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월 시인>>
<<송시월 시인의 양력>>
* 전남 고흥 출생
* 1997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 계간 <시향> 책임 편집
* 시집 <12시간의 성장> 2005년 시문학사
* 詩流 동인
<<송시월 시인의 대표 시>>
애기똥풀꽃/송시월
초가을 바람에 싯푸래진 저 볼기짝들 봐
간밤 내내 애기별들 별똥별똥! 떨어지고 있다
길가나 산 속 노오랗게 피어나는 애기똥풀
실바람에 칭얼대는
저 소리
계곡 물소리보다 더 맑은,
주저주저 꽃 한 송이 꺾는다
물컹 배어나는 향기
첫아이 엄마인 듯 가슴 푸근하게 설렌다
갓난아기 적 기저귀에 따끈한 똥 한 무더기 싸 놓고
입술 파래지도록 울고 있는 내 별들
애기 풀새/송시월
옥상 구석 빈 분에 돋는 풀을 뽑다가 멈칫, 손끝에 찌르르 전해오는 떨림, 어! 이건 초록 새다. 새 잎의 날개 활짝 펴 종 종 종 발레를 하는 풀, 내 손등을 간지럼 태우는 풀, 흙에서 막 깨어 난 풀에게 "애기 풀새야"하고 부르면 이슬눈으로 나와 눈맞춤을 한다. 어느새 내 눈이 투명해져 보이는 것마다 참 맑다. 이때,포르르 날아 내리는 한 무리의 참새 떼, 무어라무어라 재재거림에 내 입술이 간지럽다.
風, 楓, 풍자에 대하여/송시월
風자에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여름과 가을 사이, 삐꺽이는 소리가 난다
매미들의 토막울음 소리
내 손바닥 허물 벗는 소리
며칠 전 제대한 아이가 긴장과 이완의 골에서 흔들리는 소리
여름과 가을, 그 사잇길로 태풍이 몇 차례를 지날 때 발부리에 채이는 감나무 밑의 풋감처럼, 설익어 뱉어진 내 언어들도 지금쯤 누군가의 발 밑에서 나뒹굴거나 으깨지고 있을까? 할 말은 해야한다고, 함부로 내뱉지 말아야 한다고, 혀와 입술이 밀고 당기며 삐그덕 소리를 낸다
楓자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나무들 초록빛깔 벗는 소리
제 몸 다 태워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불길 번져
하늘 끝 타는 소리
風, 楓, 풍!
획과 획을 통과하는 소리 소리들
bill, 빌빌거리다/송시월
쉴새없이 날아드는 bill, 빌, 청구서들
카드결제 청구서 건강보험 고지서 국민연금 전화요금
전기료 오물세 수도료 신문대금 할부금 소득세
빌의 숫자들에 이리 끌리고 저리 끌려 빌빌거리다
한 달이 가고 일년이 가고 한 생이 가고
가을이 내게 청구서를 보내온다
문틈으로 햇살의 종이 쪽지를 들이밀다가
바람이 활짝 창문을 열어 제치다가
아예 빚쟁이처럼 안방까지 퍼질러 앉는다
가을 내내 빌빌거리는 내게 더덕더덕 붙여오는
붉거나 노오란 낙엽 딱지들, 나는 전신 차압되었다
이제 몸도 마음도 내 뜻대로 어찌할 수 없는,
1400g의 뇌가 온갖 청구서의 무게에 빌빌거리다
머지 않아 부도 처리될 것이다
풀처럼 꽃처럼 bill, 빌,
이륙하는 비행기의 굉음소리
청사과/송시월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역
청사과빛 둥근 하늘이
승강기 틈으로 굴러 떨어진다
진동음 철거덕 철거덕, 지긋이 눈을 감은
순간, 내 입에서 주르륵 신물이 흐른다
눈을 뜬다
철로의 틈바구니
파문처럼 번지는 푸르고 시큼한 저 하늘의 입자들
역내에 온통 부서진 하늘이 널려 있다
나는 2번 출구로 빠져나온다
청사과빛 초가을 하늘에 피라미드형으로 쌓인
노점의 과일가게, 내가 볼륨 2개를 빼내자
와르르 무너지는 오후 2시의 하늘
호랑나비/송시월
4월의 아차산 생태공원 입구, 골목에서 벚꽃이 뻥튀기처럼 뻥 핀다. 벚꽃사이 햇살 속에서 튀어나온 호랑나비, 묻힐 듯 말 듯 꽃 속을 난다. 내 동공 안으로 푸른 하늘의 배경을 확 당기자, 꽃술을 밀며 들어가는 나비! 내 눈썹에 와 간질간질 닿는다. 나비가 떤다. 내가 떤다. 떨리는 두 팔이 가벼워지고 나도 나폴거려 본다. 이때, 일방통행 길에 포크레인이 지나가고 생태공원 호랑나비의 환영, 드르르르 뭉개진다.
푸른 신호등/송시월
로비 커피숍 체리찻잔에서 귀가 하나 툭 튀어나온다
귀를 잡고 키스를 한다
앗, 뜨거 빨개진 입술,
담장의 흙장미들 키득키득 몰려다닌다
사과나무에서 떨어져 내 발등을 치는 정오
내 발이 사과를 굴리고 간다
붉은 눈 부릅뜬 을지로 입구 건널목의 신호등,
가로막고 선다
나를 꼼짝 못하게 묶어세운 귀
내 눈과 마주치자 파란 불꽃이 인다
푸른 신호등
화분에서 자라는 새/송시월
오월 창가 화분에 해가 뜬다
내리쬐는 섭씨 삼십 이도의 초록 햇살 쪼아 먹고
찰랑이는 머릿결 초록바람 쪼아 먹고
간지럽게 파고드는 겨드랑이의 초록그늘 쪼아 먹고
느티나무잎새들의 지저귐 왼종일 쪼아 먹고
화분에 달이 뜬다
동맥 정맥 청계천 꿈틀꿈틀 흐르는 사이로
달의 실핏줄 몇 바퀴 휘감아 도는 사이로
버들치 한 마리, 흐르는 물살에 뒷걸음질 치다가
거슬러 오르다가 허기진 저물 녘
굴러오는 어둠 몇 알 깨트려먹고
별꽃을 먹고 달꽃을 먹고
물밑 모래앞에 비스듬히 엎드려 잠이 든다
화분에 발이 빠진 채 깃털 하나 둘
빠져 날리는 새 한 마리
백지/송시월
맞은편 숲이 나를 받아쓰고 있다 4층 베란다 하늘색 유리탁자 앞에 앉아 데리다 192페이지 "기원에 대한 꿈 : 문자의 교훈"을 펼쳐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끄떡거리다 하는 내 얼굴을 정면의 아카시나무가 잎을 팔락거리며 받아쓰고 있다 허공에다 상형의 소문자로 쓰고 있다 띄어쓰기나 행갈이도 없이 빽빽하게 쓰고 몇 번을 덮어씌우고 하다가 계란형의 중앙에다 눈, 코, 입, 귀 구멍을 내고 구멍만큼의 하늘을 넣는다 그 하늘이 뭐야뭐야 새울음을 운다 내가 기지개를 켜자 우우우 일어서며 옆의 물푸레나무가 대문자로 내 팔을 받아쓰고 키를 받아쓴다 내가 물푸레나무만큼 키가 커지고 몸통이 커지며 바람에 두 팔이 흔들리자 문자들이 뒤집히며 일그러져 날아간 백지
내가 나를 읽을 수 없다
바람의 특수문자/송시월
청룡산 등산로 돌계단 행간행간에다
바람이 갈기를 나부끼어 특수문자를 흘려 쓰고 있다
가지 채 꺾인 아가씨시잎부호들(♂ ♀) 아무렇게나 얽혀
끌거나 끌려 다니고 검푸르게 멍든 갈참나무잎하트(♡)들
몰려다니는 사이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렁이슬래시(~)가
기어가고 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화살표(→)따라
날벌레의 까만,,, 쉼표들 잠시 앉았다가 날아가고
공중에 매달려 비비쫑비비쫑 우는 벚나무잎들
행간 행간에 떨어져 초록 느낌표를 찍는다
새로 신은 등산화바닥을 붙잡고
바스락거리는 노오란 싸리잎 마침표들
산토끼 한 마리 등산로의 특수문자들 걷어차며
45˚의 급경사를 오른다
딸아이의 집 1/송시월
그녀 생일날 딸아이가 내 배꼽의 벨을 누르고 들어간다. 앞이 환해지며 딱딱한 허공이 말랑말랑 따뜻해진다. 앞으로 옆으로 그 옆으로 뒤로 그 뒤로 촘촘히 꽂혀 있는 책들, 앞쪽 밑에서 다섯째 줄 중간쯤에 내 동인지 디지털리즘 3호 표지의 D자가 나를 향해 바짝 귀를 세운다. 오랜만에 빨간귓부리를 만지니 따뜻하게 달라붙는다. 허공이 탁자 위에다 두툼한 책을 펼쳐 놓고 있는 우측으로 옥매트가 깔려 있고 가지런히 걸려있는 옷가지들 사이 낯익은 밤색벨트가 원피스의 허리를 팽팽하게 조이고 있는 그 앞 가스레인지 위에선 압력밥솥이 밭은 숨을 내뿜으며 딸랑딸랑 나를 부르고 있다. 소파에 앉아 리모콘의 파워키를 누르자 딸아이가 튀어나오고 2007년 1월 1일 0시의 종을 울리며 보신각이 뜬다.
딸아이의 집 2/송시월
- 윈드서핑
한 시인이 붉은 바다를 입고
지하도를 걸어간다
등쪽의 물고기들 아가미를 벌린 채
물상을 차고 튀어 오른다
바다가 뛰어간다
그 뒤로 딸아이가 뛰어간가
붉은 파도가 밀려가고 지하도를 들었다 놓았다
상점의 배들이 기우뚱
덜덜덜 진동이 인다
천정으로 튀어 올라 가로등 눈을 켠 물고기들
환히 비추는 붉은 바다
윈드서핑
저녁 8시 15분의 시침과 분침 사이로
미끄러져나간다
정오의 풍경/송시월
1
창문을 열자 은행나무에서 초록이 튄다
내 손을 이마를 톡톡 쏘다가 아래층으로 떨어져
양철지붕을 토닥토닥 튄다
나무그늘 한 조각 깔고 낮잠을 자던 고양이 이리뒤척 쌍 저리뒤척 쌍
절레절레 흔드는 꼬리 동그랗게 말아 모로 눕는다
중천에서 추락한 해가 꼬리에 살짝 끼인다
해를 말고 나를 말고 낮잠을 자는 고양이
조용히 창문을 닫는다
2
세탁기의 end에서 꺼낸 '북핵 6자회담 결렬'이란 YTN뉴스를 탈탈 털어
건조대에 넌다
바짝 다가서다 '냄새가 고약하군' 얼굴을 찡그리며 몇 발짝 물러서는 햇살
등에다 똥자를 쫙 갈기는 비둘기
지나가던 바람이 비둘기를 탁탁 떨어뜨린다
수화기가 울린다 전화를 받고 메모를 하는 볼펜
'국립도서관 가는 일 8월 13일로 미룸'
13일이란 숫자가 탈탈탈 떨어진다
3
메밀국수를 먹고 난 매미가 계속 클렉션을 울리고
낮잠에 빠진 해는 꿈쩍 않는다
패션쇼/송시월
쥐색 버버리에 삐뚜름히 이마를 가린 베이지색 베레모
정오의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거울 속 시계 속으로 들어가 다리를 약간 벌리고 몸을 살짝 틀어
포즈를 잡는다
반쯤 열린 창으로 들어와 사푼 다가서는
신세대 패션 붉은 꽃무늬햇살
옆구리에다 두 손을 얹고 둘이서
재깍재깍 돌아가다 좌로 우로 포즈를 바꾼다
이때, 꽁지머리에 투명개량한복의 앙드레김바람
혀 꼬부라진 소리로 중얼중얼 끼어든다
셋이서 2열 종으로 1열 횡으로 옷깃 스치며 걷다가
휙 돌아서서 나를 중심으로 나란히 선다
모자를 벗는 그들이 닮은꼴이다
순간, 내 오른발이 미끄러지고
뚝 떨어져 깨지는 안경알,
앞단추를 풀어헤치고 거울 속 휴일 몇 벌
무료하게 걸려 있다
옷을 벗고 사라진다
유리창을 지나가던 해가
빨간 입술을 바짝 대고 키스마크를 찍는다
스칼렛에서 체리차를 마신다/송시월
유리컵을 손 위에 놓고 체리차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유리컵에 천정이 1㎝쯤 내러간다
또 한 모금 나시고 나면
또 1㎝쯤 내리는 천정이 출렁거린다
건너편 탁자의 소녀가 든 포크에 케익 한 조각
떨어질 듯 떨어질 듯 매달려 있다
그녀 위 콩알 만한 산사초의 빨간 눈들이 나를 노려본다
세발네발 줄기가 바구니 밖으로 뻗어 나와
내 머리카락을 거머쥐려한다
그 집게발을 살짝 비키면 비키는 쪽으로
그 위 꽃등의 불빛이 오르르 떤다
내 떨리는 손을 받쳐 든 차
또 한 모금 바짝 마른 입술을 적시는데
그때, 내 정수리에서 불쑥 뛰어나온 뿔 하나
스칼렛의 천정에 구멍을 뚫는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차디찬 별빛
나는 긴- 날숨들숨 체리차를 마신다
입춘 무렵/송시월
햇살에 찔린 잔설 한 토 막, 눈물을 흘린다
몸 트는 나무 가지에
마른 풀잎에
반짝 띄우는 문자 메시지
“곧 진도 7도의 진통이 일 것임”
눈이 푸른 휘파람새 한 마리
느닷없이 한참을 기우뚱이는
내 머리 위로
휘이익-푸른 선율을 그으며 날아 간다
온 몸이 간지럽다
계곡 물 속의 풍경/송시월
계곡의 물이랑 일렁일렁 바람이 밟고 간다. 오후 3시의 햇
살이 물속에 꽂힌다. 사정하듯 햇살올챙이들 쏟아져나와 바
람의 보폭만큼 흔들리는 바위의 배꼽 위로 줄줄이 기어오른
다. 비위가 기웃 몸을 튼다. 빛살무늬의 버들치 개버들 가지
의 그물망을 빠져나와 여인의 얼굴이, 달이 잠깐 갈라졌다가
이내 붙는다. 얼굴이 찌르르 아프다. 이때, 누군가가 첨벙 손
을 담근다.
발이 사라지다/송시월
검은 비옷을 걸친 저녁이 사방에서 철벅철벅 몰려든다
어제도 비가 오고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늦가을 비가온다
일기예보를 안 먹었는데도
내 안에 우산이 자란다
어머니란 우산을 펴 든다
우왕좌왕 7시차 놓치고 막차까지 한 시간
땅 밑으로 길이 스며들어 발이 사라져가는 저녁
비틀었다 흩으려 놓다 토막을 내도
점점 더 검게 살이 오른 빗소리
젖은 별들이 떨어져 하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내 안에서 꾸르륵거리는 불안이 어둠을 찍어 형광 빛에다
‘내일도 모레도 비’라고 손가락 글씨를 쓴다
간이역 낡은 벤치가 우울우물 저녁 김밥에 목이 메인다
고명처럼 말아진 용평금단 길 리베페라스 팬션 옆
캠프파이어불길 하늘에 닿아 별이 되지 못하고
싸이프러스 나무에서 반짝거리다가
입안에서 으깨진다
젖은 이 별, 이별을 노래해야 하나
이 밤의 비는 언제쯤 내게 금진옥액金津玉液이 될까
해안선/송시월
유리컵에 입을 대면 노을빛 해안선 두 줄이 생긴다
하늘을 수장시키고 하늘을 건져 올리는
한 여름의 짜디짠 해안선, 제부도 조력발전소
타는 내 입술 적시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달의 주기
바다의 육감들은 더욱 깊어만 가는데
내 감각의 원천은 왜 바닥을 보이는지
사소한 일렁임이 사소하지 않게 출렁이는
파키스탄의 15살 소녀 말랄라
“한 자루의 펜이 세계를 바꾼다”는 속 깊은 속삭임이
전 지구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부딪혀 유속을 빠르게도 하고 느리게도 하면서
새로운 예술 사조를 모색 중이라고 마를린 먼로의 입술로
붉은 해안선 연속무늬로 그리고 있는 피카소
바다의 속 깊은 속도전은 이론이 아닌 사건이라고 써놓은 해안선에다
나를 새롭게 편집하는 석양의 물너울
나는 해안선 밖에 있는가 해안선 안에 있는가
더듬이/송시월
구석구석 더듬어도
잠이 없는 밤
유리창 안으로 굴러든 한가위 보름달이 나를 꼬드겨 일으킨다
달과 손잡고 종로통을 밤새 걸으며 뒤적거려도 이상도 구보씨도
만나지 못하고 다방 제비나 다옥정 7번지는 흔적조차 없다
시장통이나 들판을 아무리 헤매어도
내가 영원히 회귀할 곳은 마땅치 않다
팽목항에 가서 잠수를 할까 한산섬에 가 이순신과 수루에 앉아
시나 한 수 지어볼까
아니면 평양에 가서 김정은과 맥주나 한잔하며 “핵장난감놀이는 싱거워졌으니
나와 함께 유라시아 철도놀이를 하는 게 어때“ 하며 등이나 슬슬 긁어줄까
신경증의 프로이트는 밤잠을 설치면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가 되었다는데
고흐는 정신병원에서 별을 주물럭거려 소용돌이치는 자기만의 별,
불후의 걸작을 만들었는데
조을증 환자 다윈은 밤마다 잠과 싸우며 적자생존의 원리를 터득했다는데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정신분열증의 밤은
만유인력과 상대성원리의 태반이 되었다는데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내가 둥근 문하나 찾아 밤새 더듬은
달이 희뿌옇게 빛을 死産하고 있다
모기/송시월
낯선 행성의 배를 탄 별난 밤
파랑 치는 이명을 긁는다
충혈 된 눈에 떠오르는 별, 꼬리를 잇는 별별 생각들
고, 군, 산, 열도를 탄다
구름처럼 떠다니며 색색을 탄주하는 칸칸의 섬들
랑거한스섬*을 잃어버린 낭구갈매기가 끼룩낭구 끼룩낭구 따라오다가
M선생님이 하이퍼하는 ‘새우깡’이란 언어를 받아먹고
하이퍼 하이퍼 활강을 한다
바다에 떨어진 새우깡 몇 개
기웃뚱이는 꼬임의 경계가 두렵고 불안한 나
하늘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낮달을 향해
손바닥 마주쳐 공포탄을 쏜다
폭발하는 팔레스타인 하늘
내 눈에 총총총 박혀오는 검은 포도알 눈들
비실거리는 내게서 무얼 먹겠다고 글썽이며 파고드는지
이흥도 역을 지나 아직 장자도역인데 가자지구도역엔 언제쯤 닿을까
바람에 날리는 초조한 내 사유의 불랙박스, 바람이 해체한다
공룡알을 품은 나금재 통통마디 공작초
함초밭이 질펀하게 노을을 싸고 있다
*1869년 췌장에서 특수한 세포집단을 발견한 랑거 한스가 자신의 이름을 따 랑거한스섬이라고
명명하다 인슐린이 만들어짐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때였지만 후에 영국의 샤피-사퍼(1850년-1935)는
당분대사에 필요한 물질이 랑거한스섬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여 섬을 뜻하는 라틴어insula를 따서
인슐린이란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