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봄은
토박이씨앗나눔잔치가 시작되면서 밭그림 그리는 마감일이 생기고,
모든 씨앗에 눈길과 손길 거쳐가며,
시작된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들썩거리고,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결국 씨고구마를 물에 담갔다.
담그고 나서 조금 더 천천히 해도 되는데 싶었다.
땅 속에서 자고 있는 씨앗들 모두 꺼내는 날은 언제나 떨린다.
1.5m되는 빈 물탱크에 안정감 있게 둔 것들을 꺼내지자마자, 자리 찾아주기 바쁘다.
감자는 0도 아래로 가지 않는 곳에 해 볼 수 있게 소쿠리에 담고,
무는 왕겨숯에 넣어서 감자 옆에 두고는 중간중간 상태를 살핀다.
부엌 한켠 모래에 켜켜이 둔 생강, 토란도 한 번씩 살펴본다.
겨울을 난 앉은키밀, 호밀, 겉보리, 횡성재래마늘, 가랑파도 살펴준다.
아직 보리와는 친해지는 초입인지라, 겨울을 보내는 일이 나에게는 아리송하다.
밀, 마늘, 파의 차오르는 기운을 바라보는 일은, 봐도 봐도 나에게 힘을 준다.
어쩌면 이른 봄 이것을 보고 싶어서 심는지도 모른다.
이제 좀 알아가는 육줄쌀보리는 아예 봄보리로 씨 넣는다.
물에 담가둔 고구마는 적당한 때에 흙, 거름, 상토를 넣은 화분에 넣어주고,
처음에는 따뜻한 방에, 날이 좋아진 때부터는 마루나 밭에 두었다.
밭에 묻은 씨고구마는 영하로 내려가면 덮어줄 채비를 하고 있다.
모종내는 일은 지금 사는 곳의 여건(집에 볕이 잘 안든다)에서 잘 하기가 어려워서
꼭 필요한 것들만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달력보다는 조금 늦게 고추와 가지 모종을 냈다.
모종으로 길게 있으니 깊은 곳에 하는 것이 잘 자란다는 것을, 옆집 동생에게 배웠다.
그래서 화분에 모종을 냈고, 어느 때보다 멈추지 않고 자라고 있다.
가지는 어쩐 일인지 싹이 나오지 않아서, 다시 씨를 구하고 싹을 냈다.
봄에 엉덩이가 들썩이지만,
여러해 지내면서 ‘봄은 천천히. 조금 늦게.’를 마음에 둔다.
내가 사는 골짜기는 감자를 한 주 늦게 심는다.
네 가지 씨감자 늘려오다가, 올 해는 감자 맛을 좀 보고싶은 마음에 넉넉하게 심었다.
심기 일주일 전에 큰 것은 자르고 스스로 치유되도록 두었다.
(여유가 없어서 재를 발라주지는 못했다)
아주 이르게 3월 마지막주에 심은 쪽과 재래우엉은 진작에 심었다.
우엉싹이 인사하고 지나가는 나를 붙잡는다. ‘안녕’
청명 지나고,
효제곡앉은키강낭콩 붉은색과 얼룩 떨어트려 심고,
완두콩, 연대도 옥수수도 심었다.
꽃 피는 시기가 다른 청치마 상추, 담배상추와
쑥갓, 번행초도 씨앗넣고,
밭벼, 가랑파도 이번 주 심기기를 기다리며 곁에 둔다.
감자와 여러 씨앗 넣고, 밀과 마늘 차오르는 때에 반갑게도 충분한 비가 내렸다.
마늘에게 잘 삭은 거름 올려두니, 밭이 든든하고 단정하다.
첫댓글 씨앗들이 봄 기운을 받으니 좋습니다. 아주 춥지 않지만 비는 좀 적은 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