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건전한 학술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한 포럼
연구·출판윤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제고하고 예방 활동 강화 등 학회 역할과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12월 23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후원으로 ‘2022 건전한 학술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한 포럼’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그동안 과학기술계는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과학기술인 헌장과 연구윤리 강령을 제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까지 연구윤리 의식 정착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는 연구윤리 의식 강화 노력과 더불어서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건전한 연구문화 정착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회원 중심으로 연구윤리를 정착시키고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활동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번 포럼이 과학기술계의 연구윤리 의식을 높이고 학회를 중심으로 올바른 연구윤리가 정착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연구자의 학술활동 건전성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기에 연구재단은 연구자들을 위한 대표 업적 중심의 질적 연구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건전한 학술활동 풍토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연구재단의 노력에 학술단체의 협력이 더해진다면 학술활동 생태계는 분명 긍정적으로 빠르게 변화될 것이다. 앞으로도 연구재단은 국내 학술단체들의 학술활동 건전성 향상을 위해 적극 지원하며 더불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학술단체들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의 연구·출판윤리 교육과 예방 활동 강화 방안
본격적인 주제발표 시간에는 윤철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가 ‘학회의 연구·출판윤리 교육과 예방 활동 강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윤 교수는 “저자(권) 문제가 나오면 항상 논의되는 것이 몇 명의 저자가 있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과 제1 저자나 교신저자도 몇 명이 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답이 없는 문제다. 생태계에서 선순환을 하는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이해하고 저자 본인들끼리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신뢰, 정직, 존중, 책임이 중요하고 누군가 위에서 이를 결정을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럼 저자 관련 이슈와 부실학회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 부처나 기관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윤 교수 발표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종전에는 연구 부정 방지의 개념이 있었다면, 변경되면서 교류에 관한 윤리나 이해충돌, 인간·동물연구 윤리, 건전한 연구실 문화 조성 등으로 확장됐다. 종전에는 책임과 역할이 모호했던 것이 이제는 의무 주체나 지원·점검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해서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의무를 명확하게 명시했고 연구 부정 등 부정행위에 대해 별도 자체 규정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한 연구현장의 개선 의견은 홍보, 매뉴얼, 가이드라인을 통한 해설과 안내, 그리고 행정절차와 서류 간소화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윤 교수는 “여러 국제 학술기관들이 회원 가입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학술출판에서 투명성 원칙과 처리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각종 규정과 정책의 정확성이다. 누가 무엇을 해야 되는가 하면 편집위원장은 학술지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편집인은 정책에 대해 숙지를 하고 올바른 운영을 해야 되며 심사자 역시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내용을 엄수해야 된다. 이러한 정책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것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그 이유는 학술지 멤버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윤 교수는 “학회의 연구·출판윤리 교육과 예방활동 강화를 위해서 앞으로 정부는 규정, 교육, 홍보, 연구발전 방안에 대한 연구기관의 환경을 조성해야 되고, 기관은 다시 연구자를 위한 건전한 환경 생태계 조성을 해야 된다. 연구과제로는 학술지 운영에 필요한 표준, 핵심 정책 제시를 하고 교육자 양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며 “너무나 많은 학술지들이 있기 때문에 너무나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역할과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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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철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과편협 출판윤리위원장 발제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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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술지 특징과 예방책은?
다음으로는 이효빈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집행이사가 ‘부실학술지 특징과 예방책’을 주제로 발제했다. 부실학술 활동이란 부실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행위로, 이윤을 목적으로 출판윤리를 어기는 학술지에 실적을 위해 논문을 투고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럼 부실학술지란 무엇인가. 이 집행이사는 “부실학술지나 학술대회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없다. 부실학술지 태동 배경은 오픈 액세스의 등장이다.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에서 논문처리비용(Article Processing Charge, APC)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를 악용한 부실학술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실학술지는 그 전략에 따라서 위조학술지, 약탈적 학술지, 대량발행학술지, 기업형 대량생산학술지 등 4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부실학술지 중 기업형 대량생산학술지의 대표적 사례가 MDPI(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Institute)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 액세스 과학 학술지 출판사다. MDPI의 장점은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저명한 학자들이 객원 편집인이나 저널 편집자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동료심사를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대로 단점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질이 낮은 논문 투고에 대한 압박이다. 동료심사를 과연 해당 분야 동료들이 정말로 평가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논문들도 많다. 그리고 초청 이메일을 통해서 연구자들에게 논문 투고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 논문의 질에 상관없이 논문을 빨리 내라는 압박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집행이사는 “MDPI의 특정 저널에 대한 외국의 평가를 보면 대부분 편집팀이 심사자에게 논문의 게재를 허락하라고 강요해 그 방식이 ‘비윤리적’이라고 했다. 저널의 목적과 범위에 일치하지 않는 논문을 수락하도록 강요하고 몇몇 심사자에게 거절당한 논문을 편집자가 다른 심사자들에게 보내 수락하라고 강요한다는 등 부정 의견이 높다”며 “‘Is MDPI a predatory publisher?’라는 논문을 쓴 파올로 크로세토 교수는 MDPI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공격적인 이익 추구형 모델로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는 MDPI의 수익 모델을 흉내 내는 다른 유사한 저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지속적으로 동일한 APC 비용을 저자에게 물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부실학술지에 대응하기 위해서 연구공동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집행이사의 주장이다. 그는 “2018년 부실학회 참석 연구자들을 전수조사한 이후에 이것이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사회적 인식이 굳어지면서 부실학술지 투고에 대해서 오픈해서 논의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며 “이 같은 징벌적 접근을 버려야 하고 연구자의 업적 평가에 대한 제고도 필요하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 KCI에도 좋은 저널이 많다는 인식 제고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제고에는 연구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중국처럼 업적이나 임팩트 팩터에 매몰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연구자가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가 부실학회 쪽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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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빈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집행이사 발제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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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활동 건전성 제고를 위한 업적평가 개선 방향
주제발표 마지막으로 노영희 건국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학술활동 건전성 제고를 위한 업적평가 개선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노 교수는 “부실학술 활동 문제는 교수의 연구업적 평가를 할 때 정량적으로 평가하거나 내지는 성과지상주의 때문”이라며 “양적인 실적에 대한 부담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학자들의 학술활동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교수업적평가 개선 방향은 첫째로 연구업적 평가 원칙 수립의 필요성이다. 현재 국내의 경우, 정량평가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로 인해 윤리 위반행위가 근절되지 못하고 평가지표의 오용 사례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연구업적물 유형 범주화의 필요성이다. 현재 대학별 연구업적물 유형의 구분 기준과 명칭이 매우 다양하고 특정 연구업적물 내에서는 하위 유형이 매우 다르게 세분화되어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필수 연구업적물 유형에 대해서는 범주화를 통한 통일화가 필요하다는 것. 셋째는 연구업적 평가방식 개선이다. 노 교수는 ‘하이브리드 평가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정량평가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방식을 탈피하고 정성평가 확대와 다양한 계량지표 활용을 통해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연구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넷째는 연구업적 평가절차 개선이다. 다양한 질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국내외 사례조사 기반으로 연구업적 평가절차를 총 11단계의 필수단계를 제안했다. 다섯째는 연구업적평가를 위한 제출서류로, 이는 연구업적평가의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연구업적 관련 서류 제출을 통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노 교수는 부실의심 학술활동 근절을 위한 인식 제고 방안으로 △예방 교육 △체크리스트 제시 △예방 절차 및 대처 방안 △예방문화 조성 △도서관의 부실의심 학술활동 서비스 수립 방안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 중에 부실의심 학술활동 예방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평가제도 역시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것. 즉 성과에 대한 과열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노 교수는 “평가제도가 제재도 중요하지만 근절을 장려하는 활동으로 포상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그 예로 건강한 연구문화와 선진 학술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2020년부터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실 문화, 연구실 관리, 연구성과 등을 심사 기준으로 하여 정성적 평가를 통해 건강한 연구실 포상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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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희 건국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발제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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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학술활동 생태계 조성 방안 토론
주제발표 후에는 엄창섭 고려대 연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하고, 김선자 대한수학회 편집위원장, 유수현 KIST 연구원, 고성호 한양대 의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엄창섭 위원장이 코로나19 확진으로 현장에 나오지 못해 온라인으로 참여했고, 현장에서는 윤철희 교수가 좌장 역할을 대신해 종합토론을 이끌었다.
김선자 편집위원장은 “대한수학회 학술지 편집에 있어서는 진실성 확보와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보다 엄격한 표절 검증을 KIST에서 제공하는 유사도 검증 프로그램과 구글링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 검증을 통해서 표절이 의심되고 수학적 진보가 없는 논문들에 대해서는 저자에게 분명하게 표절 관련성을 전달하면서 게재 불가를 통보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저자 또는 저자 주변에 있는 연구자들에게 표절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대한수학회 학회지 논문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수현 연구원은 “저자 관련 이슈는 학회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연구자들 또는 저자들 간의 합의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또 MDPI, 신생학술지, 소규모 학술지 그리고 부실학술지 등 이 4개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면 학회에서는 정확한 출판윤리 지침과 정책을 반드시 명시해야 된다. 명시된 지침을 연구자에게 알림과 동시에 학회 내의 모든 운영진들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것과 동시에 부실학술 활동으로 의심되는 단체에 대해서 정부나 여러 연구센터, 학회, 연구자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며 비판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호 교수는 “연구자 입장에서 부실학회지에 논문을 싣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급하고 처리해야 할 업적이 있을 때 특정 저널을 구글링하게 되면 그 결과로 나온 것이 굉장히 유사하고 홈페이지도 유사해서 논문을 투고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평가위원 입장에서는 사실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결국 임팩트 팩터, SCI에 등재되어 있느냐 하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위있는 기관이나 대학에서 명확한 규정을 정해주면 연구자들도 부실학회지에 투고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고, 편집자 경우도 동료검토를 통해서 정당하게 리젝트한 후에 우리보다 임택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서 억셉트 됐다는 연락이 올 때 우리의 리뷰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고 내부적 재검토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