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풍경 산행, 제비봉과 구담봉 옥순봉 그리고 출령다리
1. 일자: 2022. 4. 30 (토)
2. 산: 제비봉(721m), 구담봉(330m), 옥순봉(286m)
3. 행로와 시간
[얼름골(09:36, 1.8km) ~ (계단 4곳) ~ 제비봉(10:46, 2.3km) ~ 제비봉지킴터(12:11) ~ (장회교/도로) ~ 계란재(12:39) ~ 삼거리(13:10) ~ 구담봉(13:42) ~ 옥순봉(14:27) ~ 옥순봉출렁다리(14:50) ~ 주차장(15:05) / 11.01km)]
< 제비봉 산행을 준비하며 >
충북 단양 단성면에 위치한 제비봉은 단양팔경의 명소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서남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바위산이다.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쪽에서 바라보면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 같다 해서 명명되었다. 금수산과 이웃하고 작년 가을 인근에 출렁다리가 개설되어 찾는 이들이 많아진 곳이다. 옥순봉과 구담봉 산행을 하며, 연계하여 가고픈 곳이었으나 차량 이동의 어려움으로 엄두를 못 내던 곳이다. 좋은사람들에서 제비봉~구담옥순봉~출렁다리로 연결되는 산행지가 안내되어 흔치 않은 기회라 여겨져 예약을 했다.
제비봉은 호수가 곁에 있어 명소가 되었다.호수의 이름은 충주호, 그 영역은 충주, 제천, 단양을 아우르며, 그 크기는 소양댐에 버금간다. 명명의 근원을 추정해 보니 1985년 충주에 댐이 신설되며 큰 호수가 만들어져 충주호라고 불린다. 워낙 크고 넓어 명소가 되다 보니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단양이야 명소가 많은지라 따로 이름을 욕심내지 않나 보다. 제비봉 주변으로는 옥순봉, 구담봉이 이웃하고, 북쪽으로 가은산, 둥지봉, 말목산 등이 있고, 남쪽으로는 멀리 월악산이 보인다.
가야할 길을 그려본다. 해발 220미터 어름에서 비고 500미터를 이기고 1.8km를 오르면 정상에 닿고, 시원한 호수 풍경을 벗하며 2.3km를 내려서면 장회나루다. 도로 따라 2km 남짓을 걸으면 두 번 가 본 기억이 있는 계란재이다. 구담봉은 옵션이고 옥순봉에 오르고 돌아내려와 처녀길인 새로 놓인 구름다리 건너 날머리에 서게 된다. 11km, 6시간의 풍경 산행이 될 것이다. 식사는 산에서는 행동식으로 간단히 하고, 장회나루나 날머리에서 매식할 계획이다.
< 희망사항 >
옥순봉은 송림과 기암괴석의 조화가 볼만하고, 구담봉은 장회나루 쪽 호반 풍경이 아름답다 한다. 기억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제비봉과 구름다리는 처음이다. 사진으로 본 풍경이 현실에서는 어찌 다가올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 가을 부모님을 모시고 유람선을 타고 가며 바라본 제비봉 주변의 물과 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최고임을 알기에 더욱 설렌다.
금요일 아침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적으로 내리는 올 봄비로는 마지막일 것 이라 한다. 희망의 4월이 가고 찬란한 계절의 여왕을 맞는다. 부디 대기가 맑아 먼 곳까지 조망되었으면 좋겠다. 산에서 굽어보는 충주호의 풍경과 새로 열린 출렁다리를 걷는다는 기대와 함께 오랜 만에 가보지 않은 새 산에 오른 다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 단양 가는 길에 >
어제 비에 잔재가 남아서인지 하늘은 잔뜩 흐린데, 대기는 무척 맑다. 말 그대로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집을 나서며 과천 어름에서 올라다 본 관악산 육봉의 모습이 선명하다.
차가 빠르게 질주한다. 여주와 충주를 지나 단양 땅에 들어선다. 단양은 생각보다 거리가 꽤 멀다. 창 밖 풍경은 온통 초록 일색이다. 싱그러움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9시 35분 들머리 얼음골에 도착한다.
< 얼음골 ~ 장회나루 >
굽이진 도로 한복판에 내린다. 길을 건너 음식점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초입부터 긴 오르막이다. 길이 몸을 일으킨다. 예사롭지 않다. 스틱을 정비하는 사이 일행들은 멀찌감치 앞서간다.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으니 무리하지 않을 작정이다. 등로에도 작은 바위가 불쑥 솟아있는 범상치 않은 길, 평지를 허락하지 않은 된비알에 나타나는 철계단은 단조로움을 덜어준다.
언뜻 고개를 내미는 충주호의 물결이 보이지만 제대로된 풍경은 없다. 풍경산행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오르면 곧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번번히 무너진다. 네 번째 계단은 지그재그로 무척 길게 이어지더니 그 끝에 제비봉이 있었다. 인증 샷을 찍고 난간에서 내려다 본 충주호의 모습은 압권이다. 물빛도 산빛도 그 농담만 구별될 뿐 모두 녹색이다. 연초록이 이리 멋진지 새삼스럽다. 호수는 여유롭게 굽이지며 사행하고 있었다. 나무에 가려 물길을 제대로 담지 못하다 용케 큰 소나무를 액자 삼아 근사한 사진 한 장을 얻는다. 여기서도 발상의 전환은 통한다. 나무가 짐이 아니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유투브에서 본 제비봉의 하산 풍경이 워낙 멋져 잔뜩 기대하며 내려서는데 한참을 걸어도 숲길만 이어진다. 어 이게 아닌데 하며 걷는데, 작은 바위 전망대부터 하늘이 열린다. 놀랍도록 멋진 풍광이 발 아래 펼쳐진다. 말복산이 존재를 드러내고 멀리 금수산 줄기가 우뚝 서있다. 그 밑에 푸르디 푸른 호수가 흐린다. 최고의 풍경화가 그려진다.
바위 전망대에서 선다. 뒤쪽으로는 산 중턱에 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월악산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길가에 굽은 소나무가 풍경에 품격을 더한다. 뒤로는 충주호의 물줄기가 멀리까지 이어진다. 멋지다 못해 황홀하다. 서둘러 삼각대를 세운다. 돌아가며 사방의 풍경과 내가 이곳을 다녀갔음을 사진으로 담긴다.
풍파를 겪은 화강암은 도처에서 불쑥 솟아 시선을 끌어당긴다. 강 건너는 푸르름을 뽐내는 산줄기가 길게 이어지고, 앞쪽으로는 연녹색이 더욱 선명한 숲 사이로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도열해 있다. 그 중심에는 충주호가 흐른다. 이제껏 보아온 호수 풍경 중 단연 압권이다. 내려가다 멈추어 서기를 반복하다.
계단을 내려선다. 물 위로 유람선이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장회나루 선착장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 진다. 내려서서 올려다 본 지나온 긴 계단은 더욱 아찔하다. 젊은이들과 어르신들이 무리 지어 올라온다. 이곳은 산꾼에게만 명소가 아닌가 보다. 잠시 호수 주변 풍경은 사라지고 돌길을 따라 내려서니 제비봉 지킴터가 나타난다. 제비봉 산행은 2시간 30분이었고, 후반부 1시간은 꿈 길을 걸은 듯 황홀했다. 쉬이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 제비봉 지킴터 ~ 구담봉 >
도로에 선다. 방향 감각이 무뎌진다. 계란재로 향하는 길을 묻는 내게 유람선을 안내하는 분은 그 먼데를 어찌 걸어가나 하며 반문한다. 그래도 간다. 혼자서 씩씩하게…. 차가 질주하는 도로를 지나 긴 다리를 건넌다. 다리에서 바라다본 호수에는 고운 모래밭 뒤로 나룻배 한 척이 물에 떠 있다. 바라보는 풍경 하나 하나가 예술이다. 물가 뒤로는 지나온 제비봉의 자락들이 날 내려다 보고 있다. 잘 가라 한다.
위험스러운 도로를 따라 계란재로 향한다. 약 2km를 걸었나 보다. 택시 한 대가 내 주위를 왔다 갔다 한다. 지킴터 초입에 서 있으면 손님을 맞을 수 있으련만, 난 이제 곧 계란재에 도착한다.
길 나선지 3시간 만에 계란재에 도착한다. 몇 년 만에 온 이곳에는 그새 주차장이 무척 넓게 들어섰다. 눈에 익은 초입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그늘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녹음이 짙어진다. 봄이 한창이다. 고갯마루를 지나니 너른 공터에 작은 휴게소가 있다. 옛 기억 그대로다. 산에서는 많이 변한 것 같아도, 그대로인 것이 더 많다.
구담봉과 옥순봉 갈림 삼거리에 선다. 보기보다 험한 길임을 알기에 몇 번 와 본 곳이기에 망설이다 구담봉으로 향한다. 흙 길을 내려서자 풍경이 열린다. 그 모습이 크고 인상적인 남근석이 건너편 숲에 우뚝하고, 반대편에는 지나온 장회나루 주변 풍경이 선명하다. 도로를 걸으며 들던 생각, ‘나루에서 구담봉이 멀지 않은데 시간이 지나면 길이 나지 않을까?’하는 바램은 산 위에서 보니 더욱 현실로 다가온다.
구봉담은 멀고 거칠다. 작은 계단은 시작이다. 봉우리 넘어 진짜가 나타난다. 직각의 계단이 위용을 드러낸다. 분위기나 계단의 모습이 관악산 관음봉 주변과 닮아 있다. 길게 내려섰다 그 만큼을 올라선다. 그러고서야 구담봉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말목산이 우뚝 서 있고 그 밑으로 호수는 잔잔히 흐른다. 정제된 기품 있는 풍경이다. 흔히 옥순구담봉이라 하고 최근에 놓인 출렁다리도 옥순봉의 이름에서 따 왔지만, 산 자체의 품격과 풍경과 높이는 구담봉이 한 수 위임을 확인하고 길을 돌아 나온다.
< 구담봉 ~ 옥순봉 출렁다리 >
구담봉이 생각보다 힘겨운 건 돌아나올 때 역시 긴 계단과 암릉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데 있다. 힘에 겨워 삼거리에 돌아와 벤치에 잠시 몸을 기댄다. 짧은 쉼이 보약이 되어 준다. 이제부터의 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옥순봉 오름은 그리 길지 않고 게다가 하산 은 오름 길 전에 우틀하여 출렁다리로 향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다음 주부터는 실외 마스크 쓰기도 끝이 난다. 코로나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일상이 점점 회복된다. 먼 훗날 지금 이 시기가 내겐 어떻게 다가 올지 궁금하다. 잘은 몰라도, 오늘 제비봉과 구담옥순봉을 다녀 간 것도 한 몫을 하리라 믿는다.
그늘 드리운 숲을 지나 옥순봉 정상석 앞에 선다. 그 사이 주변에 데크가 만들어졌다. 인증 샷을 간단히 찍고 전망대로 향한다. 그곳에 진짜 풍경이 있다. 붉은색 다리가 시선을 끌고, 그 옆으로 새로 난 출렁다리가 굵은 실처럼 호수를 가로지른다. 호수가 주변을 휘몰아 든다. 호수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풍경에 다리들이 놓이니 볼거리가 많아진다. 다리 건너 물길의 폭이 무척 넓어진다. 물은 흘러 남한강의 일부가 되어 한강으로 흘러가리라.
하산한다. 곳곳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들이 보인다. 그건 마치 ‘이곳에 길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이리로 가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토지 보상 문제로 사유지를 지나기 때문이란다. 가다 누가 제지하면 비용을 지불할 요량으로 당당히 걸어간다. 등로는 분명하다. 그 끝은 임도와 만나고 그 밑이 출렁다리 반대편 지점이다. 호반을 따라 산행로가 짧게 이어지더니 그리 길지 않아 다리가 나타난다. 다른 곳보다 출렁거림이 조금 더 심한 느낌이다. 흔들리는 다리에서 사진 몇 컷을 찍는다. 어느새 반대편이다. 음식점이 보이고 주변은 차들로 번잡하다. 긴 여정은 이렇게 어수선하게 끝이 난다.
< 에필로그 >
산행이 끝나고도 시간 여유가 많다. 뭘 하나 고민하다 인근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간이 식당에 끌리듯 들어선다. 파전을 시키니 막걸리를 권한다. 혼자임이 아쉬운 순간이다. 정성으로 부쳐 낸 전을 앞에 두고 사진을 정리한다. 지닌 여정이 빠르게 스쳐 지난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산행이었다. 제비봉 하산 길 풍광은 소위 말하는 역대급이었다. 풍경을 보며 황홀하다는 말이 적당할진 모르지만, 걷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봄이 내게 주는 선물이라 여기고 감사히 받았다.
낙엽은 떨어진다 말하고 지진 않는다. 말없이 조용히 떨어진다. 그리고 그 떨군 자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당무유용’, 비움이 채움을 만듦과 같은 이치다. 내가 오늘 오른 제비봉과 구담봉 그리고 옥순봉에서 본 봄날의 푸르름은 지난 겨울의 비움과 인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다. 더 찬란한 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