 도착하여 일찍 집으로 향했다.
총동 400회 기념산행은 잊지 못할 환상적인 눈꽃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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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수필 글내용에 감탄하였습니다.
한참의 시간 공들여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진 사진과 글 공유에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의후기는 산행을하는것처럼
처음 들머리부터 시작해서 날머리까지
한편의 영화를보는것처럼 눈앞에 보여집니다
오늘도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어 교과서 수필편에 실릴 정도의 실질적 묘사와 높은 완성도로 제가 읽으면서 정말 탁월한 글솜씨로 감히 댓글 달기가 어려울 정도 입니다.
산행 후기를 모아 책을 출판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총동 산악회장님의 칭찬에 감사합니다. 올해도 안전산행, 재미있는 산행이 되도록 수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글을 읽다보니 다시 산에가고 싶어졌습니다
다시보고 싶은 설경을 사진으로 보니 또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 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이신 듯. 놀라운 글쏨씨!
정말 자랑스러운 서울사대부고 선배님 이십니다.
고개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잘읽었습니다.
다음산행에도 함께 해 주셔서 멋진글 남겨주세요.
김주목 후배님의 명산행기 내가 산행한듯 잘 읽었습니다. 저는 소금산을 처음 찾은것은 꽤 오래전30여년전 소금산에 아무런 서설도 없을때 였는데 사진을 보니 너무 많이 변해서 모르겠네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선배님글 너무 좋아요
다시 산에 가고싶어지내요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