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開眼) - 박목월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신(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다.
신(神)이 지으신
있는 그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지고(至福)한 눈
이제 내가
무엇을 노래하랴.
신(神)의 옆자리로 살며시
다가가
아름답습니다.
감탄할 뿐
신(神)이 빚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
...........................................
네이버에서는 서울을 향하고 있는 태풍 카누의 진로를 시각마다 알리고 있습니다. 아침 여섯시 현재, 태풍의 강도는 강, 규모는 중형, 통영 남쪽 약 100Km 해상에 있다고 합니다. 오늘 문화센터 중국어반에서는 휴강한다는 연락이 와서 서둘지 않아도 됩니다만 송파의 미술반은 오후에 참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여행을 이유로 얼마든지 글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미안합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서 차례를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곁에서 남편이나 손자는 수요시학당 숙제를 하고 있는 아내와 할머니가 얼마나 존경스러울까, 아니면 수요시학당 지도교수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언제나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감사하고 소중한 것은 시력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지금은 안경을 써서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 돋보기로도 시원치 않은 것이 있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날로 달라지는 숲의 색깔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감격스럽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해석하는 산천의 빛깔은 정말 제대로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것일까, 박목월 시인의 개안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것을 터무니없이 왜곡하고, 내 조잡한 견식으로 오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박목월은 나이 육십에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고 했는데 베란다에 피어 있는 저 제라니움은 지으신 그대로의 제라니움인지 어설픈 내 주관으로 채색하여 원래의 뜻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해마다 보는 녹음도 해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그 많은 초록 중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충만하고 풍부”한 초록일까. 내게 저 아름다움을 무상으로 바라볼 자격이 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시를 백 편 지어 노래한다고 해도 다 노래할 수 없어서 그림을 그린다고 나는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열린 입으로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송구합니다. 그래서 박목월은 “신(神)이 빚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오슬로의 아침과 저녁은 어떻습니까?
나는 15년 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러시아 여행단을 따라 북유럽을 여행했었습니다. 둘째아들이 모스크바에 있을 때였습니다. 통도 크지요. 모두 러시아 사람들인 그들 중에서 외국인은 우리 내외밖에 없었습니다. 그 여행에서 오슬로에서의 추억은 특별합니다. 입센 기념관에서 오래 머물다가 실자 라인(크루즈 선박)을 놓쳤습니다. 우리의 시원치 않은 영어 실력으로 방심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15분(fifteen minutes)과 50분(fifty minutes)의 발음을 혼동하고 50분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갔더니 그들은 떠나고 없었습니다. 5분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단독으로 급행열차를 타고 스웨덴의 말뫼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덴마크의 코펜하겐까지 갈아타고 갔습니다. 배로 도착한 그들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더군요. 어떻게 오슬로를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실수는 더 큰 깨달음을 주고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오슬로가 그립습니다.
북유럽 여행 다음 행선지는 어디입니까? 사회책에서 지리책에서 서양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지식을 모두 잊어버리고 눈을 뜨고(開眼하고)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비행기 안 화장실에서도 마음 놓고 볼일을 보고 안심하면서 여행할 수 있기 바랍니다. 집을 떠난 가족들이 모두 걱정한다니요. 그것은 아직 자라지 않은 어린애나 하는 일이지요. 내가 가족을 위해서 걱정해야 할 처지인데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걱정하게 하지 말아요. 여행에 익숙해져서 돌아오기 바랍니다. 박목월 시인의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첫댓글 선생님 저는 아직 어린아인가 봅니다. 여행 떠나기 전 날
나갔다 들어오는데, 더운 날 여동생이 망을 들고 문 앞에 서있습니다. 제 짐을 싸준다고 합니다. 싸놨다고 하는 데도 다시 망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옷을 보더니 옷들이 왜 이리 예쁘냐고 아랍 공주인 줄 알겠다고 저의 어머니 같이 차곡차곡 망 속에 넣으며 다른 망을 갖고 오라고 합니다. 조금 있으니 손자가 왔습니다. 제가 짐 싸는 것을 봐준다고 합니다. 그 애들과 웃고 그리고 그들이 가고 나니 물 한 컵도 못 준 걸 알았습니다. 다음날 23.3킬로인데 남편 손자가 미달 이므로 봐주었습니다.
노르웨이에 도착하니 다음날까지
비가 왔습니다. 며칠 동안 짐 쌌다 풀었다 교회와 시청을 구경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시청 안에도 못 들어가 봤습니다.
여행자는 24명인데 5 가족이 의사입니다. 그리고 24명의 관심사는 저의 외손자입니다.
아들이 아닐 것이다. 아들이면 부모를 모시고 오지 않는다. 아들이다.. 다음날 가이드가
아드님이 전화를 안 받는데요? 그래서 손자에요~외손자~
그는 멍해져 있습니다. 교회와
교회와 시청, 박물관, 덴마크에선 안데르센, 인어공주, 교회~~
짐 쌌다 풀었다~~
제가 평상시 쓰는 말~
나 호텔 안에 있을게 갔다 와는 절대 안 통합니다 짐 싸서 여기저기 다니고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고 화장실 가게 될 가봐 물을 안 먹으니, 변비지~음식도 매번 느끼한 고기를 먹어야 되는지, 또 생선들, 연어~~그러니 짜증만 났다가 손주 보고 웃습니다. 모두가 손자 보고 부럽다고 합니다.
저의 부모님이 딸(외손녀) 데리고 북유럽 가셨을 때 든든하고 대견스러우셨겠구나 싶습니다.
박목월 시에 60에 눈이 뜨였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어떻게 저런 시구를 나열할 수 있는지요ㅡ저는 안 적어 놓아서 모르는데 10 년 전인지 20 년 전인지 꽃들이 어찌나 예쁜지 예쁘다고 그러고 다녔습니다. 지금 노르웨이에 다시 왔습니다 . 유럽엔 집들이 아주 예쁩니다. 나중엔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있는 내 집이 좋습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돌아오면 북유럽이 그리울 것입니다. 사진 많이 찍으세요. 그리고 간단하게 몇줄씩이라도 기록하세요. 그것만 남습니다. 집 떠나는 날로 고생 시작입니다. 그러나 아무나 북유럽여행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무척 행복한 처지에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물푸레숲 카톡에 아무 글도 사진도 올라오지 않아서 어디 아픈가 걱정 많이 했어요. 든든한 남편 호위 속에 갔으니 걱정 없을 텐데 공연히 내가 걱정합니다. 그래도 잘 먹어야 하니 계란, 우유, 과일 빵 골라서 열심히 먹어야 해요. 덕분에 긴 답글 둘이나 받아서 좋습니다. 돌아오는 날까지 부디 건강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