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서울에 첨 올라와 고향 친구 만나러 시내버스를 탓는데...
라디오에서 갑자기 왜~~앵 소리와 함께 “민방위 본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11시 30분부로 공습경계경보발령!!”을 반복한다.
버스는 보도 쪽에 서고 안내양은 손님들 보고 내려서 지하다방으로 들어가라 하기에 중얼 거렸었다.
‘서울은 많은 인간들이 복작거리며 살아가다 보니 질서유지를 위해 살벌한 곳이구나!’
그 후 매월 15일이면 당연히 민방공훈련이 있을 줄 알고 가능한 그 시간을 피해 거리에 나가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노란 완장에 누런 모자 쓰고 호루라기 불어 대며 ‘지하실로 대피하라’ 외치던 무리들이 보이덜 않기에 까마득히 잊고 지냈었다.
오늘 377차 민방위의 날이라나 뭐라나??
모처럼 제대로 민방공 훈련을 한다더니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진풍경이 벌어 졌다.
민방공 훈련 나온 민방위 대원과 짜장면 배달 가는 철가방과 시비가 붙었는데...
“야야! 철가방!!
공습경보 중에 어딜 가는 거야?“
막아서는 민방위 대원을 향해..
“야야라니?
완장차면 보이는게 없냐??
그러고 공습이고 나발이고 짜장면 불어터지면 니가 책임 질껴.??“
“나이도 어린시키가..?
야! 좋은 말로 할 때에 오토바이 세우고 지하실로 들어가..!!
“못 들어간다.
짜장면 8그릇이니 두배 8만원 니가 준다면 몰라도..“
“뭐 이런시키가 있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그곳을 책임지던 통장이 뜯어 말리고 철가방에게 왜 하필이면 훈련 중인 것을 알면서 이쪽으로 가려고 하느냐 뒷길로 돌아가라 해서 사태가 마무리되기는 됐는데...
통장님 왈!!
“짜장면 배달도 시간을 다투는 일인데 엠블런스처럼 훈련 중에도 다닐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 서민들이 먹고 살지...이거야 원!!”
“갖가지 사유로 교통통제에 따른 손해가 어찌 짜장면 배달 뿐이겠습니까?
그리고 이 껀은 법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훈련 중 돌아다닌다고 벌금 얼마 뭐 이런 규정은 없걸랑요.“
이 사건 문제 해결 방법을 나름대로 생각해 봤는데....
“서울시내 중국집 사장님들께 민방위통제 본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4월 15일은 378차 민방위의 날입니다.
2시부터 20분간 공습경보가 발령될 예정이오니 이 시간에 배달 나가야 하는 일이 없도록 주방장과 주문하신 손님께 사전에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매월 훈련관련 방송 끝날 때마다 요런 멘트를 반복하여 중국집 사장님들부터 훈련을 시키면 훈련시간에 철가방 이동은 없을 듯한데 ...
암튼 시키지 않아도 규제 하지 않아도 공익을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참을 줄 아는 성숙한 시민문화는 언제 쯤 정착 되려나??
첫댓글 칼님의 눈에는 일상사 모두가 글로 잘 표현하시는군요. ㅎㅎㅎ
산다는 것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입죠.
지두 오늘 군청갔다가 일 마치고 잠시 지하실에 갇혀서...
전처럼 매달 하는 것이 아니고 일년에 3번 한답니다.
짜장면은 민방위와 관계없이 통과해야된다. 얼마나 맛있는디!!!ㅎㅎㅎ
에이 짜장면보다는 짬뽕이 훨 낫지요(농담입니다ㅎㅎㅎ)
옛날엔 불어 터져도 먹었는데 요즘은 걍 돌려 보냅니다. 그리곤 다시는 그 짱깨집에 주문하지 않게 되죠.
저는 서울에 71년도에 왔으요~ㅎㅎㅎ 근데~ 반말은 왜? 하는 거래요? 야~야~ 소리는 무척 듣기 싫은가 봅디다~ 우리님들은 야~야~ 하지마셔요~ ㅎㅎㅎ 칼님 오늘글은 다른 날 보다 참~ 재미있습니다~ㅎㅎㅎ
반말들으면 애 어른 할거 없이 기분 좋지 않죠. 우리 서로 서로 존댓말 쓰는 것을 생활화 합시다.
2시부터20분간 어쩌고 저쩌고산불조심캠페인을 매일 하는데..
아마도 매일 방송 나가도 안들을꺼 같은디유
요즘 농촌에도 매일 방송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우리강산 우리가 지키자
그래도 불때는 들판이 있걸랑요
시킨 분이 아~ 민방공 훈련 땜시 조금 늦나 보다 하면 중국집에서도 그렇게 하겠지만 늦게 가져 가면 도끼눈 치켜 뜨니 님 말씀대로 암만 방송 해봐야 공염불일거 같습니다.
법이란 스스로 지켜야 하지만...예전엔 반강제라서 그나마 좀 지켰는데...
점점 좋아 지겠죠. 그 옛날 우리 초등시절엔 좌측통행하는 것도 교육시켰는데 요즘은 또 우측통행 하라니 햇갈립니다. 법이든 규칙이든 일관성이 있어야 힘들어도 믿고 따르기 마련인데..
요즘도 하는거예요들어본적이 없어요.
1년에 3번 민방위대원들 동원해서 제대루 한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나/하긴 외출을 잘 안하고 조신하게 집에만 있다보니...
^^* 오늘 웃을일이 없었는데...칼님 덕분에~~~호탕하게 함 웃어봅니다.
오래전 민방위때 뒷길로 살금 살금 걸어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