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0회 국제평화마라톤 달림기
한글날 공휴일이다. 지난주에 이어 연속해서 주말과 공휴일 휴일 휴무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 9시에 시작하는 제 20회 국제평화마라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봉은사역으로 갔다. 봉은사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 20M쯤 되돌아 가다보니 회원 일행이 보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전국에서 참가하는 많은 회원들을 위해 두 칸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옷을 런링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했다.
차량이 통제된 봉은사대로가 사람들로 기득 붐볐다. 회원들이 모여 잠시 준비 운동을 했다. 뒤쪽 행사장에서 지휘자의 구령과 리듬에 맞춰 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처음 마라톤 행사에 참가한 것은 2009년이다. 그 해 건축사마라톤 동호회를 만든 회원들의 권유로 난생처음 마라톤을 해보게 되었다. 처음에 5km만 해보겠다고 한 것을, 산을 많이 다녔으니 10km도 문제없다고 권해서 그대로 했다. 첫 기록은 46분이었다. 그 해 10km, 하프, 풀코스까지 다양하게 참가를 한 다음부터는 스스로 체력검증을 해본다는 심정으로 드문 드문 참가했다. 그런데 대회에 참가하면서 한번도 연습을 해보지 못했다. 그럴 시간을 낼만한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도 연습없이 정회장이 전국대회라고 권하여 체력을 검증한다는 생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출발선이 있는 그 쪽으로 이동하는 사이 갑자기 비가 내렸다. 많이 쏟아져서 인근 천막으로 피했다. 한 여자 분이 다가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돌아보니 상의에 강남 보건소 글씨가 새겨진 옷을 입은 행사요원 같았다. 나에게 옷을 내밀며 추우니 입고 있으라고 했다. 피부에 소름이 돋은 것 같다고 했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날은 어께가 들어나는 복장을 하다보니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된다. 괜찮다며 사양을 하고 근처 강남1동주민센타 화장실에 갔다 나오니 다시 권하여 입었다. 목도리까지 감아 주었다. 잠시 천막 안에 서 있으니 비가 잦아들었다.
달리러 가야겠다고 인사를 하며 옷을 돌려주고 출발선에 다가갔다. 이미 풀코스 하프코스가 출발을 한 상태였다. 이어서 참가 종목인 10km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가가다보니 우측 단 위에 사회자와 주최측 내빈들이 서서 출발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출발 게이트는 봉은사로 동측 끝단 200M 전 지점에 설치되어 있었다. 10KM 코스는 청담교 잠실수영장 잠실대교 잠실철교 올림픽대교 반환점을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사회자가 10km 참가자가 가장 많다며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했다. 달리다 힘이 부치며 속도를 줄이고 정 힘이 들면 포기해도 괜찮다고 했다. 출발 후 200M 전방에서 좌측 내리막길로 접어든다고 했다.
모두 손가락을 접으며 다섯을 세고 출발했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설때까지 많은 참가자들로 걸음이 엉키었다. 우측으로 돌아들자 비로소 공간이 확보되었다. 보슬비가 내리다 점차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일기예보에는 흐린 것으로만 나와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주로가 비에 흥건히 젖어서 신발에 물이 튀겼다. 물이 고인 곳을 디디지 않으려고 조심을 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한강 너머 뚝섬 옆으로 흘러드는 중랑천이 보였다. 탄천에 놓인 청담2교를 건너가 원호를 그리며 굽은 부근에 1km 표지가 보였다.
몸이 풀리고 조금씩 주로에 적응이 되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좀더 빠르게 달릴까 하다 완주까지의 체력안배를 생각해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예상치 않았던 비가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 앞쪽으로는 직선 구간에 주로도 평평했다. 맞은편에서 자전거가 자주 다가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자전거를 피하려고 좌측 중앙선을 넘다 다시 우측으로 들어서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달리다 보면 앞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추월하는 사람도 생긴다. 다른 사람 속도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각자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에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달리는 사람이나 봉사하는 인솔자나 모두 대단해 보였다.
2km 표지를 지났다. 앞으로 8km가 남았으니 이제 시작인 샘이다. 달려야 할 거리의 부담감은 그대로인 지점이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다 보니 잠실 한강공원 수영장 근처 2.5km 지점에 5km 코스 반환점이 놓여 있었다. 맨 마지막에 출발하는 5km 참가자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달리다 보니 잠실대교 남단 부근의 3km 표지가 보였다. 계속해서 평평한 직선 구간이 이어졌다. 달리는 사이 땀이 서늘한 가을 공기에 식어서 주로가 편하게 느껴졌다. 아직 초반이라 거리에 대한 부담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계속 달려가다 잠실철교 남단 부근의 4km 표지를 지났다. 반환점까지 1km가 남아 있었다. 벌써 반대편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선두가 매우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좋은 기록으로 마칠 것 같았다. 반환점이 있는 올림픽대교가 저 앞에 보였다. 어서 그곳을 돌아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반환점인 올림픽대교 남단 5km 지점을 지났다. 10km 코스에서는 반환점을 지날 때 상당한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다. 거리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가 된다. 5km 코스를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컨디션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일단 주로에 들어선 이상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다 마칠때까지 견디는 수 밖에 없다. 계속 달리다 보면 서서히 체력 저하가 생긴다. 1km가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로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시 잠실철교 남단 부근의 6km 표지를 지났다. 앞으로 4km, 십리가 남았다. 차가 없던 어린 시절엔 사람들이 주로 걸어다녔다. 그 때는 십리의 거리가 아주 멀게 느껴졌었다. 주로에서도 아직은 부담스런 거리이다.
잠실대교를 조금 지나 7km 표지를 지났다. 완주까지 3km가 남았다. 이제 구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10km 코스에서 마의 구간이라고 불리는 지점이다. 달려온 만큼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참고 달리는 상황이 된다. 남은 거리도 아직은 만만찮다.
그동안 10km, 하프, 풀코스까지 다양하게 참가를 해보았다. 5km는 뛰어보지 않았다. 마라톤은 각 코스마다 마칠때까지 거리에 따라 심리상태가 변화되어 간다. 그리고 각 코스마다 주행 전략이 있다. 마라톤에서는 이른바 마의구간으로 불리는 지점이 있다. 코스마다 가장 힘이 부치는 지점을 말한다. 풀코스는 33km 저점, 하프코스는 13km 지점, 10km는 7km지점을 꼽는다.
7.5km 지점을 지나며 5km 반환점을 돌아가는 참가자들과 겹치게 되었다. 주로가 사람들로 붐비게 되었다. 그런데 거리가 짧은데도 걷는 사람이 많았다. 5km 코스 참가자 중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출발부터 거의 같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잠시 후 8km 표지를 지났다. 그 지점을 지나면서 점치 안심이 되었다. 2km 거리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 없이 다가오는 거리이다. 그리고 완주를 확실히 자신할 수 있게 된다.
출발 후 지났던 굽은 주로에서 9km 표지를 지났다. 이제 청담 2교를 건너고 오르막길을 지나면 골인 지점이 200m 앞에 보일 것이다. 오르막길에서도 걷지 않고 계속 달렸다. 달릴 때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해야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오르막길을 올라서서 우측으로 돌아드니 저 앞에 골인점이 보였다.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막판 스퍼트를 했다. 구간별 시간을 알리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었다. 뒤쪽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시계에 나타난 것보다 출발선까지의 시간차가 있다. 잠시 후 두팔을 벌리며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그 순간 해냈다는 기쁨이 솟아났다. 스타트 라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아는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 우리 모임 유니폼을 입은 분이 눈에 띠어 다가가니 축하를 해 주었다.
메달과 간식을 받고 협회 천막으로 갔다. 오늘 주로에 나서지 않고 행사를 도와주기 위해 참석한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켄 맥주로 목을 축이다 보니 달리기를 마친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11시 30분 함께 뒤풀이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이 전국 각지에서 온 회원들로 가득 메워졌다. 본회 석회장과 본회 임원, 서울 회장, 복지회 회장, 전국마라톤동회회 회장 및 지역회장들이 돌아가며 인사말과 건배제의를 했다. 테이블마다 마주보고 앉은 회원끼리 권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식당을 나와 다시 행사장으로 가 보았다. 참가자들이 거의 다 들어온 것 같았다. 도로도 많이 비워져 있었다. 오늘 행사가 진행된 봉은사로 가로 풍경을 스케치하다 보니 김태완 건축사가 다가오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와 함께 9호선 봉은사역으로 내려가 전철을 기다리는데 오늘 사회를 본 배동성 아나운서가 서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처음 보는 다른 참가자분들도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앞에 서 있는 이영범씨는 전에 그가 사회를 볼 때 상금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풀코스 완주도 40여회나 된다고 했다. 마라톤 행사에는 소위 ‘선수’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독식하다시피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까 출발을 기다릴 때 들었던 배동성씨의 우렁찬 목소리를 화제로 함께 얘기를 나눴다. 사회자의 힘찬 목소리가 참가자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 같았다. 예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귀가길 마음을 환하게 했다.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