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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돌머리해변의 낙조. 소나무숲과 오두막을 배경으로 서해의 여름해가 더디게 진다. 바닷물을 가둬 만든 인공풀장의 둑 위에서 사람들은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
나비만 생각나나요? 해변 낙조·고즈넉한 고택들도 기막혀요..전남 함평군을 나비로만 기억한다면 함평이 억울해할 것이다.
한여름의 생태도시 함평에서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과 고즈넉한 한옥마을을 즐겼다.
■돌머리해변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함평읍의 제일 서쪽 끝에 돌머리해수욕장이 있다. 육지 끝이 바위로 되어 있다고 해서 돌머리, 동네 이름도 석두마을이다. 나비축제가 생기기 전에는 함평 하면 돌머리해수욕장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 해수욕장 입구에 무료로 차를 대고 백사장을 나서면 소나무숲이 굽어보는 아래 1㎞가량 되는 해수욕장이 오목하게 펼쳐져 있다. 여느 해수욕장과 가장 다른 풍경은 해변 쪽으로 둑을 둘러 만들어 놓은 8천여㎡의 인공풀장이다. 간만의 차가 하도 심해 선택한 궁여지책인데, 이 덕에 부모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풀어두었다. 둑 위로 오며가며 갈매기와 나란히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은 언뜻 보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하다.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7, 8월에는 인공풀장 안에서 개막기, 바지락캐기, 뱀장어 잡기 같은 체험도 한다.
오두막도 돌머리해변의 이색적인 풍경 중 하나다. 오두막 하나에 3만 원을 내고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낮 또는 밤 시간을 통째로 빌릴 수 있다. 해변 위쪽으로 국토해양부 해안누리길 중 하나인 7.6㎞ 구간의 돌머리해안길도 연결된다. 이 길 중에는 해수찜 마을도 있다. 유황이 함유된 돌을 소나무 장작으로 달구어 데운 해수를 이용하는데,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한다. 해변 끝에서 기념비를 만나면 뒷면을 읽어 보자. 2010년 석정2리 주민 일동은 이렇게 새겼다. 1992년에 함해지구(함평만)를 매립해 간척지와 담수호를 만드는 개발 계획이 고시됐으나, 해양생태계 파괴와 오염 정화 기능 상실 등을 우려한 함평군 등 5개 시·군이 정부에 지구 해제를 건의해 1998년 전면 백지화됐다는 것이다. '구시대의 개발 계획 철회를 기념'한 기념비는 생태도시 함평에 꽤 어울린다. 아이들이 안내 요원의 방송에 따라 물에서 나오면, 돌머리해변의 1부를 마감하는 낙조 타임이 시작된다. 소나무숲과 해변 끝 오두막, 바다 위 둑에 서성대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사람의 체온을 넘어설 만큼 뜨거웠던 한여름의 해가 천천히 저물었다. 사진 동호회의 DSLR 카메라와 남녀노소 피서객의 휴대폰 카메라가 한 곳을 바라보고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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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머리해변의 인공풀장과 물빠진 갯벌. |
그 사이 인공풀장 바깥의 바다는 어느새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너른 갯벌로 바뀌었다. 돌머리해변의 2부 시작이다. 갯벌에는 맨발로 고둥이며 게를 잡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파평 윤 씨 집성촌…체험형 민박 운영
옛모습 복원 돌담길, 어릴적 정취 물씬
■모평마을
돌머리해변에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모평마을을 둘러보았다. 함평군 상곡리 상·하모평, 운곡, 산내리 4개 마을을 묶어 모평마을이라고 부르는데, 조선 태종 때 함풍현과 모평현을 합치면서 붙인 이름이다. 처음 마을을 만든 사람은 모평 모씨이나, 1460년께 윤길이 제주도로 귀양갔다 오면서 이곳 산수에 반해 정착하면서 파평 윤씨의 집성촌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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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모평마을의 한옥 돌담길. |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마을회관을 왼편에 두고 오른편으로 약 100m 길이의 한옥 돌담길이 이어진다. 대개 200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고택으로, 체험형 민박을 운영한다. 이조정랑, 사헌부 대사 등을 거친 윤자화가 기거하던 귀령재, 파평 윤씨의 재실인 임천정사, 마을을 굽어보는 곳에 우뚝 서 있는 영양재 등이 줄지어 서 있다. 돌담길은 옛 마을의 모습을 복원해 최근에 쌓은 것이다.
영양재 옆 산길로 오르면 임천산 죽림차밭 산책로가 펼쳐진다. 편백, 삼나무, 대나무, 차나무가 잇따라 나타나는 숲길을 따라서 마을 뒤편을 빙 둘러 내려 오도록 돼 있다. 천천히 걸어서 30여 분 걸리는 코스로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 아침 산책을 즐기기 좋겠다. 돌담길 끝까지 걸어가 정유재란 때 부군이 왜병에게 살해되는 것을 막으려다 죽은 신천 강씨를 기리는 열녀각 등을 지나면 500년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 등이 그늘을 드리우는 천연보호림과 물놀이가 한창인 개울이 나타난다. 잠자리채며 물놀이공을 챙겨 돌담길을 걸어가는 가족을 보자, 외할머니댁 대청마루에서 빈둥거리다 개울로 달려가던 기분이 생각나 덩달아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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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자연생태공원의 명물 반달가슴곰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아이들과 함께라면 함평엑스포공원과 함평자연생태공원도 들러 보자. 엑스포공원은 10월이면 국향대전이, 5월이면 나비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공원 내 함평군립미술관의 전시도 볼 만하다. 함평자연생태공원에서는 각종 정원과 반달가슴곰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TIP
■교통
·자동차:남해고속도로 북부산톨게이트-서순천IC-호남고속도로-동광주톨게이트-산월IC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 방면-유덕톨게이트-유덕IC-무안광주고속도로-동함평IC
·대중교통:부전, 구포역 등에서 함평역(1544-7788)까지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하지만 6시간이 넘게 걸린다. 부산종합(1577-9956) 또는 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까지 고속버스로 3시간 10~30분 동안 이동한 뒤 광주에서 함평공영터미널(061-322-0660)으로 가는 직행 버스(30분 소요)를 타는 방법도 있다.
■연락처(지역번호 061)
함평군 문화관광과 320-3264. 돌머리해변 322-0011. 모평마을 323-8288. 함평엑스포공원 320-2210. 함평자연생태공원 320-3514.
■음식
2일과 7일에 서는 함평오일장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우시장 때문이다. 함평한우는 전국대회 최우수 한우로 뽑힐 만큼 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는데, 이 육회로 만든 육회비빔밥이 함평오일장의 최고 먹거리다. 오일장이 서지 않아도 오일장 입구의 육회비빔밥 식당들은 문을 연다. 대흥식당, 화랑식당 등이 유명하다. 정육점과 함께하는 화랑식당(061-323-6677)에서 7천 원 하는 육회비빔밥을 맛보았다. 고소한 육회를 얹은 비빔밥과 맑은 국물의 선짓국을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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