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상담
1. 성립과 발전
실존주의 상담은 실존주의 철학이나 실존주의 심리학에 바탕을 둔 상담 접근이다. 이것은 정신분석 상담, 행동주의 상담에 대한 반동으로 성립되었으며, 넓은 의미에서는 인간중심 상담이나 현실주의 상담이론과 함께 인본주의적 상담 이론에 속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실존주의 상담은 다른 접근에 비하여 철학적 측면이 강조되고, 구체적 상담 기술보다는 인간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실존주의 상담은 다른 상담 접근과는 달리 단일의 체계를 갖춘 이론이라기보다는 1940년대와 1950년대 유럽의 신학, 철학, 정신의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자생적으로 도출된 접근이다. 따라서 실존주의 상담이론은 하나의 형식적 ‘학파’라기 보다는 상담 실제의 한 접근 방법이고, 상담의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실존주의 상담은 크게 실존 철학, 실존 분석. 인본주의 심리학, 인본주의 정신분석의 네 분야를 바탕으로 하여 성립하고 발전하였다.
2. 부적응 행동의 근원과 치료의 논리
실존주의 상담에서의 인간관을 보면 실존주의에서 주장하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고 하는 것은 인간은 존재 후에야 비로소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자신이 결정하며, 자신이 형성하고자 한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인간으로 형성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이 스스로 형성한 것은 물론 타인에 의해 형성된 것도 자신이 그렇게 허용한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실존주의자들은 삶을 내던져진 것으로 본다. 내던져졌다는 것은 개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국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간의 선택은 내던져진 한계 내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은 물리적 세계를 변화시킬 수 없지만 그것을 예측할 수 있고 실재에 직면함으로써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성취를 향한 노력의 과정에서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불안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부인할 때 죄책감을 경험한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이 적응하는데 경험하는 핵심적 정서이다. 그리고 인간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세계에 혼자 버려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 주기를 원하며 존엄성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은 세계와의 관계, 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가 결여되면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3. 상담의 목표
실존주의 상담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실존주의 상담은 내담자의 타고난 경향성을 실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자기 각성을 최대한 도와주어야 하고, 내담자의 실재 안에 존재하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가운데 내담자는 자아 인식의 범위를 확대하고 진정한 자신의 실존을 경험하게 된다. 또 하나의 큰 목적은 소외된 내담자로 하여금 세계와의 관계 속에 있는 것이다. 즉 타고난 가능성 또는 경향성을 포함하여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각성하고 그것을 실현하도록 한다.그러기 위하여 자기 각성을 최대화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개인의 가능성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를 제거하도록 한다. 내담자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하며, 그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고, 나아가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창조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4. 상담의 과정
실존주의 상담에서는 상담 관계를 참 만남의 관계로 본다. 이 관계의 본질은 정직과 진실성에 있다. 그러기 때문에 상담자는 자신의 세계를 먼저 개방하여야 한다. 내담자를 이용하거나 조종할 대상으로 봐서도 안된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인간적으로 만날 때에만 내담자도 인간적으로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결국 내담자는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며 자기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이러한 참 만남은 예기치 않은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둘 중 어느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결정적 내적 경험이다. 참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것이 드러나고, 새로운 시야가 생기며, 세계관이 바뀌고, 때로는 성격이 바뀐다. 참 만남을 경험하면 무지나 착각에서 갑자기 해방될 수 있고,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실존주의 상담은 다른 상담 접근에 비하여 명확하게 구분되는 상담의 단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상담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내담자에게 따뜻하게 대하면서 공감적 이해를 하여 내담자 스스로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내담자를 수용하고, 하용하고, 내담자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한다. 이렇게 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내담자와 촉진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나와 너’의 관계로 만나게 된다. 내담자 스스로 진지성과 성실성을 느낄 수 있도록 진정한 만남이 되도록 한다.
이러한 관계 형성이 끝나면 적절한 기법을 사용하여 각성을 시킨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내담자는 자신을 각성하고, 자신의 느낌에 장애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자신의 진정한 자유와 선택, 인간의 무의미성을 각성하고, 자기 선택에 따른 책임을 느끼면서, 새로운 세계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종 장애를 초월적으로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내담자와 상담자간의 합의에 따라 상담을 종결한다.
5. 상담의 기법
실존주의 상담은 기법의 체계가 아니라 상담에 대한 태도, 철학으로서 인간의 독특성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상담 기법에는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일반 상담에서는 ‘기법’을 강조하지만 실존주의 상담에서는 ‘이해’를 강조한다. 내담자를 진정 이해하지 못한 상담 기법은 적절한 것이 아니며 최악의 경우에는 신경증을 구조화한다고 본다. 따라서 상담자는 상담 기법보다는 내담자와의 인간관계에 초점을 두게 된다.
6. 평가
1)공헌점
첫째, 인간성 상실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둘째, 주체성, 자유,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소극적이거나 무력한 삶에서 능동적으로 삶을 살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셋째, 기계적이고 동물적인 인간관을 반대하고, 독특하고, 자유와 책임을 가지고, 가치를 창조하고, 삶의 의미와 보람을 추구하는 긍정적 인간관을 제시함으로써 상담과 치료분야에 새로운 관점이나 기술을 태동시키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2)비판점
첫째, 검증하기 어려운 철학적 측면에 치중하여 상담 기법이나 방법에 소홀하였다. 특히 독자적 기술이 빈약하다.
둘째, 이론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과학적 체계성이 부족하다.
섯째, 실존주의 자체는 물론 사용하는 용어도 어려워, 실존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