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가황조' - 2

[argos]

  돈, 나라, 권력을 사랑한 세 자매

   청조가 무너지자 중국은 전쟁의 격랑에 직면한다.

혁명지도자 손문의 동지이기도 한 송사리는 손문의 혁명활동을 적극 돕는다.

그에게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 온 세 딸이 있는데 그는 이 세 자매들이 새로운 중국건설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

정치나 경제방면의 뛰어난 수단가 첫째 애령은 공자의 직계손인 산서의 대부호 공상희와 결혼하여 다른이들 보다

한 발 앞서는 감각으로 은행업을 시작, 중국의 경제력을 장악한다.

첫째딸 송애령과 공상희

둘째 경령은 낭만적이고 순박하고 열정적이며 신념이 강했다.

언니 애령이 결혼을 해 쑨원의 곁을 떠나자 경령은 언니를 대신해 ‘쑨원 아저씨’의 비서를 하겠다고 나선다.

당시 쑨원은 위안스카이(袁世凱)에게 쫓겨 일본으로 도망 와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27살이나 연상인 아버지의 친구 손문과 결혼하고 손문의 완벽한 신봉자가 된다.

그들의 신념인 자유민주주의 신 중국 건설을 위해 혁명을 도모하며 중국인들의 희망을 대변한다.

 둘째딸 송경령과 손문

 그녀는 손문의 삼민주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혁명가로 성장하였다.

 손문 저작들의 영어번역가이면서 외국 정치가들과 만날때는 통역자였다.
 송경령과 손문의 결혼생활은 10여년 남짓이였지만, 그 10년은 총명한 한 여성을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는 지도자로 변모시켰다.

셋째 미령은 뛰어난 미모,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로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새로운 영웅 장개석과의 만남은 그녀를 거부할 수 없는 사랑으로 이끈다.

장제스와 결혼함으로써 중화민국의 퍼스트레이디로 권력과 정치를 손 안에 쥐고 흔들었다.

장제스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배후세력이 바로 송미령이었다.

그녀는 중국의 정계에 많은 영향력을 남자 못지않는 배짱과 야심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셋째딸 송미령과 장개석

이리하여 중국 최대 재벌인 송가의 2세들은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송왕조를 세운다.

송씨 집안의 세 딸이 중국 근대 역사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들에 의해 13억 중국인들은 모두 같은 꿈을 꾼다.

영화의 한장면(송애령의 집 파티에 모인 송씨가 형제들)

    1925년 혁명의 중추인 손문은 기차 이동 중 숨을 거두고 중국은 혼란의 늪에 빠진다.

남편을 잃은 경령은 슬픔속에서도 중국을 구하려는 일념에 고군분투하지만 손문의 뒤를 이은,

지도자 장개석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장개석의 아내이자 동생 미령과의 우애에도 금이가 서로를 증오하기에 이른다.

그때 만주군벌 장학량에 의해 장개석이 납치되자 미령은 그를 구하기 위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다.

미령은 그녀가 가진 모든 것,

탁월한 재능과 뛰어난 미모와 배짱으로 남편 장개석과 중국 그리고 송왕조를 구해낸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내전이 격화되고 애령, 경령, 미령 세자매는 각자 서로의 상처와 사랑을 가슴에 묻은 채

상반된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의 시간속에서 빛나던 사랑은 이제 중국의 신화로 남는다.

큰 세상을 보게 하라

    이런 딸들을 키운 아버지가 쑹자수(宋嘉樹)다.

하이난다오(海南島) 출신으로 어려서 자바 섬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 목사가 되어 귀국했다.

그는 중국 근대화시기에 맞춘 제분업과 외국 기계를 수입해 파는 오퍼상으로 큰돈을 벌었다.

인쇄소를 차려 성경을 펴내기도 했다.

쑨원과 쑹자수는 1894년 청왕조 타도를 위해 뭉친 한 비밀결사에서 만났다.

이 둘은 청 왕조를 타도하고 근대적인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고,

쑨원이 펴내는 정치 선전물을 자기 인쇄소에서 몰래 찍어주기도 하고, 자금을 대주기도 했다.

둘 다 미국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데다가 기독교인이어서 쉽게 친해졌다.

쑹자수는 쑨원의 절친한 친구이자 정치적 후원자가 된다.

영화에서 쑹자수는 개명한 민족주의자로, 

서구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해 “서양인의 물건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린 딸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과 악기를 불태우기도 하지만,

‘중국이 움직이면, 세계를 움직일 것이다’라는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며 앞선 안목으로 딸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청조 멸망이후 혼란한 시기에 신중국 건설이라는 열망으로 '송사리'는 세 자매를 미국 유학을 보낸다.

원래 쑹자수의 세 딸은 상하이에 있는 서양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미션스쿨에 다녔다.

큰딸 애령이 13세가 됐을 때(1903) 아버지는 딸을 미국에 보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15세 때 대학에 들어갔던 것을 생각하며,

자신보다 더 똑똑한 딸은 13세에 미국에 가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영화에서는 세 딸이 함께 미국으로 가는 배에 오르고,

부두에서 아버지와 애틋하게 이별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사실은 큰딸 애령이 먼저 미국에 가고,

둘째와 셋째는 4년 뒤(1907)에 간다. 미국 유학을 떠날 때 둘째 경령은 15세, 셋째 미령은 10세였다.

미령보다 세 살 위인 큰아들은 그때 이미 미국에서 하버드대 입학을 준비중이었다.

‘송가황조’ 신화를 두고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자식들을 저렇게 키울 수 있을지,

그 교육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송가황조가 탄생한 가장 중요한 토대는 자식들을 외국에 보내 넓은 세상을 체험하게 한 것이 아닐까.

세자매(애령,경령,미령)

   중국에 이런 풍속이 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되면, ‘만월(滿月)’이라 하여 큰 잔치를 연다.

만월 풍습 중에 ‘이과(移퉼)’라는 것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둥지를 옮긴다는 것인데, 외할머니나 외삼촌집에 가서 며칠 묵는 것이다.

한 달밖에 안 된 아이를 밖으로 돌리는 이치는 이렇다.

아이에게 바깥세상을 보게 하고 견문을 넓혀서 담력과 식견을 지니게 하는 것.

한 달밖에 안 된 아이가 집을 떠나면 밤새 우는 것이 전부이겠지만,

자식은 밖으로 돌려야 고생도 하고 경험도 쌓고 식견도 넓어져서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중국인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아이를 크게 키우려면 밖으로 내보내 큰 세상을 보게 하라, 송씨 가문의 성공 사례가 주는 메시지다.

   타이완 건국에 절대적 역할을 한 셋째딸 미령의 외교적 수완은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격에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 덕분이다. 

영화에서 장개석이 서안에 붙잡혀 있을 때 그곳으로 가 중국 공산당의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협상해

장개석을 구출해낼 때의 담력은 여장부답다.

그후 미국 의회에서 최초로 연설한 여성으로 기록되고,

명연설로 미국의 어마어마한 자금지원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한다.

장개석의 대미 외교는 순전히 송미령 덕이었다.

영화 ‘송가황조’는 중국의 퍼스트 레이디 둘을 배출하고 거대중국의 경제권을 장악한 큰딸 애령 등

송씨 집안 이야기지만, 경령과 미령 두 자매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과정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분열로 중국의 공산화와 대륙 분열의 상징이기도하다.

[철희]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