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를 다녀오며...
고양신문이 주최하는 ‘2023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호수공원으로 갔다. 이번이 세 번째 참가인데 두 번째 참가 때는 오후에 다른 행사가 있어 10km만 걸었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행사장에 당도하고 보니 시간 여유가 있었다. 어제 내린 비로 공기가 깨끗했다. 날씨도 적당하고 기온도 알맞았다.
행사장에는 가운데 놓인 무대를 중심으로 양측에서 10km. 25km 접수를 하고 있었다. 신청한 25km 접수대로 가서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니 배번과 간식을 주었다. 옷핀으로 3325 배번을 옷에 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관계자분들과 지난 대회 때 만났던 걷기 연맹 회원들이 보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이 차츰차츰 모여들어 광장이 가득채위지고 있었다.
잠시 후 9시 출정식을 시작해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들었다. 사회자가 이번 행사의 최연장 참가자와 최연소 참가자를 꼽아 기념품을 준다며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최고령자는 83세 최연소자는 보모 차에 타고 나온 6개월 아이였다. 실제 걸을 최연소 참가자는 5살이었다. 몇 년 전 첫 번째 참가 때 함께 걸었던 유목사님 생각이 났다. 그 분이 계셨다면 아마 최고령 참가자가 되셨을 것 같았다.
간단한 체조를 하고 9시 30분 25km 구간 참가자들이 먼저 출발했다. 호수공원 옆길을 지나는 동안 단풍 빛깔이 수면에 맑게 비춰보였다. 호수공원을 지난 다음 한동안 대로변을 걸어갔다. 길 옆 녹지대에 낙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지나는 길에도 가로수 잎이 쌓여 낙엽 밟는 소리가 났다.
한동안 직진해 걸어가다 신평 방향 우측 접속로로 진입했다. 꺾인 길에서 뒤를 돌아보니 참가자들의 행렬이 길게 보였다. 우측 비닐하우스 군락 안에는 잎이 너른 갓도 보이고 이제 새로 파종을 한 작물도 보였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빨랐다. 깃발을 든 대장과 선두가 대열을 유지하며 힘차게 걸었다. 맨 앞에서 걷는 고양걷기연맹 회원들은 활동 관록상 말할 나위 없고 연세가 많아 보이는 분들도 힘차게 걷고 있었다. 70세가 넘은 두 분 배낭에 전국각지의 걷기대회에 참가하고 받은 뱃지가 많이 달려 있었다.
차가 없던 시절에는 모두 걸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며 걷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걷기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건강에 가장 좋은 활동이라고 서로서로 권하는 얘기를 할 때가 많다. 걷기 행사도 많아지고 규칙적으로 인근 공원이나 둘레 길을 찾아 걷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계속 가다보니 좌우로 지나가는 자유로가 가까이 다가와 높게 가로막은 뚝방 좌측으로 길을 꺾어 들어갔다. 걷기대장이 길이 엇갈릴 염려가 있는 곳마다 대원을 배치했다. 잠시 후 굴다리가 보이는 곳에 행사요원이 5.5km로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거기서 중간 휴식 지점인 행주산성까지는 4.5km가 남아 있었다.
굴다리를 지나 좌측으로 계단을 올라서서 자유로 옆길을 걸었다. 좌측 길옆 화단 너머 도로에 차가 쌩쌩 달리고 있었다. 전면에는 행주산성까지 시야가 트여 보이고 우측에는 높다랗게 설치된 철망 너머로 한강이 보였다. 강변 따라 길게 설치된 그 철조망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철조망을 타오른 풀잎에 단풍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 김포대교를 지나니 다시 저 멀리 행주대교가 보였다. 자유로를 따라가다 강변으로 다다가가다 보니 강가에 물고기 잡이 배가 몇 척 보였다. 그 배들을 보니 겸재가 그린 경교명승첩 속 행호관어(杏湖觀漁) 그림이 떠올랐다. 그 그림은 한강 건너편 옛 양천현 소학루 부근에서 행주산 부근 행호(杏湖)에서 고기잡이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 옆을 지나가니 저 앞에 중간 휴식 지점인 행주산성이 보였다.
11시 8분 전체 구간 중 10km 지점인 행주산성에 도착했다. 10km 팀은 거기서 마치고 25km 팀은 점심 식사와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려고 빈 벤치를 찾아가 앉았다. 너른 광장 이곳저곳에 일행끼리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먼 길을 걸어온 성취감에다 나들이 분위기가 더해 아주 즐거운 모습이었다.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한강 풍경을 스케치하다보니 강변 잔디광장에 모이라는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참가자들이 그 곳에 모여 앉았다. 사회자가 가장 멀리서 온 사람에게 기념품을 주겠다며 나오라고 했다. 대부분 고양에 사는 분들이겠지 하고 무대 위로 올라가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양주. 동두천 등 정말 멀리서 온 분들이 있었다. 이어서 퀴즈 경품 행사를 했다. 북한산까지 가는 도중 지나갈 강매석교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물품, 고양시 소재 동네 이름, 산 이름, 대교 이름 등의 퀴즈가 이어졌다.
12시 49분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했다. 종착지점까지 15km가 남아 있었다. 전에는 행주산성 입구로 들어섰는데 오늘은 바로 행주산으로 들어섰다. 산마루를 넘는 산길에 가을 단풍 정취가 풍겨났다. 잠시 후 강변으로 내려서서 행주산 둘레에 설치된 데크길을 지나갔다. 길옆에 너른 한강이 보였다.
행주산 둘레길을 지나 창릉천 하구를 지났다. 북한산으로부터 흘러온 물길이 한강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종착지까지 줄곧 그 물길을 거슬러 따라 올라가게 된다. 로터리 고가도로 밑을 지나니 너른 코스모스가 군락이 보였다. 코스모스 꽃이 진 자리에 까맣게 씨앗이 맺힌 곳이 많았다. 한 참가자 분이 2주 전에 꽃이 아주 좋았다고 했다.
걷다 보니 멀리 북한산이 보였다. 금세 마음이 설렜다. 북한산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눈에 잘 띠지 않을 수도 있는 거리지만 매주 오르다시피 하며 그 모습을 그려온 나로서는 금세 눈에 띨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던 김상헌이 지은 시에 나오는 ‘가노라 삼각산아’ 하는 구절이 떠올랐다. 그야말로 한강 하구를 건널 때까지 멀리서도 보였던 것이다.
‘창릉천변 푸른공원’을 지나가는 동안 창릉천 물길과 그 주변에 자란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어릴 적 고향 동네에서 개울에 나가 물놀이를 할 때 보았던 모습처럼 자연스런 정취로 다가왔다. 더욱이 멀리 보이는 북한산의 장엄한 모습이 비춰 보여서 풍광이 더 그윽하고 깊이 있게 느껴졌다.
잠시 후 강매석교에 다다랐다. 그 옆에서 포크레인 1대가 개울 둑을 정비하고 있었다. 정갈한 조형미에 돌의 체취가 드러나는 거친 마감에서 자연스러운 멋이 풍겨났다. 아울러 다리 가운데가 위로 살짝 부풀려진 곡선 맵시가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강매석교를 지난 다음 우측 콘크리트 다리 위로 창릉천을 건너가 다시 북한산 방향으로 걸어갔다. 갈대와 수크렁 등이 빛이 바래 추적대기 시작했다. 창릉천 물가에 청둥오리가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띠기도 하고 창공으로 가끔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물길을 따라 걷는 동안 갖가지 자연 풍경과 만나는 것이 살갑게 여겨졌다.
다시 창릉천을 건너 뚝방길로 올라서 걸었다. 좌측에 아파트가 즐비하게 보이고 진행방향으로는 북한산이 좀 더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참가 때는 대기가 뿌옇게 되어 시야가 짧아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참가자가 여기시도 북한산이 보인다는 말을 했었다.
2시 10분 ‘도래울 바람물공원’에 도착했다. 거기서 뒤에 오는 분들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누군가 오늘 걸음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 잠시 후 진행 요원들이 간식이 도착했다며 귤과 건과류를 나눠주었다. 길가에 안전에 대비한 경찰 차량이 서 있고 의약품을 구비한 구급대원들도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한 참가자가 구급대원에게 다가가 무릎을 내밀자 처치를 해 주었다.
오늘도 많은 행사 요원들이 여기저기서 수고를 해주고 있었다. 25km를 지나는 주요 구간마다 길 안내, 간식 준비, 촬영 등 맡은 역할에 따라 참가자들이 편히 걸을 수 있도록 뒤에서 친절히 챙겨주고 있었다. 간식을 받고 공원 언저리로 가서 북한산을 스케치 하고 나오다 보니 후미가 도착하고 있었다. 맨 뒤에 오는 분들은 그만큼 휴식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조금 지쳐 보이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완주에 자신감이 보였다.
2시 40분 다시 ‘도래울 바람물공원’을 출발했다. 거기서 이십리 길, 8km가 남아 있었다. 멀리 삼송리역 근처 고층 건물들이 보이고 그 뒤로 북한산이 보였다. 개울을 건너 창릉천을 거슬러 오르며 걷다보니 그 풍광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천 바로 옆에서 걷다 우측 뚝방 위 큰 도로 옆으로 올라섰다. 우측에 큰 공사장이 있고 저만치 구파발역과 지축역사이 지하철 고가철도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몇 년 새 지축역 주변에 삼송역 인근처럼 빌딩과 아파트 등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전에는 지축동에서 북한산이 훤히 바라보였는데 지금은 그 풍경이 건물에 대부분 가려지고 말았다. 그렇게 변해가기전에 거기서 보이는 북한산 전경을 화폭에 남기려고 많은 작업을 했었다. 가장 긴 그림은 가로7.3m나 된다.
선두의 속도가 조금 느려져 있었다. 옆에 걷던 분이 제대로 보폭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맨 앞쪽에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함께 참가한 고모와 걷다 앞으로 나왔다고 했다. 피로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고가도 밑을 통과했다. 그야말로 종착지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걷기 행사해 참가하다보면 언제까지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더 나아가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어떤 모습으로 생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행사에 참가한 것도 건강을 잘 지켜가고자 하는 각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다가 가로변 화장실 근처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출발했다. 창릉천 남쪽은 서울 진관동이고 하천 건너 북측은 고양시 지축동이다. 옆에 걷던 분이 은평뉴타운이 들어서기전 살았던 진관동 추억을 예기했다. 북한산로를 따라 걷다 잠시 후 좌측으로 다리를 건너가 다시 우측으로 진관로를 따라 걸어갔다.
작년에 길 건너 802동 아파트 1층 지축종합사회복지관에서 ‘북산한그림 초대전’을 했다. 북한산이 잘 보이는 곳이니 개관에 맞춰 어르신들을 위해 재능기부 전시를 하면 좋겠다는 지인의 권유를 따랐다.
잠시 후 종착지인 8단지 잔디공원에 도착했다. 전에 그 주변에서도 북한산을 많이 그려서 행사 장소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진행요원이 배부해주는 완보증과 뱃지를 받았다. 나눠준 완보증 아래쪽에 내 그림이 보였다. 나누어준 빵을 받고 벤치에 앉아 바로 앞에 보이는 북한산을 바라보며 스케치했다. 늘 보아도 경탄스럽게 다가오는 광경이다. 오는 도중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핸드폰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다른 분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거기서 경품 추첨과 최다 단체 참가상 등 시상을 하고 해단식을 가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 긴 거리를 걷고 행사를 하는 동안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었다. 햇살도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참가자들 모두 완주의 성취감에 밝고 뿌듯한 표정이었다.
(202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