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야! 내가 양말 이렇게 뒤집어서 놓지 말랬지? "
" 다음 번엔 그럴께, "
" 하여튼, 못 말린다니깐 정말! "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아내의 잔소리가 또다시 시작이 됬다.
무성의 하게 아내의 말에 대답을 해주고, 그거면 됬다 싶었다-
하지만, 아내의 잔소리는 왜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지,
" 여보야! 스킨 뚜껑 좀 닫아놔,
그리고 제발 발에 물기 좀 닦고 걸어 다니고! "
" 알았어 알았어! 빨리 불꺼- 자 "
"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어요! "
잔소리 하는 아내나,
그런 잔소리를 듣는 나나,
서로 지겹고, 신경만 쓰여 진다.
하지만, 그 습관이란 게 뭔지,
혼자살았을 때 있던 버릇이 잘 고쳐 지지 않는다.
\ 다음 날
" 자- 오늘 용돈은 특별히 오천원 이다! "
" 아, 진짜 우리 여편네~ 짜다 짜! "
" 에? 짜? 특별히 오천원인데? 싫음 내놓고! "
" 아..알았어 알았어! ...갔다 올 게! "
" 어! 아!..신발 아무렇게나 벗어 놓지 말고,
그러다가 또 잃어버린다? 집 열쇠랑 잘 챙겨! "
" 알았어! "
아침이 되어서도, 우리 아내의 잔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하루 이틀 듣는 것도 아니고, 난 회사로 향했다.
그래도, 아내의 잔소리는 효과가 있긴 있다.
신발을 벗을 때도, 조금 신경이 쓰이고,
주머니에 있는 열쇠들도 가끔 확인도 하고, 하는 거 보면 말이다.
" 어!!!!! 이거 진짜 안된다..벌금을 정하든지!
양말 또 뒤집어 났어? "
" ....... "
" 하루도 못가냐 하루도! "
" 아, 뭐 그깟거 뭐가 그렇다고 그래! "
" 그깟 거 하나라니! 냄새나는 양말, 자기는 만지고 싶어? "
" 내 양말인데, 뭐 어때! "
" 여보야 양말이든, 냄새나긴 하잖아- "
" 아..근데 자꾸 사사건건 말 꼬리 잡지마!
습관이 된 걸 어떻하라고! "
쾅/
회사에서 과장한테 한 껏 핀잔을 들은 탓이라
가뜩이나 기분도 나빳다.
거기다 아내에게 한 소리 듣고,
내 양말도 더럽다- 라는 소리를 들으니, 아주 미칠 지경이다.
결혼 전에는 똥도 다 닦아 줄 것 같이 말하더니만,
이런게 결혼생활이라는 건가 보다.
" 여보야! 뭐야! 왜 문 그렇게 닫어? "
" 화나잖아! "
" 뭐가 화나! 여보야가 잘 못 한거 내가 고치려는 건데! "
" 양말하나 뒤집어 논게 그렇게 잘못이냐!
아, 진짜 오늘 기분도 안좋은데 오늘은 좀 넘어가면 덧나? "
" 오늘 내일 할 게 어딧어! "
"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제 안뒤집어 놓는다!
내가 뒤집어 놓으면 사람이 아니야! 동물 한다 동물!
그러니까 그만 좀 떽떽 되! "
" ....여보야!!! "
" 잔다고!!!! "
이불을 머리 끝까지 홱- 덮어 놓고,
난 잠을 잤다.
선배들이 부부는 사소한 것 하나에 싸운 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다.
정말 별 거 아닌거, 내가 쫌, 심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에잇-모르겠다- 라는 심뽀로 나는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에는,
삼천원과 함께, 종이 쪽지가 놓여있었다.
[잘다녀와,열쇠챙기고,신발 제대로 벗구]
아내는제대로 삐친 모양인데,
그래도 제 성격은 어디 안가나 보다.
그것도 그녀 나름 대로의 습관이라고 치기로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 무뚝뚝 해졌을 때,
아내는 배를 쓱쓱 문지르면서,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여보야..요즘..속이 이상해.. "
" 어? 왜.. "
" 자꾸 울렁이고, 구역질 나고... "
" !!!! 혹시..임신 아냐? "
" 풋..임신은 무슨, 결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함 가봐! "
" 알았어, 오늘 가볼까? "
저녁 때 와보니,
왠일로 아내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고,
그건 다름 아닌 임신 사실이었다.
그 조그만 배에, 내 아이가 들어있단 말이지...
그것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아내의 배를 문지르고 문질렀다.
\다음날
" 여보야..진짜..지겹도록 하는 말인데... "
" 알았어- 내일 부터 제대로 할 게.. "
" 그말이 도데체 몇 번 째인 줄 알아? 이제 애도 있으니까 잘해야지!.. "
" 알았어, 아 나 피곤하다, 잘게 "
" 여보야!..왜 들어가? 나 말 안끝났어..이상하다 당신.. "
" 뭐가 이상해.."
" 이상하잖아! 뭔가 숨기는 거 같고..여자생긴거야? "
" ...야! "
" 아니면 뭐야? 뭔데 왜 그래..! "
괜히 화를 내고는,
" 신혼 때는 그러지 않았잖아, 이제 애기 뱄으니까 그만인거야, 뭐야 "
" 왜 그래, 내가 뭘 어쨋다고, 피곤하다고 잔다고 한 거 뿐이잖아 "
"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거잖아..!! "
이제 애도 가지고,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왠만하면,
아내의 기분을 받아 줄 셈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아내는 왠지 달랐다.
갑자기 삼천포로 아주 깊게 빠지더니,
헤어나질 못하고 자꾸만 거품만 더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내의 대사들은 부부싸움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대사들이 었다.
나는 짜증이 확 났고- 그러면 안되는 데, 아내에게 화풀이를 했다.
" ....나 내일 친정 갈 꺼야..! "
" 가-가! 누가 가지 말랬냐고! 그 친정 가서 실컷! 잘 살아라! "
" 가라고 그러면 누가 못 갈 줄 알고? "
" 그래! 가라니깐? "
그리고, 다음 날 정말로 아내는 짐을 싸 들고,
친정으로 갔다.
친정에서 얼마나 나를 곱씹을까 를 생각하니 속이 뒤집힌다.
휴..그래, 임신이라고, 그냥, 그래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난 다혈질인지, 화가 쉽게 가라앉히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장모님의 잔소리를 듣고는,
모전자전- 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박혔다.
" 민사위- 애가 임신을 했는데 그렇게
화를 내면 애기한테 얼마나 피해가 가는 줄 아나?
나중에 애 기형아 날꺼야? 남자가 말이야,
여자가 그렇게 짜증을 부리고 그러면 그냥 수그러 드는 면도 있어야지,
아이고- 내가 꼭 이겨야 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마구 달려들면 어쩌자는 겐가, 게다가 희영이는 애까지 배지 않았어!
휴. 희영이는, 애날 때 까지 여기에 있겠네.. "
" ..네 "
" 이거 원 참..결혼한 지 얼마나 됫다고, 싸움 질이야...
속 좁은거 하고는....... "
다들으란 소린지, 듣지 말란 소린지,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도 장모님의 잔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껌껌한 집에 들어오니,
왠 냉기가 들어온다. 겨울이고 한데, 참..휑-하다.
라는 느낌을 받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혼자 누으니 , 것 참 잠도 안온다.
낮에 장모님 생각도 있고,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다행이, 장모님이 받지 않아서 다행이다.
받았더라면, 또 왜 전화했냐면서 이 밤중에 애 떨어지네 마네,
하실 것이었다.
" 어,나야.. "
" 왠일이야? "
" 왠일은..그냥 전화했지.. "
" 나 집에 없으니깐 후회가 되나보지? "
" 그만하자..미안해..내가 잘못했어.. "
" 됐어-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그러면 당신이랑 또 싸울 거 같아, 나 그냥 여기 있을래,
그게 더 우리 애기랑 나한테도 더 좋은거 같아.. "
" ...그래..그러면 그러던지..내일 들릴게.. "
" 아냐, 뭐하러 와- 그냥 피곤한데 잠이나 자-"
" ...그래..그럼 자- "
" 뚜뚜뚜뚜뚜뚜 "
아직 화가 안풀렸나..
아내의 말에는 수백개의 침들이 꽃혀 있었다.
내 저녁인사가 끝나자,
무참히 들려오는 끊긴음....
것참..사람 무안하게 한다...
오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한 일주일 정도 있다가 친정 집에 들렸다.
처제며, 사위며, 완전 큰언니다-해서 공주처럼 떠받들고 있었다.
이래서, 여자들이 친정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공주처럼 살게 해줄게- 라는 프로포즈에 혹하는 지도 모르겠고,
" 형부오셨네요? "
" 네- 처제 잘 지냈어요? "
" 저야 항상 잘 지내죠, 언니 방에 있어요,
저녁 안드셨으면 같이 드실래요? "
" 아뇨 회사에서 먹고 왔어요- "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안방으로 들어섰다. 훈훈한 기운이 벌써부터 나를 마중나왔다.
가마솥이 따로 없다.
아직, 초겨울일 뿐인데 말이다.
장모님은 달갑진 않지만 사위라는 명분하에, 나를 반겨 주셨고,
아내는 조금 풀린 얼굴로 나를 맞이 했다.
나는 내 성격에 맞지 않게 아내를 이리저리 보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그냥, 가식이라고 하지 말고,
장모님 앞에서 떠는 사위의 재롱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야식도 먹고, 그 날 하루는 아내의 옆에서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또 날이 밝고, 나는 회사로 가고,
쌩-한 우리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내심, 기러기 아빠들이 생각이 났다.
그것 보다는 내 상황이 훨씬 더 괜찮은 상황이었지만.
그냥 대충 저녁을 라면으로 떼우고,
할일 없이 티비 프로그램을 돌려보다가. 따분함에 잠이 들었다.
그런 생활을 하고, 한 달이 다 되어가나 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씩은 꼭 아내를 찾아갔다.
2~3주 째에 접어드니, 얼굴에 살이 포동포동 한 게,
때깔이 고와졌다.
반면에 나는 질기기나 했지, 전혀 탱탱함은 볼 수 없는
초췌함이었다.
아내가 처제를 시켜, 곰국을 끓여다 대령했다.
" 아- 저녁상..진짜 반갑다 "
" 꼭 가족 없었던 사람처럼 말한다- "
" 없었지~요 한달은... "
" ..치.그러게 잘하지 그랬어? "
그래서 오늘은 아내가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더니,
고세 친정 집의 따스함과 편안함을 알아버려서,
기어코 애가 낳을 때 까진 있을 심산이었나 보다.
그렇게 다음 달로 넘어가고,
아내의 배가 약간 불러왔을 때 였다.
그 이후로 갑자기 아내의 연락은 뜸했고,
내가 전화를 해도 아내는 받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가도,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세달 째, 아내의 얼굴을 보지 못했을 때,
친정집은 없어졌다.
이사를 간 것이다 나는 배신감이랄까?
이루 말 할 수 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버림받은 건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왜 그랬는 가- 를 두번 째로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도무지 결론이 나오질 않았다.
화가 나는 마음에 전화를 신경질 적으로 걸었다.
" 여보세요- "
" 장모님,이게 무슨 상황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 민서방- "
" 어디에요 지금!!!!!!!! 저 가지고 장난 하십니까?
아내도 봐야하고, 지금..이게 머하시는 겁니까? "
" 민서방..미안하네..조금만 기다려 주게 "
" 기다리다니요 뭘요! "
" ...뚝.. "
드디어 받았구나-라는 생각도 미처 하지 못하고,
전화는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걸으니, 이젠 없는 전화번호 란다.
..네달..다섯달..여섯달......일..년
눈이 내리고..다시 새싹이 트고...
약간 후덥지근 해지고..
지금쯤 아마 애를 낳았을 것이다.
난 회사를 다니면서, 폐인이 되어갔다.
이혼..그래, 이혼을 생각하지 않지도 않았다.
하지만, 젤 중요한 이유는, 난 아내를 아직 사랑한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이대로 앉아서 이혼을 하기엔 너무 용납이 안됬다.
보낸다하면, 편지로도 부칠 수 있다만,
장모님의 기다려달라- 라는 말을 차마 떨칠 수가 없었다.
띵-동
오랜 만에, 우리 집 대문에 초인 종이 눌렸다.
난..난..아주 정말 설마하는..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 ..민서방!! "
" 장모님!!!!!!!!! "
문 앞에는 다급하게 장모님이 서계셨다.
" 무슨 일이세요???. "
" .....어서..어서 오게!!... "
" 무슨 말씀이세요...희영이는 어딧어요. "
" ...민서방....용서하게... "
나는 그냥 장모님을 따라갔다.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장모님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그 깊은 눈동자가, 뭔가 내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수술실 앞-
뜻밖..?
아니, 뜻밖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 말이다.
경악..아니아니..
그 어떤 말로도 내 지금 기분을...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 ..아..암이요?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뭐냐구요!!!!!!!!!!! "
난..이성을 잃었다.
그 약하신 장모님의 두 어깨를 꾹- 누르며
나는 버럭-소리를 질렀다.
" ..희영이..두 달 째 접어 든 순간에..
암이 있다는 걸 알았다..아이를 포기해야 했어..
...희영이는..안된다고 했다..낳을지 안낳을지도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 아이를 제물로 바칠 수는 없다고 말이다.. "
" ...하아..하하하하..그 말을 지금 믿으시라는 겁니까? "
" 지금..희영이는 자네 아일 낳고 있어..이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몰라...
희영이는, 자넬 부르지 말라고 끝까지 부르지 말라고 했지만..
그건 사람이 할 일이 못되네..그럴 순 없지..
자네에게 죄를 짓는 거야.. "
놀라. 놀라고 미쳐서..미쳐 버릴 것 같아서,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에서 제일 높다는 번지점프 대에서 뛰어
소리를 맘 껏 지르고 싶었다.
그래도, 도저히 내 속은 풀릴 수 없어서,.
소리를 질러, 내 목의 성대가 다 나가버려도,
이 내 마음을 풀어낼 순 없을 것이었다.
" 희영아!!!!!! "
초록 가운을 입고 나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희영이로 보이는 여자가 가운데에 있었고 그 주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있었다.
" 진정하세요! "
" .....하아..하아.... "
간호사의 제지로 인해, 나는 간신히 내 심장을 가라앉히고,
아내에게 다가갔다.
시트가 흠뻑 젖어 잇었고 그 안에 힘들어 하는 희영이가 있었다.
머리는 다 어디로 갓는 지 아이 처럼 빡빡이가 되어있었고,
입술은 갈라지고 갈라져, 빨간 피 딱지가 덕지덕지 되어 있었다.
예전의 희영이의 모습이 아니라,
난 많이 놀랐다. 그래서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아니라고 하기엔, 희영이와 닮긴 너무 닮았다.
" 으윽!!!! 여..보.... "
" ........... "
난 날 쳐다보는 아내의 눈을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내의 고통이 탄식으로 밖에 나오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한참을 옥신각신하고, 아내의 온 몸은 점점 더 젖어갔다.
" 응-애 "
피와 함께 섞여 나온 아이...
....내....아이....?
처음 본 광경에 난 신기할 따름이었다.
쉽게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삐-삐-삐-
다급하게 떨어지는 심장 박동수의 소리를 들었을 때,
난 아이에게서 눈을 뗏다.
한쪾에서는 아이를 돌보았고, 다른 한 쪽에선 아내의
심장박동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 여보..여보!! "
" ..왜...왜..왜 희영아..... "
" ..보길 잘했다- "
" ...... "
" 안 보고 가면..후회 할 거 같았다... "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 애기..잘키우기다..응?.... "
" 나희영!!!!!!! "
" 양말....읍..하악..뒤집..놓....지....마? "
" 희영아!!!!!!! "
마음 속으로 수 천번 수 만번,
기도했다. 이 불안한 마음을 애써 떨쳐 내려고,
무던히도 노력햇다.
아내는 숨쉬기 곤란한 상황에서도,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내의 모습이 파노라마 처럼
샥-하고 지나갔다.
이게 마지막인 거 같은 느낌이 점점 확신이 들고,
나는 아니야! 라고 강하게 부정하기도 했다.
" ...보고....아악..싶..어서 어떻...하악..하악..해.. ? "
" 나희영! 왜 그런 소릴 해! 어? 왜 그래!
맘 약해지지 마! 너 왜그러는 거야! 너 나한테 처럼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야지!어? 눈감지마..눈감지마!! "
" ....흐윽....흐윽... "
" 희영아! 눈 감지마 ..눈 감지마!!!! 희영아? 희영아! "
눈 이 감기고, 나는 철썩-철썩- 아내의 뺨을 사정없이 내려졌다.
그리고, 삐- 하고 강렬하게 들리는, 아내의 심장박동소리.
설마가..현실이 되었다.
" 희영아!!!!!!!!!!!!!!!!!!!!!!!!!!!!!!!!!!!!!!!! "
\ 신생아실
" 이쁘다..이뻐..희영이 아들이라 그런가..? "
" ...... "
잠이 덜깻는지, 눈을 감으며,
내 새끼 손가락 마지막 마디 같이 생긴, 혓바닥을
낼름낼름 거리며 있었다.
아이는, 모두 다 같아 보였다.
다 빨갛고 솜털처럼 머리 카락이 나 있을 뿐이었다.
아이를 쳐다보고 있으니, 희영이 생각이 너무 났다.
저 까만 눈망울이 희영이를 닮았고,
저 동글한 귓볼이 희영이를 닮았고,
저 탱글한 볼이 희영이를 닮았고,
저 조그만 손이 희영이를 닮았다.
" ,...희영....아....."
신생아실에 주르륵 앉아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장모님도 울고 계셧다.
도데체 난, 희영이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의 탄생을 기뻐해야 할까..
일상
참 간단한 단어한 단어다.
지난날, 그 무엇이 어떻던건 간에,
너무 간단하게, [일상] 이다.
그냥, 하루-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다,
그게, 날 더 가슴 아프게 했다.
내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다른 날로 지나가 버린다는 거,
그 슬픔이 과거가 되어버린 다는 게, 더 가슴이 아팠다.
" 못합니다- "
" 이보게.. "
" 말이 되는 일이십니까? "
" ........ "
" 희영이가 원한다 했더라도 전 안할 겁니다. "
이혼서류를 꺼내는 장모님이셨다.
난 그 이혼서류를 앞에서 찢어 버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난, 죽을 때 까지 나희영 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 까지 나희영 만을 아끼겠노라고 맹세했다.
그걸 깨버린다면, 약속은 거짓이 되어버린다.
가식이 되어버린다.
나는 아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온통 아내의 사진으로 도배를 했다.
행여, 아이가 아내를 모를까봐,
아이에게 아내가, 아예 없었던 사람이 되어버릴 까봐,
내가 줄곧 아이에게 엄마-엄마-라면서 가르켜 준다.
그러면서도 뒤로, 내가 울었던 적이 한두번도 아니다.
온통 벽면이 아내의 사진으로 둘러싸여진 공간에서,
내 슬픔을 쏟아낼 공간은 전혀 없었다.
" ..수호야..보이니?..이게 엄마야..엄마!..
수호야 엄마! 해봐 엄마!... "
" 어...마.. ? "
" 그래! 엄마!..엄마!..잊어버리면 안된다..
엄마야...엄마.....응? "
" 응 "
........... ....
... ......................
....... ......
이 맘 때 쯤이면, 항상 아내의 지겨운 잔소리가 들려야 했다.
양말을 뒤집어 놓지 말라느니,
스킨 뚜껑을 닫아 노래니,
지겹던 그 잔소리가, 오늘 밤은 더욱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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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랑해v] 잔소리
아랑해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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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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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너무.......슬퍼요.... 으... 정말.. 말로 표현없을거같아요 .. .. 특히 . .. 수호가 엄마라고 .. 부르는 순간이 .. 정말 슬펐답니다ㅜㅜ...; 으악; 말로 표현을 못할거같아요 .
난..죽으면서 까지 양말 뒤집으라고 할때-_-
흑,진짜 슬프네요, 아랑해v님 단편소설넘 감동적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