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눔이 reptile show 에 다녀오면서 도마뱀을 사왔습니다.
그럴까봐 걱정이 되어 가지말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같이 간다는 친구녀석들 이름을 듣고부터 가지말라고 백번이나 말했습니다.
서너명중 두녀석은 중학교 졸업파티 하는날 유람선에서 뛰어내렸던 눔들입니다.
(아, 아들이 졸업한 학교는 그 유람선에서 더이상 받아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여간 아무리 말려도 녀석은 기어이 갔고....
돌아올때는 총 길이가 둘째 손가락만한 도마뱀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달포전에는 바닷가에 놀러갔다 오면서 소라껍질을 뒤집어쓰고 사는 크랩을 들고 왔습니다.
나는 뭐든지 살아있는것을 집에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린날 학교앞에서 팔던 병아리처럼, 얼마있다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 크랩.....크기가 엄지손톱만 한데 그래도 있을거 다 있습니다.
8개의 다리와 두개의 집게손이랑 수염인지 더듬이인지도 달려있고 눈은 제법 커다랬습니다.
금세 죽을줄 알았는데 아들이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아직도 알록달록한 돌이 깔린 작은집에서 꼼지락거리고 돌아 다닙니다.
그 안에는 이쁜 조개껍질과 해면도 들어있는데 아들이 가끔 화장실에 들고가 집을 청소하는데
그동안 그 조그만 크랩은 소라껍질을 쓴채로 바닥을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대체 뭘 먹냐고 했더니 가끔 크래커를 넣어주고 해면을 촉촉하게 적셔주면 된다고 하더이다.
거기까진 엄마도 해피했습니다만.....도마뱀이라니;;;;;;;;
아들이 도마뱀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3-4년 있으면 팔뚝만해진다고 설명하는 순간
나는 격분하여....... 앞이 안 보였습니다.
싸움도 약간 화났을때 얘기지.....나는 입을 닫아걸었습니다.
그걸 들고 내 눈앞에서 없어지라고 짧고 나직하게 말하고 그후론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오후의 나머지를 아들은 도마뱀 집을 데코레이션 하는데 다 보냈습니다.
월마트에 가서 조명을 사고 마당에 나가 도마뱀이 쉴수있는 나뭇가지를 주워들이고
음료수 뚜껑에 물을 담아 도마뱀 잡수시라고 넣어 드렸습니다.
저녁때 가게문 닫고 올라가니 인제 나를 찜쪄먹으려고 내곁에 철퍼덕 붙어앉아
갖은 아양을 다 떨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내가 안 넘어가니까 나중엔 몸싸움까지 했는데
내가 그눔한테 힘으로야 어찌 당하겠습니까......
결국 I love u 2~!! 를 하고 나서야 풀려날수 있었습니다.
나는 니눔 국끓일때 집어넣어 준다, 안보이면 찾지마라 그러고,
녀석은 그 도마뱀을 엄마손에 얹어준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잠시 장을 보고 왔더니 알바끝나고 돌아오면서 즈아베를 구워삶아
pet shop 에 다녀왔는데......도마뱀 먹으라고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사왔습니다.
게다가 알바하는 야채가게에서 푸른잎 야채를 얻어다가 도마에 놓고 짜잘하게 썰고......
부엌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쌍한 귀뚜라미는 벌써 한마리 희생되었고
나머지 귀뚜라미는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통에 담겨 있는데 너무 일찍 굶어죽을까봐
복숭아 한쪽이랑 야채를 넣어 두었습니다. (귀뚜라미는 뭘 먹고 사나요....?)
내머리 정말 쥐나고 있습니다......
한두주일만 갖고있다가 다른 친구에게 주라고 사정하는 중인데....잘 될까요?
오늘 성당다녀오면서 아들눔이 그러는데 자기만 빼고 다른눔들은 모두 '뱀'을 사갖고 갔답니다.
다른집들도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누구네 엄마는 엄마보다 화가 더 많이 났다커니......
딸 키우는 집은 이런 걱정 안하고 살텐데.....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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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콤님은 머리가찌끈거릴것같이 쓰셨지만 읽는 저는 마냥 님의 아들이 부럽고 또 사랑스럽습니다.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콤님 아들한테 져주시고...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콤님도 도마뱀을 사랑해보세요.. 야채를 잘게써는거..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콤님이 해주세요.. ![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6.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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