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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에 출발하는 산행으로 삼척에 있는 성황골의 이끼폭포에 다녀왔다.
새벽잠을 설치고 출발한데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한 까닭에
여느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산행은 발걸음을 떼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러니 산악회의 많은 일행 중에서
오르는 길도 꼴찌요 밥 먹을 때도 꼴찌 내리는 길도 꼴찌다.
여름의 뜨거운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발걸음을 떼면서 생각이 스친다.
이런 산행에서만의 꼴찌는 아니다.
큰아이도 그랬고 작은 아이도 그랬고 늘 늦었었다.
꼴찌로 교실에 들어가고 현장체험 활동 나갈 때도 꼴찌로 차를 타거나
반 배치고사 보러 갈 때도 꼴찌로 들어가고 심지어
고등학교 진학 할 때도 거의 꼴찌로 들어가고.
길옆의 노랑 흰색 보랏빛의 예쁜 산꽃들을 보면서
이렇게 느리고 꼴찌인데 아이들이 학업은 즐겁게 잘 꾸려나가고 있으니
느림과 부모의 교육관과 아이들 학업의 관계에 생각이 머물렀다.
이런 꼴찌의 일들이 가만히 보면 엄마의 건강 요인이 없지 않다.
그래서 거의 매일 아침을 애들 아버지가 챙겨서 보냈다.
이런 느림의 일상이 아이들 교육에 어떤 영항을 미쳤을까?
조급해 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걱정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지혜를 불러다 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이끼폭포는 생각보다 참 아름다웠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었을까?
자연의 아름다움이 경이로웠다.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과 시원한 물줄기와 바람은 온통
여름이 시원하다 소리치며 좋아라하는 것 같았다.
그런 느림의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작은 아이가 환한 얼굴 반 걱정 눈빛 반으로 말을 한다.
“엄마, 저 2학기부터 기숙사 반 됐어요.”
큰아이가 과학고에 들어갔을 때도 거의 꼴찌였었고
작은애 역시 개방형 자율고인 청원고등학교에 그와 비슷하게 입학을 했다.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학교 분위기는 내내 진지하고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들은 부적응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작은애 역시 처음 중간고사를 보고 많이 낙담 했었다.
‘믿음과 기다림’의 엄마도 내심 걱정이 됐다.
그러나 큰애 때도 늘 그랬듯이 좀 느리지만 끝까지 도전을 하고
그 도전을 즐길 수 있고 목표한 학업을 조금씩 이뤄냈고 작은애도 그렇게 해나가리라 믿었다.
아니 믿으려고 노력을 했다.
엄마는 큰애 때와 마찬가지로 영어 점수가 낮아도 수학이 47점 나와도
스스로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뿐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을 끌어 들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급해 하지 않고 이렇듯 믿고 지지해 주고 자신의 학업을 존중해주니
성적은 꾸준히 올랐고 그렇게 큰아이는 꼴찌로 시작 했지만
끝내는 고등 2년을 수료하고 자신이 꿈꾸었던 카이스트에 조기 입학했다.
작은 아이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학업을 이뤄가고 있음을 이번 일로 보여줬다.
엄마의 혹시나 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다.
그룹과외다 주말과외 족집게 과외 등 소리를 들으면 그 틈새에서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것 같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어느 친구 말대로 엄마가 청소 빨래 설거지 안 시키고 다른 집 아이들처럼
공부 시켰으면 맨 날 1등만 할 거라고 하지만 엄마 생각은 다르다.
좀 느리고 부족하지만 그런 느림 속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학과에서 배우지 못한 삶의 공부가 더 크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공부’의 소중함을 알고 스스로 해나가는 힘을 얻는다 생각 했다.
그런 엄마는 ‘공부’는 순전히 자신의 일이지 부모가 구태여 간섭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인간으로서의 배움에 있어 학과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교육을 멀리 내다 볼 때 ‘사회인’으로 성장하면서
이러한 폭 넓은 과정이 진정 자신을 행복하게 꾸릴 수 있는 힘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큰 아이의 과학고와 KAIST 그리고 작은 아이의 청원고등학교 모두
그 학교에 가면 엄마는 숨이 막힐 것만 같고 머리가 아팠다.
즐거움은 없고 오로지 ‘공부’밖에 없고
모든 아이들이 공부하는 로봇 같고 한여름 민둥산처럼 숨이 막혔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젊음 그 아름다운 시절을 그런 ‘공부’ 속에만 있다면 참 슬픈 일이라 생각 했다.
그래도 좋은 대학 갔으면 하는 게 솔직한 엄마 마음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공부’를 대단한 인격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애들이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 한다고 한다.
그러나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하는 아이들은 더 많다.
천천히 발전해나가는 느림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작은애 그다음 하는 말이 “엄마 저 기숙사 들어가도 괜찮아요?”였다.
요즘 들어 거의 정상적인 건강을 찾아 다행이지만 저희들과 떨어지는 걸
젤 싫어하는 엄마 마음을 헤아린 딸아이의 마음이다.
요즘 세상에 비춰볼 때 ‘느림’을 떠나 ‘거꾸로’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번 기숙사 역시 거의 꼴찌로 된 듯 하다.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 애를 쓰는 딸아이에게
산들바람 같은 시원한 응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의 응원을 보낸다.
앞질러서 산을 타는 사람들이 부럽다.
건강한 발걸음이 부럽고 또 예정 된 길보다 더 멀리 봉우리 하나 더 밟고
옆의 사찰도 돌아보고 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런 부러움을 접으려고 애써 생각을 해본다.
좀 느리게 나뭇가지의 산새와 이야기를 하고
발아래 애벌래를 안전하게 옮겨 주고
길옆의 산꽃들과 눈을 마주치고
바람을 실어오는 나뭇잎의 웃음소리를 듣고
또 골짜기에 내려앉은 햇살의 해맑은 얼굴을 보는 느린 발걸음이 더 좋다고.
첫댓글 다래야 소설가루 등단을해도되겠네.. 마음씨도 예뿌고 생각하는것도 넘이뽀 느리면 어때 나중에 취직은 남들보다 먼저하드라 다래마음이 착하니깐 애들도 잘되는거야 ..그럴러면 더욱 건강에 힘써야겠지 ...아~~~자 ..아~~자 .^*^
언니 고마워요~~~ ^^ 그래도 언니처럼 씩씩하게 산을 탔으면 좋겠어요.^^;;
느림에 미학 잘 배웠어 ,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 항상 화이팅
^^;; 감사합니다~~!!
속도란 상대성이죠... 자신만의 속도를 찾기가 쉽지않은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 가신다는 생각 해 봅니다.
대장님의 산을 사랑하는 마음에 산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늘 고마운 산길 고마운 말씀 감사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면 ..... 자신의 길을 스스로 칭찬과 반성으로 채워준다면 무엇인가을 만족하며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제도 걸었고 오늘도 걷고 있고, 내일도 걸어야 되는데 '천천히', '아직도'라는 말을 되새기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래님의 '느림의 미학"을 읽고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늘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만 있으시길.....
바위님! 감사합니다. 바위님의 넓은 마음 씀에 항상 즐겁고 보다 편안한 맘으로 산에 오른답니다. 언니도 자주 함께 오시면 더 좋겠고요~~~ㅎㅎ
속도전(?)을 예찬하다 보니 내 인생의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어 북망산도 남보다 먼저 가겠더라고요 ㅎㅎㅎ 그래서 생각을 바꾸며 살기로 했지요. 그러고 보면 다래랑님은 자연의 섭리를 매우 일찍 깨우친것 같아요ㅎ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꾸려가세요 ^~^ -타잔-
앵~~ 닉네임 바꾸셨나요~~^^* 우~~담~~바~~라 좋습니다~~^^*
우담바라~! 참 좋은 느낌입니다. 타잔님의 해맑은 웃음과 또 인생에 대한 진지한 통찰에 늘 고개 숙여지곤 했습니다. 좋은 글 언제 또 올리시려나요~~~^^
살아가면서 아기자기한 이야기주머니가 꼭 있을것 같은 예감이였는데 삶에 한자락 올려 주심에 감사합니다 바로 지금 오늘 행복할때 라는 생각이 듬니다 삶은 50:50 입니다 내안에 느림이 있으면 빠름이 있겠지요 예쁜 마음 올려 주심에 감사 합니다 건필 하세요~~^^*
건강한 발걸음으로 산에 오를 수 있는 지금이 참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 오드리 언니의 맑은 웃음과 친절한 배려~~!! 어찌 다 표현하리요. 참 든든한 언니라고요~~~ㅎㅎ
내아이를 키우며 교육에 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글이네요...맞아요. 엄마가 빨리빨리를 외친다고 엄마가 뛰어 간다고 애들두 뛰어가주는건 아니죠.!!기다려주는 느림에 동감 합니다.~~~^*^
제주도 여행은 잘 댕겨 왔나요? 피곤할텐데 이리 들러 주셨군요.^^ 항상 배려해주는 님의 따뜻한 마음에 늘 고맙고요~~ㅎ
직장생활에 묻혀 어디서나 "빨리 빨리"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정리할수 없는 감정들을~ 이제서야 여기 머무르며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네요.너털웃음 깔깔대며 많은 이야기도 주고 나누며,, ,한참 늦었지만 아이들과 친해지는 공부부터 배워야겠네요.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에 즐감유ㅠ
소곤소곤 사과꽃 향기같은 님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친절한 엄마가 돼야 할텐데 하면서 많은 걸 느꼈지요. 님의 조용한 아이들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