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주식회사 골드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이동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댄스스포츠 영화 <남자의 러브스토리>의 안무 총감독을 맡고 있다.
영화에서 댄서로 출연하는 세 명의 배우들은 매일 스튜디오에서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맹연습중이다. 벌써 3개월째가 되어가고 있고 배우들의 댄스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하여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세 명의 신인급 배우들은 한결같이 댄스스포츠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말을 반복한다.
당연한 일이다. 몇 년을 걸쳐 선수들이 해내는 수준을 따라가려니 힘든 건 당연하겠지.
영화는 내년 1월경에 촬영을 시작하여 내년 4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촬영을 위해 남은 기간은 불과 2개월 남짓. 그들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일게다.
지난 칼럼을 통하여 필자는 댄스스포츠 전 종목의 춤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댄스스포츠는 전 세계 5대륙의 문화적 특성과 전통이 녹아들어 있는 춤이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춤의 특성도 조금씩 다르다.
차차차를 잘한다고 해서 삼바를 무조건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파소도블레는 다른 모든 라틴댄스와 그 기초부터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운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나에게 탱고를 가르쳐 주시던 네덜란드의 선생님은 탱고는 다른 모던 댄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춤이라는 말을 가장 처음 해주시기도 하셨다.
모든 댄스스포츠 선수들은 가장 잘하는 종목과 가장 못하는 종목이 다른 춤에서와는 다르게 판이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좋아하는 춤과 싫어하는 춤이 저마다 하나씩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댄스스포츠는 어느 한 춤만으로 댄서의 수준을 평가하지 않고 모든 춤을 매끄럽게 소화해내는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목별로, 차별화된 느낌과 감정을 전신으로 표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잘 다듬어진 배우만큼이나 연기력 또한 갈고 닦아야 한다. 즐거움과 애틋함, 사랑과 정열등을 동작 하나하나마다 보는 관중들이 손쉽게 느낄 만큼 표현해 내야 하는 일이 좀 힘든 일인가.
80년대 헐리웃 스타였던 <더티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나 현재 <스텝 업>과 <테이크 더 리드>에서 좋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새로운 헐리웃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제너 드완 모두 어렸을 적부터 전문적으로 춤을 배운 댄서 출신들이다. 이 외에도 춤을 통해 전신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댄서 출신의 연기자들은 다수이고 배우나 탤런트 들이 너도나도 이런 저런 춤을 배우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다양한 면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댄스스포츠의 댄서는 모든 면에서 피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러한 다양함이 댄스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댄스스포츠를 하는 이들은 그 수가 결코 많지 않다. 하지만 춤이 재미없어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댄스스포츠는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그 끝을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스텝을 잘하면 허리와 골반을 사용하여 춤을 춰야 하고, 후에는 상체를 곧게 세워야 하고, 그 후에는 팔의 액션을 통하여 아름다운 동선을 만들어야 하고, 이제 멋진 동작을 연출 할 수 있구나 싶을때 쯤이면 얼굴의 표정을 통하여 춤의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전신을 통하여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끝이 나면..... 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새로운 춤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롭고 다양한 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함이 결단코 힘들고 어려운 피나는 노력 속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처음부터 댄스스포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힘든 과정을 모두 다 이겨낼 수 있는 즐거움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일반인들이 댄스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