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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파문으로 국내산 우유가 잘 팔리고 젊은이들한테 초콜릿 판매가 줄었다네요. 우유 판매가 안 되서 재고가 쌓여 문제라던 소식이 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참 세상은 돌고 도나 봅니다. 읍내 슈퍼에 가보니 큰 우유팩에 늘 덤으로 한 두개씩 붙어있던 작은 우유들이 사라지고 값은 올랐더군요. 국산우유가 잘 팔리니 이때다 하고 값을 올렸는지.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발맞추어 조변석개로 변하는 것이 인심이요 구매욕이다 보니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도 갈수록 짧아지고 성능은 거기서 거기인데 겉모양만 바꾸거나 잘 쓰지도 않는 새로운 기능들을 자꾸 추가하게 되지요. 사람들도 예전보다는 외모에 훨씬 신경을 써서 치아 교정에서부터 피부 손질, 얼굴 성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비용이며 공을 들여 가꾸는 세상이라 저처럼 산골에서 로션도 잘 안 바르고 수염을 기르니 면도도 하지 않는 구닥다리식 생활을 하는 사람은 바라보기도 바쁩니다.
외모를 깔끔히 하고 남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지저분한 것보다 훨씬 좋고 탓할 일이 아니겠으나 마음 있는 곳에 몸이 간다고 너무 몸치장에만 신경을 쓰다 사람됨에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고 평생 직장은 없어진 지 오래인 터라 요즈음 젊은이들 보면 참 신경쓸 데도 많고 안됐다는 생각이 가끔 들지요. 한창 뜨는 모 휴대폰 회사의 '생각대로 뭣'하는 광고멘트가 왠지 생각나는군요.
행복지수가 생활의 편의나 국민소득과는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기만의 삶의 선택권을 잃어버리는 분들이 늘어가는 것 같네요. 저의 편견일까요? 일본에 가면 부적 파는 자판기까지 있다지요. 인스턴트 문화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는데, 조금 있으면 손금이나 사주팔자를 보아주는 자판기도 나오겠군요. 아마 벌써 나와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만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중 눈시울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남의 말, 남의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볼 때입니다. 세상사 만남의 결과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자기의 탓도 상당부분 있기 마련이거나 최소한 그런 사람을 볼 줄 모른 안목의 탓이기 때문인데 두고두고 남의 탓을 하거나 없는 자리에서 뒷말을 자주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저러고도 밤에 잠이 잘 올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남의 탓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삼자에게 할 때 최소한 있는 그대로 전하면 그래도 나은데 더러는 일부러 또는 재미삼아 없는 이야기나 불확실한 이야기까지 덧붙여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자기 얼굴에 침뱉기인데 왜 자꾸 저럴까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자기에 대한 행동은 자기 모습의 거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듣는 사람이 그냥 듣고는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하기도 하고요.
갖가지 직업 중에서도 입으로 먹고사는 직업들이 있지요. 대표적인 것으로 정치인이나 중개인을 들 수 있는데 이쪽에서는 이 말하고 저쪽에 가서는 저 말하는 식으로 처세하는 분들이 더러 있지요. 일의 특성상 그런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오래도록 남에게 믿음을 주려면 사회 통념적인 일관성과 소신이 필요할 텐데요. 세상의 직업을 분류하자면 입으로 하는 직업, 머리로 하는 직업, 마음으로 하는 직업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얼마 안되지만 제 먹을 김장 양념에 쓰려고 조금 심었던 고추를 가을볕에 널어놓고 말리다 보니 날이 쌀쌀하고 우중중할 때가 많아 희나리가 많이 나오고 마르는 게 부지하세월이라 오늘은 마음먹고 일일이 꼭지를 따주고 가위로 배를 갈라주었습니다. 한참 고추를 만지다 작은 것이 급해 고추 만지던 손으로 대충 마당가에서 볼 일 보고 나니 아랫도리가 후끈거려 한 삼십분 된통 혼이 났지요. 궁금하신 분은 한번 해 보세요. 고추 만진 손으로 볼일 보기가 어떤 맛인지...
대내외 경제상황이 영 안 좋다보니 TV를 보면 대부분이 우울한 소식들이라 뉴스를 보고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드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요즈음 한층 마무리 우승결정전들을 하고 있을 때라 무거운 마음을 달래주지요. 야구도 한국시리즈가 진행 중이고 제가 좋아하는 곰팀이 결승에 진출해 있어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세상의 수많은 운동경기 중에 가장 규칙이 많고 작전이 많은 것이 야구가 아닐까 합니다.
쉬엄쉬엄하며 9회전 동안에 벌어지는 좋은 게임의 기막힌 실전 드라마는 인간사의 축소판 같기도 하여 감칠맛이 있지요. 운동을 무척 좋아해서 학창시절에 벗겨지지 말라고 고무줄에 동여맨 뿔테안경을 끼고서, 야구하면 포수를 축구하면 골키퍼를 했었는데 부서진 안경도 수십 개는 되었고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여러 번 있었지요. 지금은 추억필름의 장면들이 되었지만. 금속테 안경은 차가운 것 같아 평생 뿔테안경을 쓰고 있는데 지금도 거울에 비치는 뿔테안경 쓴 제 모습을 보다보면 시간을 거슬러 뿔테안경과 함께 한 제 인생이 더러 생각나기도 합니다.
바람 잔 날 따사로운 가을 햇볕 아래서 청량한 바람소리 새소리를 풍악으로 들으며 추수를 하거나 이것저것 갈무리를 하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요. 산골생활 즐거움 중의 하나겠는데 혼자서 이런저런 노래를 흥얼대다 보니 최양숙의 '가을편지'가 입에서 나왔습니다. 이맘때면 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로 시작되는 그 노래.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고 새로운 가을이 올 때마다 가을 느낌은 점점 깊어지는 것 같군요. 그래서 저도 깊은 밤에 이렇게 가을 편지를 끄적이고 있나 봅니다.
- 산길 중턱 고라니 한 마리
너도 아침 산책 나왔느냐?
영월 송이골에서 보리피리 올림
출처: 블로그 송이골 편지(http://blog.daum.net/intonature/7850967) 글쓴이: 보리피리
첫댓글 이젠 일본소비자들도 한국산농산물쪽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랍니다.어렵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입니다.
잘읽고갑니다 낙옆이 수북히 쌓인송이골소식 또올려주세요...
잘읽었습니다. 출처를 따라가 보리피리님의 사시는모습 농원 구경도 잘 했습니다.많은글도 보구요. 가끔은 아니 자주 영월의소식모습보여주세요.날마다날마다 좋으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