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엔 연례행사로 김장을 담근다. 매년 지인이 강화도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배추로 직접 절여서 처제네 식구들하고 김장을 했는데, 재작년 김장 담그기 하루 전날 저녁부터 자정까지 배추 다듬고, 자르고(배추가 너무 커서 4등분해도 엄청 크다), 일일이 씻고, 소금 뿌려서 재우고, 그리고 다시 헹구는 작업담당하신 장모님의 허리가 고장이 나서 겨우내 고생하시고, 작년 봄에 결국 손주사위가 있는 병원에서 두 번에 걸쳐 시술을 받고 겨우 회복하셔서, 이번에는 결국 절임 배추를 사기로 하고, 고르고 골라 강원도 고랭지 배추 절임을 초가을에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통해 예약하고, 김장 담그는 날 아침에 가서 찾아왔다.
올해는 처제네랑 각자 하기로 하고, 대신 시어머니가 김장을 안 담그는 딸네랑 같이하기로 하여 20kg짜리 다섯박스를 신청했는데, 개봉을 해보니 한 박스가 포기로 7개 또는 8포기가 되어 모두 합쳐 40포기 가까이 되어 너무 많아 걱정을 했는데, 결국은 양념속을 추가하며 모두 담그고, 손을 다친 처제네까지 보냈다.
불신이 크고 걱정했던 절임 배추를 개봉하고 씻으면서 모두가 그 품질에 놀랐다. 배추속에 있는 단 한 톨의 티끌까지도 깨끗이 씻는 장모님도 보시며 감탄을 할 정도로 씻을 게 별로 없는 절임 배추속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배추속을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제일 좋은 무를 골라 곱게 썰고, 또, 태양초로 갈아 만든 고춧가루를 섞어서 배추 속 기본을 준비한다.
그리고는 단맛 나고 영양 있는 감, 배, 밤, 고구마 그리고, 생강, 갈아서 버무린 육젓과 사위가 비릿한 냄새를 싫어해서 올해는 양을 대폭 줄인 생굴을 넣고 뒤섞는다.
그리고 쪽파와 야채를 썰어 넣고 액젓을 추가하여 배추속을 마무리한다.
김장은 절인 배추에 속을 넣으면 마무리된다. 결혼 전 김치 먹는 모습을 못 봤던 딸아이가, 가정을 이루고, 시부모를 생각하니 김장 담그기도 전문가가 다 되었다.
딸아이랑, 집사람, 나, 장모님 넷이서 배추속 버무리니 40여포기는 반나절도 못되어 금방 끝난다. 김장 담그기가 이렇게 쉬었나 하면서 김치냉장고용 박스에 차곡차곡 담는다.
박스에 김장이 채워지면 따로 떼어 살짝 양념한 배춧잎으로 덮으면 포장이 끝난다.
우리집, 딸아이네, 그리고 처제네까지 각 7 ~ 8개 박스로 포장이 되어 1년먹을 김장이 마무리된다.
갓 담근 김장김치와 막 삶은 돼지고기 수육의 조합은 그야말로 김장행사의 피날레이다. 그렇게 2021년 가정행사는 끝이 난다.
2021년 첫눈은 11월 초순에 왔지만 큰 눈은 아니었고, 12월 중순에 처음으로 도로를 덮는 눈이 오면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조금은 성급한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각종 송년모임은 계획단계에서 취소되고, 모든 교류 행사는 단절이 되고, 우울하고 추운 한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역대급 추위가 예고된 2021년 겨울은 이렇게 깊어 가고, 쌩하니 차가운 일출이 그래도 새해의 희망을 일깨워 준다.
코로나19로 시작하여 일상이 정지되고 겨우 최소한의 생산활동만 이어졌던 2021년은 또다시 확산된 코로나19로 힘겹게 마무리하였다. 기약 없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는 깊어만 가고, 종교계, 강연업계, 여행업계, 운동업계, 공연업계 등의 침체를 넘어선 정지는 유례없는 힘겨운 한해였지만, 한편으로는 비대면 유통업, 배달업,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과 온라인 문화업계는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해, 2022년에는 일상이 회복되며 침체와 호황이 극명하지 않은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첫댓글 어려서 시골어머니가 담그신 김장김치는 너무 짜서 쓰기까지했었는데,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1년내내 시지않게 보존해주니 짜지 않게 담그고, 각종 과일과 젓갈로 양념이 되어 갓 담근 김치도 너무 맛있지요....
요즘은 주말에 집에오면 매끼니마다 김장김치 먹는 즐거움으로 주말을 기다립니다...
담글수록 실력도 늘고 맛도 더욱 좋아지는 모습입니다. 화기애애한 모습이 부럽습니다
이제는 김장행사가 일상화되었으니 실력도 늘었겠지요~~^^ 덕분에 식구들이 모여 화기애애해지는 행복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김장하는 모습이 우리랑 비슷하네. 우리는 처형네랑 같이 하는데, 허리 아퍼 ㅠㅠ 사진과 함께 김장할 때 모습 떠올렸네.
2022년에는 희망을!!!
요즘 여느집이나 다 마찬가지 연중행사가 된것은 집집마다 김장독을 묻는 김치냉장고의 보급효과가 크지~~^^ 한해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