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앞에 겸손을 배운 두타-청옥산행...

[남저]

한동안 너무 까불면서 살아왔나 봅니다...이번 산행에서 산신령님이 그걸 제게 가르쳐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19금 동그라미와 노약자,임산부가 볼 수 없는 험악한 사진들은 제외하고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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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토요일 3시 - 동대구행 KTX 열차가 스르르...미끌어져갑니다. 마음은 이미 강원도로 가있지만 갈길은 머나먼 길...

차창으로 스쳐가는 5월의 신록과 모내기를 위해 무논에 물을 담아둔 모습들을 보면서 잠시 명상에 잠기니 어느새 동대구역 -

모두들 KTX를 타기 위해 혼잡하고 바쁜듯한 표정의 승객들과 플랫폼 사이로 조용히 호젓하게 딸랑 4칸을 달고서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열차가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강릉행 무궁화호입니다.

저 열차는 16시 20분에 출발합니다. 얼른 승강장을 바꿔 넘어가니 그 입구에 함께갈 대구의 동생이 짐을 항그쓱 들고 서있습니다...안에 보니 대구 불로 막걸리에 **치킨, 그리고 도시락과 음료수가 그득 - 이제 강원도로 출발할 모든 준비가 마쳐졌군요...ㅎ

동해역 도착 예정시간이 10시이니 앞으로 5시간 반을 가야합니다...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심심풀이...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잣커니...어느새 막걸리 3통이 스르륵...없어집니다.

그사이 열차는 동대구역에서 꺼꾸로 돌아 하양 - 영천 - 신녕 - 의성을 지나 안동으로 향합니다.

천천히...아주 천천히...오는 열차 피해서 교행해가며 경북중.북부의 아름다운 저녁햇살아래 반짝이는 들녘을 지나 열차는 점점 북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안동을 지나 옹천역으로 들어서니 어느새 석양이 황금빛 화살을 쏘아댑니다...서서히 산들이 많아지고 열차는 조금 버거운 듯한 몸짓을 하며 완연히 산으로 산으로 들어갑니다.

열차들이 서로 교행하고 붙었다가 떨어지고...가장 중요한 영주역에 다다라 7분간을 쉽니다. 지금도 여전히 내륙철도수송의 중심역인 영주역도 오늘 하루 일과를 마쳐가면서 어스름 속에 잠들기 시작합니다.

봉화 - 춘양 - 녹동 - 현동 - 승부 - 석포...정말 그리운 이름들입니다...한 10여년 전 이곳의 오지들과 깊은 심산유곡을 찾아들어 없는 길도 만들며 트래킹을 하던 그 시절...문득 그때 그리워지며 이것이 기차여행이 안겨다주는 또하나의 정취가 아닐까...생각하며 아우님과 두런두런 이야길 나눕니다.

어느새 날은 완전히 어두워지고...대신 이제사 강원도를 들어선 열차는 동점 - 철암역을 지나 우리의 목적지인 동해시에 한층 더 가까와집니다...

도시락을 먹으려고 미니바 열차칸에 가니 젊은 청춘들은 사탕이랑 과자랑 음료수를 놓고 게임을 하고 떠들썩하게 놀고 있다가 우리가 먹는 도시락에 눈길을 흘끔흘끔 기울입니다...엄청 배가 고픈 청춘들이니...ㅎㅎㅎ

차창밖으로는 옛 역사 대기소를 예쁘게 새단장한 모습이 보여 얼른 사진 한 장 찰칵!

힘겹게 칙칙거리며 눈으로 봐도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던 열차는 갑자기 통리역에 멈춥니다...그리고 방송이 나옵니다...열차가 중간에 꺼꾸로 진행하게 되는데 정상적인 것이니 놀라지말라고...

통리 - 신포 - 나한정 세 역의 해발고도차가 너무 많이 나서 바로 못내려오니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앞으로 내려오는 스위치백으로 열차가 내려오는 곳인데, 올때마다 깜깜해서 경치를 보진 못했지만 이곳을 지나면 곧 강원도 바닷가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ㅎㅎㅎ

열차는 도계를 지나 드디어 곧 동해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한 10분여 연착이군요...

그리고 환한 동해역 플랫폼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오랫만에 찾은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얼른 예약해둔 천곡동 숙소로 가서 씻고 짐을 다시 꾸려둔 다음 잠이 들었습니다.

5월 27일 일요일 새벽 4시 30분 - 요란한 알람 소리에 퍼뜩 깨어납니다. 화장을 고치고 어제 봐두었던 해장국집엘 가서 밥한그릇 시켜 먹고 택시를 잡아타고서 댓재로 가자고 하니 4만원을 부릅니다...작년에 3만원이었다는데...마수걸이 나오신 기사님과 실랑이해봤자 좋은 것도 없겠다 싶어 그냥 그렇게 합의를 보고 갑니다.

정선 넘어가는 길로 가다 '댓재' 표시의 길로 접어들어 택시는 점점 높이높이 올라갑니다. 어느새 저 앞에 두타산의 모습이 아스라이 잡히네요...

한참을 달려 도착하니 댓재 - 아이고...기사님...죄송! 4만원 드려야할 거리가 맞네요...^^;;;  좋은 말씀도 감사합니다...

댓재는 3년전 거의 조난 상태로 내려왔던 곳입니다...이곳은 백두대간을 타시는 분들에겐 20~23구간의 중요한 갈림길로서 댓재 - 두타산 - 박달령 - 청옥산 - 연칠성령 - 고적대 - 만복대 - 백봉령까지 치고 달려야하는 힘든 구간의 시발점입니다.

우리도 오늘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바람이...바람이...너무 심하게 불어 초겨울 날씨입니다...ㅠ.ㅠ

얼른 입고있던 반팔을 긴팔로 바꾸고 자켓을 하나 껴입고서 등산을 시작하니 6시 40분...

저 앞에 보이는 가로등 앞에서 등산로가 시작됩니다...뒤에 보이는 구릉의 정점인 햇댓등으로 일단 올라서야 두타산으로의 입산이 시작되는 것이죠...

일단 햇댓등으로 올라가는 길이 초입부터 계속 오름이라 천천히 몸을 풀며 걸을음 옮깁니다.

두타산까지 6.1km...능선까지 올라붙는데(햇댓등) 900m, 두타산 입구인 통골목재까지 3km, 나머지가 두타산을 오르는 거리입니다. 바람은 윽~씨기 부는데 날파리하며 벌들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니 길을 가득 메우고 그걸 잡아먹으려고 거미들이 줄을 놔서 얼굴부터 몸에 자꾸만 들러붙네요...ㅠ.ㅠ

먼저 능선시작점인 햇댓등에 올라섰습니다...여기서부터 당분간은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낮은 능선길이 예상됩니다. 에너지 음료 한잔씩 나눠마시고서 힘내서 출발!!!

어느 순간, 두타산과 청옥산이 조금은 손에 잡힐듯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바람은 많이 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입니다...

두타-청옥 사진을 찍고나니 길은 갑자기 가팔라지고...

헉헉거리며 올라가는데, 20분여를 악전고투하니 어느새 댓재로부터 두타산이 더 가까와집니다...

다시금 길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오솔길의 능선종주길로 바뀌고...다시 숨을 고르며 조금 빠르게 달려갑니다.

이제 드디어 두타산 바로 아래 지점인 통골목이고개에 도착! 잠시 쉬면서 과일이랑 계란을 먹고서 힘을 보충한 후 본격적인 두타산 오름을 시작합니다...

1220봉까지의 오름은 가장 어려운 코스입니다...거의 쉼없이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오르기 때문에 중간에 가쁜 숨을 쉬며 서너 번을 쉬고서야 마침내 도착합니다.

여기서 쉬고 있을 즈음 처음으로 등산객 한 분, 그리고 다음으로 또 한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서 다시 출발...

여기서는 오히려 길이 경사가 별로 가파르지 않고 두타산을 오르게 됩니다. 숨을 돌리며 이야기를 해가면서 약간의 여유를 갖고 올라갑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니 때늦은 철쭉을 볼 수가 있군요...확실히 강원나라는 기후가 우리와 다릅니다...ㅎㅎㅎ

두타산 정상을 불과 10분여 앞둔 곳에 전망대가 있어서 쉴겸 사진을 찍어봅니다...

저기 보이는 산이 바로 청옥산 - 그 앞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능선루트입니다...멀리 보이는 또다른 봉오리는 고적대가 되겠네요...

고적대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져 흐르는 저 도도한 능선이 바로 백두대간입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오리와 여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우리가 올라온 길입니다...

역시...강원도의 산들은 장쾌한 맛이 일품입니다...

전망대에서 두타산 정상쪽으로 바라본 모습 - 이제 곧 정상이 나오겠군요...

잡목숲을 잠시 헤치고 올라가니 아...! 저 앞에 낯익은 두타산 정상석이 보입니다...

9시 30분 - 일단 두타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몸과 마음을 정진하여 나아가라는 뜻의 불교용어인 두타(頭陀)...우리들이 오늘 나아갈 길과도 비슷한 듯합니다...

두타산 설명문...

여기서 잠시 쉬며 허기를 보충하고서 다시 짐을 꾸려 출발준비를 합니다.

저기 옆으로 열린 길을 따라 우선 박달령으로 출발!!!

길은 한없이 내려가고...제법 거친 돌들이 깔린 길입니다.

잠시 시야가트인 곳에서 바라보니 두타산을 올라올때 거치는 쉰움산과의 합류능선이 한눈에 다가섭니다...3년전, 저길 오르느라 무쟈게 고생했지요...

비탈길을 한참 내려오니 이 이정표가 나타나면서 길이 다시 순탄해집니다...

박달령으로 꽤 내려섰는지 저 아래쪽 두타산 베틀바위 일부와 더불어 무릉계곡 일부가 약간 보이네요...

그렇게 발길을 재촉해서 도착한 곳이 드디어 박달령 - 여기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쌍폭에서 험한 길을 따라 올라오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잠시 식사때문에 고민하다 일단 청옥산쪽으로 가서 먹자고 하며 발길을 재촉합니다.

그런데, 박달령을 지나자마자 돌들이 길을 가로막습니다...두타산과는 달리 청옥산은 온통된통 돌산입니다...

300m를 가니 문바위란 큰 바위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청옥산 오름이 시작되는데, 가장 힘든 오름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허기가 져서 더 힘이 없습니다...할 수 없이 거의 다 올라간 지점에서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고서 점심을 먹기 위해 짐을 풀었습니다.

셀프쿠커에 물을 담고 발열이 시작되자 햇반과 카레를 담고 김치와 고등어 통조림, 그리고 미트볼을 꺼내서 잠깐의 만찬을 준비해봅니다.

밥을 먹으려는 순간, 어느새 하늘이 갑자기 잿빛으로 흐려지더니 바람이 멈추고 저 멀리서 심상찮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우르르릉...우르르릉...

이런 ***...우리는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도 모르고 후닥닥 헤치운 다음, 재빨리 짐을 꾸리고 우의와 배낭커버를 준비하고 미리 씌워서 발길을 정상쪽으로 돌립니다.

한번 잠시 쉬었다 도착한 곳은 학등입구...우리가 하산해야할 지점이면서 청옥산 정상까지 50m정도 남겨둔 곳입니다...만...

이 사잔 한 장을 끝으로 결국 우리는 청옥산 정상과는 또다시 인연을 맺지 못하고서 황급히 하산길에 올라야만 했습니다...ㅠ.ㅠ

급한 발걸음을 옮기며 내려가는데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천둥번개가 가까이 다가섭니다...

조난표지판 두 개를 지나자 바로 눈앞에서 보라색의 섬광이 거대하게 번쩍 터지며 굉음을 냅니다...거의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내려오다보니 바로 50m 아래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더군요...ㅎㄷㄷㄷ...ㅠ.ㅠ)

그리고서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진다...고 생각했는데, 따끔따끔...어라...? 아이고...이건 우박이자나...ㅠ.ㅠ

어쨌거나 우의를 입고서 쏟아지는 우박과 비를 맞으며 하산합니다...

길은 아직 가파른데 미끄럽고...속도를 확 줄여 천천히 안전하게 하산합니다.

머리 위에서 우르릉쾅쾅거리며 30여분을 시끄럽게 떠들던 비구름은 갑자기 북쪽하늘부터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이기 시작합니다...정말 다행입니다...휴~~~~~!

약간은 편해진 길에 마음을 놓으며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다시 햇살이 비추이고...

절반 조금 더 내려왔다는 표시기가 우리의 마음을 달래줍니다...하지만 이때문에 결국 사단이 날줄이야...ㅠ.ㅠ

갑자기 길에 이러한 암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길이 다시 험악해집니다...

바위들이 좀 미끄러워서 더 힘듭니다...

멀리 두타산 능선자락에 햇살이 환해지는 것을 보며 우의와 배낭커버를 내리고 하산하는데...

갑자기 줄을 잡고 내려가야만 하는 이런 험로로 바뀝니다...

정신이 버쩍 들면서 주의를 했건만...

이 줄잡는 곳 직후에 바위 위로 올라서다 중심을 잃고서 발이 허공에 뜬 순간, 한바퀴를 구르는데 본능적으로 앞에 보이는 나무와 바위를 움켜쥐었습니다...

안경...그대로 있고...스틱...둘 다 걸려있고...카메라...벗겨져 나우에 걸려있고...두건...역시 벗겨져 풀속에 있고...

발아래를 보니 천만다행히도 1m 아래 낙엽이 수북한 곳입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미끄러져 구른 지점이 마침 길도 그쪽 방향으로 ㄷ자로 휘어지는 곳이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

하나씩하나씩 물건을 회수하고 빠져나오는데 허벅지 아프네요...근육통이 온 것 같습니다...ㅠ.ㅠ

얼른 약을 먹고 스프레이를 치고서 잠시 정신을 차리니 별 문제가 없는 듯하여 멍청하게 있는 것보다는 낫지 싶어 하산을 천천히 다시 시작하였습니다...만...속도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군요...ㅠ.ㅠ

길은 경사가 평균 40도 이상으로 가파른데다 중간에 만난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길은 최소한도의 손만 보고 자연 그대로의 등산루트로 놔둔답니다...그래서 나무가 부러져 넘어져있고 길이 왠만큼 패여도 그러려니...하고 내려가야 한다는 무서운 말씀...ㅠ.ㅠ

아직 상당히 땡겨오는 허벅지와 약간의 충격으로 천천히 하산하다보니 너럭바위가 나타나고 저 반대쪽 두타산 기슭의 베틀바위가 한눈에 조망되면서 멀리 무릉계곡 상가단지도 아스라이 보이는 곳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둘 다 계속되는 급경사때문에 발가락이 아파서 여기서 조치를 하고 나역시 약을 더 먹고 바른 다음, 전화를 해봅니다...아래 오늘 묵으려고 하는 산장엘 전화하여 미리 예약을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조금만 더 내려오면 계곡을 만난다기에 용기를 얻어 천천히 내려갑니다.

하지만 길은 더 경사가 급해지면서 연속으로 줄을 잡고 내려오는 곳이 4곳을 지나자 비로소 철다리가 나타납니다...

이제 이 철다리를 건너면 연칠성령에서 계곡으로 하산하는 루트와 합쳐지고 조금만 더가면 문간재...그 뒤로는 일반인들이 산책로로 사용하는 길이 나올 것입니다...이제 겨우 가장 힘든 코스는 다 벗어났나 봅니다...

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이 이정표가 나타납니다...그래도 아직 3.2km를 더 가야 무릉계곡입구가 됩니다...

계곡의 암반과 계류수가 우리를 탁족의 유혹으로 안내하여 들지만 시간상 어쩔 수 없이 그냥 패스...

여기서 큰 굽이를 하나 넘자 곧 문간재 - 신선봉 입구입니다...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철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계곡을 건너니점차 길은 편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다시금 반대쪽으로 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쌍폭과 용추 입구...이제 산행이 아니라 소풍을 나온 가족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우리는 500m를 가다가 벤치에서 쉬고 또 걷다가 쉬고...저녁의 어스름과 계곡의 물소리를 즐기며 천천히 걸어갑니다...다행히 근육통은 거의 가라앉았지만 놀란 다리근육들이 많이 땡기고 해서 천천히 걸어갑니다.

이윽고 학소대를 지나 삼화사 절 입구를 지나고서 상가의 불빛들이 휘황찬란한 가운데 힘들었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뒤에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걸어온 것도 있지만 어쨌거나 13시간에 가까운 산행시간이 소요되었네요...

예약해둔 산장으로 가서 씻고 닭백숙에 닭죽 한그릇을 억지로 먹은 다음 곧장 잠이 들어습니다.

새벽 3시 - 절로 눈이 떨어지네요...뜨거운 물을 받아 수건에 적셔 허벅지 찜질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6시 -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서 얼른 일어나 갈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상쾌한 아침공기 속으로 몸을 내던져봅니다.

오늘도 두타산과 청옥산에는 구름이 걸려있고 아침부터 등산객들이 제법 많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오늘도 저 산에는 비가 오고 있을 테죠...

7시 20분 버스를 타고 동해터미널로 간 다음, 후닥닥 백반정식 한 그릇을 먹고서 대구행 버스에 오릅니다...그리고는 골아떨어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어느새 장사 해수욕장...얼마나 잔거야...? 곧 포항이네...

포항터미널서 아이스크림 하나로 정신을 차리고서 동대구로 간 다음 마당갈비집서 옛날식 돼지갈비와 양푼이 매운찜갈비를 먹고 동생과 헤어졌습니다...그리하여 2박 3일의 대장정이 모두 마쳐졌네요...

산은 아무나 오를 수는 있지만 마음가짐에 따라서 사람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오늘 비록 청옥산 정상은 밟지 못했지만, 그리고 중간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산의 뜻이겠죠...

늘 산처럼 무겁게, 그리고 동시에 겸손하게 살라는 큰 교혼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 스크롤 압박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푸른선이 이번에 산행한 루트입니다...  

[히앙(rien)]

또 한번 깨달음의 시간이셨나보네요...맞는거같아요~마음가짐에 따라...어느덧 욕망보다는 순응이란 걸 체득하기 되더라구요...

[남저]

두타-청옥 한번만 더 가면 아무래도 머리깎게될 듯...^^

[카이저]

매일 가는 뒷산이라도 매일 조심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무사귀환하셨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남저]

실제 매일 가는 동네 뒷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분이 계시지...어쨌거나 준비를 철저히 한 덕에 무사히 다녀온 셈이여...

[뮤지케]

정말,.대단하세요.....강릉행 무궁화호 참 ,,,운치있네요

[남저]

이 열차는 진짜 느림의 미학이지요...좀있음 스위치백도 없어진다니 야간열차타고 정동진 한 번 다녀오심이...? 매주 금,토 부산역에서 10시반에 출발하는 강릉행 열차가 있는데, 정동진 도착이 5시반인가 되니깐...

[뮤지케]

근데..남저오빠..사진으로 보니..더 홀쪽해지셨어여 ㅎㅎ 경축^^

[로만]

생생한 육성증언은 담에 소주 한잔에 담아 건네주세요^^

[남저]

어떤 산행이건 뒤돌아서면 추억이 되는데, 이번 산행은 평생 잊지못할 대사건이 될 거 같네요...^^

[재인]

역시..철인 28호.. 모쪼록 몸조리(?) 하세요...

[남저]

딴거보다 장염이 좀 왔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ㅠ.ㅠ 다리와 몸은 큰 문제가 없는데...

[마야]

저두 영축산에 날씨도 안 좋은날 혼자가다 하마터면 죽을뻔 ㅠㅠ 만만히 봤었거든요 ㅠㅠ

[남저]

가급적 산행은 둘 이상 짝을 지어 가시길...글구 산은 어떤 경우라도 만만하게 보심 안되죠...

[호기심]

자연에 가까이 가면 배우는게 참 많은 거 같습니다. 남저님 글을 읽어도 배우고 느낄게 참 많네요... 마음과 욕심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순리대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남저]

산에 가면 호연지기를 가득 담아오고 욕심을 버리고 오게 되죠...담에 혹시 여행 만들면 오시기 바랍니다...

[호기심]

네~~ 청해주시니 행복하네요. 그런 계획있으시면 불량회원이지만 얼굴에 철판깔고 꼭 따라 가고 싶네용

[케빈]

강행군하는것이 건강하다는 증거라서 다들 타의모범이 되실듯^^ -바인에서는요- ㅋ

[남저]

싸나이 칼 빼들었으면 써먹어야죠...무리수를 두는 건 안되지만요...ㅎㅎㅎ

[가끔]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체력과 정신력-부러우면 닮는다데예

[남저]

감샤합니다...이렇게라도 한번씩 살아있다는 확인을...^^

[펀치]

오우 사진으로만 봐도 상쾌합니다. 피톤치트가 걍 전해지는 듯합니다. 전 산이 좋아지는 때가 되면 스스로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남저]

녹색이 엄청나지요...? 나이가 들지 않아도 머리식히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을 습관으로 하면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