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성남시 대하(大河)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안산(安山)초가 산마을이라면 대하(大河)초는 강마을이라 하겠다.
대하초는 성남시 중원구에 있고 26학급으로 아파트 단지와 구 시가 사이에 있다.
누리집을 보니 도예 교육으로 마을과 연계한 '꿈의 학교'를 운영한다.
8일. 학교에 가서 인사를 했다.
이 학교에 와서 가장 놀란 건 6개 부장 중 4개 부서 부장 그리고 6학년 4학급이 모두 비어있다는 거다.
"놀라셨죠? 도시 학교라 모두 부장을 안 하려고 해서 이렇게 처음 오시는 분들이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학교 내규로 자격이 되는 교사는 누구나 한 번은 부장을 한다로 되어 있어요. 처음 오셨지만 샘들께서 잘 생각해서 맡아주셔야 할 형편이에요."
교감샘이 학교 사정을 이야기하자 전입 온 우리 9명 교사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각자 희망 학년과 업무를 써서 제출하고 교감샘이 다시 조율하는대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상황이 변하진 않을 듯 합니다. 그러니 서로 의논을 해 보면 어떨까요?"
"예. 좋습니다. 예전에 제가 있을 때와 분위기가 너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의논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대하초가 좋아서 두 번째 오신다는 선생님이 호응을 했고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는 지난 해 5학년 부장을 했으니, 5학년 문화예술부를 신청하겠습니다."
"저도 연구부장은 처음인데 수업 시수가 적으니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이가 6학년이라 죄송하게도 6학년을 맡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잘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학년은 한 자리만 남아 원로선생님이 신청하면서 얼추 자리가 채워졌다.
그래서 다시 5학년 1반 담임이자 학년부장이 되었다.
14일부터 새학기 준비 연수에 참여했다. 전입 온 교사는 과학실에서 다른 분들은 각자 교실에서 줌으로 연수가 시작되었다.
화면으로 인사를 한 뒤 교무실에 가서 업무 인수 인계서를 받고 각자 학년 교실과 연구실로 가라고 했다.
5학년은 반 배정이 늦어져 많이 기다렸다. 문화예술 강사 공고를 오늘 내고 강사를 뽑아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일에 두서도 없고 배려도 없었다.
11시 30분이 되서야 5학년 연구실로 가서 동학년 선생님을 만났다.
세 분 모두 인상이 좋았다. 마음이 놓였다.
"제가 처음 왔는데 학년부장을 맞게 되어 송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님, 저희도 처음 왔을 때 그랬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첫 인사 하실 때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저 분이 우리 부장님 되시면 좋겠다 했는데 동학년이 되서 너무 기쁩니다."
"환영합니다.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따뜻한 말에 용기가 났다. 점심은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다.
오후엔 안산초에 가서 '퇴임식과 환송회'에 참여했다.
모든 선생님들이 모여 함께 축하하고 이별을 아쉬워했다.
선생님들이 주시는 상장도 받고 선물도 덕담도 아낌없이 나누었다.
행정실 식구들도 모두 와서 인사를 했다.
"제가 어디가서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요? 4년 동안 초대받아 함께 보낸 기억과 시간 잘 간직하겠습니다."
"선생님!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시고 언제든 안산초에 놀러오세요."
퇴임하시는 두 분과 교장, 교감샘까지 5명이 저녁을 함께 했다.
"40년이 금방입니다. 교사로 한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 일인지요. 이젠 저와 제 곁을 지키는 사람을 돌보며 잘 지내려고 합니다. 등산도 열심히 하고 하하하."
"저는 새롭게 악기를 배우고 영어도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교회 봉사도 열심히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밤비 내리는 안산동을 두고 고이고이 떠나왔다.
첫댓글 일생에 한 번 받을까 말까 한다는 <미모의 선상(님)상 척척박사 부문>을 수상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글을 읽으며 새로 옮기신 학교에서의 난감함이 새록새록 느껴졌어요.
요즘 학교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도 빛과 소금 같은 쌤께서 등장하셨으니 대하초등학교도 큰 힘을 얻겠네요^^