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동 단편소설
[제목] 時間의 회전
김 창 동
신라물산의 홍보과장 장재덕(張在德)씨는 시인(詩人)이었다. 그는, 세상을 가능하면 아름답게 보고 질박하게 살기를 원했다. 그렇다고 그가 꼭 시인이라서가 아니다. 그의 천성이 그랬다. 그래서 삶에 대해 이렇다할 욕심도 부리지 않고 그저 정직하고 유순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그는 곧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질질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다. 그 반대로 허허하고 소리내어 웃고 싶었다. 오랜 세월 동안 늘 산다는 것이 어렵고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요즘에 와서 그런 느낌이 더욱 분명해지는 장재덕씨였다.
"……이제 나도 늙어가는구나"
어느새 희어지는 귀밑머리와 탄력과 윤기가 없어져서 거칠어지는 피부를 보면서 삶의 먼 길을 걸어온 지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공허하고 씁쓰레한 깨달음이었다. 그러나 장재덕 씨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 아니다. 그의 고통이나 슬픔은 좀 더 복잡한 감정들로 형질되어 있었다. 그의 정서는 줄곧 그랬다.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하고 싶은 생존본능과 윤리와 인격과 형이상학적 가치로 자신의 삶을 축조(築造)해 가고 싶다는 열망이 끈질긴 갈등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정서는 혼돈스럽고 삶의 여러 상황들을 논리하고 평결(評決)하는데 우둔한 속성을 갖게 하였다. 그러한 속성은 때때로 그를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게도 하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낙관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긍정적이다. 그의 사고(思考)는 절대로 물리적이 아니고 형상적이다. 또 그는 사유(思惟)적이다. 장재덕 씨는 사람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삶의 실속을 그다지 챙기지 못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상대와 싸워서 이기는 경쟁우위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게는 집요한 이기심 같은 게 없었다. 그래서 늘 권력이라든가, 재력, 명예의 외곽에 밀려 질박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살아온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정서는 우울했다. 그 많은 순간들을 삶의 이런저런 요건들로 부터 질곡당하면서도 이처럼 현실이 곤혹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것은 곤란하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넓은 유리벽쪽으로 걸어갔다. 유리창 밖으로 서울 시내의 중심부 전경이 풍경화처럼 보였다. 허공을 향해 쭈빗쭈빗 솟구쳐 오른 고층건물의 형체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은 마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환각이 일었다. 그리고 차도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들은 딱정벌레같이 작아 보였다. 그 위로 가을의 은빛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 앉았다. 오늘같이 쾌청한 날에는 광휘되는 햇볕이 눈부셨다. 게다가 포도에 도열해 있는 은행나무 잎이 진노랑으로 물들어 도시를 아름답게 하였다.
"……그것은 폭력이다. 그리고 절망의 시작이다."
불투명한 미래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을 답답하게 찍어 눌렀다. 그 계층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그렇듯이 박두호 부사장도 개기름이 좌르르한 얼굴에 배가 복어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온 속물 근성이 민감하게 발달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게다가 그는 창업주인 이일구 회장의 맏사위로서 혈족의 권위를 있는대로 발휘하여 경영은 물론 인사·승진·급여 등에 시시콜콜 참견하였다. 그는 스스로의 말을 사내의 법이라고 자위했고 실제로 신라물산의 기업조직은 박두호 부사장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그런 부사장이,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 경영의 어두운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감량 경영을 선언하고 나왔던 것이다. 그는 며칠 전에 간부사원들을 대강당에 집합시켜 놓고 냉철한 어조로 관리구조 혁신을 설파하였다.
좥신라물산의 간부사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문민시대의 개막과 함께 모두가 다 잘 사는 미래사회의 창조를 위해 한국병을 치유하는 아픔과 고통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의 고통이 지나면 우리는 반드시 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되고 풍요롭게 사는 국민이 된다는 것을 저는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그러나 정·관계의 잇따른 사정에 이어 금융실명제의 전격적인 실시로 급격히 위축된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기업의 목표를 적자로 치닫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부채 비율이 3대 7로 튼튼한 재무구조와 우수한 제품력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던 우리 제품이 창고가 터질 듯이 재고가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번영하고 발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존하느냐 하는 위기를 맞이 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의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사십 년의 창업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물산은 하루 아침에 도산하고 말 것입니다.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라 버릴 것은 과감히 잘라 버려야 합니다. 물론 아픔도 있고 고통도 있겠지요.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제 부터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경비를 최대한 아껴 쓰고 각 부서의 예비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인력 낭비를 최대한 방지해야……"
부사장의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사람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감원을 감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쳐다보았다. 침묵의 눈빛 속에는 분노와 배반과 불만의 감정이 번득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자신의 감정을 외적으로 발설하지는 않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생존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굴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개자식들. 신라맨은 언제나 한솥밥을 먹는 한가족이라고 달콤한 말로 꼬드기며 단결과 협동을 강조하던 때는 언제이고 장사 좀 안 된다고 안면 싹 바꾸고 남남으로 갈라서자는 거야. 더럽다 더러워."
누군들 그런 역겨운 감정이 왜 생기지 않았겠는가. 불쾌했다. 강한 자의 비정함을 증오했다. 그들을 위해 충성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다. 슬픔을 견디고, 능멸을 견디고, 배반의 아픔을 견디고, 절망을 견디며 모질게 존재하는 것이 삶이다.
"……정말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전히 사무실의 창밖을 내다보며 장재덕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세상은 믿을 것이 못된다. 그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믿으려 한다. 시대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변화되고 있으며 그 변화되는 시대에 희생당하는 사람은 언제나 왜소하고, 가진 것도 변변치 않고, 힘도 없는 자기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세상에 의지하려는 본능을 갖는다. 잘 살고 싶다는 생존욕구가 인간의 의식에 잠재하고 있는 한 인간은 어리석은 속성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는 분노스럽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답답하고 우울하게 하였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정말로 절망적이다."
어떤 형태로든 신중하게 결론을 지어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을 그는 부담스럽게 끌어안고 있었다. 초조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논리하였다. 지금 홍보과에는 과장인 장재덕씨 자신과 실무자인 김태후 그렇게 두 사람 뿐이었다. 한 달 전만 하여도 명문여대 국문과 출신인 이미영이 함께 사보를 제작했다. 그런데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퇴사했고 아직 충원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의 퇴사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설상가상으로 김태후마저 권고사직시키고 혼자서 사보를 제작하라는 것이었다. 홍보 업무가 제 아무리 기업경영에 끼치는 기여도가 낮은 부서라고 하여도 이것은 어거지다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장재덕 씨의 능력은 그만두고라도 혼자서 80여 페이지에 달하는 사보를 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고청탁하고, 취재하고, 사진찍고, 교정보고, 편집하고, 경비 쓴 것 정산하고, 잡다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의 양이 많은 것은 그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김태후가 직장을 잃었다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김태후는 신혼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만삭이고 그는 이렇다할 경제력도 없다. 그런 김태후가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대단한 충격이며 절망적인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재덕 씨는 감히 김태후에게
"자네, 회사를 그만두어야 겠어."
하고 모질게 선언할 용기가 없었다. 김태후는 자기 자신을 향해 절망적인 위기가 빠른 속도로 엄습해 오고 있다는 징후를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김태후는 태평스럽게 누군가를 붙잡고
"이번 주말에 낚시나 갈까?"
"치악산은 어때? 지금 단풍이 한창인데……."
하고 수다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 김태후의 모습을 보자 장재덕 씨는 심사가 뒤틀렸다. 그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사람아, 지금이 어느 때인데 속없이 놀러다닐 궁리나 하고 있어. 정신 차려. 회사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나 해?"
"과장님. 걱정해주시는 것은 고맙지만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의 인생을 즐길 권리와 자유가 있습니다."
"뭐, 인생을 즐겨?"
장재덕 씨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네……. 그렇지 않으면 왜 매일 상사의 눈치를 보며 땀흘려 일합니까?"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번번히 가치관의 이질성(異質性)을 느끼는 장재덕씨였다. 그게 늙어가는 증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치관의 격차는 현실의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노래만 하여도 그랬다.
"…… 삼학도 파도 깊이"
하는 식의 트로트를 들어야 정서가 안정되지
"난 알아요……"
하는 식의 랩을 들으면 가수가 무슨 육갑을 떨고 있는지 도무지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유행이 좋다고는 하지만 남자가 머리에 노랑물 빨간물 들이고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것도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있다. 햄버거, 피자파이를 몸살나게 먹어대는 외식문화도 체질에 맞지 않았다. 가치관의 가변성(可變性)은 늘 그것에 민감하게 융합되지 못하는 계층을 슬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장재덕 씨는 더욱 부아가 치솟았다. 이참에 인생의 선배로서 김태후 씨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게끔 따끔하게 충고를 해 두어야 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리고 김태후를 향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후씨, 자네 말이야."
그때였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사무실의 정적을 깼다.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김태후가 잽싸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전화가 걸려 온 것은 난처한 입장에 빠진 자신을 구원해 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홍보과입니다."
다소 느슨한 어조로 통화에 응하던 김태후가 순식간에 굳어지며
"네, 네, 네."
를 연발하였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장재덕 씨에게 전언했다.
"부사장님이 오시래요."
"부사장님이……"
장재덕 씨가 긴장한 표정으로 확인했다.
"네."
김태후는
‘네’ 라는 대답에 유독 힘을 주었다. 장재덕 씨는 부사장이 왜 자신을 호출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보나마나 인원 감축에 대해 닥달을 할 것이 자명했다. 그래서 그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일각이라도 지체하지 않고 다이어리와 볼펜을 챙겨들고 나왔다. 박두호 부사장실은 7층에 있었기 때문에 한 층을 내려가야만 하였다. 여사원들이 전산으로 찍은 자료 뭉치나 서류철을 들고 지나다가 그를 보고 얌전하게 인사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여사원들의 모습은 언제나 신선하고 매혹적이었다. 어쩌다가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 맡게 되는 그녀들의 살풋한 살 냄새와 질감이 좋은 화장 냄새는 기분마저 상쾌하게 해 주었다.
"어쩜 그렇게도 다리가 곧고 늘씬할 수가 있을까?"
그 늘씬한 다리로 다리의 상층 부위나 속옷의 레이스가 보일 듯이 기장이 짧은 치마를 입고 걸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젖가슴은 또 어떻구. 한결같이 봉긋봉긋 솟아 풍만하고 선정적이다. 몇 해 전만 하여도 그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애무하고 포옹하는 황홀한 촉감을 경험하며 동침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남자는 때때로 음탕한 목표와 본능과 속성을 삶의 형질로 의식에 적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발랄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는 시각도, 삶의 현상(現象)을 인식하는 관념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의 욕구란 충족되는 것보다 불만족으로 앙금되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상실되고, 파괴되고, 멸망한다. 그런데도 이 등신들은 언제나 집요하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지배하려고 눈알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장재덕 씨는 그것이 슬펐다. 그리고 화가 났다. 그러나 비정하기 그지 없고 무지에 가까운 그들의 생존우위 능력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그것이 삶의 실체였다. 그게 현실이었다.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실은 늘 아첨과 비굴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더럽고 역겨운 속물들, 개자식, 도둑놈 하고 그렇게 삶의 뒷전에서 그들을 비난하고 능멸하고 증오감을 가슴 깊이 품어 보지만 막상 그들 앞에 서면 이유없이 왜소함을 느끼고 열등감과 무력감에 빠지는 것이었다. 박두호 부사장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인격과, 감동이라든가 존경심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를 대하고 있는 순간에는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시선은 줄곧 내려뜨리고 있어야만 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랬다. 부사장은 시건방졌다. 그리고 상대를 습관적으로 멸시하는 도도함과 모든 것을 자신의 감정대로 함부로 말하는 경박함이 전신에 감돌았다.
"장 과장, 어떻게 됐어?"
등받이가 높은 고급 가죽 의자에 거만스럽게 앉아 눈알을 부라리며 부사장이 말했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인원 감축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장재덕 씨는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장재덕 씨는 현실적 배려 따위는 일체 무시한 채 첫마디부터 성급하게 족치는 부사장의 처신에 반박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부사장이 사주의 맏사위라는 사실적 의미 때문에 자신은 자꾸만 왜소해졌다. 그래서 한껏 위축되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홍보과는 인원에 비해 업무량이 워낙 많은 데다가 김태후 씨는 머지 않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됩니다. 물론 견디기 힘든 불경기에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부사장님께서 저희들에게 한번만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면……"
장재덕씨는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하고 발끈 불쾌감을 표출하고 싶었지만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침묵했다.
"짜르라면 짜르지 왜 이렇게 이유가 많아. 그리고 관리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사원편이 되어서는 안 되고 회사의 편에 서야 한다는 조직의 기본 원칙은 알아야지. 회사가 생존하느냐 파산하느냐 하는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관리자들이 고통분담을 해 주어야 하는데 모두 장 과장처럼 생각하면 회사는 어떻게 되겠어. 알아서 해."
부사장은 단호했다. 그에게 인간적인 면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착잡하고 무거운 기분으로 부사장실에서 나왔다. 울고 싶었다. 장재덕 씨는 생각했다. 이 끝없는 능멸과 숙명으로 다가오는 절망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극복이다. 슬픔의 극복, 역겨움과 분노에 대한 극복, 배반에 대한 극복, 좌절, 멸시, 모함 그 모든 것에 대해 극복하는 것이 삶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비정하고 고통스럽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재덕 씨는 슬펐다. 박두호 부사장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없는 것이 슬프고, 자신에게 그를 설득할 위대함이 없는 것이 슬픈 정서를 갖게 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 왔는가 하는 회의감이 솟구쳐 올랐다. 퇴근시간이 되었다. 오늘처럼 감정이 만신창이로 망가졌을 때는 집으로 그냥 돌아갈 수가 없엇다. 누군가를 붙잡고 소주라도 한잔 마셔야 삶에 대한 오기가 생기고 감정과 현실의 평행감각이 지탱될 것 같았다. 그러나 누구와 술을 마셔야 좋을지 그 대상이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였다. 3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 왔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건물 외곽의 층계에서 인사부의 최인섭 과장을 만났다. 최 과장이 먼저 한잔 어떠냐고 장재덕 씨를 유혹했다.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장재덕 씨는 오케이했다. 그들은 걸어서 1㎞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극장식 스텐드바에 들어 갔다. 그 집은 매일 밤 젊고 발랄한 여자들이 젖가슴과 허벅지를 완전하게 노출시킨 채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쇼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일러서 아직 쇼는 시작되지 않았고 객석도 한산했다. 그들은 알콜 농도가 강한 위스키 한 병과 딸기·파인애플·홍당무·밤 따위를 보기 좋게 썰어 담은 과일 안주를 주문했다. 그리고 마시기 시작하였다. 두잔을 연속으로 마셨다.
"장형, 요즘 힘들지요?"
빈 잔을 채우면서 최인섭이 물었다.
"말하면 뭐 합니까."
장재덕 씨가 절망적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최인섭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표출했다.
"도적놈의 새끼들. 정말 더러워서 못 살겠어요. 그게 말이 됩니까. 안그래요."
그들은 표면상으로는 말의 핵심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것이 요즘 사내에 거칠게 불어닥친 인원 감축 바람에 관한 소견임을 서로 통했다. 장재덕 씨는 인사과장인 최인섭이 회사 정책에 그처럼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장재덕 씨는 시인다운 품위를 상실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을 삼가하였다.
"불경기가 되면 인원을 감축하는 게 기업의 속성 아닙니까. 어쨌든 불경기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면 모두가 심각해요. 고용이 감소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실업률이 증가되는 현실에서는 인간성이 각박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지요."
"누가 그걸 모릅니까. 다 알고 있으니까 더 울화통이 치미는 거지요, 장형, 한번 생각해 보십시요. 경기가 좋을 때는 자기네들만 배부르게 다 챙겨먹고 어쩌다가 적자의 조짐이 보이니까 금방 회사가 어떻게 될 것처럼 질겁을 하여 누구더러 나가라고 눈알을 부라리는 겁니까. 이건 불공평하다 이겁니다. 경기가 좋을 때 이익을 많이 냈으면 어려운 시기에 사원들을 위해 돈 좀 쓰면 어떻습니까?"
"맞아요. 최 과장의 말이 구구절절 맞아요. 스스로 특별한 계층이라고 자부하는 그자들, 상종할 가치가 없다구요. 짜식들, 건방지게 뭐든지 자기중심적이란 말이야. 최과장."
장재덕 씨도 어느새 술 기운이 오르면서 자신의 현실적 불만이나 감정, 생각들을 여과시키지 않고 그대로 발설했다.
"박두호 부사장 그 작자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오? 기업에는 과거가 필요 없다는 겁니다. 목표를 초과달성한 과거를 환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거지요. 기업활동에는 오직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비전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인정이라든가 신의 따위는 개똥 밟아버리듯이 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사고 관념입니다. 특별한 계층이라고 자부하는 그자식들 알고보면 동물적 본성과 가치관을 가진 환멸스러운 존재들이라구요. 불쌍하지요. 불쌍해요. 이 세상에 영원히 소유되고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렇게도 착각을 하는지……"
술이 취했다. 자꾸만 술이 취했다. 그래도 또 마셨다. 품위를 완전히 잃은 채 원색적인 낱말들을 거침없이 사용해가며 그자들을 증오하고 능멸하고 욕했다. 그래도 분노와 불만의 앙금은 가슴 속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쇼걸이 브래지어와 팬티마저 벗어던지고 선정적인 율동으로 술꾼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빼놓고 있었다. 늘씬한 다리와 알맞게 돌출한 원추형의 젖가슴을 가진 그녀의 나체는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그녀의 육체를 향해 싸이키조명이 요란하게 쏟아졌다. 술꾼들의 게슴치레한 시선이 그녀의 젖가슴과 음부를 마음대로 애무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집이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을 때 까지 술을 퍼 마셨다. 그리고 온전한 사고능력을 철저하게 상실한 몰골로 귀가했다. 어떻게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었는지 기억이 불가능했다. 옷을 입은 채 꼬꾸라져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 장재덕 씨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오후3시가 넘어서였다. 아내가 심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키고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집안은 조용했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머리가 깨어지는 듯이 아팠다. 그래서 장재덕 씨는 다시 눕고 말았다.
"무슨 술을 그렇게 드세요.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아내는 그녀 특유의 조용한 어조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도한다는 그런 편안함이 그녀의 표정에 부조(浮彫)되었다. 장재덕 씨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무우국 끓여 놓았어요. 어서 일어나세요."
아내가 주방으로 나갔다. 그러나 장재덕 씨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는 다시 일상의 그 자질구레한 일들에 질곡당했다. 그리고 무능하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그는 아직도 공직자 재산공개를 왜 하는 것인지, 금융실명제를 실시한다는 대통령의 긴급조치가 내려지자 세상이 왜 술렁거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가명이나 차명으로 예금구좌를 가져야할만큼 거액의 검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 자신의 수준으로는 추리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질박하게 사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장재덕 씨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의 균형을 흔들어 놓는 비정한 인간성을 가지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짓은 감히 할 수가 없었다. 김태후에게 회사를 그만두라는 야박한 선언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날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가슴은 여전히 답답하고 우울했다.
"……그래, 내가 회사를 그만두자."
그렇게 결론을 짓자 아내와 아이들의 낭패한 얼굴이 떠 올랐다. 앞으로 그들을 어떻게 부양할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가족을 곤궁하지 않게 부양할 자신이 그에게는 없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마음이 흔들렸다. 이럴 때 세금을 왕창 얻어 맞아도 좋으니 투기의 목적으로 매입해 놓은 땅이라든가, 아무도 모르게 은닉해 놓은 거액의 가명계좌라도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신명이 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를 잘라버리자. 그는 젊으니까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그게 좋겠어."
장재덕씨는 그렇게 결심을 바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만삭이 된 김태후의 아내 모습이 뇌리에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아기의 분유며, 매월 꼬박꼬박 불입하던 주택부금이며, 각종 공과금을 어김없이 납세해가며 살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징징 울고 있었다. 장재덕 씨는 괴로웠다. 의식이 혼란했다. 그는 현실의 그 무엇도 명쾌하게 분석하고 논리해낼 자신이 없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난감했다. 타인의 생존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뜻대로 여탈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진 자가 불현듯 존경스러워졌다.
‘……내가 삶의 현장에서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없다. 그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그것을 깨닫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재덕 씨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서 실실 웃었다. 그의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에 어느새 주름이 많이 생긴 것을 그는 비로소 보았다. 고생 많이 시켰다는 자책의 아픔이 가슴을 찡하게 하였다. 자신도 아내도 이제는 삶의 여유를 가져야 할 나이인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늘 그를 비틀거리게 하였다. 그가 비틀거리면 가족들이 불안해 하고 절망했다. 가족을 슬프게 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이다. 그래서 장재덕 씨는 여간해서 자신의 자존심이나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진솔하고 긴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단순하지 않았다. 숙명이다.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었다. 장재덕 씨는 의식의 열병을 앓았다. 그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 날씨가 쾌청했다. 보도블럭 위에 우수수 떨어져 뒹굴고 있는 진노란 은행잎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가을 풍경으로 물상(物像)되었다. 장재덕 씨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 회사에 출근했다. 그러나 그는 곧 20년 가까이 근무해 오던 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했다. 그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라고 자신을 향해 말했다. 그는 많이 생각했다. 아쉬움 같은 것은 가지지 않기로 하였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현명했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과장님, 그 소문이 사실입니까?"
김태후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장재덕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었군요."
"김태후씨,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이 선택해야 하는 운명이 있는 거야. 그 운명이 실재되는 것을 우리는 삶이라고 하지. 산다는 것은 그저 동물적으로 생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으로 인식하고 느끼는 것도 포함되는 것일세."
장재덕 씨는 잔잔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며칠간 지방출장을 다녀오겠노라고 전화를 걸고 회사를 떠났다. 그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낚시 가방을 메고 영등포역에서, 장항선열차를 탔다. 오랜만에 바다 낚시를 해볼 참이었다. 안면도로 갔다. 거기에는 대학동창인 서광원이 살고 있었다. 서광원은 고깃배를 여러 척 소유한 선주였다. 그래서 전에는 휴가 때마다 내려와서 우럭 낚시를 했었다. 장재덕 씨가 안면도에 도착한 것은 저녁이었다. 서광원은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방문한 그의 행적에 처음에는 놀랐으나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는 서광원에게 자신의 현실을 비교적 솔직하게 고백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서광원이 진지하게 물었다.
"지금부터 시나 열심히 써 볼까 해."
"시 써서 가족들 먹여살릴 수 있어."
"이 사람아, 시인은 시를 먹고 산다는 사실을 잊었어?"
"아참, 그렇지."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큰 소리로 웃었다. 달이 밝았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고 갯냄새와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풍겨 왔다. 그들은 낚시도구를 챙겨가지고 바닷가로 나왔다. 파도가 철썩였다. 바다는 웅대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방파제와 갯바위에는 밤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서광원은 지나가면서 아는 얼굴들을 향해 연신
"많이 낚았어요?"
하고 인사를 했다. 고기잡이를 나갔던 어부들이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가 꾸밈이 없었다. 그들에게서는 생존을 아귀다툼하는 집요한 본능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도 여기쯤 자리잡고 앉을까?"
"그러지."
그들은 방파제의 비스듬한 축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향해 낚시를 던졌다. 담배를 붙여 물었다. 광활한 바다는 어둠 속에서 파도를 만들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자네, 저분이 누군지 아나?"
서광원이 가리키는 방파제 끝에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서광원이 말을 이었다.
"저분이 바로 채석규 의원이야. 검사 출신에 장관까지 지낸…… 한때는 대권까지 꿈꾸었던 실세중의 실세가 바로 저분이야. 이곳에 내려오신지 몇 달 되었지. 누가 감히 채석규 의원이 지금처럼 몰락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그게 인생이야. 권좌에 앉아 떵떵거리던 시절에는 명문대가라고 서로 사돈을 맺지 못해 환장들을 했는데 사정바람에 밀려 모든 것을 잃은 이제는 아예 중매조차 들어오지 않아 따님의 앞날이 걱정이래. 좋은 분이야. 언제 기회 봐서 인사시켜 주지."
"충격이 크셨겠어. 잃은 것도 많았을 테니까."
"물론이지. 죽고 싶은 심정인들 왜 없었겠어. 하지만 지금은 감정 정리가 많이 되셨어. 이 세상에서 가장 적게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거야. 자네도 물질이라든가 명예 따위에 미련을 갖지 말라구. 시간은 끝없이 회전하는 거야. 우리들의 삶을 영속시켜 주는 시간 말이야. 시간이 회전하면 이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지. 슬픔도, 분노도, 고통도 말이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모든 것은 시작이 있듯이 끝이 있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끝에 도달하게 되어 있어. 그게 삶이야. 누구를 유별나게 미워할 필요도 없어. 증오하고 저주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들도 모든 것을 잃게 돼. 그리고 내일 조간신문에 자네 회사 부사장이 젊고 아름다운 전속 모델과 간통하여 이혼당했다는 기사가 실릴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야. 아무 생각 말고 며칠 쉬었다가 올라가. 그러면 자네의 현실도 많이 달라져 있을 거야. 그만큼의 시간이 회전했으니까, 내 말 알겠어?"
파도가 거세게 밀려왔다. 장재덕 씨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자신은 잃을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었다. 그는 외쳤다.
"……나는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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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의 이력
*1946년 경북 영양출생 / 1967년 입대 해병 190기/ 1968년 7월 월남전 참전/국가유공자
*1974년 장편소설<제로상태>로 등단/소설가. 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소설가협회회원, 월간문학저널 발행인*작품으로는 장편소설 <타인의 둥지> 영화화 , 장편소설<순간에서 영원으로>, 장편소설<황금빛 날개>, 대하소설<생존과 야망> 전 5권을 비롯해 50여권의 저서가 있음 *<보석고르기>와 <겨울나비잡기>, <견습부부> 등 5편이 MBC베스트 쎌러극장 방영, <영원한 외출> KBS TV문학관과 라디오 소설극장에 방영되었으며 장편소설 <마지막축제>, 등이 KBS 라디오 일일연속극 방송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