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고산평원 화원 곰배령
점봉산 남쪽능선 해발1000m 광활한 초원
854종 식물종 자생 유네스코 보존구역
초보자도 쉬운 산행길 야생화·단풍 만끽
여름에도 시원한 날씨 겨울에는 설경 장관
구름 없는 날 설악산·동해바다 한눈에 조망
▲ 곰배령과 사람들 모습
백두대간 하늘 위 꽃밭.
혹자들은 그곳을 ‘천상의 화원’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 아름다운 야생화와 단풍이 1000m가 넘는 고산 평원에 펼쳐진다. 높이 1164m. 해발고도 1000m에 있는 이 고갯마루는 광활한 초원지대로 산의 정상이라기보다는 넓은 분지를 이루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설악산도 보이고, 구름이 없는 날은 동해 바다가 보인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웅장한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곰배령은 동서를 이어주던 대표적 관문중 한 곳으로 동해안의 어물과 산골의 곡식을 교환하는 상인들이 지나다니던 삶과 생존의 길이다. 곰배령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벌떡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서 붙여진 지명.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 위치한 점봉산(1424m)남쪽능선을 따라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 곰배령과 사람들 모습
인제 귀둔리 곰배골에서 진동리 설피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로 16만5290㎡(5만평)의 광활한 평원위에 형성돼 있다. 곰배령 길을 따라가다보면, 쥬라기공원에 나올법한 고사리도 볼 수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뒤덮여 마치 꽃 세상을 펼친다. 이곳의 야생화는 다른 곳에 비해 서늘한 기온 덕분에 오래 피어 있다고 한다. 봄에는 얼러리 꽃, 여름에는 동자꽃·노루오줌·물봉선, 가을에는 쑥 부랑이·용암·투구·단풍 등등……, 겨울에는 아름다운 설경이 대자연의 장대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곰배령에서는 30종류가 넘는 야생화가 4월부터 10월초까지 계속 피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아름다운 꽃들을 눈에 담아가면서 즐기는 산행은 환희 그 자체다.
곰배령 등산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국립공원)과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산림청) 등 2곳에서 가능하다. 곰배령 산행코스는 국립공원 코스와 산림청 코스가 있으며, 양 코스 모두 원점회귀해야 한다.
▲ 가을의 곰배령
국립공원 코스는 국립공원 점봉산 분소를 출발해 곰배골을 거쳐 올라가는 3.7㎞(편도)의 길이다. 곰배령 가는 길 첫 들머리 시작점 550m에서 출발한다. 높은 해발 고도의 등산임에도 초보자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중간중간 쉼터가 등산객들을 반긴다. 사실 쉼이 크게 필요없는 코스지만, 곰배령 가는 길의 정취를 느끼며 여유롭게 쉬엄쉬엄 올라가길 추천한다. 천상의 화원으로 가기 위한 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흙길, 돌길, 계단 등 다양한 코스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산림청 코스는 곰배령을 찾는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곰배령 관리소에서 출입증을 받아 출발해 강선마을까지 30여분정도 걷는 1.5㎞ 길은 활엽수로 이뤄진 울창한 원시림 터널이 강선계곡과 나란히 함께 한다. 강선마을에서 잣나무 숲과 징검다리를 건너면 오솔길을 거쳐 곰배령 숲으로 향한다. 곰배령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면 하늘이 열리고,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곰배령 정상까지 5.1㎞(편도).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 겨울의 곰배령
점봉산 곰배령 탐방로는 입장시간이 있다. 곰배령 등산은 매주 수~일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입산 가능하고, 곰배령 정상에서 오후 2시에 하산해야 된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다. 야생동물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탐방 시간은 지켜야 한다. 동물들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곰배령에는 바람이 드세다. 사진 찍기도 힘들다. 몸마저 휘청휘청거린다. 주말 엄청난 줄에 바람까지 불면 인생사진 뽑기 힘들다. 한여름이라고 해도 반드시 얇은 패딩은 꼭 가지고 가기를 권한다. 곰배령 쉼터에서는 간단한 점심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음주는 금지, 바람이 불때는 쓰레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잘 붙잡고 있는 것도 산행에서의 한 미덕이다.
곰배령을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기암괴석과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한 계곡이 심신을 녹여준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산행을 즐기면 기쁨이 2배로 커진다. 점봉산 일대에 펼쳐진 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원시림에 가까운 곳이다. 점봉산은 참나물, 곰취, 곤드레, 고비, 참취 등 10여가지 산나물이 밭을 이룬듯이 돋아나 있다. 점봉산은 한반도 식물 남북방 서식지의 한계선이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 20%에 해당하는 854종의 꽃과 나무들이 자생하는 자연의 보고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들어가는 산으로 원시림이 울창하고 생태적 가치가 커 유네스코 생물권보존구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