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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한지(韓紙) / SPECIAL THEME | HANJI
ysoo 추천 0 조회 121 16.01.22 23: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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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  민용태(시인, 1943~)

 

우리의 內部와 外部를 가르는 것은

이 얇다란 종이 하나.
북풍이 칼날을 휘둘러도
우리는 이 창호지 하나를 방패로
겨울을 난다.

창호지는

그러나 작은 바람결에도
곧 잘 약하게 운다.
실은 창지는 눈물에 약하다.
작은 눈물바람에도 가슴이 허문다.
푸른 하늘에 연이 되고 싶었을까.
고명한 선비의 붓 끝에

永生을 얻고 싶었을까.

창지에는

연한 풀잎의 힘줄이 드러나 보인다.
갈기갈기 찢기울지언정
부서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상여위에 꽃으로 필지언정
그 자리에서 깨어지진 않는다.
깨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깃발이 되어

펄럭이며 소리치는
실은 大氣의 사촌쯤 되는
우리네 하얀 마음.
너와 나의 등불을 지키는 것도

실은 이 얇다란 창호지 하나다.

 

 

 

SPECIAL THEME | HANJI

 

 

천년 한지(韓紙)의 숨결을 느끼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하면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은 백지가 떠오릅니다. 새하얀 종이에는 깨끗함과 순수함, 첫 출발의 무한한 가능성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시작하는 1월입니다.

 

 

에디터 조민진

캘리그래피 강병인.사진 김재익. 어시스턴트 이승헌. 스타일리스트 최서연(da:rak). 어시스턴트 손예희

소품 협찬 한지명주 배접장 (종이나무갤러리 김점순作), 목차의 머릿장(김옥녀作)

 

 

SPECIAL THEME | HANJI

 

한지,천년의 잠에서 깨어날 때

 

“한지의 부드럽고 질긴 성질은 우리 고유의 민족성을 닮아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또한 미래지향적이다.

한지 그 자체가 이미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미를 완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가끔 마음이 어지러울 때 한지를 펼쳐 놓고 붓글씨를 쓴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귀를 옮기거나 여백이 많은 그림을 그릴 때도 있다. 하지만 쓰지도 않고 그리지도 않고 묵묵히 앉아 한지만 들여다 보다가 자리를 벗어날 때도 있다. 억지스럽게 무엇을 그리거나 쓰는 것보다 그렇게 묵묵히 앉아서 흰 여백을 들여다보는 일이 더 편한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텅빈 여백, 하지만 그것 자체로 이미 충만한 느낌이라 쓰고 그리는 행위마저 무색해진다. 그것을 나는 동양적 여백이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행하지 않고도 완성되는 신비, 그것은 오직 한지라는 독특한 세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21세기, 우리 주변에서 한지를 경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한지가 우리에게서 외면당하고 우리 삶의 영역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종이 제품을 엄청 많이 쓰지만 우리 고유의 종이인 한지가 아니라 펄프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에서는 한지의 우수성을 뒤늦게 발견하고 다양한 찬사를 보내는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한지는 닥나무 줄기를 삶아 닥풀을 만들고 그것으로 종이를 떠낸 것이다. 창호지를 많이 쓰던 시절에는 그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서양식 주거문화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한지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바람과 빛을 통과시키고 습도를 조절해 신축성과 단열효과가 뛰어 나다. 그래서 한지는 천년 세월이 지나도 삭지 않고 썩지도 않는다. 교과서나 신문지처럼 펄프를 사용한 종이는 몇 년 지나면 누렇게 빛이 바래지만 한지는 변함이 없어 살아 있는 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국 역대 제왕의 진서(珍書)를 기록하는데 고려의 종이만 썼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조선 영조 때 서명응(徐命膺, 1716~1787) 은 <보만재총서(保晩齋叢書)>에서 ‘송나라 사람들이 여러 나라 종이의 품질을 논하면서 반드시 고려지를 최고로 쳤다. 우리나라의 종이가 가장 질겨서 방망이로 두드리는 작업을 거치면 더욱 고르고 매끄러웠던 것인데 다른 나라 종이는 그렇지 못하다’는 기록을 남겼다.

구한말 러시아 대장성의 보고서인 <한국지>에는 ‘한국의 종이는 섬유를 빼어 만들므로 지질이 서양 종이처럼 유약하지 않고 어찌나 질긴지 노끈을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종이에 결이 있어 그 결을 찾아 찢기 전에는 베처럼 베어지지를 않는다’ 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 숙종 9년에는 ‘근래 한량  이 종이신 신는 것을 멋으로 알아 이를 만들어 파는 자가 많아지 자 사대부 집에서 서책(書冊) 도둑질이 심하니 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 적도 있다.

한지로 신발, 등잔, 물통, 대야, 요강까지 만들어 썼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한지의 놀라운 가변성에 눈을 뜨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의류와 공예, 회화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것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지를 삶고 말리고 으깨고 비틀고 자르고 엮어서 다양한 작품과 제품이 만들어지니 바야흐로 우리 전통 한지가 천년 동안의 긴 잠에서 다시 깨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한지의 부드럽고 질긴 성질은 우리 고유의 민족성을 닮아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또한 미래 지향적이다. 한지 그 자체가 이미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미를 완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천년 세월의 흐름 속에서 100가지가 넘던 한지의 종류는 고작 댓 가지 밖에 남아있지 않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전수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해 갖가지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한지는 새로운 도약을 예비하고 있다.

한지로 만든 스마트폰, 한지로 만든 태블릿PC, 한지로 만든 가구, 한지로 만든 양복, 한지로 만든 돈….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높게, 그보다 더 멀리, 그보다 더 깊게 한지는 21세기에 걸맞은 가변성으로 온 세상에 다시 펼쳐져야 한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창의적인 영감이 필요할 때, 텅빈 한지를 펼쳐놓고 조용히 들여다보라. 한지와 나, 나와 한지 사이에서 무궁무진한 영감이 솟아나리라.

 

글 박상우(소설가ㆍ추계예술대학교겸임교수)

사진 김재이

 

 

 

 

 

 

찬란한 문화유산, 한지를 만나다

 

한지는 우리 민족이 태어나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늘 함께하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 선조의 삶과 생활의 지혜가 녹아있고, 우리의 멋과 정서를 잘 드러내는 가장 한국적인 일상의 재료, 한지에 담긴 속 깊은 이야기를 만나본다.

 

 

천년 한지의 발자취를 돌아보다

 

한지가 현재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종이 형태로 처음 발명된 것은 기원전 2세기경 중국 후한시대의 채륜(蔡倫)에 의해서다. 그는 나무껍질· 마· 창포· 어망 등 식물섬유를 원료로한 혁신적인 개량 방법으로 종이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종이의 기원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시기는 언제였을까.

고구려 영양왕 21년(610)이다.

일본 추고 천왕 18년<일본 서기>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서기 610년,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오경· 채서· 공예·종이· 먹· 칠 등을 일본에 전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사실로 미뤄보아 우리 나라의 제지기술은 610년경에 벌써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일본에 제지술과 더불어 종이문화를 전파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가 그 이전에 이미 중국에서 제지술과 종이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제지술과 종이를 받아들이고 일본으로 전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종이, 한지는 천년의 세월을 어떻게 걸어 왔을까.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들어오면서 일본·중국과는 다른 제지 공법으로 한지 고유의 성격을 지니며 새롭게 발전해왔다. 한지의 태동기인 삼국시대에 만든 종이는 긴 섬유를 두드려 균일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 좋은 지질을 갖는 한지를 개발했다. 담징이 일본에 종이를 전했다는 7세기 초, 가장 오래된 자료로서 현재 평양에 소장되어 있는 고구려 종이로 된 <묘법연화경>과 8세기 중반 신라시대의 <화엄경>, 경주 불국사 석가탑의 사리함 속에서 나온 것으로 세계 최고(最古)로 알려진 <무구정광 대다라니경> 등은 모두 이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지질이 매우 견고하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우수한 제조기술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종이의 어원

종이는 대개 ‘식물성 섬유를 재료로 만든 얇은 것’, ‘섬유 물질을 개개의 섬유로 분리한 다음, 그것을 물속에 담그고 다시 모아 습지(Mat)를 만든 후에 이를 건조해 만드는 섬유 물질의 얇은층(sheet)’이라고 정의한다.

현재 쓰고 있는 ‘종이’ 라는 말은 ‘저피(楮皮)’에 어원을 둔다.

저는 닥나무를 말하며, 저 피란 닥나무 껍질을 뜻한다.

저피가 조비→조해→종이로 변한 것이므로 ‘종이’ 라는 말속에 한지의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고려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교 장려를 통한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한지문화도 크게 발전하게 된다. 이 당시의 지장(紙匠)들은 신분상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또 시대적으로 사경(寫經)이 많았던 불교 중심의 사회 여건 상 불교 경전 등을 만들기 위해 여러 겹을 붙인 ‘첩장’이 필요했는데, 이에 맞춰 두껍고 질기며 광택이 있는 종이를 만드는 데 적합한 종이 원료인 닥나무 재배를 전국적으로 권장하게 되었다.

닥나무로 만든 이 시대의 종이를 ‘고려지’라고 했는데, 질적인 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고, 여러 문헌에서도 그 우수성과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고려지에 대한 중국의 기록을 살펴보면 송나라의 손목은  <계림 유사>에서 “고려의 닥종이는 윤택하고 흰빛이 좋다”라고 극찬했고, 송나라의 시인한 자창은 “왕경이 나에게 선물로 준 삼한지라는 종이는 비계를 끊어 놓은 듯 반질반질한 빛이 책상에까지 비친다”고 고려지의 우수함을 자신의 작품에 남겼다. 이처럼 고려지가 질기고 희고 매끄러운 것은 다른 나라의 제지법과 달리 ‘추지법’  이라는 공법으로 방망이를 사용해 종이를 다듬질해 더 견고하고 치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기술로 완성한 종이는 조직이 치밀하고 질기며 두툼하면서도 면이 명주처럼 광택이 나는 명품이 되어,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그 우수성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조선 전기의 종이 품질은 고려지의 우수성을 이어받아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하지만 세조 이후 종이 생산이 관영화되고, 증산책을 실시함에 따라 폭발하는 수요와 명· 청의 혹독한 조공 압박, 여러 차례의 전란 등으로 점차 피폐하기 시작했다. 닥나무도 부족해 짚·보리·갈대 등 부원료를 섞어 사용하면서 품질이 떨어졌고, 제지술의 전통도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행 길을 걷게 되었다.

 

한지, 그 위대한 예술품의 매력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는 비단보에 싸인 누런종이가 발견되었다. 751년경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누런종이 두루마리는 낡아서 헤어지기는 했으나 천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종이 상태는 그대로 였다. 이것이 한지에 기록된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이는 당시까지 세계 최고로 알려졌던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770)보다 20여년을 앞선 것으로 세계 종이 문화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 심경>(1377)은 종이 상태 때문에 일반에게 공개되지 못하는 구텐베르크의 <42행성경>(1460)보다 먼저 만들어졌지만, 그 보존 상태의 우수성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우리 한지는 재질의 치밀함과 정교함, 그리고 우수성과 기룩 보존성이 뛰어나 주변국인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값비싼 비단에 견주어 ‘한지는 천년이요, 비단은 오백년이다(紙千年 絹五百)’ 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지의 이러한 뛰어난 보존성은 특유의 제조기법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종이는 나무껍질, 천, 대나무 등의 원료를 맷돌에 갈아 만들어 섬유가 짧게 끊겨 부드럽고 연한 반면, 쉽게 찢어지는 결점이 있다. 그런데 우리 종이는 원료를 방망이로 쳐서 만들므로 섬유 올이 길어서 매우 질기다. 표백하는 과정도 자연 그대로의 방법(일광 표백)을 사용해 섬유를 손상하지 않고 특유의 광택과 강도를 유지한다. 여기에 원료를 두드리고 완성되기 전 덜마른 한지를 또 두드려서 만드는 제조 기법이 질기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한지로 태어나게 한 것이다. 이렇게 질기고 장기간 보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통기성·보온성·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한지는 공예품, 생활용풍, 의복 및 장신구 등 오늘날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내적인 우수성뿐만 아니라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극찬을 받아오고 있다.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한지

 

인류 문명에서 한지의 진정한 멋은 한지가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데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종이 위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 속에서 살며 지내다가 결국 종이에 싸여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한 정을 받으며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종이 위에 태어난다는 것은 한지 장판지 위에 태어남을, 그 속에서 산다는 것은 한지 벽지와 문 창호지에 싸여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에 싸여 간다는 것은 죽음을 맞아 염습할 때 한지에 싸여 돌아간다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 선조는 지구상에서 종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 민족으로 꼽힌다. 그 흔한 플라스틱이나 유리가 없고, 나무가 귀하던 옛날, 닥 섬유로 만든 부드럽고, 견고하며, 흡습성이 뛰어난 한지는 일상 생활로 이어져 때로는 서책과 같이 문명을 기록하는 도구로, 서예ㆍ회화와 같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또 장판지나 벽지 같은 생활용품으로 이용되었으며, 통풍성과 보온성이 좋아 문창호지나 방한복으로까지 활용되었다.

 

이렇듯 한지는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예술적 소양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한지의 쓰임은 물 빨래도 가능한 한지 의상은 물론, 한지 소파 등으로까지 진화하면서 현대인의 생활을 더욱 멋지고 풍요롭게 하고 있다.

 

 

건강을 담은 종이, 한지

 

최근 환경호르몬, 새집 증후군, 아토피 등의 환경과 관련된 문제가 부각되면서 닥나무와 쑥 등 자연의 재료로 만든 한지의 가치와 용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지 벽지는 불면증과 두통해소, 아토피피부염 개선, 항균과 항습의 기능성을 갖고 있다. 또 한지는 항균력이 우수하고 암모니아· 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은 환경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소취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한지 벽지를 바르면 담배 냄새, 집안의 잡냄새와 습기를 없애주고, 아이들의 아토피에도 진정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종이로 만든 소박한 아름다움, 한지 공예

 

한지를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드는 한지공예는 우리 민족의 예술성과 소박성을 찾아볼 수 있는 예술작품이다. 한지만의 고유한 질감과 색,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어린 손길이 더해져 탄생하는 한지공예품은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멋을 즐기는 우리 정서와도 잘 어울린다.

한지는 용도에 따라 그 질과 호칭이 다른 때문에 바르면 창호지, 족보,고서에 쓰면 복사지, 사군자나 화조를 그리면 화선지, 연하장, 청첩장 등으로 쓰이는 것은 태지라고 한다.

이러한 한지를 가지고 만든 한지공예품은 작은 바구니나 상자는 물론 장식적인 멋을 더한 조명이나 가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지공예품은 문양과 고운 색감을 더한 것이 많아 전통의 멋을 살린 아이템으로 제격인데 조명의 경우, 한지를 투과하는 빛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필통이나 상자와 같은 작은 아이템은 독특한 장식용품으로 손색없다. 또한 지위에 당초문이나 민화 등을 그려 문살에 발라 자연과 벗하는 삶을 살았다.

 

전지공예(剪紙工藝)

전지공예는 한지를 여러 겹 덧발라 골격을 만들거나 미송 또는 오동나무상자에 다양한 문양의 색지를 오려 붙이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문화의 하나다. 특히 아름다운 색채와 조형미, 그리고 선의 조화가 돋보이는 훌륭한 예술품이다. 반짇고리부터 옷가지를 넣을 수 있는 장롱까지 생활필수품의 대부분을 차지한 전지공예 덕분에 우리 선조는 은은하면서도 오색찬란한 자연의 색을 집안 곳곳에서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색지 공예라고도 한다.

 

지승공예(紙繩工藝)

지승공예는 좁고 길게 자른 종이를 손으로 꼬아 만들고 그것을 다시 엮어 여러 기물을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지승 또는 '지노,‘ 노살린다’ 라고도 한다. 주로 바구니, 망태, 그릇, 상 등을 만든다.

 

지호공예(紙糊工藝)

쓰다 버린 폐지나 글씨 연습을 한 학습용 휴지, 파지 등을 잘게 찢어 물에 풀어서 녹인 다음 밀풀이나 찹쌀 풀을 섞어 일정한 틀에 부어 넣거나 덧붙여 이겨서 과반, 다용도 상자 등을 만든다. 이때, 병충해를 막고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옻칠로 마무리한다.

 

지화 공예(紙畵工藝)

한지 공예에서 물감을 사용해 색지처럼 분위기가 나게 그려 준 것인데, 당초문과 민화 등을 한지 위에 직접 그림으로써 그 자연스러움이나 특별함이 더했다.

 

지화 공예(紙花工藝)

한지를 여러 겹 겹쳐 일정하게 가위로 잘라 꽃을 만드는 것으로 민속놀이나 무속 등에 많이 사용했다.

 

당대의 문화와 기록을 제대로 남기고 전하는 것은 어느 국가에서나 중요한 일이다. 질기고 강해서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가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가 공유하는 기록적 매체로, 더 나아가 생활·예술적 매체로 수성을 인정받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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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지 공예의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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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여러 겹 덧발라 멋을 더하는 색지 공예에서 문양은 색채 못지않게 중요하며, 그 도안 자체가 순수 민간신앙 등 소박한 소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시기의 사회성과 사상적 배경을 담고 있다.

 

봉황 : 상상의 새로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지 않고 한번 날면 천리를 간다고해 사나이의 의지와 선비의 도(道)를 뜻하기도 한다.

 

박쥐:번식률이 강해 자손 번창과 다남(多男)을 뜻하기도 하고, 병마도 막아준다고 해 가장 많은 아낌을 받았다.

 

물고기 : 부귀, 길경(吉慶)을 나타내고, 다손(多孫) 및 번영을 의미한다.

 

용 : 물을 다스리는 힘과선의수호신이며절대권 력과 출세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동물로, 임금의 곤룡포, 보, 책상 덮개, 궁궐의 천장화 등 용도와 상관없이 많이 사용한다.

 

학 : 선비의 품위와 학식을 나타내며 조류 중에 가장 오래 산다고 해 자주 등장하는 문양이다.

 

당초(唐草) 당초는 원래 당나라의 넝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실재적인 모습을 본떠 일정한 형식으로 도안화했다. 그 밖에 연꽃문양, 보상화 문양, 매화 문양, 국화 문양, 대나 아무 문양, 소나무 문양, 모란 문양 등이 있다.

 

길상화(吉祥花) 길상화에는 백합·영지 등으로 가정에 기쁜 일이 있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으며 정초에 액땜을 한다는 뜻도 있다. 또 자손의 번창을 뜻하는 식물 문양으로 석류가 있는데 길상과 (吉祥果)라고도 한다.

 

창살 문양 : 집 안의 방문이나 창살을 만(卍) 자, 아 (亞), 전(田) 자 등과 같이 모든 짜임이 비단 짜는 것과 같다고 해 금문이라고 했다. 수복(壽福), 길상초화 (吉祥草花) 등과 같이 짜였으며, 이 모든 무늬가 장생불사(長生不死), 다부(多富), 다복(多福)을 뜻한다.

 

귀갑(龜甲) 문양 거북의 등딱지 모양과 비슷한 육각형 무늬를 귀갑 문양이라고 하는데, 예부터 거북은 장수의 상징적 의미로, 상서(祥瑞)·선수(仙獸)를 뜻하기도 한다.

 

 

에디터 조민진 .일러스트 이영림 .도움말·자료 협조원 주한지 테마마크

참고도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 지>(이승철 지음, 현암사 펴냄), <빛깔 있는 책들_색지 공예>(은 광복 지음, 대원사 펴냄)

 

 

 

 

삶속에 들어온 한지美學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베고, 찌고, 담그고, 짜고, 말리는 과정을 99번 거쳐 100번째 장인의 손에서 나온다는 우리의 종이다. 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일까. 한지는 다른 종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연 의미가 담겨있고, 자유분방하고 회화적이다. 은은한 빛깔의 한지 등을 비롯해 병이나 그릇으로 쓸 수 있는 지호공예품까지….

우리의 생활공간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가꿔주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혹은 액세서리로 멋스러움을 더하는 한지를 만나본다.

 

한지 등에 스민 은은 한 빛으로 물들다

 

한지와 명주를 배접(褙接, 종이나 헝겊 조각을 여러 겹 포개 엇붙임)해서 만들고, 내부에 조명을 설치한 한지명주 배접장과 그 위에 놓인 나뭇가지를 모티브로해 한지로 박음질해서 크리스털로 장식한 등과 오색한지를 붙여서 만든 보석함은 모두 김점순 작가의 작품이며, 종이나무갤러리에서 판매.

수복물(壽福文)을 새긴 팔각시계는 최영은 작가의 작품. 바닥에 놓인 도자기 실루엣이 은은하게 비치는 등과 나 문틀에 한지로 전통문양을 오려 붙여 만든 등은 김점순 작가의 작품이고, 종이나무갤러리에서 판매.

연꽃을 형상화해서 만든 연꽃 화분 등은 정순희 작가의 작품이며, 송림 한지공예에서 판매.

연꽃 화분 등이 놓인 팔각 소반은 한지를 붙여 만든 것으로 길 따라 인연 따라에서 판매.

지승을 육방짜기로 엮어서 만든 분홍색, 초록색의 지승 사각 등은 홍연화 작가의 작품이며, 고운 한지공예에서 판매.

 

 

 

한지, 각양각색의 매력을 발산하다

 

옻칠로 마무리해 멋과 실용성을 더하는 당초문양 빨간색 한지 손가방과 바닥에 전통문양을 모티브로 디자인 한 필통과 명함 케이스는 홍연화 작가의 작품이고, 고운 한지공예에서 판매.

고풍스러운 멋이 도드라진 여행용 한지가방(작품명: 가벼운 발걸음)과 독특한 질감의 노란색, 빨간색 뭉치 카드지갑, 탈색 한지로 마감 처리한 정사각형 모양의 아코디언 북, 회색 한지 노트에 끼운 뭉치조각보 책갈피,

바닥에 핸드페인팅 눈꽃 노트는 권진미 작가의 작품이며, 꼬삔이 공방에서 판매. 천연 염색한 원단으로 표지를만든 회색 한지 노트는 김점순 작가의 작품이며, 종이나무 갤러리에서 판매.

 

 

 

 

한지로 생활의 멋을 더하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지 발은 김경숙 작가의 작품이며, 갤러리 예당에서 판매.

민화를 모티브로 한지에 그림을 찢어 붙인 민화 약장과 그 위에 검정 꽃무늬 사각 보석함은 정순희 작가의 작품이며, 송림 한지공예에서 판매.

사각 보석함 밑에 당초문양의 빨간색 보석함은 최영은 작가의 작품. 빨간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항아리는김옥녀 작가의 작품. 바닥의 사각한지 접시는 길따라 인연 따라에서 판매.

단청문양에 지승으로 이음새 부분을 마무리한 팔각함과 지승으로 만들고 옻칠로 8번 마감해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차반과 주전자, 찻잔은 모두 홍연화 작가의 작품이며, 고운 한지공예에서 판매.

 

 

 

 

한지, 보석이 되어 빛나다

 

단청문양을 모티브로 한 한지를 붙여 디자인한 경대와 은은한 멋이 풍기는 팔각 보석함은 홍연화 작가의 작품이며, 고운 한지공예에서 판매. 한지를 붙여 만든 틀을 이용해 만든 손거울은 김점순 작가의 작품이며, 종이나무갤러리에서 판매. 현대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컬러 사각 조명과 그 위에 문창호지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사각형·직사각형 브로치, 꽃 모양의 빨간색 반지, 연두색 커프스, 팔각 보석함 속 반지, 그리고 떨잠을 모티브로 한 빨간색 파티용 브로치는 모두 한지를 여러 겹 붙인 뒤 방수처리하고, 테두리는 구리로 감싸는 전해주조기법을 사용했다. 모두 김경신 작가의 작품이며, 경신공방에서 판매.

 

 

에디터 조민진. 사진 김재익. 어시스턴트 이승헌. 스타일리스트 최서연. 어시스턴트손예희

소품 협찬 종이나무갤러리,길 따라 인연 따라, 경신공방, 꼬삔이 공방, 김옥녀, 송림 한지 공예, 갤러리 예당

고운한지공예, 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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