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동안 재일대한기독교회 2014년 교역자 장로 연수회를 하였습니다. 그때 동지사대학 리트리트 센터에서 나오는 음식들이(1박3식) 참가비에 비하여 너무나 맛이 좋았습니다. 그때 저와 동갑이시자 신혼이신 목사님께서 사모님에게 음식을 찍어서 사진으로 전송해 드리는 신혼의 사랑 나누기 모습을 보면서 제가 뜨거운 사랑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한 것입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런 연수회가 있으면 사모님들을 대동하여 함께 참석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인사를 하고 나면 <사모님은요?>말씀을 하시지만 재정적 현실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개교회의 교인들 중에는 <우리 사모님은 아무데나 목사님 따라 다닌다>고 비판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사모님이 없다고 목사 청빙을 거부하거나, 사모님의 건강진단서나 사모님의 사역계획서까지 원하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모님들이 목사님과 함께 교육을 받으러 가겠다고 하면 난리 부루스를 추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 사모님이 병으로 돌아 가시거나,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그 목사님의 목회는 끝나는 것인가 라고 묻고 싶기도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하나님 위에 사모님, 목사님 위에 사모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사모의 역할은 목사의 아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제 아내와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임하는 교회에 <여러분들이 상상하고 있는 사모의 역할을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심지어는 사모님이라고 안 불러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그냥 여러분들과 같은 보통 교인이고 목사의 아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목사 사무실에는 제 아내가 한 발자국도 발을 들여 놓지 않습니다.
지난 교회에서는 송별회를 할 때, 제 아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기뻐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것은 제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저희 가정에 대하여 <그러면 안돼>라고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대부분은 연세가 드신 분들이거나, 한국에서 부부 선교사로 파송을 받으신 분들의 의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릅니다. 목회자마다 다릅니다. 각 가정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이러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재일대한기독교회의 3대 정신인 다양성, 소수성, 연합성(에큐메니컬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르침을 망각하고 나이로는 동갑이지만, 먼저 목사가 된 재가 사랑하는 사모님에게 맛있게 먹고 있는 음식 사진(사랑의 전달이겠지요)을 전송하는 목사님에게 건방진 조언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 변명을 합니다. 그 이유는 이런 수양회나 총회를 할 때마다 저의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수양회나 총회를 하면 아내와 함께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 아내는 집에서 그냥 찬물에 밥 말아서 먹고, 제정적인 능력이 부족한 남편 때문에 매일 출근하여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수양회를하고 총회를 한다. 그리고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고 말하면, 그 반응은 <잘 배우고 맛 있게 드시고 오세요>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당신은 집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화를 하다가, 저와 함께 앉은 목사님 중에 한 분께서 <미국에 초청을 받고 갔는데, 혼자 왔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구요. 그곳에서는 보통 목사를 부르면 사모님도 함께 오는 것으로 이해 하더라구요. 그때, 목사가 가는 곳에 사모님이 함께 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지 않은 머리를 돌돌돌 굴리면서 목회 현장에서의 여러 생각들을 해 보았습니다. <혹시 사모가 급사라도 하면 남자 목사님 혼자서는 목회를 못하나? 우리 교단은 여자 목사님들도 많이 계신데, 사부(?)님이 없으면 우짜노? 이런 것들이 소수성과 다양성과 연합성을 인정한다는 교회와 교단인가?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외치고 가르치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교하는데, 왜 처음 온 교인들은 [사모님은 누구세요? 사모는 벙오리인가? 사모는 아무것도 안 하나?]라고 말하는가?>
목사님께서 음식 사진을 전송하는 것 하나로 인하여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연수회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마이 러브에게 음식 이야기는 가급적 삼가 하고 수양회나 모임에서 일어난 나쁜 인상들을 많이 말합니다. 이것이 유일한 저의 도피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 관해서는 정말 여러 가지 상황적인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저의 변명이나 괴변이기도 하겠지만요. 그러나 저는 기독교인이라면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사모의 역할과 사모와 사부의 역할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의해도 부족하고, 그 시기는 이미 늦은 시점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모님은 그냥 목사의 아내요, 사부님은 목사의 남편 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저에게 <목사님니-임!>이라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면서 다가 오는 것이 싫습니다. 그냥 <돌목사야! 남편아! 영석아! 자기야!> 라고 부르면서 다가 오는 것이 좋습니다. 사명자가 아니라 그냥 사랑하는 관계로 있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의 모습을 보고, 교인들이 <은혜가 떨어 졌다. 닭살이 돋는다. 목사가 주책이 없다. 사모가 가볍다. 거룩하지 않다>라는 등의 말들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 해 봅니다. 더불어 목사가 음식 사진만 올린다고 비판하지도 말기를 부탁합니다. 제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올리거나 만들어도 여러분 보다는 잘 먹고 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요리는 그냥 취미입니다. 그런데 목회자들이 다른 멋있는(!?) 취미들을 공개하면 멋있다고 하면서, 요리를 공개하면 왜 <가게를 차리라>고 합니까? 여러분들도 먹어야 사는데요. 영적으로만 강건하면 신비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영육 간에 균형 잡힌 영성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오늘 기도 했습니다>라고 나팔 불 수 있습니까? <나 오늘 말씀 읽고, 하나님 말씀 전합니다>고 외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너무 죄송하지만 SNS에서 하나님 말씀만, 그리고 너무 <좋은 말>만 올리고,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거룩하신(?) 분들이 올리는 글들을 싫어합니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를 찬양하신다면 자기 생활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 상처를 받으셨거나 시험이 드신 분들을 저와의 친구 관계를 빨리 끊으시는 것이 영적(?)으로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이 참에 말씀 드리지만, 한국 분들은 한 번도 말을 하거나 만난 적도 없는데, 그냥 FB친구 신청을 해 옵니다. 그러나 일본 분들은 먼저 친구 신청을 해도 되냐고 물어 보는 쪽지를 보내 옵니다.저는 순진해서(?) 무조건 허락을 합니다. 하지만 본심은 친구 신청 이유를 설명해 주는 일본 쪽이 좋습니다. 제가 일본에 너무 오래 살았다고 하면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정말 죄송하지만 동료 목사님의 사랑 표현에 대하여 <조금>(?) 회개합니다.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시면서 사모님에게 요리 사진을 보내시는 동갑 목사님이시자 신혼 목사님에게 찬물을 끼 얹고 은혜를 떨어뜨리는 말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많이 사진을 보내시고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사모이든지 사부이든지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부부의 사랑이 사진보다 더욱 오랫동안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첫댓글 성직자의 길은 험남하네여.
사소한 것에도 이리 시경을 쓰셔야 하니...
그냥 아버지 안에서 다 같은 자녀들인데....
목사는 독신이 아니라서(특히 한국적으로) 여러 모양의 현실이 있습니다...ㅎㅎ
그냥 모두 자녀들임에 <아멘!>입니다..
헉... 너무 맛있는.... 꾸울꺽~~
정말 맛있는 요리였습니다...ㅎㅎㅎ
묵고 싶어요.. ㅠㅠ
동경에 오셔도 얼마든지 드실 수 있습니다...![므흣](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8.gif)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