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지당 이흥규
저만큼 종착역이 어서 오라 손짓하오
안녕이란 말은 차마 뱉을 수가 없구려
자신이 먼저 떠나리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종착역에 다다르면 새로운 시작이지만
바람에 구름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버리면
온 밤을 몸부림치며
그리워 헤매겠지요
따스한 봄날에는 아지랑이 훈김으로
싱싱한 여름에는 초록으로 땀 흘리며
한 시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었지요
산천은 가을볕에 찬란하게 물들고
황금빛 들녘에는 노랫가락 흥겹지만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떠날 때가 되었소
몸뚱이 떠나간다고 슬피 울지 마오.
일평생 묶여있다가 조금 앞서 떠날 뿐
꽃자리 잡아놓을 테니
쉬엄쉬엄 오시구려
출처: 당신이 머문자리는 아름답습니다 원문보기 글쓴이: 지조높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