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요한 14,2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단순히 말로만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전해 주시는 하느님의 뜻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제로 실천하는 행동이 뒤따르는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그러고 나서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말씀을 위해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자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자의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십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오직 단단한 반석 위에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을 통해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자들이 되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이 비유 말씀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듯 느껴집니다. 그 누가 쉽게 무너져버릴 모래 위에 집을 짓겠으며, 그 누군들 단단한 반석 위에 집을 지어 그 어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집을 짓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그래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 말씀을 왜 예수님은 이토록 강조해 말씀하시는 것일까? 너무도 당연한 듯 느껴지는 이 예수님의 말씀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반석 위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오늘 독서의 말씀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는 열왕기 상권의 말씀으로서 유다의 왕 여호야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전해주는 예언자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느님의 뜻과는 배치되는, 하느님 보시기에 악한 일들을 일삼은 여호야킨 왕은 결국 하느님의 마지막 당부마저도 져버려 바빌론에 의해 왕국이 함락되어 바빌론 유배라고 하는 비참하고도 처참한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 같은 오늘 독서가 전하는 여호야킨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뜻을 삶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은 것임을 드러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길은 많은 경우 그 목적지가 확실히 보이는 훤히 뚫린 넓고 편한 길이 아닌 그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조차 보이지 않는 좁고 험한 길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하느님이 일러주시는 좁고 험한 길이 아닌 편해 보이는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곤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모든 비바람을 견뎌낼 단단한 반석 위에 집을 지어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초석을 놓기 위해 반석을 깎아내야 할 고통이 너무 커다랗게 보여 현재의 편안함이라는 유혹에 빠져 하느님이 일러주는 참된 길을 져버리고 거짓되고 허황된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말씀하신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비유 말씀의 핵심이 담겨져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그 선택의 기로에서 왜 사람들은 지혜로운 선택이 아닌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지혜로운 선택을 위한 길은 언뜻 보기에 좁고 험한 길, 그래서 그 길로 가면 고생과 시련만이 가득한 길로 보이기 때문이며, 어리석은 선택, 너무나 확실하게 보이는 그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는 그 어리석은 선택이 그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편하고 쉬운 길, 그래서 그 길로 가면 편안함과 안락함만이 주어질 것처럼 보인다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길은 분명 세상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편하고 쉬운 길이 아닙니다. 세상의 관점에서는 어리석어 보이고 시련과 고통을 자처하는 길로 보이지만, 그 모든 시련과 고통은 하느님께서 마지막 날 우리에게 주실 모든 영광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의 정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합당한 이가 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우리 마음 속 모든 부정한 것들을 정화시켜 주시는 하느님의 큰 사랑의 계획의 하나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말씀하시듯 믿음을 입으로만 고백하는 것이 아닌, 나의 믿음을 행동이라는 실천으로 완성함으로서 나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은 그 어떤 비바람도 쓰러뜨릴 수 없는 반석이자 산성이며 우리의 구원자이며 우리 모두를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숨겨 보호해 주실 그 무엇보다 강한 바위이십니다. 그 든든한 바위가 되어 주시는 그 분에 기대어, 그 분 안에 머물러 그 분과 하나가 되는 삶, 바위인 그 분 위에 우리의 믿음의 탑을 쌓고 그 위에 우리가 머물 집을 단단한 집을 지으려 노력해보십시오. 그래서 그 튼튼한 집에서 언제나 주님이 주시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십시오. 나의 이기심과 교만이 이루어낸 보잘 것 없는 업적과 하찮고 부질없는 것일 뿐인 나의 인간적 행동이라는 쉽게 무너져버릴 모래 위가 아닌 주님이라는 굳은 바위 위에 믿음의 탑을 쌓음으로서 여러분 모두가 그 분의 단단한 바위 위에서 하느님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비바람으로 닥쳐오는 모든 시련을 거뜬히 이겨내시기를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마태 7,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