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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시즌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첼시는 15/16시즌에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불안한 시작을 한 첼시의 성적은 시즌 중반까지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과거 부임 인터뷰에서 자신을 스페셜 원(Special One), 이후에는 해피원(Happy One)이라고 칭하며 클럽에 애정을 보였던 조세 무리뉴는 쓸쓸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EPL의 지난 시즌 가장 큰 화제라면 레스터 시티의 동화같은 우승, 그리고 첼시의 몰락이었다.
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가졌다. 극성스러운 언론들은 매일같이 몇몇 선수들의 태업설을 보도했으며 무리뉴의 비참한 최후를 기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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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는 2015년 12월 18일 경질당했고 수많은 언론이 이에 관한 기사를 썼다.
팬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언론이 지목한 몇몇 선수들을 향해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고 무리뉴를 되돌려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첼시는 위기를 타개할 소방수로서 히딩크를 낙점했다. 사실상 시즌 중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08/09 시즌 스콜라리 경질 후, 팀을 맡아 챔피언스 리그 4강까지 진출시키고 FA컵까지 우승시킨 히딩크를 데려온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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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의 후임으로 부임한 히딩크, 그러나 과연 그의 성과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시즌 후 첼시가 받아든 성적은 10위였다. 히딩크조차도 무너진 첼시를 구해내지 못했다. 물론 시즌 초중반까지 곤두박질쳤던 성적에 비하면 히딩크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히딩크가 부임 초 기자 회견에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목표로 했던 당초를 생각하면 냉정하게 말해서 히딩크의 첼시가 성공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첼시는 결국 실패했던 것일까? 수많은 언론이 보도했던 것처럼 무리뉴는 선수들과 충돌했고 선수들은 태업을 해서 그를 내쫓은 것일까?
무리뉴는 정말로 '배신'을 당해서 쫓겨난 걸까?
본 글에서는 여러가지 언론 보도와 첼시의 초반 경기력, 그리고 이후 진행 사정을 살펴보며 이에 대해 추측해보고자 한다. 다만 팀의 내부 사정을 전부 알 수 없는 만큼 기사나 기록 등의 외부 정보로 판단하여 작성된 것임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1. 첼시는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나?
공교롭게도 사건은 개막전에서 발생했다. 첼시는 개막전 홈 경기에서 스완지 시티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바노비치는 몬테로에게 고전하며 측면을 완전히 내줬고, 쿠르트와는 고미스에게 파울을 범하며 퇴장당했다.
후반 49분에 아자르가 넘어지자 오랫동안 첼시에서 일한 팀 닥터, 에바 카네이로가 뛰어들어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허나 무리뉴 감독은 격앙된 얼굴로 그녀에게 욕설을 했고 심지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 닥터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 그녀의 행동이 충동적이고 순진했다. 팀 닥터라면 경기 흐름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하기까지 했다.
이후 에바는 벤치에서 제외됐고 모든 언론들이 무리뉴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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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는 에바에게 욕설까지 퍼부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왜?
가장 큰 의문은 무리뉴가 왜 자신의 스태프를 비판했는가이다. 일단 이 일에 대해서 그라운드 위에서의 무리뉴의 격앙된 반응과 이후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 있었던 일은 별개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서 무리뉴가 에바에게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다. 후에 무리뉴는 이것을 인정했고 간접적으로 그녀에게 사과의 표시를 한 바있다. 경기 중에는 선수는 물론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 역시 '흥분'한다.
선수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칙을 저지르며 신경전을 벌이고 때때로 그것이 격해져 몸싸움을 벌인다. 2006년 월드컵에서 있었던 그 유명한 박치기 사건도 그런 사건의 연장이다. 감독이나 스태프 역시 마찬가지다. 때때로 감독들은 심판에게 항의하며 욕을 내뱉고 상대 팀 벤치와 신경전을 벌이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퇴장'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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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파리에 동상으로 만들어지기까지한 지단의 박치기 사건, 마테라치는 이 성지에 직접 순례를 다녀왔다. 사건의 발단은 두 사람의 신경전이었다.
무리뉴의 행동 역시 이러한 '흥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무리뉴의 행동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다. 에바의 행동은 팀닥터로서 당연한 것이었으며 아무리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뉴의 행동은 부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뉴는 왜 인터뷰에서까지 그녀를 비판했을까?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면 여전히 흥분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왜 이 이후에 그는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것 알면서도 에바를 벤치에서 제외하는 수를 뒀을까?
무리뉴는 자신의 선수는 물론 스태프를 보호하고 그들과 깊은 유대를 맺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때문에 그는 인터뷰에서 상대팀을 깎아내리고 상대 선수를 비판할지언정 왠만해선 자기 선수나 스태프를 비판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도 언론의 극성스러움을 알고 있는 그가 언론의 표적이 될 만한 인터뷰를 하고 그런 인사조치까지 단행한 것은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다.
무리뉴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결론을 내린다. 그들은 무리뉴의 변덕이나 혹은 부당함에 대해서 말하고 무리뉴를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그들에게 속편한 결론이라고 본다. 장담컨대 무리뉴가 겨우 그런 이유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었다면 그는 결코 세계 최고의 감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선수단의 컨디션 저하다.
2016년 3월 경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자르의 부친은 아들의 부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자르는 4개월 동안 부상을 앓았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그는 그러나 이따금씩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그는 부상 후 쉬었어야 했지만, 많은 중요한 경기들에 참가해야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아자르는 기계가 아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디에고 코스타는 시즌 초반에 망가진 인형처럼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2014/15시즌 본인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고 겨우 3라운드 만에 멀티골을 넣는 등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것과는 달리 2015/16시즌에는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야 겨우 멀티골을 성공시켰을 정도다. 그 전 시즌 초반 3경기에서 5골을 몰아쳤던 선수가 리그 18라운드, 12월 27일이 되어서야 그는 자신의 5호골, 6호골을 터뜨린 것이다.
코스타는 당시 첼시가 가지고 있던 선수 관리 문제를 제대로 보여주는 예이다. 코스타는 시즌 초 분명히 부상을 안고 있었음에도 경기에 나섰으며 볼 경합 상황에서 제대로 스피드를 내지 못할 정도의 몸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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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첼시의 에이스 두 사람 모두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야만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둘만이 그런 몸상태였을까? 첼시의 2014/15시즌의 출전 기록(상위 11명)을 잠시 살펴보겠다.
이름
| 리그 출전시간(경기 수/분)
|
브리슬라브 이바노비치
| 38경기/3420분
|
존 테리
| 38경기/3420분
|
에당 아자르
| 38경기/3379분
|
네마냐 마티치
| 36경기/3124분
|
게리 케이힐
| 36경기/2985분
|
세스크 파브레가스
| 33경기/2890분
|
티보 쿠르트와
| 32경기/2814분
|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 29경기/2484분
|
윌리안
| 36경기/2418분
|
디에고 코스타 | 26경기/2085분 |
오스카 | 28경기/2038분 |
다음 기록은 세계 리그 주요 팀들의 당시 출전 기록이다.
이름(맨체스터시티, 당시 리그 2위)
| 리그 출전시간(경기 수/분)
|
조 하트
| 36경기/3240분
|
다비드 실바
| 32경기/2661분
|
파블로 사발레타
| 29경기/2586분
|
마르틴 데미첼리스
| 31경기/2559분
|
세르히오 아게로
| 33경기/2540분
|
이름(레알 마드리드, 2014/15)
| 리그 출전시간(경기 수/분)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35경기/3099분
|
토니 크루스
| 36경기/3064분
|
마르셀루
| 34경기/2931분
|
이케르 카시야스
| 32경기/2880분
|
가레스 베일
| 31경기/2582분
|
이름(바르셀로나, 2014/15시즌)
| 리그 출전시간(경기 수/분)
|
리오넬 메시
| 38경기/3375분
|
클라우디오 브라보
| 37경기/3330분
|
네이마르
| 33경기/2573분 |
다니 알베스
| 30경기/2524분
|
세르히오 부스케스
| 33경기/2492분
|
위 기록을 살펴보면 유럽 리그의 주요 팀 중 그 어떤 팀들도 첼시 선수들만큼 많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14/15시즌 첼시의 부상 관리가 다른 팀들보다 훨씬 철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이것은 그만큼 첼시 선수들의 피로도가 쌓여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팀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원인으로 지목됐던 수비 포백의 출전시간을 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시즌 초중반 내내 고전했던 이바노비치는 38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테리 역시 마찬가지이며 주마에게 자리를 내준 케이힐도 36경기에서 2685분이나 소화했다. 그나마 제몫을 해준 아스필리쿠에타는 포백 중 가장 적은 시간인 2484분을 소화했다.
아자르는 어떠한가? 몸 관리에 철저하며 전 경기를 풀타임 출장하고 싶어하는 그 호날두조차도 3099분을 소화했는데 아자르는 3379분을 소화했다. 리오넬 메시는 그 시즌에 3375분을 소화했다. 그리고 2015/16시즌에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자주 이탈하며 33경기에서 2730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활약 역시 그 전 시즌보다는 못한 26골을 득점했다.(* 주 : 물론 이건 메시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 이번에는 2015/16시즌 첼시의 출전 기록을 살펴보겠다.
이름
| 리그 출전시간(경기 수/분)
|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 37경기/3202분
|
브리슬라브 이바노비치
| 33경기/2918분
|
세스크 파브레가스
| 37경기/2899분
|
윌리안
| 37경기/2751분
|
네마냐 마티치
| 33경기/2421분
|
디에고 코스타
| 28경기/2379분
|
에당 아자르
| 31경기/2192분
|
페드로
| 29경기/2044분
|
티보 쿠르트와 | 23경기/2020분 |
존 테리 | 24경기/1991분 |
게리 케이힐 | 23경기/1955분 |
상위 11명 중 아스필리쿠에타, 파브레가스, 윌리안, 코스타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전 시즌에 비해 줄어들었다. 물론 출전시간 뿐 아니라 활약 역시 윌리안을 제외한다면 전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진했다. 선수들은 휴가와 프리시즌을 거치면서 제대로 피로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또 컨디션을 끌어올리지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에바 사건으로 돌아오겠다. 무리뉴는 얼핏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팀 닥터를 비판했고 이것이 이슈화되고 그녀가 sns에 글을 올리자 에바를 벤치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무리뉴의 발언은 정말로 에바 카네이로의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판한 것이었을까? 무리뉴의 발언은 그녀에 대한 비판은 프리시즌을 거치며 무리뉴가 팀 닥터들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선수 관리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개인의 일은 무리뉴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확실하게 알 수는 없고, 여러 저질스러운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에바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 발언은 에바 개인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팀 닥터들의 부진한 성과에 대해 불만족스러웠던 무리뉴가 폭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무리뉴는 에바를 지목하며 팀 닥터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은 수많은 의혹을 내보내면서 무리뉴와 구단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무리뉴의 발언 역시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바깥에 떠든 것 역시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허나 에바의 대응, 이후에 SNS를 통한 여러가지 발언이나 대응을 살펴보았을 때 그녀와 무리뉴 사이에 이전부터 업무에 관한 불화가 있었던 것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이후의 일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흘러갔다. 언론이 신나게 떠드는 사이, 에바는 sns를 통해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사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팀을 혼란스럽게 했다.(* 여담이지만 그녀는 이 일로 인해 두 번 다시 축구 클럽팀에 복귀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구단과 감독에게 정면으로 맞서고 팀을 어지럽히는 스태프를 원하는 곳이 있을 리 없을 테니까. 그녀 개인이 부당함을 느낄 수 있었음은 분명히 이해하지만 그녀의 대응 또한 프로로서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팀은 안팎으로 흔들렸다. 선수들은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그라운드 위에 올랐고 얼마 후 언론들은 에바를 지지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태업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후 무리뉴가 경질되자 태업설과 배신 등 자극적인 이야기로 언론은 신나게 첼시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첼시는 시즌 초부터 흔들렸다. 많은 선수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정상이 아닌 상태로 뛰어야 했으며 결국 부상을 안고 뛰는 선수까지 생겨야만 했다.
돌이켜보면 그 전 시즌의 살인적인 출전 시간, 그로 인한 피로, 팀 닥터들의 선수 관리 실패, 그리고 무리뉴 감독의 실수, 구단을 들쑤시는 언론들을 통해 첼시는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2. 첼시 선수들은 정말로 태업한 것일까?
때때로, 특히 스포츠 쪽의 언론은 매우 잔인하다. 그들은 하이에나처럼 상대를 노리며 틈을 보이면 가차없이 무리지어 상처를 물어뜯는다.
물론 그들이 항상 잘못된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그들은 내부의 소스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본 글 역시 그런 정보를 토대로 쓰인, 어찌보면 추측글에 불과하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그들은 더욱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원한다.
지난 시즌 첼시는 그들에게 정말로 완벽한 먹잇감이었다. 무리뉴가 인터뷰에서 에바 카네이로를 '그 일'로 질책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던지 그 발언만큼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허나 거기서 끝나야 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벤치에 앉을 스태프를 고르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며 스태프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은 감독과 구단이 상의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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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는 38년간 구단에서 근무했던 뮐러 박사와 문제를 일으켰고 뮐러 박사는 구단을 떠났다.
같은 사례라고 볼 수는 없지만 뮌헨에서 과르디올라와 문제를 일으켰던 뮐러-볼프파르트 박사가 사퇴했을 때 독일 언론은 잉글랜드 언론만큼 뮌헨을 뒤흔들지는 않았다.
물론 두 사례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뮐러는 여성도 아니며 흥분한 과르디올라가 그에게 욕을 하지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무리뉴 역시 과르디올라처럼 38년간 근무한 팀 닥터를 불신하여 전 소속팀 팀 닥터에게 선수를 맡기지도 않았으며 경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의료진에게 돌리지도 않았다.
뮐러 역시 내부적으로 과르디올라에게 반발해 사표를 냈지만 그 이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SNS를 이용하지도 않았으며 소송을 걸지도 않았다.
며칠 전 있었던 커뮤니티 실드를 생각해보자. 감독이 중간에 교체한 선수를 다시 교체한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잉글랜드 언론들은 무리뉴가 인터뷰에서 분명히 '전술적인 문제'로 마타를 교체했다고 밝혔음에도 예전에 그를 방출시킨 것을 떠올리며 두 사람의 불화에 관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선수 교체가 분명히 감독 고유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태업 또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부진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 경기를 잘할 수 있다. 선더랜드 전이 끝났을 때 수많은 언론들은 첼시의 선수들을 일제히 비난했다.
오스카를 포함한 몇몇 선수들이 태업의 주동자로 뽑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오스카는 그 전 시즌부터 다소 부진했고 그 시즌에도 부상과 복귀를 반복했다. 그런 그가 한 수 아래인 선더랜드 전에서 활약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태업을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가?
이바노비치는 그 전 시즌 세계에서 첫 손꼽히는 풀백이었다. 그가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오고 몸 상태를 조금 끌어올려 한 경기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고 해서 그가 그 전까지는 줄곧 태업을 벌였다고 볼 수 있는가? 무리뉴는 이후에 이바노비치를 선발 명단에 몇 번 제외했어도 그 누구보다도 그를 믿고, 전술적으로 기용한 사람이었다.
선수들이 히딩크 아래에서 제 컨디션을 조금씩 찾고 활약을 보이기 시작하자 언론들은 더욱 떠들어댔다. 태업, 배신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를 그들은 1면에 실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왜 무리뉴가 태업이 아니라면 말하지 않았냐고. 그럼 다시 묻겠다. 팀 내의 치부를 공공연히 떠드는 감독을 당신이 보드진이라면, 스태프라면, 선수라면 신뢰하겠는가? 무리뉴는 팀 닥터를 비판하고 거기에 '메시지'를 담았을지언정 훗날 온갖 언론들이 에바와 관련된 '저질스러운 보도'를 할 때도 줄곧 침묵을 지켰던 사람이다. 태업이 아니라고 말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무리뉴에게? 아니면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에게?
그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인터뷰를 살펴보자. 12월 15일, 레스터 시티 전 패배 후 있었던 무리뉴의 인터뷰다.
"내 능력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경기를 읽는 것인데 오늘 경기를 보면서 내 노력의 결과가 선수들에 의해 배신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다. 지난 시즌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수준이 뛰어났기 때문인데 지금 경기력을 보면 전혀 지난해 보여줬던 수준이 아니다".
12월 18일 무리뉴는 경질됐고 언론들은 이 인터뷰를 근거로 선수들이 태업을 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태업의 뉘앙스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질타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 그만큼 선수들의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던 것이다.
무리뉴가 배신감을 느꼈을 수는 있다. 분명히, 허나 그 대상은 선수보다 구단 보드진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끝내 아브라모비치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 말이다.
많은 선수들이 무리뉴 경질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들을 질책하는 인터뷰를 했다. 언론과 사람들은 그것을 비겁한 변명이라고 깎아내렸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자. 팀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나 그 책임을 지는 것은 감독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도 그렇지만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가장 첫 번째 사람이다.
몇몇 사람들은 선수들을 방출하고 팀을 갈아엎으라고 말한다. 좋다. 일단 묻겠다. 누가 태업을 했고 하지 않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언론이 떠들어대는 이름들을 방출해야 하는가? 아니면 부진했던 선수들 전부해야 할까? 그럼 이번 시즌 10명 이상을 방출해야 할 것이다. 그럼 또 누구를 다시 영입해야 하는가? 그것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제발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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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라면 20명의 선수를 방출시키고 20명을 재영입해도 아무 문제 없다. 게다가 매 경기 로테이션을 돌려도 전승 우승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하겠다. 태업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언론들에 따르면 첼시는 몇 시즌을 제외하면 항상 매 시즌 유례가 없는 위기를 맞았고 감독이 바뀔 때마다 주장인 존 테리는 뒤에서 선수들을 조종해서 태업을 일삼는 파렴치한이다.
태업의 주동자로 지목되었던 코스타가 3주전부터 훈련량을 늘렸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비판할 수 있다. 당연하다. 그것은 팬이나 언론의 당연한 권리다. 첼시는 부진했고 그것에 대한 비판을 듣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허나 그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까지 함부로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팀의 부진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몸 상태, 정신적인 문제, 전술적인 문제 등...
터무니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뒤에서 낄낄 거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무엇을 위해서 진지하게 노력해본 적도 없고, 항상 남들의 성공을 시기하며, 그들이 하는 노력에는 관심이 없고, 그 성공이 부당한 것이라 깎아내리는데 열중한다는 것이다.
3. 이적 시장에서의 실패?
혹 우리는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웠던 이적 시장을 실패 원인 중 하나로 말할 수도 있다. 허나 많은 평론가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즌 전 첼시의 스쿼드가 프리미어리그를 재정복하기에 가장 '완벽'하다고 말했다.
첼시의 지난 여름 이적 시장과 겨울 이적 시장을 한 번 돌아보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사실 글의 내용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그려놨던건데 시즌 시작 전에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겨우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첼시의 부진에 대한 원인을 말하는 기사는 많지만 다수가 자극적인 내용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네요.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되었던 거 같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즐겁게, 그리고 조금 진지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또 많은 비판과 지적, 의견 교환도 정말 감사하니 가감없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__)
첫댓글 진짜 대단한 글이네요ㅎㅎ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선수들 혹사가 컸죠~
다만 그렇게 혹사시키지 않았으면 리그 우승은 힘들었을 수 있고, 또 그 이유를 따져보면 스쿼드가 두껍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으니 쉬운 문제가 아니네요ㅜㅜ
감사합니다... 그게 모든 구단이 안고 있는 딜레마 같아요. 주전과 벤치의 차이를 줄이고는 싶지만 돈 문제도 있고 선수들의 출전이나 불만도 신경써야 하고... 감독 입장서 팀 안정을 위해 매 경기 로테이션을 돌릴 수도 없으니까요.
전문가 칼럼인줄... 다 읽고나서야 글쓴이분이 쓴걸알았네요ㅋㅋ 잘봤어요
해외 칼럼 번역하신 글인줄 ㅎㅎ 잘봤습니다 늘 리그와 유럽대회를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스쿼드 뎁스가 좀 더 두꺼웠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글 매우 잘 읽었습니다 짝짝짝! 나중에 나온 이바노비치나 코스타의 인터뷰들을 생각해보면 우승한 시즌 너무 심하게 쏟아부었고 리그 개막 전에 준비를 덜 했다고들 했어요. 영국 언론들 물어뜯기는 상상이상인듯 하구요. 글쓰신 것처럼 이번 시즌에 그다지 큰 영입이 없어서 걱정이 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시작 전에 훈련량을 늘려서 전술적대비나 체력 훈련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새 감독님도 기대가 많이 되는 인터뷰를 하십니다. 솔직히 영입이 너무 부진하고 윌리안 아스필리쿠에타 이적설이 나올때 울화통이 터져서 첼시팬 그만두려고 했었거든요. 그래도 개막전을 앞두니 다시 팬심이 생깁니다.
피로도 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저도 태업은 언론과 당시 안좋은 상황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가 내외적으로 만들어지면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돈이 오기도 하겠죠. 분명 모두가 무리뉴한테 항상 만족하진 않았을테니까요.
그나저나 굉장한 수준이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글.
정성가득한글 너무 감사합니다
본문 내용 처럼 이번시즌은 선수들
몸관리가 잘 되어서 다시 좋은 모습 볼수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읽는내내 전문가 컬럼인줄 알았네요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이미 14-15시즌 후반기부터 예견된 일이었죠...
저희 카페 칼럼리스트시네요 ....진짜 2번 정독했습니다. 너무 좋은 글이고 너무 공감이 가네요.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팀닥터의 중요성과 체력관리의 중요성이 정말 많이 부각된 시즌이였죠....이번시즌은 잘 했으면 좋겠네요. 리버풀도 만만해 보이지 않고 참 역대급 시즌이 될거 같은데...첼시 화이팅입니다!
정말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해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항상 정성 가득한 글을 남겨주셨던 .!!! 글 내용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핵심 선수들 혹사로 지쳤고 그로 인해 폼 떨어졌죠~
무 감독 전술 한계도 노출되었고 영입으로 만회하려고 했으나 에메날로,코치와 불화...
//태업은 아니라도 선수들과 불편함이 없진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