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포장은 되 있지만 좁고 구불한, 대형버스에겐 힘든 길을 한참을 걸려 도착한 서지동네는 양쪽으로 야트막한 야산이 둘러쳐있는 사이로 논들이 펼쳐져있고 그 안쪽에 오늘의 목적지 서지마을 창녕 조씨 조진사댁이 산기슭아래 아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못질밥 무슨 뜻인가 했더니 못은 모심기를 뜻하고, 질은 마을의 노동집단의 단위를 의미한다고 하니 모심기 때 일꾼들이 먹던 밥 그런 뜻이라면 되겠네요. 정갈한 음식상과 무엇보다도 반질반질한 윤이 나는 쌀밥이 눈으로도 벌써 맛이 있습니다. 쑥버무리, 묵은지, 젖깔 쌈장의 배추쌈, 무말랭이김치, 산채, 잡채, 불고기 ..... 화려한 밥상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눈 맛과 입안의 감칠맛이 덜 한 것도 없고 더한 맛도 없는 이집 음식의 격을 보여줍니다. 밥 욕심이 별로 없는 나도 한 그릇 더 청하고 싶네요. 게다가 가양주인 송죽 두견주의 은은하면서도 조화로운 맛은 문밖에 부슬거리는 비를 핑계로 여기 주저앉아 송죽두견주와 헤어지기 싫도록 만들어 줍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안주인 최영간님이 나와 음식 내력을 소개합니다. 종부로서 가슴속에 품고 사는 선대 어른들로부터 받은 가르침과 음식에 대한 그녀의 철학들을 차분하고도 설득력 있는 말솜씨로 풀어 가는데 속 깊고 심지 강한 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겠네요.
강릉시에서 발간해준 그녀의 전통음식 홍보지를 살펴보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문화적인 컨탠츠로 기획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능력또한 탁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며느리 첫 생일상차림, 사위 첫 생일상차림 등 처음 들어보는 전통 음식상차림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 한가지로도 백마디 말보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겠다 하는 것을 느끼고 음식에도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감동 시킬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생각합니다.
(서지 못질밥 초가집은 강원도 강릉 경포대 부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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