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서 직장 생활하던 어릴적 친구가 퇴직 했다. 그는 모처럼 자신만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했다. 주말이면 아내와 서울에 있는 산을 오르며 그동안 아내와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니 늙그막에 부부 관계가 더 좋아 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직장에 얽매여 있으니 주중 점심 시간 외에는 자영업 하는 친구들처럼 골프 라운딩을 나가지 못했다. 골프의 경우 주말 그린피가 부담스러운 일부 골퍼 들은 주중 회원권을 사서 조를 이루어 라운딩을 즐겼다. 대학 동창들은 정년이 되자 하나둘 직장을 떠났다. 그들은 직장을 떠나기전에는 사업 구상을 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는데 막상 퇴사를 하고 나니 창업이나 새로운 직장에 입사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몇명은 퇴사후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더니 가끔 단톡방에 공원 풍경 사진을 보내는 것으로 소일 했다.
아직은 직장에 남아 있으니 노예 근성이 뼈에 새겨 질까 두려워 얼른 퇴직하고 훨훨 날고 싶은 꿈을 꾸다, 일 할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그러나 직장 일이란 매일스트레스의 연속이라 어서 빨리 정년 퇴직을 맞아 퇴직금 받아서 나도 남들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대학 동창인 m은 제 2인생을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따서 빌딩 관리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비록 급여는 전에 다니던 금융권 보다는 약하지만 안정 되고 할 수 있을때 까지 할수 있다며 체력 관리를 잘해서 신체 나이보다 정신 건강이 우선이라 했다. 정년 퇴직이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 졌다. 집에서 밥세끼 먹는 삼식이로 살기 보다는 취미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어물쩡 거리다 퇴직 했다. 작은 상자에 그동안 쌓인 물건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홀가분 하다 못해 새처럼 가볍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부터 휴대폰 알람 설정을 지웠다. 습관처럼 일어나던 아침의 일과가 건전지가 다한 시계처럼 아침이 더디게 흘렀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조간 신문을 눈길을 주던 아침이 지났다. 아내는 느긋하게 아침을 맞으니 좋다고 손뼉을 친다. 가족들이 모두 빠져 나간 집안은 정적 만이 남아 있는데 거실 벽에 걸린 벽시계 만이 홀로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휴대폰을 열었다. 그동안 바빠 연락이 뜸한 동창들에게 전화 통화 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시계는 아직도 11시에 가깝다. 지금쯤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분주하게 서류철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증권 시세를 보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시간을 주체할수가 없다. 옷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왔지만 딱히 갈 곳이 없다. 한참 걷다보니 지하철역에 와 있다. 생각없이 지하철을 타고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계절은 이미 봄으로 향하는지 나무에는 초록의 생기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