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만두' 파문에 '올드보이'가 열받았다.
지난달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쥔 '올드보이'가 국민들의 거센 '만두 분노'의 대변자가 됐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주인공 오대수는 싸구려 호텔방을 연상케 하는 8평의 사설감금방에 갇혀 무려 15년의 긴 세월을 보내는 인물. 오대수가 좁은 공간에 갇혀 먹는 음식물이 바로 중국집의 군만두다.
최민식은 극중에서 질리도록 먹어댄 군만두의 맛을 기억해 내 자신을 가둔 사람들을 찾아내 복수를 벌인다. 영화에서 다뤄진 만두의 중요 역할 때문에 네티즌들은 '올드보이'를 패러디의 교재로 삼아 '쓰레기 만두' 파동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올드보이' 주인공 오대수 쓰레기 만두에 분노 폭발 "재밌지만 서글퍼… 처절한 복수를"
'쓰레기 만두' 파문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 이를 비꼰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패러디의 압권은 영화 '올드보이'. 네티즌들은 영화속에서 최민식이 15년동안 지긋지긋하게 먹었던 군만두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 만두를 절묘하게 매치시킨 패러디 사진들을 잇따라 올리며 쓰레기 만두를 만든 악덕업자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이들 패러디는 네티즌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으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다른 사이트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에 올려진 패러디 '만두의 비밀'. 영문도 모른 채 갇혀 15년간 군만두만 먹은 최민식은 복수를 꿈꾸며 세상에 나간다. 이때 군만두집 사장이 다가와 내뱉은 말. "만두말야, 그거 다 쓰레기로 만든거야."
최민식과 강혜정이 함께 등장하는 패러디 '15년 썩은 만두인생'. "이 만두 니가 팔았냐? 내 눈 풀린 거 봐라. 15년 먹으니 내 눈 썩은 만두 됐다"고 최민식이 읊조리자 강혜정은 "우리 아빠 입에서 썩은 단무지 냄새가 난다"며 절규한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 '내라티브'는 최민식의 눈을 잔뜩 풀리게 합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대수는 기분이 안좋다'는 제목의 패러디물. 만두를 '으적으적' 씹어먹는 최민식이 "만두 갖고 장난 치지 마. OOO들아"라는 섬뜩한 대사를 외치며 절규한다. 또다른 패러디물 '복수의 이유'에선 최민식이 "쓰레기 만두소 만든 자식 찾으러 왔소"라는 쪽지를 내밀며 조폭들에게 "너냐.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었다"며 살벌한 폭력을 휘두른다. 패러디물의 기본 테마는 최민식의 '광기어린 복수'가 쓰레기 만두 때문이라는 사실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패러디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재미있긴 하지만 서글프다. 나라도 15년 동안 썩은 쓰레기 만두를 먹었다면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더이상 먹거리로 장난을 쳐 이익을 얻으려는 무리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해야한다"며 '쓰레기 만두' 파동에 항의하는 내용의 의견을 게시판마다 도배했다. 중국집 - 전문점 "우리도 피해자"
신선 재료이용에도 손님들 의심의 눈초리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로 만든 만두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경찰청 발표 이후 이번 사건과 무관한 만두 전문점과 중국음식점, 만두 제조업체들까지 울상이다.
특히 단무지는 물론, 무를 만두소로 넣지 않는 수제 만두 전문점과 중국음식점들도 만두 주문이 뚝 떨어졌고, 이번 사건과 관계 없는 식품업체들도 소비자의 도매급 불신을 없애기 위해 시식회를 여는 등 이미지 회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수제왕만두를 판매하는 취영루의 경우 7일 하루 매상만 이전 보다 20% 떨어졌다. 이곳 매니저 강복순씨(여ㆍ38)는 "주방의 조리 과정을 공개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들은 여전히 믿어주지만, 처음 오는 손님들은 뉴스를 들먹이면서 싸잡아서 의심을 한다"면서 "속상하지만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를 이용한다는 점을 계속 홍보할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이곳 뿐 아니다. 경기도 의정부의 ㅇ만두점도 평소 보다 매출이 뚝 떨어져 업주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중국음식점들도 만두에 대한 불신을 받긴 마찬가지. 중국음식점 만두는 값싼 냉동만두로 쓸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편견과 불신 때문에 만두 주문은 물론, 요리 주문시 서비스로 내놓던 군만두를 다른 메뉴로 대체해야 할 판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음식점 업주는 "여러 손님이 만두를 직접 빚어서 판매하는지 물어왔다"며 "우리 가게는 직접 재료를 장만해 만두를 빚는다고 설명했지만 아무래도 만두를 대신할 값싼 요리를 개발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악구 봉천동의 한 대형 중국음식점 주인 조모씨(44)도 "조리실에서 만두를 빚고 요리하는 광경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해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